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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획기사] 학생 취미 활동: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9.10.22 조회수 5852

[취미 활동]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

 

 

취재 : 자몽 3기 송인욱 기자(생명과학부)

email: matthew0402@snu.ac.kr

 

 

[사진 1] 임현수 작가님. 자연과학도로서 예술을 하는 것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모든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다.

-Seneca, 로마시대 극작가-

 

 

한 학생이 논문을 읽기로 결심하고 자리에 앉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빼곡한 글씨, 해석이 안되는 저자의 문체, 방대한 데이터, 이해할 수 없는 실험설계. 이 학생으로 하여금 논문을 어렵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는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이 학생은 논문의 표지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실험 결과를 요약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까.

 

자연과학대학 학생으로서 보고서 작성이나 발표 준비를 위해 자신의 실험 결과에 대한 figure를 그려보거나, 시료를 관찰하고 스케치해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과학, 특히 생명과학과 관련된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매년 독특한 성격의 전시회를 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가 그들이다.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는 2015년도에 생명과학부 김혜진씨에 의하여 만들어진 비공식 동아리로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사람들만이 알고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외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마음, 생명과학부 구성원들이 예술적인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생명과학부 전용 그림전시로서 희소성과 독특한 정체성을 지닌 전시를 구상해보고자 설립되었다.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5기 전시회장인 김현(생명과학부 18학번)씨와 <예쁜꼬마선충은 오늘도 예쁘지(Elegant C.elegans)> 작품의 작가이자 1기부터 그림전시회에 참여해 온 임현수(생명과학부 대학원생)씨를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사진 2] 5차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 전경. 임현수 작가님이 방명록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김현(전시회장): 작년 4회 생과부 그림 전시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5기 전시회장을 맡아 이번 전시회의 기획 및 진행, 홍보 포스터 제작과 더불어 개인 참가자로써 작품 제작 등의 일을 하였다. 전시회장 외에도 생명과학부 학생회 소속이기도 하며, 나아가 학부의 춤 동아리인 비핫(B.HOTT)에서도 활동 중이다.

 

임현수(참가자): 이준호 교수님 실험실에서 박사과정을 막 수료했고, C.elegans(예쁜꼬마선충)의 dauer 시기(nematode의 대체 발달 단계)에서 신경계를 연구중에 있는 연구자이다. Dauer 시기에 성체와는 다르게 특징적으로 보이는 행동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성체와는 다른 신경망이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고 이들이 리모델링 되는 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사진 3] 임현수 작가님의 작품 . 생태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의 생물들을 분류하는 phylogenetic tree를 그림 소재로 사용하였다.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는 어떤 모임인가.

 

김현(전시회장):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의 배경 및 목적은 생명과학 전공을 한 사람들만이 공유하고 있는 지식을 토대로 한 '생명의 아름다움'을 외부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의도가 첫 번째, 그리고 생과부 사람들이 별도의 예술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으면서도 각자가 지닌 예술적 욕구의 발산이라는 기회 마련이 두 번째, 마지막으로는 생과부 전용 그림전시 그 자체로서의 희소성 및 그 정체성 유지가 있다. 2019년 올해로 5주년을 맞았으며, 이번 전시회에는 10개 작품이 출품되어 전시 중에 있다.

 

임현수(참가자):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가 처음 기획 됐을 때 생명과학과 관련된 주제를 그리자고 못 박아 놓지는 않았지만 다들 생명과학과 관련된 주제를 그리는 분위기이다. 자신이 과에서 배우는 것들, 혹은 살아 움직이는 대상에 대해 그린다는 암묵적인 합의가 동아리 내부에서 이루어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직도 원칙은 자유주제이다. 그 실례로 랩 풍경을 그린다거나 세포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시적인 현상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생명과학부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린다고 보면 된다.  

 

[사진 4] 임성희 작가님의 작품 <대학원생툰 5>. 실제 대학원생으로서의 본인 경험담을 녹여낸 대학원생 툰 시리즈는 초기 전시회부터 관람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어떤 생각으로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에 참여하게 됐는가?

 

임현수(참가자): 어렸을 때 부터 그림을 원래 많이 그렸었기에 미술적인 베이스가 있었다. 그래서 페이스북에 처음 공지가 올라왔을 때 큰 고민 없이 시작하게 됐다. 1차부터 5차까지의 생명과학부 전시회에 끊임없이 참가하고 있기도 하다. 살아있는 생물은 원래 예술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존재이고, 고정되어 있는 사물보다 살아 움직이는 것을 그릴 때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더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이전부터 살아있는 생물들을 그려왔으며,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를 연다고 했을 때 이전과 비슷한 소재로 그리다 보니 계속해서 생물에 대한 주제로 그림전시회에 참여하고 있다.

 

 

예술에 생물을 접목시킨다는 것의 매력은.

 

김현(전시회장): 예술과 생물의 접목은 상당히 흥미로운 조화를 이루며, 추상적인 표현이 특징인 예술로 하여금 생물이라는 실제적 대상을 표현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 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생물의 아름다움이란 알면 알 수록 그 깊이가 더해가는 재미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저에게 있어 생물과 예술의 접목은 일종의 탐구 과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임현수(참가자): 과학, 혹은 생물과 예술의 관계에 대하여 첨언을 하자면, 언어는 사유의 도구이기도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의 말처럼 언어의 한계가 내 사유의 한계라는 말이 있다. 언어라는게 먼저 존재해야만 대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생물학이란 소재는 그림이라는 언어의 좋은 재료이기도 하면서, 반드시 그림이 있어야만 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이 언어라는 단일 표상을 사용해서 전부 펼칠수 없없을 때가 있듯이 생물이나, 과학이란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술과 과학은 언제나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 같다고 생각해왔다.

[사진 5] 김현 작가님의 작품 <21세기>. 색상으로부터 풀과 돌, 햇빝등의 요소를 유추해볼 수 있으나, 관람객으로 하여금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두는 것을 의도한 듯한 작품이다.

[사진 6] 박한나 작가님의 작품 . “THERE IS A CERTAIN BEAUTY IN LETTING THE MICROSCOPE’S EYE BRING WORDS TO LIFE.” 라는 중앙의 문구와 함께 petri dish안에 자기로 구워낸 다양한 세포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사진 7] 김경회 작가님의 작품 . 마카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가상의 실험실 풍경을 그린 작품이다.

 

 

<예쁜꼬마선충은 오늘도 예쁘지> 작품과 스티커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작품의 의미와 의도는.

 

임현수(참가자): 그림이든 조소이든 다양한 표상들을 동원하여 생물학이 전달되었을때의 결과가 대중들의 세계를 과학 쪽으로 한걸음 더 끌어당긴다고 생각을 해왔었다. 평소 항상 생물학과 접목되는 그림만을 그리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생물학을 그림에 담아야 할때는 항상 대중의 과학화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그림이란 표상을 통해 독자들이 생물학의 세계로 확! 끌어당겨질 수 있을지 하고. 과학을 하는 사람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면 전문 일러스트레이터보다 좀 더 오류없이 효과적으로 대중들에게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전시한 작품은 원래 스티커를 염두에 두지 않고 이모티콘 개발을 생각하고 개발한 캐릭터이다. 그래서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동작들을 많이 하고 있다. 개발할 때 비전공자들에게 귀여움으로 어필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전공자들이 보면 숨겨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자 하였다. 예시로 여러가지 돌연변이 형이 스티커에 포함되어 있다. 현재 네이버 라인에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기도 하다. 이 캐릭터가 워낙 작품으로 제출하기 좋아서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작품을 관람하시는 분들이 직접 소장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 스티커를 제작하게 되었다.

 

 

 

[사진 8] 임성희, 임현수 작가님의 합작품 <예쁜꼬마선충은 정말 예쁠까?>. 마스킹 테이프(우)는 임성희 작가님이, 스티커(좌)는 임현수 작가님에 의해 제작되었다. 현재 Line messenger와 Naver OGQ market, 그리고 Telegram sticker에 공식 서비스 되고 있다.

 

가장 멋있다. 쿨하다고 생각하는 생물 소재는.

 

김현(전시회장): 사실 예술표현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생물소재는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선에서 '가장 멋있다 혹은 쿨하다' 라는 소재를 뽑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다만 전시회에 함께 하시는 대학원 선배님들께서는 아무래도 본인이 연구 중인 생물대상 (예쁜꼬마선충, 마우스, 제브라피쉬 등)에 좀 더 애착이 가는 편이라고 귀띔해 주시기는 했다.

 

임현수(참가자): 예쁜꼬마선충을 좋아한다(전시회장님이 언급했듯이). 복잡하다면 매우 복잡한 동물이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사인 곡선을 그리는 매우 단순한 동물이기에 얼마든지 확장의 여지가 있다.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무한히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는 소재이기도 하다.

 

실제로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예쁜꼬마선충 international meeting에 가 보면 섹션이 따로 존재하기까지 한다. 이모티콘, 마스킹 테이프, 유화, 사진, 십자수 등 다양한 작품이 나온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C.elegans 연구자 계보에 따라 Sydney Brenner부터 시작하여 열면 그의 제자 인형이 들어있는 마트료시카를 만들어온 사람이 있었다. 예술에 접목하려고 하는 과학자들의 시도가 있음을 국제 학회에 갈 때마다 느끼는 이유이다. 

 

그림 외에 취미가 있는가.

 

김현(전시회장): 저는 자연과학을 전공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취미로는 예술계나 인문사회적인 쪽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새로운 사람들과의 여가 혹은 사교활동으로 인간관계 꾸리는 것을 좋아한다. 좀더 개인적이고 구체적으로는 작사 및 작곡과 패션 디자인 등을 예로 들고 싶다. 이렇게 다양한 취미들을 갖게 된 이유라고 한다면, 보다 폭넓고 창의적인 식견을 기르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라고 답변해 드리면 적절할런지 모르겠다.

 

임현수(참가자): 포켓몬 고 게임을 좋아한다. 3년 넘게 꾸준히 하고 있고, 서울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 삶의 활력소 중 하나이다. 이는 원래 포켓몬을 좋아하는 성향에 기인하고 있는데, 포켓몬을 보다보면 해당 애니메이션 내의 포켓몬 군집 내 다양성을 보면 실제 생명과학에서 다루는 생물의 다양성을 연상되게 하여 즐겁다. 2,3,4차 전시회에는 포켓몬 작품을 꼭 하나씩은 냈다. 2016년도에 만들었던 작품은 생물이 발달할 때 metamorphosis(유충이 성체로 성장하면서 겉 모습이 크게 바뀌는 것) 과정 중에 개구리는 뒷다리가 난다음 앞다리가 나고 꼬리가 사라진다.  하지만 이를 포켓몬화 한 수륙챙이는 꼬리가 다리가 나면서 함께 사라졌기에 중간과정이 어디 있냐는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2017년도에는 실제 찍은 움파룸파 사진과 파리지옥 사진을 포켓몬과 합성해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Q7. <생명과학부 그림전시회>가 앞으로 변화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묻고 싶습니다.

 

김현(전시회장): 생과부 그림전시회는 올해로 5주년을 맞았지만, 아직까지 정식으로 동아리 등록은 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활동 관련 지원금을 받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형편이다. 더구나 홍보적인 측면에서의 노력이 미흡하여 신입 부원 모집에도 차질을 빚고 있기도 하다. 전시회장으로서 예술에 흥미와 열정 그리고 재능을 갖추신 인재분들이 더 늘어나는 것을 원하고 있다. 현실적인 부분을 언급하자면, 연례적으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보니 개인작품 준비 및 홍보나 기획 등 모든 측면에 신경을 쓰고 있어서 부족한 일손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선대 회장님들 그리고 선배분들께서 드롭박스에 이전 전시회에 대한 대략적인 메뉴얼 및 활동 기록과 더불어 전시에 필수적인 이젤을 기부해주시는 헌신이 있으셨기에 모쪼록 순조롭게 마무리 한 것 같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에 관해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을 토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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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수(참가자): 초기에는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해가 넘어가다 보니 오래 참여한 사람들은 계속 참여하게 되어 잘 그린 작품만 전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어 아쉽다.  어떤 집단의 진화를 위해선 다양성의 증가(발산)가 꼭 필요하다. 그래서 생명과학부 그림전시가 나아갔으면 하는 방향을 소위 폐쇄적인 “금손 모임” 이 되는것보다 “구성원 누구나, 생명과학도로서 느끼는 것을 편하게 참여하여 펼칠수 있는 공간”으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술을 통해 담아내고 싶은 생각만 있다면,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표현 기술 등은 당연히 부족하더라도 정말 그 누구나도 미술이라는 매체에 도전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사실 계기가 필요하긴 하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의 참여자들은 구성원들에게 이런 기회가 있음을 자주 환기시키고, 전시회의 문턱을 계속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람자 분들께서 자신이 평소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게 아니라, 끊임없는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무언가 말하고싶은 것을 발굴해 내실수 있다면 좋겠다. 우리가 지속할 전시가 그 발굴의 계기가 된다면 무척 행복할 것 같다. 앞으로도 매 해 꾸준한 그림전시를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펼쳐나갈 예정이니, 관람자 모두가 ‘어 나도 한번?’ 이런 생각을 해볼수 있는 즐거운 전시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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