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소식

서울대학교의 스테디셀러, <해석개론>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유주상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통계학과 학생들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전공필수 교과목이 존재한다. 서울대학교에서 가장 유명하면서 인기가 많은 강의 중 하나인 해석개론이다.

  해석개론 강의의 상당수는 동명의 책인 <해석개론>을 통해 진행된다.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출판되는 <해석개론>은 김성기, 김도한, 계승혁 세 명의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명예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한 책으로, 학생들에게는 세 저자의 성을 본따 통칭 ‘김김계’라고 불린다. ‘김김계’의 <해석개론>은 현재 제2개정판까지 발행된 상태이며 강의동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제공되고 있다.
  
  

해석개론의 표지. (사진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제공)
 
    

  <해석개론>은 제목 그대로 개론 수준의 해석학을 다루는 책이다. 해석학은 위상적·대수적 성질을 갖춘 공간과 그 공간에서 정의된 함수의 극한, 연속성, 미분, 적분 등의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이다. 특히, 고등학교와 학부생 1학년 수준의 미적분학에서 엄밀하게 다루지 않은 극한의 개념과 성질을 해석학에서 공부할 수 있다.  해석학은 실해석학, 복소해석학, 함수해석학 등 여러 분야로 나뉘는 방대한 수학의 분야이다. 그중 개론 수준의 해석학은 수학에서 가장 핵심적이며 기초적이기에 수학을 전공한다면 반드시 익혀야 하며, 통계학이나 경제학을 깊이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도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분야이다.  <해석개론>은 이들에게 이러한 해석학의 기초를 익히기에 좋은 책이다.
  
  

  <해석개론>은 극한의 개념과 연속성에 대해 공부하고, 거듭제곱급수와 삼각급수로 표현되는 여러 가지 함수들의 성질을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장부터 3장에서는 실수의 성질, 위상, 연속함수를 다루며, 4장과 5장에서는 각각 미분과 적분에 대해 다룬다. 6장, 7장, 8장에서는 각각 함수열, 함수공간, 적분으로 정의된 함수를 다루며 9장, 10장에서는 각각 푸리에 급수와 르벡 적분을 다룬다. 국내에서 ‘김김계’와 함께 해석개론을 공부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책인 Rudin의 ‘The Principles of Mathematics’(약칭 PMA)와 달리 다변수해석학을 다루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으로 연습문제가 매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만큼 해석학의 실력을 쌓기에 좋은 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계승혁 수리과학부 명예교수를 인터뷰하였다. 계승혁 교수는 2023년 8월을 기점으로 정년은퇴하였으나 2024년 2학기에 자신이 집필한 <해석개론>을 강의하기 위해 서울대학교로 돌아왔다. “사람이라는 게 원래 왔다 갔다 하는 것”(대학신문, 2023.08.27)이라고 밝혔던 그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하였다.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계승혁 명예교수. (사진 = 유주상 기자)
  
  

Q. 교수님을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1990년에 임용되어서 재작년 8월에 서울대 수리과학부에서 은퇴한 계승혁입니다. 연구 분야는 함수 해석으로, 무한 차원 벡터 공간을 공부하는 분야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정년 은퇴 이후에는 어떤 삶을 지내셨나요?
  좋죠. 여기저기 등산도 다니고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여행도 자주 다니면서 아주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학 연구는 실험실이 필요하지는 않다 보니 연구하는 비중은 은퇴 이전이나 이후나 비슷한 것 같아요.
  
  

Q. 정년 은퇴 이후 1년 만에 서울대학교로 돌아오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리과학부에서 진행하는 강의가 워낙 많다 보니 학과에서 명예 교수한테 다음 학기에 강의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봐요. 제가 알기로 은퇴한 이후에도 5년 동안 강의할 수 있는데요. 이때까지는 안 하다가 이번에 학과에서 불러서 강의하게 되었습니다.
  
  

Q. 오랜만에 강의하시게 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오랜만에 학생들을 만나 강의하는 것은 정말 좋은데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 와서 수업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되네요.(웃음) 강의 전에는 여행도 자유롭게 다녔는데 이제는 강의 일정을 피해서 여행 일정을 잡아야 하다 보니 예전처럼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아요.
  
  

Q. <해석개론>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세요.
  극한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다루고 공부하기 위한 책입니다. 고등학교 때는 극한을 ‘어떤 점으로 한없이 가까이 갈 때’라는 식으로 설명할 뿐 엄밀하지는 않잖아요. 고등학교 때 배운 이런 표현이 다항함수나 지수함수와 같은 간단한 함수에 적용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복잡한 함수에서는 문제가 생겨요. 실제로 19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정의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후에 복잡한 함수를 다루게 되면서 기존의 표현으로는 한계가 생겨 극한의 정의를 정확하고 정교하게 정의할 필요가 생겼죠. <해석개론>은 이런 내용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책입니다.
  
  

Q. 어떤 학생에게 <해석개론>을 추천하시나요?
  수리과학부나 통계학과 학생들에게는 전공 필수 과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죠.(웃음) 그 외에도 물리나 공학, 경제학과 같이 미적분을 사용하여 전공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해석개론>을 공부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교양 수학에서는 주로 단순한 함수들을 다루기 때문에 앞서 언급했던 “한없이 가까이 간다”라는 표현으로도 큰 문제가 없지만 복잡한 현상을 다루기 위해서는 <해석개론>을 공부할 필요가 있죠. 물론 물리나 경제학에서도 세부 분야에 따라 해석개론 수준의 엄밀한 정의를 꼭 공부하지 않아도 되긴 합니다.
  
  

Q. <해석개론>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1970년대에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한글로 된 전공 서적이 없었어요. 1학년 때부터 모든 수업이 원서로 진행되었죠. 그러다 제가 교수가 되어 해석개론을 가르치다 보니 한글로 된 교재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실제로 해석개론 같은 전공과목의 한글 교재는 199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고 <해석개론>도 그러한 흐름의 일환으로 탄생했습니다. 1994년에 해석개론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원고를 인쇄해 줘서 강의했는데, 그 내용을 묶어 책으로 출판한 것이 <해석개론>이에요. 또 다른 이유로는 강의하면서 제가 강의하고 싶은 방식에 딱 맞는 교재가 없었기 때문에 아예 그냥 교재를 직접 만드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Q. 개인 홈페이지에 여러 강의가 올라와 있는데요. 강의를 홈페이지에 올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학교의 권장으로 2005년에 ‘인문사회계를 위한 수학’이라는 강의를 촬영하면서 시작했어요. 이후 한동안 촬영을 하지 않다가 2013년에 다시 학교의 권장으로 ‘인문사회계를 위한 수학 2’를 제작했어요. 그 후 ‘해석개론’ 강의도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제작했어요. 이 강의들은 학교에서 제작해준 영상이라 퀄리티가 꽤 좋아요.
  그러다가 코로나로 인해 대면 강의를 진행할 수 없게 되면서 제 연구실에서 혼자 ‘해석개론 2’와 ‘집합과 수리논리’ 강의를 촬영했어요. 이 영상들은 제가 직접 만들어서 그런지 조금 엉성한 면이 있습니다. 이후 2021년에는 ‘기초복소해석’을, 2023년에는 ‘실해석’을 추가로 촬영했습니다.
  처음에는 강의 영상을 ETL에 업로드했었는데 다른 학교의 학생들도 강의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개인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유튜브에 올릴 생각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유튜브의 중독성을 매우 싫어해서 개인 홈페이지에 업로드했어요. 여담으로, 제가 촬영한 영상을 무단으로 파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는 이후 제작한 영상마다 “이 강의동영상은 누구나 제한없이 시청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Q. 지난 학기에 강의하면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사건 또는 학생이 있나요?

  제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 수가 많아져 대형 강의실에서 강의하게 되면서 예전처럼 모든 학생에게 문제를 풀 기회를 제공하기가 어려웠어요. 원래는 동영상을 미리 보게 한 뒤 강의 시간에는 질문을 받고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했었는데 대형 강의실에서는 희망자만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조금 아쉬웠어요. 그럼에도 꼭 두세 명씩은 나와서 문제를 풀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었는데 그런 학생이 기억에 남아요. 서울대에는 대형 강의실이 많다 보니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나와서 발표할 기회가 거의 없는데요. 그런 기회가 생기면 꼭 활용해봤으면 해요. 자신이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에요.
  
  

Q. <해석개론>은 학부생 2학년이 처음 배우기에 다소 어려운 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책을 일부로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니고 해석개론에서 다루는 내용 자체가 원래 어려운 내용입니다. 왜 어려운지 생각해보면, 해석개론에서 사용하는 문장이 평소에 일상적으로 쓰는 문장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수열의 극한을 배울 때 “‘임의의 자연수 N에 대하여 |x-xₙ|≥ε을 만족하는 자연수 n≥N이 존재한다’를 만족하는 ε이 존재한다.”와 같은 문장이 우리에게 익숙하지가 않잖아요. 그러기에 이런 문장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해요. 연습하다 보면 그 문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연스럽게 감이 오게 됩니다. 고등학교나 미적분학 수준의 교재에 있는 표현은 우리가 평소에 쓰던 문장과 비슷하지만 해석개론에서는 평소에 쓰지 않는 문장들이 나오기 때문에 어려울 수밖에 없죠.
  연습 문제가 어렵다는 말도 많이 듣는데 이것도 결국 표현 자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정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연습 문제를 풀기 어려운 것은 당연합니다. Rudin이나 Apostol 같은 다른 교재의 연습 문제도 다 마찬가지일 거예요.
  
  

Q. 다변수해석학 내용이 <해석개론>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해석개론을 한 학기만 배우면 이론적인 도구는 열심히 익히지만 그 도구를 실제로 써먹지는 못합니다. 이런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주제 중 하나가 푸리에 급수에요. 극한이나 적분의 엄밀한 정의, 집합론 등의 이론이 등장한 결정적인 계기가 푸리에 급수이기 때문에 푸리에 급수를 책의 뒷부분에서 다루어야 입실론-델타 논법과 같은 이론을 왜 배우는지 느끼게 돼요. 이러한 이유로 <해석개론>에서는 다변수해석학 대신에 푸리에 급수 내용을 넣게 되었어요.
  
  

Q. <해석개론>에서는 다루지 않는 <다변수해석학>이라는 책을 집필하셨고 이외에도 많은 책을 집필하셨는데, <해석개론>이 그중 가장 유명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저도 왜 그런지 모르겠네요.(웃음)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Q. 제3개정판 발행에 대한 계획은 있으신가요?
  초판과 개정판을 비교해 보면 내용은 유사한데 순서가 조금씩 달라요. 대표적으로 르벡 적분이 등장한 배경이 푸리에 급수와 관련이 있기에 이러한 역사적인 순서를 고려하여 푸리에 급수가 르벡 적분 앞에 오도록 배치했어요. 또한, 자잘한 그림을 추가하고 설명도 더 친절하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제3개정판에 대한 계획은 아직 없어요. 더군다나 같이 쓰신 저자 중 한 분이 이미 돌아가셔서 개정판을 낼지 확실하지가 않아요. 다만, 이 책이 형식적이고 딱딱한 측면이 있기에 말로 쉽게 풀어쓰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기는 합니다.

  
  

Q. 앞으로의 삶에 대한 계획은?
  아직 다녀야 할 곳도 많고, 등산해야 할 산도 많습니다. 이런 곳을 돌아다니면서 지낼 것 같아요.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수학을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수학이나 수학과 관련한 전공을 선택하신 분들은 이미 탁월한 선택을 하신 분들이라 더 이상 드릴 조언이 없다.”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해석개론>은 저자인 계승혁 교수의 온라인 강의를 함께 제공한다. 저자의 강의는 해석개론을 수강하거나 학습에 주저하고 있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계승혁 교수가 집필한 ‘집합과 수의 체계’, ‘실해석’ 등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이번 학기 계승혁 교수의 해석개론 강의를 수강한 이정진(통계24, 20세) 학우는 “통계학과 전공필수 과목이기도 하고 저자의 직강이기도 하여 들었다”고 말하면서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면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고 해석개론을 배우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통계학을 부전공하고 있는 이관형(지환23, 20세) 학우는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수학다운 수학을 배울 수 있어 수학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해석개론>은 서울대학교 학생회관 2층에 위치한 교보문고에서 오프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으며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구매 가능하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유주상 기자 statant@snu.ac.kr
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