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8동의 Before & After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강현재
자연대 학생들에게 28동은 어떤 곳일까? 28동 2층 입구 옆 현판에 쓰여 있는 이 건물의 정식 명칭은 ‘자연대 대형강의동’이다. 그 이름에 걸맞게 자연대 소속 학과의 수많은 전공필수 과목들의 강의가 이곳에서 열리며, 학부 강의 외에도 교수 특별강연이나 자연과학체험캠프와 같은 교내외〮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이렇게 건물의 생김새나 사용 목적 등을 생각해 볼 때, 28동은 명실상부 자연대의 얼굴마담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28동이, 과거에는 학생들의 기피대상 1순위였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지금부터 28동의 역사를 살펴보도록 하자.
1. 과거의 28동.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재건축 이전의 28동(이하 ‘구 28동’)은 서울대학교가 관악캠퍼스로 옮긴 직후인 1976년 지어진 건물이다. 사실 이 건물이 70년대에 지어졌다는 것은 그렇게 놀랄만한 사실은 아니다. 인문대나 자연대, 공대를 구성하는 (비슷비슷하게 생긴) 어두운 색 벽돌 건물들도 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단순히 ‘건물이 오래됐다’라는 점이 구 28동의 악명의 원인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구 28동의 외관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구 28동의 전경. (이미지 출처 = 서울대 보도자료)
위 사진은 구 28동의 철거 직전인 2010년대 후반에 촬영된 모습이다. 원래는 반듯한 붉은 벽돌 건물이었지만, 세월의 풍파를 맞아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거나, 페인트 등 마감재로 소위 ‘땜빵’을 해 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지도 로드뷰로 아랫공대, 공간 방향 2층 입구의 2020년 이전 모습을 보면, ’28 대형강의동’이라고 쓰인 나무 현판이 칠이 다 벗겨진 채로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구 28동 2층 출입구 앞 나무 현판. 다 벗겨진 칠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지도 로드뷰, 2012년 5월 촬영)
그러나 구 28동의 악명은 건물의 겉모습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심각했다. 우선 강의실 내부를 면, 마치 초중고교 시절 시청각실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오늘날 28동 강의실에 들어서면 보이는 길쭉한 책상은 없고, 의자 옆 손잡이에서 꺼내 쓰는 작은 책상이 학생들의 수업을 돕는 유일한 장치였다. 이 때문에 전공과목 시험이 구 28동에서 잡히면, 그곳에서 시험을 치는 학생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았다는 소문이 있다. 워낙 옛날에 지어진 건물이라 110V 소켓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은 덤.
한 술 더 떠서, 강의실의 온도 역시 구 28동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에브리타임과 같은 학교 커뮤니티에서 구 28동에 관한 잡설들을 찾아보면, ‘기온이 외부보다 한 10℃는 낮은 것 같다’, ‘초여름에도 담요를 들고 와야 한다’처럼, 마치 하나의 석빙고를 연상시키는 듯한 묘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 28동의 상전벽해
이렇게 구 28동에 대한 악명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높아지며, 2010년대 중반 학교 측에서 28동의 재건축을 계획하기 시작하였고, 2019년 12월, 2학기 수업이 마무리되며 구 28동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2020년 4월 삽을 뜬 28동 재건축은 2022년 10월 마무리되어, 그해 12월 문을 열었다. 3년만에 학생들에게 돌아온 28동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우선 기존 지상 4층, 지하 1층 구조였던 구 28동과 달리 한 층이 늘어 지상 5층까지 확장되었으며, 이렇게 늘어난 공간에는 여러 자연대 동아리방, 학생회실, 그리고 다목적 회의실 등이 자리를 잡았다. 또한 기존 강의실보다 전체적으로 규모가 커져, 2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강의실이 2개(101호, 102호),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형 강의실이 4개(103호, 301~303호) 설치되었으며, 마지막으로 2층에 최첨단 천체투영관인 관허 코스모스홀이 들어섰다.
학생들의 편의성 역시 향상되었다. 강의실에 설치된 기다란 책상의 중간중간에 220V 소켓을 2구씩 배치해 두어 전자기기 충전이 훨씬 용이해졌으며, 2층의 나머지 공간에 카페와 휴식 공간을 배치하여 이전보다 훨씬 알찬 다목적 공간이 완성되었다.
3. 구 28동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이렇게 재건축을 거치며 구 28동이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구 28동의 흔적은 오늘날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곳 근처에 남아 있다. 2층 출입구로 들어오자마자 오른쪽으로 돌면 작은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 전시된 물품들 중 ‘샤’ 모양으로 구멍이 뚫린 금속 조형물이 눈에 띄는데, 이는 구 28동에 있던 문 손잡이를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28동 2층 출입구 옆에 전시된 구 28동의 흔적들.
또한 전시장과 카페를 구분하는 넓은 벽면에 걸려있는 커다란 예술 작품을 지나다니며 본 적이 있을 것이다. ‘TRACES OF THE EARTH’라는 이름을 가진 한정용 서울대 공예과 교수의 작품은, 구 28동 터에서 퍼 온 흙으로 만든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카페에 설치된 럭비공 모양의 구조물을 잘 살펴보면, 내부에 라디에이터로 보이는 것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물건은 라디에이터가 맞으며, 구 28동에서 난방장치로 사용되던 물건이다. 이는 조소과 이종건, 박제성 교수의 작품인 ‘진리의 빛’으로로, 앞의 전시품이나 작품과 더불어 구 28동의 흔적을 오늘날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28동 2층에 전시된, 28동을 소재로 한 두 예술 작품.
(좌) TRACES OF THE EARTH / (우) 진리의 빛
4. 마무리
학교 측에서 28동 재건축 사업을 시작하며 제시한 키워드가 있다.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과 ‘영감(Inspiration)’이다. 오늘날의 수준에 맞게 업그레이드를 하면서 과거의 모습을 품고 이를 비춰주며, 새로운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 28동 재건축의 목적인 것이다.
이렇게 28동이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오늘날 28동에서 어떻게 과거를 발견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전공과목 수업을 들으러 계단을 오르내릴 때, 주문한 음료를 찾으러 2층 카페에 들를 때, 28동이라는 장소가 가진 가치와 역사를 떠올리며 주변을 둘러본다면 늘 강의만 듣던 이곳이 조금 더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강현재 기자 hgang35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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