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소식

[2025 여름 자몽 시리즈: 자연과학의 다학제적 탐색] 4. 지질학의 경계를 넘다 - 암석에서 행성, 그리고 생명까지(上편)

빈문서 빈문서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이다인, 이시아
 

서울대학교 G-램프(LAMP) 사업단의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에서는 “기초과학의 데이터 기반 혁신”이라는 중점 테마 아래 수학, 통계학, 인공지능, 컴퓨터 과학의 도구를 활용하여 자연과학 전 분야에서 “AI in Science”의 혁신을 이끌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램프사업단, 2024)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 구성. (사진 = 서울대학교 램프사업단 홈페이지)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는 중점 테마 아래 3개의 세부 주제를 중심으로 연구팀을 구성하여 자연대의 모든 학과가 참여할 수 있는 연구 기반을 마련해 놓았으며, 각 연구팀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동 연구 환경을 구축하고 데이터 기반 연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을 핵심 전략 중 하나로 두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 중 ‘데이터기반 물질과 우주 연구센터’에서 지구·행성 탐사팀에 속해 행성지질학 연구를 수행하고 계신 우주선 교수님을 만나 인터뷰하였다.
 
 

데이터와 지질학
 
얼핏 보기에 데이터와 지질학은 큰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과연 ‘데이터 기반 물질’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주선 교수님의 기본적인 데이터는 전통적인 지질학 조사 방식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야외조사를 통해 얻는 암석 샘플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원격탐사를 통해 지구 외 행성의 지질학적인 구조를 알아보거나 분광 데이터를 통해 암석 성분을 조사하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를 통해 얻는 지질학 데이터는 전통적인 지질학 데이터인 물리적 암석 샘플과 달리, 숫자를 통한 간접적인 데이터로 표현된다.
 
Q. 해당 연구소에서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A. 원격탐사를 통해 숫자 형태의 데이터가 수집되면, 데이터 사이언스에서의 방법론을 이용해 지질학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쪽으로 연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연구소가 있어 같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원격탐사를 통한 지질학 연구
 
Q. 외부 행성에서 원격탐사를 통해 지질학을 연구하는 방식을 자세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원격탐사를 통해 얻은 수치화된 데이터를 이미지로 변환할 수 있는데, 이것을 지구에서 보는 지질구조 및 암석들의 모습과 비교하여 연구하거나 광물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에 따라 나타나는 고유의 반사 스펙트럼¹을 통해 분광학적 특성을 알아냅니다. 실험실로 시료를 직접 가져와 분광 카메라로 찍어보고 입도나 구성 광물 등 어떤 이유로 스펙트럼이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분석해보기도 합니다.
1) 광물 또는 암석 표면에 전자기 복사에너지가 입사하면 일부 파장의 빛은 광물의 입자내로 흡수되고 다른 파장의 빛들은 투과되거나 반사된다. 입사하는 빛의 세기에 매질(광물 또는 암석)로부터 반사되는 빛의 세기의 비를 반사율(reflectance)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반사율은 광물의 물리적, 화학적 특성에 따라 고유의 반사 스펙트럼으로 나타난다. 광물과 암석의 분광 반사율은 지상에서 분광계(spectrometer)를 통해 측정할 수 있으며, 원격탐사 영상을 통해 지표에 분포하는 광물과 암석의 분광학적 특성을 탐지할 수 있다. (손영선, 김광은, 윤왕중, 2015)
 
Q. 원격탐사를 통한 지질학 연구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우선 지구 외의 행성, 특히 화성에서 얻는 원격탐사 데이터들은 지구에서 얻는 것보다 지질학적으로 해석하기에 더욱 좋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구는 지표 위를 바다가 가리고 있거나 여러 생물, 특히 식물들이 뒤덮고 있기도 하고, 그 위에는 두꺼운 대기층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원격탐사를 하게 되면 이런 데이터들이 함께 뒤섞여 지질학적인 데이터만을 가려내 분석하기가 번거롭습니다. 반면, 화성에는 대기도 희박하고 식생도 없기 때문에 표면에 바로 드러나 있는 데이터들이 다 지질학적인 물질들입니다. 표면에 기반암이 드러나 있거나 풍화된 표토가 덮고 있어서 지질학적인 정보들이 지구보다 훨씬 다양하고 촘촘하게 분포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원격탐사 데이터는 나사(NASA)에서 모두 공개하고 있기에 해당 연구에 직접 참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연구하는 데 있어 데이터 접근성이 좋죠. 그래서 이런 것들을 데이터 사이언스와 함께 연구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원격탐사를 통한 데이터를 지질학 연구에 활용했을 때 전통적인 지질학 연구 방식과 비교하여 가지는 장점이나 단점이 있을까요?
 
A. 역설적이지만, 사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들도 결국 전통적인 방식을 이용해 해석합니다. 화성 탐사선 로버를 이용하거나 위성을 보내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지구로 받아 오는 과정은 전통적인 지질학에서 이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겠지만, 여전히 그 정보들을 해석하는 과정에는 기존 지질학에서 흔히 사용하는 노두 조사 방식이 주로 활용됩니다.
   원격탐사를 이용했을 때의 장점은 사층리 구조 등 특정 퇴적 구조를 파악하는 일을 사람이 할 때보다 첨단 기기를 이용할 때 조금 더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점은 정확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노두에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실제 특정 퇴적구조가 존재하는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데, 탐사선이 보내온 사진만을 가지고는 사진에 찍힌 구조가 실제 퇴적구조가 맞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특히 외부 행성엔 아직 사람이 직접 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한계가 있죠. 원격탐사를 통한 지질구조 탐사 데이터에는 사람이 실제 야외조사를 통해 얻는 것보다 훨씬 빈 곳이 많습니다. 특히 퇴적물의 입도를 파악하는 일은 원격탐사만으로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한편 지구에서 사람의 눈을 통해 퇴적구조의 유무를 판단할 때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인 기준이 개입하게 되는데, 이 때 AI나 머신러닝 등을 활용하면 조금 덜 주관적인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로버를 통한 원격탐사 등 새로운 기술이 전통적인 지질학 연구에서 사용하는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화성 같은 곳은 아직 사람이 직접 갈 수 없으니까 원격탐사를 통해 미리 정보를 파악해놓고 나중에 사람이 직접 가서 무엇을 연구할 수 있는지 정보를 얻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지, 학생들에게는 직접 야외에 나가 조사하는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사람이 직접 야외조사를 통해 연구하는 것보다 원격탐사를 통한 연구가 덜 완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지질학적 구조는 여러 구조가 겹쳐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층리의 줄무늬 방향이 일정하지 않을 때, 연구자들이 알아내고 싶은 것은 사층리가 ‘어떤 방식으로 퇴적되었는가’인데, 암석이 깨지고 변형되어 새로 생긴 구조들이 함께 겹쳐 있거나 퇴적된 후 화학적으로 변질된 것들이 많아 이런 것들을 모두 분리해서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진만으로 이를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이 직접 가서 관찰할 경우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따라서 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도 직접 가서 눈으로 확인한 부분을 지질도로 그려보라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사진을 보고 그리는 간접적인 방식은 그림에 생동감을 떨어뜨리고 세부 묘사도 부족해 부정확한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Q. 교수님께서 하신 연구 중 학제 간 연구라고 볼 수 있거나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류해본 경험이 있으신지, 혹은 앞으로 연구해보고자 하는 주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로버가 직접 행성 표면에 내려가 찍은 사진들은 사람이 가서 보는 것만큼 해상도가 좋기 때문에 입도 같은 특성을 파악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로버가 현재 많이 운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가 부족한 부분은 지구 물질을 통해 외부 행성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여 실험하는 방식으로 채워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을 서정훈 교수님과 함께 해 보고자 합니다. 서정훈 교수님은 자원 탐사 전공이셔서 분광 데이터를 산출했을 때 ‘어떤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가’에 초점을 두어 연구하시고, 저는 광물의 물리적 특성을 알아내는 데 초점을 두어 함께 연구하는 것입니다.
 
 

2014년 11월 2일, NASA의 큐리오시티 화성 탐사로버에 장착된 마스트 카메라(Mastcam)가 "웨일 록(Whale Rock)" 지점을 촬영한 사진. 사층리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NASA에서 제공한 사진을 사용하였다. 인터뷰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 = NASA/JPL-Caltech/MSSS)
 
 

   로버가 화성에서 찍은 사진을 확대하여 보면 사층리 등 지질구조나 이를 이루는 알갱이 단위까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스펙트럼 분석(spectral analysis)을 통해 더 정확하게 입도를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일을 해보려는 것입니다.
 
 

행성지질학과 학제 간 연구
 
Q. 제가 알기로 행성지질학 분야는 행성과학의 세부 분과로 천문학, 행성 기후 연구 측면에서 기상학 등 다른 학문 분야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원격탐사를 통한 지질학 연구도 행성지질학에 속하는, 새로운 분야라고 볼 수 있을까요?
 
A.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분야처럼 보이지만, 70년도에 달 탐사선을 보내 과학 연구를 수행했던 미국 같은 경우 사실 그 시기부터 행성지질학을 연구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행성지질학이라는 게 완전히 새로운, 낯선 분야는 아닙니다. 외국에서는 지구과학 관련 학과에 ‘Earth and Planetary Science’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경우가 대다수일 정도로 지구과학의 많은 부분에서 이미 행성과학과 연계한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보통 외부 행성에 관한 연구는 천문학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달에 가서 월석을 보거나 지질구조를 파악하는 일은 지질학자가 할 입니다. 지질학에서 사용하는 연구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지요. 그래서 낯설어보이기는 해도 사실 지질학 연구 방식 측면에서 행성과학은 이미 익숙한 분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도 학생들에게 전통적인 지질학 연구 방식을 익히는 것을 많이 강조하기는 하지만 우주과학과 연계한 다양한 융합 연구를 새롭게 시도해보려고 하고 있고 이미 학부생들과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원격탐사 데이터를 처리하는 단계를 수행 중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우주청²이 생기는 등 우주 관련 여러 프로젝트도 진행되고 있는데 그곳에서 활약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생각해보면 물론 천문학자도 해당되지만 지질이나 대기, 해양학자들도 필요합니다. 결국 행성은 지표, 대기, 바다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관련 지식이 필수적인 것이죠.
2) 우주항공청(KASA). 2024년 5월 27일 설립된 우리나라의 우주·항공분야 국가행정기관.(https://www.kasa.go.kr/kor/sub02_01.do;jsessionid=cP_V8K3X0MFKVwjaUoxwxbBySutXSIWy_IImoIzK.homepage20)
 
Q. 실제로 행성과학 분야에서 지질학 외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류해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A. 이제 막 시작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관련 논문을 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질학자 중 달이나 화성에서 가져온 데이터를 바탕으로 논문을 내신 분들은 계십니다. 저는 퇴적학/퇴적암이 전공이니까 주로 이런 사층리와 같은 퇴적 구조가 보이는 자료들을 가지고 조금씩 분석을 시작해보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의 물리천문학부 천문학 전공 교수님들과 같이 프로젝트를 신청하거나 집담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시구로(Masateru Ishiguro) 교수님, 이정은 교수님 등 태양계나 별과 행성계를 연구하시는 교수님들과 함께 지질학자와 천문학자가 같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많이 이야기해보고 있습니다. 우주과학 교육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관련 교육을 확대하려는 시도도 했습니다. 지구환경과학부에서 현재 행성지질학 수업을 하고 있는데, 여기서도 지질학만 다루는게 아니라 행성의 대기나 물 등 유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한 내용도 가르칩니다. 이렇게 다학제적인 성격의 행성 지질학을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행성과학에서 지질학자와 천문학자가 하는 일은 어떻게 구분되어 있나요?
 
A. 우선 지질학자들이 하는 일은 실제 행성의 표면이나 지하에 있는 구조나 물질들을 관찰하고, 분광 데이터를 분석해 과거에 어떤 지질학적 과정이 일어났는지,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지구에 비추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이런 연구가 가능하기까지의 과정, 즉 원격탐사를 할 수 있는 방법론들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소행성에서 얻은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방법, 탐사에 필요한 망원경 등의 장비를 구축하거나 멀리서 오는 빛을 해석하는 방법 등을 연구합니다.
   지질학자와 천문학자가 하는 일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김덕진 교수님(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인공위성지구물리 전공)이 여러 지질학적 문제들을 원격탐사를 통해 파악하는 연구를 하고 계십니다. 천문학과에서도 행성 연구를 하시는 분들이 천문학과 지질학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계시죠. 한국천문연구원에서도 행성 연구를 많이 수행 중인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지질학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지금보다 더 많은 지질학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천문연구원 연구분야 「달 및 행성과학」중 달의 위도에 따른 바다와 고원의 입자 크기 분포도. 우주과학의 한 분야로 행성과학이 속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 한국천문연구원 홈페이지)
 
 

Q. 다른 행성을 탐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요?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성 개척이 목적인가요, 아니면 행성을 통해 지구의 형성 원리를 더 잘 파악하기 위함인가요?
 
A. 실제 목표는 후자입니다. 지구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 즉 우리 인류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질문 중 하나인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에 답을 해야 합니다. 저는 이 답을 찾기 위해 행성을 연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성에 가서 과거 생명의 흔적이 있는지 연구하는 일도 이 과정의 일환이라 볼 수 있습니다. 과거 생물의 흔적을 발견하면 지구 생물과 비교해서 비슷한지, 완전히 다른 형태인지 알아내는 과정도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생명의 기원을 알아내는 연구 외에도 외부 행성에서 자원을 발굴해오는 연구 과제가 언급되기도 하는데 아직 이 일은 수지가 맞기에 부족한 점이 많긴 합니다. 자원은 결국 ‘지구에 가지고 왔을 때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외부 행성을 통한 자원 개발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성 개척이 가능해질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굳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Q. 행성과학 외에도 다른 학문 분야와 융합하여 연구해 본 경험이 있으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저는 극지에 있는 암석 연구도 많이 해오고 있습니다. 과거 기록으로서의 암석 뿐만 아니라, 생물학자들과 함께 현재 극지에 노출되어 있는 암석을 이용해 극지 생물들의 특정 생명 현상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암석의 특징을 같이 연구했습니다. 따뜻한 지역에 있는 암석 표면에는 지의류가 서식하기도 하고, 추운 지역에서 생물에 의해 표면과 내부의 암석 색깔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하는 등 생물은 암석의 물리, 화학 특성에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는 극지의 암석 표면이 너무 춥고 자외선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암석 표면에서 1~2mm 정도 아래 떨어진 곳에서 층을 이루며 서식합니다. 이렇게 암석의 특징에 따라 서식하는 생물 종이 달라지는 현상을 생물학자들과 함께 연구했습니다.
   또한 암석에는 공극이라고 하는 공간이 있는데, 특히 공극이 많거나 치밀한 암석들이 있습니다. 공극이 많은 암석에서는 미생물이 공극 안에 살아가면서 작은 생태계를 만들기도 합니다. 지질도를 봤을 때 특정 지역에 공극이 많은 암석들이 존재할 수 있는데, 그런 지역들 중에도 특히 생물량이 많은 지역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연구를 했습니다.
   고생물학 연구자와도 함께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과거 캄브리아기에 형성된 퇴적암을 통해 그 당시 어떤 고생물이 살았는지, 어떤 환경이었는지를 알아보기도 하고 생물들이 자라나면서 퇴적체를 만들어가는 현상을 고생물학자 혹은 생태학자들의 연구 분야와 접목해서 융합연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융합연구 트렌드에서 가지는 ‘지구환경과학’의 위상, 자연과학의 학문적 특성
 
Q. 지구환경과학은 자연과학대학의 다른 분야보다 더욱 쉽게 타학문분야와 융합되는 학제적 성격을 가진 분야이고, 학제 간 연구가 주목받기 전부터 학제 간 연구와 유사한 성격을 띠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트렌드가 된 학제 간 연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구환경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학제 간 연구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A. 결국 어떤 분야든 깊이 파고들다보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물리학과 화학이죠. 이 두 분야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생물학도 화학 작용에 의해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구요. 비슷하게 지구과학 분야도 지구물리학, 지구화학 등 물리학, 화학, 생물학과 함께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구는 너무나도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어느 한 가지 분야의 지식만을 통해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 기후 위기도 과학적으로 폭넓게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기과학 분야의 연구 뿐만이 아닌, 지질과 해양학적인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저 비슷한 분야를 한 데 묶어 연구했던 옛날과 달리 현재는 이런 ‘다학제적  연구’의 의미를 더욱 잘 파악하고 실질적인 문제를 설정해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명확하게 학문 간 경계가 두드러지지 않고 경계에 있는 분야를 활발히 연구하고 계신 분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안진호 교수님(지구환경과학부 고기후/지구화학 전공)은 지질학 전공이지만, 빙하를 연구하면서 빙하를 둘러싼 해양, 혹은 빙하 속 공기 방울이 나타내는 대기 성분 연구 등 지질학을 넘어 해양학, 대기과학 분야에 걸친 주제까지 폭넓게 연결하여 연구하시기도 합니다. 지질학과 해양학, 지질학과 대기과학의 융합 연구 등, 점점 지구환경과학 내 대기과학, 해양학, 지질학이라는 세부 분야 간 교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양상을 보면 자연과학이라는 학문은 결국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융합 연구를 새로운 흐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연과학에 본래 내재된 특성이 표면화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학제 간 연구의 미래
 
Q. 교수님께서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융합연구가 있으실까요?
  
A. LAMP 사업 내 여러 연구 팀 중에서 ‘생명데이터과학센터’에 계신 지구환경과학부 황청연 교수님과 함께 미생물 연구를 해 본 경험이 있는데 이를 확장하여 더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오래된 미생물들의 흔적인 스트로마톨라이트의 경우 약 38억년 쯤 처음 등장해 현재까지 어떤 변화과정을 거쳐왔는지를 기록한 데이터베이스가 쌓여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 어떤 시대에 어떤 특징을 가진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발견되었는지를 정리해 둔 것인데, 우리가 잘 볼 수 없는 작은 흔적을 남기는 미생물부터 조류(algae)와 같은 조금 더 큰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미생물들이 스트로마톨라이트를 만드는데 많은 기여를 합니다.
 
 

「미생물 탄산염 층서상의 진화」스트로마톨라이트. (사진 =  우주선 교수님 연구실 홈페이지)
 
 

이런 미생물의 진화 과정과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진화 과정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미생물 연구를 하시는 분들과 함께 연구하는 것이죠. 황청연 교수님은 분자 시계(molecular clock) 등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특정 미생물 집단이 어떤 시점에 분화되었는지를 기록한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계신데, 제가 가진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진화 데이터와 연계하여 특정 시점의 미생물 진화와 미생물 퇴적체의 변화 관계를 면밀히 살펴보는 연구를 해 볼 수 있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융합연구 트렌드에 발맞추어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이 어떤 태도를 지니는 게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요즘 융합연구의 중요성이 많이 강조되면서 서울대학교에서 학부 대학을 신설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벽을 없애고 넓게 공부하라는 것인데, 솔직히 학생들 입장에서 특별히 뭘 하라는 것인지 감이 잘 안 잡힐 수도 있겠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시야를 넓힐 기회를 주려는 취지인 것 같은데, 이때 넓으면서도 ‘깊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금씩 많은 분야를 안다고 해서 융합연구를 할 수 있는 인재가 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인이 깊게 파서 연구할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학문 간의 연결성은 결국 그 학문의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갔을 때 보이는 것이기에 어떤 분야를 파서 연결점을 만들 수 있을지를 알아내려면 결국 그만큼 깊게 파고 들어가봐야겠죠. ‘본인만이 깊게 팔 수 있는 분야’를 찾는 것이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 분야 전체로 봤을 때도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우주선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행성지질학 분야에서 퇴적학이 수행하는 역할과 지질학이 천문학, 생물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특히, 좁은 의미에서 학제 간 연구로 볼 수 있는 지구환경과학 분야 내 대기과학, 지질학, 해양학 간 융합연구는 지구시스템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며, 새로운 학제 간 연구 트렌드라기보다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자연과학의 학문적 특성이 드러난 결과라는 견해를 들어 볼 수 있었다.
 
자:몽은 우주선 교수님에 이어 같은 연구팀 또는 연구센터에서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하고 계신 다른 교수님도 인터뷰하였다. 이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참고문헌
 
1. 김광은, 손영선 and 윤왕중. (2015). 지질자원 탐사를 위한 원격탐사 영상의 처리기법 및 활용 검토. 한국자원공학회지, 52(4), 429-457.
2. 달 및 행성과학. (n.d.). 한국천문연구원. https://www.kasi.re.kr/kor/research/pageView/274
3. 서울대학교 G-램프(LAMP) 사업단. (2024). 서울대학교 램프사업단. https://snulamp.snu.ac.kr
4. NASA/JPL-Caltech/MSSS. (2014). Martian Rock’s Evidence of Lake Currents [Image]. NASA. https://science.nasa.gov/resource/martian-rocks-evidence-of-lake-currents/
5. Sedimentary Geology Lab. (n.d.). Microbial Carbonates [Image]. SEDGEOLAB SNU. https://sites.google.com/view/sedgeolabsnu/research?authuser=0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이다인 기자 24dain@snu.ac.kr
                                               이시아 기자 siasia7788@snu.ac.kr
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