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대학 50주년 기념 행사 취재 리포트] 제 1차 자연과학 미래포럼 성료, ‘자연과학의 현재를 되짚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이시아
지난 5월 9일,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28동 101호 대형강의실에서 제1차 <자연과학 미래 포럼>이 개최되었다. 포럼은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50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1,2차로 나뉘어 각각 5월과 6월 중순에 진행된다. 이번 1차 포럼은 국내외 석학 4명의 교수를 초청하여 현재까지의 연구 업적과 자연과학이 나아가야 할 교육 및 연구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는 학술적인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1차 포럼 포스터. (사진 = 기획대외협력실 제공)
진행을 맡은 남좌민 기획부학장은 “이번 포럼은 자연과학대학 50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50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50년을 함께 준비하고 설계하기 위해서 준비한 자리입니다. 국내외 석학 네 분을 모시고 자연과학의 주요 현황과 자연과학이 나아가야 할 미래 방향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합니다.”라고 행사 의의를 밝혔다.
자연과학대학 유재준 학장은 환영사에서 한국 기초과학의 짧은 역사와 앞으로의 도약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 학장은 “최근 국가적으로 기초과학 분야에 R&D 투자를 많이 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근간은 채 50년이 되지 않았다”며, “대학 차원의 연구 활동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도 2000년대 이후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50년이 아니라 약 25년간의 연구 성장을 거쳐 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우리나라 자연과학으로서의 정체성에 더욱 뿌리를 내리고 도약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포럼이 그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홍근 교수의 강연 모습. (사진 = 이시아 기자)
행사 1부는 하버드대학교 화학•화학생물학과 박홍근 교수의 강연으로 시작되었다. 박홍근 교수는 1986년 서울대학교 화학부에 입학하여 90년대 졸업 후 99년부터 하버드에서 교수로 재직하였다.
강연 주제는 ‘Beyond Excellence’로, 최근 박 교수의 주요 연구 주제인 ‘nano quantum science’의 연구 내용을 소개하고 끝으로 자연과학 분야의 리더가 되기 위한 자질을 언급하였다. 연구분야는 Atomically Thin Quantum Canvas, Quantum Communication and Sensing, Brain Machine Interface로 나누어 소개하였다.
현재는 양자 과학에 있어 Second Quantum Revolution이라고 부르는데, 하나하나의 양자들을 정확하게 컨트롤 할 수 있는 방법들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최근 양자 과학 분야와 관련된 혁신적인 연구들은 거의 모든 것이 ‘하나하나의 양자들을 어떻게 제어하는가’와 관련되어 있다.

nano quantum science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하는 박홍근 교수. (사진 = 이시아 기자)
첫 번째 연구 주제는 어떻게 atomically thin material을 이용해서 퀀텀 시뮬레이터를 구현하는가에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퀀텀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automatically thin material이 quantum canvas로 들어가 전자 밀도를 바꿔준 후, 그곳에 빛을 비추었을 때 실제로 전자들이 어떠한 구성을 할 수 있는지 연구하였다. 이 과정에서 Wigner crystal이 형성되는 과정과 또 그것을 겹쳤을 때 발생하는 현상들을 알아냈다.
두 번째 연구 주제는 Quantum Communication and Sensing으로 Quantum Communication 연구란 하나 하나의 광자를 사용해 절대로 도청할 수 없는 새로운 통신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통신 방식의 문제점은 각각의 광자가 정보 단위이기 때문에 단 하나라도 손실되면 안 되며, 또한 광자는 복제할 수 없기에 먼 거리로 직접 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양자 중계기(quantum repeater)'를 사용하며, 큐빗(qubit)과 양자 메모리 등을 활용해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을 오랜 시간 유지하면서 장거리 양자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들이 연구되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quantum repeater를 만들기 위해 다이아몬드에 있는 컬러 센터(color center)를 이용했다. 다이아몬드 안에 있는 여러 color defect를 이용해 퀀텀 커뮤니케이션 단위를 만들고, 여러가지 photonic structure를 통해 작년 실제 사용가능한 양자 중계기를 개발했다.

다이아몬드 컬러 센터(color center)를 설명하는 박홍근 교수. (사진 = 기획대외협력실 제공)
세 번째 연구 주제는 brain machine interface이다. 하버드 전자공학과 교수와의 공동 연구로, 박 교수는 ‘뇌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호기심에서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10억개의 뉴런으로 1조개의 연결을 이루는 뇌는 인간의 모든 의사결정을 담당한다. 그러나 뇌가 소모하는 파워는 20W에 불과하다. 이런 일이 가능해지는 이유를 알기 위해 brain machine을 이용한다. 뇌 세포를 연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patch clamp인데, 하나하나의 뇌세포에 글래스 피펫을 대어 구멍을 낸 후 뇌세포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하나의 세포에 기구를 꽂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므로 이에 대한 대안으로 microelectron array를 사용한다. 이 경우 세포 간 여러 개의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signal이 천 배 정도 나빠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박 교수 연구팀은 이 두 가지 방법의 장점만을 활용해 컴퓨터 칩과 뇌를 연결하는 바이오 인터페이스를 개발하였다.
연구 소개를 마친 후 박홍근 교수는 강연의 키워드인 ‘Beyond Excellence’의 의미를 설명하며 진정한 리더십을 갖추기 위한 자질을 강연하였다.
박 교수는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탁월함(excellence)’을 넘어 ‘트렌드세터(trendsetter)’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들이 하지 않는 어려운 일을 홀로 해내는 사람이 ‘excellent’라면, 그 일을 다른 사람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이 ‘trendsetter’”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더는 혼자만의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질문을 만들고 이에 대한 답을 여럿과 함께 탐구해나가는 사람이어야 한다”며, 창의적인 질문 제시와 집단적 지식 확산을 통한 리더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강연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먼저 트렌드세터와 리더를 키우기 위해 앞으로 대학에서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박 교수는 “보통 대학 강의에서는 문제를 푸는 방법을 배우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질문을 할 것인가’이다.”라며 대학 교육에서는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을 길러내야 하고, 또한 그런 질문을 만드는 사람이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설득할 수 있는 장이 구축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또한 연구자로서 인생의 전환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 “좋은 선생, 좋은 학생,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었다며 연구에 있어 많은 사람과의 소통하는 것의 중요성을 언급하였다.

김빛내리 교수 강연 모습. (사진 = 이시아 기자)
1부 두 번째 강연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의 “RNA: 생명의 기원에서 치료제까지”로 진행되었다. 김 교수는 연구 과정에서 했던 생각들과 앞으로 연구가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한 바를 공유하고, 마지막으로 자연과학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 바를 공유하고 싶어 강연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RNA는 생명의 기원부터 현재의 치료제까지 많은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오고 있는 분자로, 유전정보를 저장하는 동시에 효소로서의 역할도 수행 가능하다.
김 교수는 메신저로서의 RNA의 역할을 언급하며, 결국 DNA의 가장 중요한 역할도 RNA의 생산이기에 RNA가 생명활동의 핵심임을 강조하였다. 김 교수는 ‘어떤 RNA를 어느 시기에 얼마나 만드는가’가 모든 세포의 양과 생성 시기, 전체 유전자의 네트워킹을 결정하며 모든 생명현상, 즉 특정 질환이나 노화 발생과정 전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RNA를 언제 얼마나 만들어내는가가 생물학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생명현상의 공통적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RNA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빛내리 교수 강연 현장. (사진 = 기획대외협력실 제공)
이외에도 regulator로서의 RNA, biomedical tools로서의 RNA 등 RNA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설명하였다. regulator로서의 RNA와 관련하여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siRNA를 활용하여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제어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biomedical tools로서의 RNA는 최근 10년간 큰 성과를 이루었는데,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를 종료시킨 mRNA 백신이 그 예시이다. RNA가 특히 유용한 이유는 저분자 화합물보다 안정성이 높고 모든 유전자 타겟이 가능하며 서열만 알면 신속하게 디자인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서열만 알면 생산이 쉽고 소량과 대량 생산 모두 가능하며 개발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개인 맞춤형 약품 개발이 가능하며, 신종 전염병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용하다.
현재는 mRNA 백신을 암 치료제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mRNA가 세포에 유입된 후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가에 대한 연구가 많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김빛내리 교수 연구팀은 세포 안에서 백신을 도와주거나 저해하는 물질을 찾는 연구를 수행하였고, 이를 조절하는 여러 유전자를 발견하는데 성공하였다.

mRNA 백신에 대해 설명하는 김빛내리 교수. (사진 = 이시아 기자)
김 교수는 “이 연구는 백신을 맞게 된 후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것으로, 단순히 궁금증에서만 그치지 않고 실제 연구로 이어가 성과를 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연구 과정에서 간혹 이상한 연구 결과가 나오는데, 이것은 과학자로서의 축복”이라며 “이상한 결과는 기존 이론에 맞지 않는 결과라는 뜻이기에 기존에 있던 이론 상의 오류를 짚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라고 과학자로서 가져야 할 연구 태도를 짚었다.

‘미지의 미지’를 찾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김빛내리 교수. (사진 = 이시아 기자)
강연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자연과학의 미래에 대해 고민한 바를 공유하며, 과학자로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unknown unknown’ 즉 ‘미지의 미지’를 찾는 것이라 강조하였다. 즉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자 어려운 일”이라며 unknown unknown을 찾아내는 것이 공학과 구별되는 자연과학의 역할임을 역설하였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 대학원생은 “가설과 맞지 않은 데이터가 나올 때, 이것이 자연의 작은 틈새 때문인지, 실험을 잘못했기 때문인지 판단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이 두 가지 가능성 사이에서 답을 못 찾고 헤매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를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실험 과학을 하는 경우 자기 손을 믿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 때 자신감이 중요한데, 이런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평소 실험적 숙련도를 높여 놓아야 한다”고 답변하였다.
김빛내리 교수 강연의 질의응답을 끝으로 1부가 마무리 되었고, 10분의 쉬는 시간을 가진 후 2부 행사가 시작되었다.
2부 첫 번째 강연은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정현석 교수가 맡았으며, ‘양자세계에 대한 탐구에서 양자컴퓨터까지’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2025년 UN에서 선정한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양자 과학 기술’이다. 최근 양자 과학과 관련하여 여러 기술들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전 세계적인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양자역학의 역사를 설명하는 정현석 교수. (사진 = 이시아 기자)
정 교수는 양자역학의 역사, 지난 100년 간 양자 역학이 인류에 미친 영향에서 시작하여 앞서 박홍근 교수가 언급했던 2차 양자혁명의 시대 주요하게 다뤄지는 개념인 양자 중첩과 양자 얽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양자 중첩이란 양자가 A상태와 B상태 중 하나의 상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두 상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는 양자정보기술을 위한 새로운 정보처리의 단위인 큐빗(qubit)을 가능하게 한다. 이것이 거시적인 규모에 적용되면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같이 물체가 죽은 상태와 산 상태의 중첩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현재 과학자들은 양자 중첩 상태가 어느 정도의 규모까지 가능한 것인지 양자 역학의 극한 검증을 계속해나가는 중이다.
이러한 양자 중첩을 여러 개의 입자로 확장하면,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입자들 사이의 상관관계인 비국소성(nonlocality) 양자 얽힘을 볼 수 있게 된다. 양자 얽힘은 양자 컴퓨터와 양자 통신 등 양자 정보 기술을 위한 자원으로서의 가치가 많이 밝혀져 왔다. 특히 지난 30년간 양자 중첩의 측정과 제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중첩을 실험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었다.
2012년 단일 물리계의 제어, 즉 양자 중첩을 제어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S.Haroche 교수는 2007년 공동 안에서 빛으로 슈뢰딩거 고양이 상태를 만들어 내는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 때 두 개의 피크가 서로 떨어져 있고 그 사이 확률분포가 음의 값이 나타나는 부분이 존재하는데 이는 양자적인 간섭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S.Haroche의 슈뢰딩거 고양이 상태의 생성 및 관측 연구를 설명하는 정현석 교수. (사진 = 이시아 기자)
이어 정 교수는 실험 물리학자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S.Haroche 교수의 연구와 달리 공동이 아닌 진행하는 빛을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소개하였다.

양자역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강연하는 정현석 교수. (사진 = 기획대외협력실 제공)
2022년에도 양자 얽힘을 이용한 비국소성을 확립한 공로로 3명의 과학자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정 교수는 “이렇듯 양자 중첩과 얽힘을 제어하고 측정하는 기술들이 지난 2-30년간 많이 발전하였고, 이것이 양자 정보 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었다.”고 설명하였다.
이어 양자컴퓨터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회의적 전망이 공존함을 언급하며 작년 9월 신설된 서울대학교의 하이브리드 양자 컴퓨팅 센터에 대해 소개하였다.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 센터를 소개하는 정현석 교수. (사진 = 이시아 기자)
정 교수는 양자 기술은 다학제적인 성격이 높은 분야이기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의 집단 연구가 필수적임을 언급하면서 “서울대학교의 연구 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하여 양자 기술 연구팀을 구성할 필요를 느끼고 새로 양자 컴퓨팅 센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자연과학대학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를 끝으로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정 교수는 “어느 정도의 noise가 있는 상태에서도 실용적인 기술을 찾아내야 하는 시점이다. 제어할 수 있는 큐빗 수를 찾는 것이 어려우므로 그 과정 중간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라고 양자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자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였다. 또한 “처음에는 자연과학, 이론 물리학자라는 아이덴티티가 강했는데 연구를 하다보니 공대 교수님과 연합 연구를 하기도 하는 등 융합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융합을 통한 혁신이 중요할 것이다”라고 융합 연구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였다.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에서 양자 컴퓨팅을 구현하기 위해 현재 진행중인 가장 유망한 기술을 묻는 질문에 대해, “실제 양자 기술에는 기술적 장벽이 많지만 지난 10년간의 발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인상적”이라며 “따라서 너무 높은 목표를 잡지 말고, 중간 정도의 목표, 즉 고전적인 컴퓨팅보다 근사를 잘하는 것을 목표로 잡는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발전을 이룰 것”이라 답변하였다.
2부 두 번째 순서에서는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종신석좌교수인 박남규 교수가 ‘페로브스카이트와 만남 그리고 그 이후’를 주제로 강연하였다.

박남규 교수 강연 모습. (사진 = 기획대외협력실 제공)
박남규 교수는 본격적인 강연 시작에 앞서 “우리나라가 최근 노벨과학상에 대해 국가적인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의 많은 과학자들이 수행 중인 연구 분야가 노벨 심포지엄 주제로 선정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가 어떻게 세간의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를 설명하며 “진정한 즐거움은 어떤 사실을 아는 것으로부터가 아니라 그것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공상과학소설가 아이작 아시모프의 격언을 인용하였다. “앞선 교수님들이 호기심, 재미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마찬가지로 과학적 연구의 시작은 ‘재미있다’라는 생각, 즉 호기심에서 출발한다”며 “획기적인 생각의 전환이 과학기술에서 필요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이어 그는 석박과정에서 수행했던 주요 연구들을 소개하였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대학에 입학하여 졸업 후 비디오 테이프를 만드는 회사에 먼저 취직했던 그는 초전도체에 대한 광고를 보고 관련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하여 고체화학연구실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하며 페로브스카이트 연구를 접했다.
석사 과정에서는 더블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를 연구했으며, 박사 과정에서는 초전도체 연구로 전향하여 주로 구리 산화물 기반의 층상 구조 초전도체를 다뤘다. 이 구조에서는 층 사이에 다른 원소를 삽입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비스무트 기반 초전도체에 요오드를 삽입하면 임계온도가 크게 감소함을 보여주었는데, 이를 통해 층 사이의 물리적 간격이 초전도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반해 박남규 교수는 Metal-halide를 삽입했을 때 임계온도가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하는 현상을 실험적으로 밝혀내 단순한 물리적 거리보다는 전하 전달과 관련된 화학적 상호작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후 베이퍼 트랜스포트 반응을 활용해 머큐리 브로마이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합성했다.

박사 과정에서 수행했던 연구를 소개하는 박남규 교수. (사진 = 이시아 기자)
박남규 교수는 첫 번째 포스터 닥터로 프랑스 CNRS ICMCB에서 전기변색 소재를 연구한 뒤, 두 번째 포스트 닥터 시절 미국 NREL(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에서 태양전지 연구에 참여하며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처음 접했다. 이 과정에서 티타늄 산화물(TiO₂)의 루타일 상을 실온에서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루타일 기반의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연구했다. 귀국 후에는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2차 전지를 포함해 염료감응 태양전지 연구를 이어가며, 바인더 없이 저온에서 제조 가능한 TiO₂ 페이스트를 개발해 플렉시블 태양전지 응용 가능성을 넓혔다. 이후 3년 반 동안 KIST에서 페로브스카이트를 깊이 있게 연구를 하기 시작했는데, 박 교수는 “3년 반의 연구가 마치 10년 동안 연구를 한 것처럼 열정적이었다”고 밝혔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원래 광물 이름에서 유래한 결정 구조로, 1839년 우랄산맥에서 발견된 칼슘 티타늄 산화물(CaTiO₃)의 결정구조를 분석한 것이 시작이다. 이 구조는 러시아의 광물학자 페로브스키(Perovskite)의 이름을 따 명명되었다.

페로브스카이트에 대해 설명하는 박남규 교수. (사진 = 이시아 기자)
페로브스카이트 구조는 일반적으로 ABX₃ 형태로, A와 B는 양이온, X는 산소 또는 할로겐 등 음이온이다. B 자리는 작고 단단한 금속 이온이 6개의 음이온과 결합해서 단단한 틀을 만들고, A 자리는 그 틀 사이의 넓은 공간에 들어가며 12개의 음이온과 느슨하게 결합하기 때문에 덩치 큰 유기 분자도 쏙 들어갈 수 있다.
이러한 결정 구조는 전기화학적 성질이 우수하고 기존의 산화물 계열 태양전지 재료와는 차별화된 효율을 가지고 있어 차세대 태양전지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처음 태양 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를 이용했을 때는 2-3%정도로 효율이 매우 낮았는데, 박남규 교수 연구팀은 이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지속하였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했을 때 불완전하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여 안정성을 높이고 매질의 두께를 낮추는 방식으로도 연구를 지속하여 효율을 높였다. 현재는 약 27%의 효율이 나오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이 상용화를 위해 연구개발 중이다.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한 태양 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설명하는 박남규 교수. (사진 = 이시아 기자)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연구자가 가져야 할 자질에 대해 “한 우물을 파되 다양한 연구 분야의 경험을 쌓을 것”을 강조했다. 또한 연구는 절대 혼자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동료 연구자가 반드시 필요하고, 국내 뿐만이 아니라 국제적 협력도 중요함을 언급하였다. 박 교수는 “전문가가 됐을 때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학회에 계속 참석하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의 도움 없이는 결과가 만들어 질 수 없으므로 좋은 학생들과 지속적인 연구비 역시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름길과 우회로에 대한 비유를 들며 “저는 만 나이로 50에 학교에 교수가 되었는데 지름길이 좋을지 우회가 좋을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늦은 시기에 빛을 본 훌륭한 인물들이 많습니다.”라며 나이와 상관없이 한 명의 연구자로서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또한 “학생과 교수가 동등한 위치에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학에서 학생-교수 간 수평적 논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교수-학생 간 수평적 논의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박남규 교수. (사진 = 이시아 기자)
박남규 교수의 강연을 끝으로 2부 행사가 막을 내렸고, 이후 유재준 학장과 남좌민 기획부학장, 4명의 강연자가 함께하는 패널 토론이 이루어졌다. 아래는 패널 토론에서 네 가지 키워드 ’Beyond Excellence’, ‘미지의 미지(Unknown unknowns)’, ‘초융합(Transdisciplinary) 연구 혁신’, ‘자연과학의 위기’와 관련하여 앞으로의 자연과학대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각 패널들의 견해를 정리한 것이다.

패널 토론 모습. (왼쪽부터 남좌민 기획부학장, 김빛내리 교수, 박홍근 교수, 정현석 교수, 박남규 교수, 유재준 학장) (사진 = 기획대외협력실 제공)
패널 토론
Beyond Excellence - 트랜드 세터 양성을 위한 기반 구축
박홍근 교수: 내가 여러분께 바라는 것은 학분분야를 트는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중요하다. 연구자로서 발행한 논문 수 같은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확신’, 그리고 자신의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대학이 그런 사람을 뽑고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틀렸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그 사람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뽑았다고 그 연구 분야가 언제나 좋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그 분야에 배팅을 했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 틀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학교 단위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고 그렇게 될 수 있는 소사이어티가 필요하다. 정말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뽑아서 많이 도와줄 수 있는 자신감과 관용, 잘못을 했을 때는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합쳐져야 트렌드 세터를 만들어내는 장을 형성할 수 있다.
Unknown unknowns - 질문을 던지는 습관의 중요성
김빛내리 교수: unknown unknowns에 대해 우리가 뭘 모르는지 알아내는 것이 기초과학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씀드렸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에 대해 대학 교육자로서 많이 고민해보았다. 원래 재능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을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사람의 뇌는 많이 변화한다. 능력이나 잠재력도 길러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기심과 생각의 깊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스스로 습관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항상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질문을 적어 다닌다. 누군가의 말을 들을 때 질문을 생각하면서 듣는다. 인간의 뇌는 plastic하다. 지금부터 여러분이 성장할 수 있는 범위는 굉장히 넓고, 나 또한 늦은 나이까지도 대단한 발견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초융합(Transdisciplinary) 연구 혁신 - 협력과 융합
정현석 교수: 좋은 연구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문제를 잘 식별하고 찾아내는 것, 찾아낸 문제를 끈기 있게 끌고 나가는 것’이다. 이번 강연을 들으면서 어떤 교수님이 연구에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답변한 것이 생각났다. 인간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내 장점과 다른 사람의 장점을 융합하여 새로운 문제를 창출해내고 해결해나가야 한다. 교육 역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자연과학이라는 바운더리를 넘어 협력과 융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자연대의 교육 방향도 이 곳에 초점을 두어 진행해야 할 것이다.
나는 자연과학자, 이론물리학자라는 정체성이 강하고 가장 근본적인 것에 대한 질문과 답을 연구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응용 연구를 하더라도 그런 태도와 관점을 갖는 것 같다. 이런 마인드를 갖고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융합 연구를 하더라도 뿌리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론물리학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은 학자로서 좋은 자세라 생각한다. 융합이라고는 하지만 너무 많은 걸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이에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가 있어야 한다. 기웃거리면서 이것저것 아는게 아니라 뭐 하나를 제대로 알고 이것이 다른 것과 결합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스스로 만능이 되고자 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것 같으므로, 내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협업과 공동연구를 통해 채워나가라.
자연과학의 위기 - 대대적인 시스템 변화 필요
박남규 교수: 서울대의 위치가 전 세계적인 랭킹으로 보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너무 안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인 듯하다. 너무 자연과학에 치중하지 말고 드러내고 홍보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 같다. 교수님들의 역할은 학생들을 동등한 위치까지 끌어올리는 것인데 예전에는 교수라는 위치가 너무 위에 있어서 학생과 교수 간 수평적 소통이 부족했다. 현재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 자연과학 분야가 MIT, 하버드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세계적인 분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사회자(남좌민 기획부학장): 좋은 말씀 감사하다. 현재 자연대 내 융합 연구가 부족한데, 이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 비전이 필요하다.
유재준 학장: 박남규 교수님이 말씀해주신 부분이 저희가 넘어야 할 한계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지난 50년 간 주로 excellence를 추구했다. 서울대는 공부로 1등한 사람을 모아놓은 것인데, 50년간 세계 1등의 자리에 왜 오르지 않았는가. 반성 없이는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여러 코멘트와 의견 역시 다 공감가는 내용들이다. 김빛내리 교수님이 말씀하신 교육에서 질문 던지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오랜 숙제로 남아있다. 나도 그렇게 배웠고 서울대 학생들도 고등학생 때까지 시험 잘보고 점수 잘 받는 걸로 훈련받은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그 특성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질문하면 틀릴 수 있고, 자기 생각이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할 수 알아야 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하는데, 아직까지의 교육 시스템에서 이런 역량을 기르는 데 한계가 있다.
(중략) 요즘에는 과학이 기술로 바로 연결되는 세상이다. 우리가 과학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홍근 교수님이 말씀하신 트렌드세터가 그 물줄기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특정 한 분야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기존에는 학과 단위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구조를 가졌다면 앞으로의 50년에는 조금 더 넓어져서 경계를 넘어 다른 분야와 소통하고 물줄기를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무엇을 더 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 중이다. 선진 대학에서 어떻게 하는지도 보고 있고 알고는 있는데, 정해졌다고 답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우리의 문제가 어떤 것인지 더 고민해야 할 것 같고, 50주년 행사를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new question을 만들어내고 우리에게 맞는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여러 말씀 감사하고 국내 뿐 아니라 국외에도 드러낼 수 있는 자연과학대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패널 토론은 유재준 학장의 연설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유재준 학장은 “좋은 발표를 맡아주신 네 분의 연사와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참석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인사를 전했다. 이어 “자연과학대학은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며 이번 포럼이 서울대 자연과학대학뿐 아니라 우리나라 과학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리고, 학생들도 좋은 의견이 있다면 교수님을 통해서든, 학장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서든 언제든 제안해 달라”며 “그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향과 해결책을 찾는 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단체사진 촬영과 함께 전체 행사가 종료 되었다.
한편 2차 포럼은 6월 27일(금) 개최된다. 2차 포럼에서는 이번 1차 포럼에서 언급된 논의들을 토대로 보다 정량적인 지표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번 포럼이 자연과학대학 구성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만큼, 향후 열릴 2차 포럼에도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어지길 바란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이시아 기자 siasia778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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