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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의 과학

자연대 학생기자단 자:몽 7기 | 이다인

   클래식 공연, 오페라,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예술의 감동은 직접적으로는 무대 위 연주자, 배우, 가수의 수행에서 오지만 이 감동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극대화하는 것은 극장의 음향, 시야 등의 공간 설계와 특수효과에 있다.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 소리가 모든 관객에게 풍성하고 분명하게 전달되어야 하고, 자리에 따른 시야의 방해가 최대한 없어야 하고, 때로는 무대만의 볼거리, 특수효과가 관객을 공연 안으로 끌어당겨야 한다. 여기에는 숨은 과학적 원리들을 알아보자.

음향의 과학

   공연장의 음향을 말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바로 잔향 시간이다. 잔향시간은 소리가 멈추고 음압이 60dB 감소하기까지의 시간을 의미하는데 오페라나 클래식 공연은 음이 풍성하게 울려야 하기 때문에 2초 내외가 되도록 설계하고 대사와 음악이 공존하는 뮤지컬은 명료한 음향이 중요하고 전자음으로 증폭하기 때문에 잔향을 짧게 한다. 본래 뮤지컬 전용으로 기획된 공연장이 아니라 오페라나 클래식 공연장으로 기획된 극장에서 뮤지컬 공연이 올려지는 경우 소리가 지나치게 퍼져나가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물리학자 Sabine이 경험적으로 만든 잔향 시간 공식은 다음과 같다.RT60=0.161V/A (V는 공간의 부피, A는 흡음률)
잔향 시간과 공연장의 부피는 비례관계에 있고 보통 천장을 높게 설계하여 잔향 시간을 길게 한다. 또, 공연장의 모양도 영향을 주는데 직사각형 모양의 슈박스(shoebox) 홀은 객석이 무대를 부채꼴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팬(fan) 형과 비교할 때 두 평행하는 벽이 가까이 위치해 측면 반사음이 풍부하기 때문에 깊이 있는 음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¹

1)Pätynen, J., Tervo, S., Robinson, P. W., & Lokki, T. "Concert halls with strong lateral reflections enhance musical dynamic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1, no. 12 (2014): 4409–4414. 


직사각형 모양의 슈박스(shoebox) 홀로 유명한 빈의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사진=중앙일보 기사 인용)²


2) 류태형. (2022, 10월 18일). 빈의 황금홀.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9931 

부채꼴 모양의 팬(fan)형 런던 바비칸 홀(사진=바비칸 홀 홈페이지)


   공연장의 형태뿐만 아니라 소리가 부딪혀 반사되는 구조물도 음향에 영향을 준다. 공연을 보기 전 천장을 관찰해보면 공연장의 천장은 그냥 평평한 천장이 아니라 볼록한 곡면 패널들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볼록한 표면들은 소리를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반사해주는 역할을 한다. 평평한 천장은 평면 거울처럼 소리를 한 방향으로만 반사하는 정반사를 일으켜 특정 좌석에 반사음이 집중될 수 있는데 볼록한 표면은 넓은 각도로 소리를 분산시킬 수 있다.

뮤지컬 공연장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의 볼록한 천장(사진=블루스퀘어 홈페이지)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사이드 박스석에서 본 볼록한 천장(사진=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시야의 과학

   공연장에서 시야가 좋은 자리란 무대와 얼마나 가까운지도 중요하겠지만 단차가 충분히 확보되어 앞사람에 의해 뒷사람의 시야가 방해되지 않는지도 중요하다. 때문에 공연장을 설계할 때는 모든 좌석의 시야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를 설계 단계에서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사용하는 지표가 C값이다. C값은 뒷줄 관객의 눈높이에서 바로 앞줄 관객의 머리 꼭대기를 지나는 시야선까지의 수직 거리로, 값이 클수록 시야 방해 없이 무대를 볼 수 있다. C값은 다음 공식으로 계산된다.
C = (D + T)(N + C₀) / D − C₀ (D: 해당 열에서 무대 초점까지의 수평 거리, T: 행 간격, N: 해당 열의 단 높이, C₀: 바로 앞열의 C값) 
영국 정부 발행 공연장, 경기장 안전 기준서 Guide to Safety at Sports Grounds는 C값을 최소 60mm, 권장 90mm, 이상값 120mm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상적인 시야를 만드는 단차 설계(그림=Guide to Safety at Sports Grounds)³


3)Green Guide 5th ed., p109, https://www.starenaaust.com/products/stadium-seating/sight-lines

특수효과의 과학

   바닥에 깔리는 안개 효과는 드라이아이스(고체 CO₂)를 이용해 만든다. 드라이아이스는 상압에서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기체로 승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흡수하여 드라이아이스 주변 공기를 급격히 냉각시킨다. 냉각된 공기는 밀도가 높아져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주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이 냉각된 공기층과 접촉해 이슬점 이하로 냉각되면서 작은 물방울로 응결된다. 이렇게 형성된 물방울은 밀도가 높은 냉각 공기 및 CO₂ 기체(1.98 kg/m³, 일반 공기 1.29 kg/m³보다 무거움)와 함께 위로 떠오르지 못하고 바닥을 따라 퍼지며 구름 같은 효과를 만들어낸다.

드라이아이스로 만들어진 뮤지컬 <몽유도원> 속 안개 효과(사진= ACOM MUSICAL 유튜브)


   스트로브 효과는 인간이 빛의 깜빡임을 일정 주파수 이상에서는 연속적인 빛으로 인식한다는 시지각의 특성을 역으로 활용한 기술이다. 영화가 빠르게 교체되는 정지 프레임들 사이의 빈틈을 뇌가 자연스럽게 채워 연속된 움직임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원리라면, 스트로브는 반대로 연속된 움직임 사이에 짧고 강렬한 빛을 규칙적으로 터뜨려 움직임을 마치 스냅샷처럼 끊어서 인식하게 만드는 효과다. 이 효과가 작동하려면 깜빡임의 주파수가 특정 범위 안에 있어야 한다. 인간의 시각계는 깜빡이는 빛이 일정 주파수를 넘어서면 개별 점멸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빛으로 인식하는데, 이 경계를 임계융합주파수(Critical Flicker Fusion frequency, CFF) 라고 한다. CFF는 자극의 밝기와 대비에 따라 달라지고 일반적으로 50~90Hz 범위다. 다만 개인차도 상당히 커서 한 연구에서 피험자 간 최대 약 30Hz의 차이가 관찰되었다.⁴ 스트로브 효과는 빛을 연속적으로 인식하지 못해야 하기 때문에 CFF보다 낮은 주파수에서 발생한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가 CFF 이상의 프레임 속도를 이용해 연속성의 착각을 만들어낸다면, 스트로브는 그 아래에서 끊김 자체를 효과로 쓰는 셈이다. 깜빡임의 주기가 너무 길어도 안 된다. 조명이 꺼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앞 장면의 잔상이 사라지고 눈이 어둠에 적응하면서 다음 빛이 켜지기 전의 움직임까지 인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스트로브는 CFF 이하이되 잔상이 남을 만큼 충분히 짧은 주기로 빛을 간헐적으로 발사할 때, 움직임을 순간으로 쪼개는 강렬한 시각 효과를 만들어낸다.

4)Mankowska, N. D., Marcinkowska, A. B., Waskow, M., Sharma, R. I., Kot, J., & Winklewski, P. J. (2021). Critical Flicker Fusion Frequency: A Narrative Review. Medicina, 57(10), 1096.

무언극  속 스트로브 효과(사진 = The McKithan Hotel 유튜브)

   무대 위 공연예술이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공연의 의도에 맞는 극장의 음향 설계와 인체를 고려한 단차 설계,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을 공연에 몰입시킬 수 있는 특수효과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앞으로 공연을 볼 때 극장의 소리가 어떻게 울리는지, 자리별 시야가 어떻게 설계되었는지, 특수효과들이 어떤 원리로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본다면 더 풍성한 관람 경험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Pätynen, J., Tervo, S., Robinson, P. W., & Lokki, T. "Concert halls with strong lateral reflections enhance musical dynamic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1, no. 12 (2014): 4409–4414. 
류태형. (2022, 10월 18일). 빈의 황금홀.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9931 Green Guide 5th ed., p109, https://www.starenaaust.com/products/stadium-seating/sight-lines
Mankowska, N. D., Marcinkowska, A. B., Waskow, M., Sharma, R. I., Kot, J., & Winklewski, P. J. (2021). Critical Flicker Fusion Frequency: A Narrative Review. Medicina, 57(10), 1096.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이다인 기자 24da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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