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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여름 자몽 시리즈] 06. 프로젝트 헤일메리: 과학은 무엇을 바라는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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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대 학생기자단 자:몽 9기 | 조경진
 

[사진1]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포스터. (사진: 소니 픽처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2026년 3월에 개봉하여 수많은 관심을 받은 SF 영화이다. 필 로드, 크리스토퍼 밀러 감독이 연출하였고, 라이언 고슬링과 산드라 휠러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는 중학교 과학교사 출신의 분자생물학자 라일랜드 그레이스의 시선을 따라간다.

[사진2]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사진: 소니 픽처스)
 
 

   그레이스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채 우주선에서 눈을 뜨고,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린다. 떠올린 기억들을 차근차근 밟아가며, 그레이스는 지구가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우주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로 인해 절멸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지구 멸망을 막기 위해 ‘헤일메리호’를 타고 12광년 떨어진 타우 세티 항성계로 파견된 유일한 생존자임을 점차 깨닫는다. 타우 세티에 도착한 그는 에리드 행성의 외계인 엔지니어 '로키'를 만나 수학과 과학을 매개로 소통하고, 함께 아스트로파지로 인한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유대감을 쌓는다. 서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진화한 두 지성체가 각 종의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과정은 ‘우주 공통의 언어’로 불리는 수학과 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처럼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SF영화인 만큼 수많은 과학적 개념으로 풍부하게 구성되어 있다. 지금부터는 <프로젝트 헤일메리> 속 다양한 외계 생명체와 ‘헤일메리호’에 숨어있는 과학을 살펴본다.

[사진3] 칠레 제미나이 망원경이 2014년 포착한 51 에리다니 태양계에서 발견된 외계 행성 ‘51 에리다니 b’. (사진: NASA)
 
 

   영화의 핵심 설정으로 볼 수 있는 외계 생명체부터 살펴보자. 아스트로파지와 타우메바, 그리고 로키는 모두 지구와 가까운 행성계에서 기원한 생명체로 묘사되는데, 이는 우리 우주상에 실재하는 행성계를 기반으로 한다. 아스트로파지는 지구와 근접한 여러 항성에 존재하고, 타우메바는 지구로부터 약 12광년 떨어진 타우세티 행성계에 존재하며, 로키는 지구로부터 약 16광년 떨어진 40 에리다니 행성계에서 살아간다.

1. 아스트로파지: 인류의 멸망과 희망
 

질량-에너지 동등성 관계식
 
 

   우주 미생물 아스트로파지는 작중에서 지구의 생명체와 유사하게 탄소, 수소, 산소로 이루어진 외계 생명체로 묘사되며, 모든 파장 영역대에서 검은색을 띤다. 이러한 특성은 입사하는 모든 파장의 전자기파를 흡수하는 이상적인 흑체(Blackbody)를 연상시킨다. 흥미로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태양을 비롯한 항성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흡수하고 질량으로 저장한 뒤, 적외선 영역대의 ‘페트로바 선’을 방출하며 저장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이때 아스트로파지의 에너지 저장 과정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속 핵심 개념인 질량-에너지 동등성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질량-에너지 동등성은 질량과 에너지는 본질적으로 같아 서로 전환될 수 있음을 말하며, 특히 E=mc^2의 관계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식에 따르면 아주 작은 질량으로도 막대한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방출할 수 있다.
 
   작품에서는 아스트로파지가 체내에서 어떤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중성미자 반응이 발생한다고 상상한다. 이때 아스트로파지의 에너지 효율은 거의 100%에 달하는 효율에 달하는데, 이는 사실상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 모든 질량이 에너지로 바뀌는 쌍소멸에 가까운 이상적인 효율이다. 태양의 중심핵에서 발생하는 수소 핵융합 과정은 반응하는 질량의 단 0.7%만이 결손되어 에너지로 전환됨에도 불구하고 태양계 전체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이 점을 고려해보면, 아스트로파지는 질량 전부를 에너지로 전환하기에 엄청난 효율을 가진 에너지 전환 과정을 지님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아스트로파지의 에너지 저장 효율은 작중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기도,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작중 타우세티 항성계로 인류 멸망 전에 이동하는 것은 오로지 아스트로파지를 우주선의 연료로 사용해야만 가능했기에, 아스트로파지가 방출하는 빛의 복사압을 이용해 제한적인 시간내에 성공적으로 도착했다. 반면, 아스트로파지 1ng으로 발전기 실험을 하려던 과학자들이 실수로 1mg의 아스트로파지로 실험을 수행하며 건물이 통째로 폭발해 버리는 사고를 낳았다. 작중 이 사고로 인해 원래 헤일메리호 임무 수행이 예정되어 있지 않던 그레이스가 강제로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또한, 작중 아스트로파지는 체내 온도를 섭씨 96.415도 항상 유지하며 에너지 전환을 발생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아스트로파지가 보인 에너지 방출, 온도 유지, ATP 생성 등 다양한 대사과정이 가역과정(Reversible Process)을 거치는 것으로 가정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생명체의 대사과정은 대부분 자발적이고 비가역과정(Irreversible Process)으로, 계의 엔트로피가 증가하여 계의 깁스 자유 에너지(Gibbs Free Energy)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생명체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실제 대사 과정은 비가역적이므로, 질량-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일부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열 등으로 소산된다. 따라서 아스트로파지가 생명체임에도 질량을 거의 100%의 효율로 유용한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설정은 열역학 제2법칙의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작중 아스트로파지는 체내 온도를 섭씨 96.415도 항상 유지하며 에너지 전환을 발생시키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아스트로파지가 보인 에너지 방출, 온도 유지, ATP 생성 등 다양한 대사과정이 가역과정(Reversible Process)을 거치는 것으로 가정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생명체의 대사과정은 대부분 자발적이고 비가역과정(Irreversible Process)으로, 계의 엔트로피가 증가하여 계의 깁스 자유 에너지(Gibbs Free Energy)가 감소하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생명체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실제 대사 과정은 비가역적이므로, 질량-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일부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열 등으로 소산된다. 따라서 아스트로파지가 생명체임에도 질량을 거의 100%의 효율로 유용한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설정은 열역학 제2법칙의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울 것이다.

2. 로키: 외계의 과학자
 

[사진4]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사진: 소니 픽처스)
 
 

   로키가 속한 ‘에리디언’은 지구의 생명체들과 달리, 암모니아 기반의 고온 행성 ‘에리드’에서 탄생한 존재다. 에리드는 지구 기압의 29배에 달하는 초고압 환경과 섭씨 200도가 넘는 고온의 대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에리디언은 물이 아닌 액체 암모니아를 주요 용매로 활용하고, 고온에서도 사슬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무기물 및 규소 기반의 신체 구조를 발달시켰다. 지구의 생명체가 물을 주요 용매로 삼고 탄소를 중심 뼈대로 삼아 진화해 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로 인하여 그레이스(인간)와 로키(에리디언)가 각자 살아가는 환경은 서로에게 치명적이다. 인류가 에리드의 환경에 노출되면, 고온에 순식간에 익어버리고, 엄청난 기압에 몸이 짓눌리고, 고농도의 암모니아 대기에 노출된다. 반대로 에리디언이 지구의 환경에 노출되면, 저온의 환경과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며, 몸 속 철과 규소 성분이 산소와 만나 격렬히 연소하며 온몸이 불탄다. 작중 로키가 우주선 속 환경에 잠시 노출될 때 온몸이 연소하는 장면이 잘 묘사되어 있으며, 이 장면은 영화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남기기도 했다.    로키는 눈이라는 시각적 정보원 대신, 소리(초음파)를 이용하여 주변 사물을 입체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도 인간과 대조적이다. 짙은 대기로 인하여 에리드 행성에는 빛이 전혀 닿지 않는 암흑 속에 묻혀있다. 따라서, 가시광선 영역대가 풍부하게 대지에 닿는 지구의 생명체와 달리, 청각적 정보원에 의존하여 세계를 인식하는 것이다.
 
   이렇듯 수많은 차이점을 지닌 그레이스와 로키가 서로 교류할 수 있던 것은 과학 덕분이다. 작중 그레이스는 로키가 보낸 항성 위치 모형에 적당한 위치에 ‘지구’를 표시해 보냈고, 로키는 산소 분자 구조를 형상화하며 그레이스가 우주복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왔다. 이후, 그레이스가 로키의 소리를 파형 분석하며 번역기를 구축하기도 했고, 시간, 숫자 등 문명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를 통해 소통했다 . 중간에는 서로의 행동을 모방하며 유쾌함을 더하기도 했다. 과학이 우주 공통어로서 사용되는 것은 비단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1974년 인류가 M13을 향해 발사한 아레시보 메세지와, 보이저 호에 탑재된 인류의 메세지가 담긴 골든 레코드에도 과학을 우주 공통어로 유용하게 사용했다. 과학이 우주 공통어로 불리는 이유를 현실속에서도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3. 헤일메리호: 인류의 최전선
 

[사진5] <프로젝트 헤일메리> 헤일메리호. (사진: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
 
 

   작중 헤일메리호는 선체를 회전시켜 발생하는 원심력을 통해 지구와 동일한 1g의 중력 환경을 구현한다. 이때 회전하여 중력을 구현하는 것은 원심력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속 핵심 원리인 등가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원심력은 회전하는 비관성계에서 나타나는 관성력으로, 구심력의 반대방향으로 나타나고, 등가원리는 국부적으로 중력과 관성력을 구분할 수 없다는 원리이다. 만약 공허한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이 가속하지 않는다면, 우주선 탑승자는 무중력 상태에 놓인다. 그러나 헤일메리호처럼 우주선이 회전하는 경우, 탑승자는 바깥쪽으로 밀려나는 듯한 힘인 원심력을 받는다. 이 원심력은 등가원리에 따라 탑승자가 중력과 구분할 수 없기에 인공중력으로서 기능한다.
 
   작중 묘사된 바에 따르면 무중력 상태가 아닌 지구와 동일한 중력을 구현해야 하는 이유는 우주선 내 실험 장비 구동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중력 상태에서 작동하는 실험 장비를 새로 개발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 안전성 관점에서 부담을 지니기 때문에, 수많은 사용을 거친 기존 실험 장비를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오작동 가능성이 큰 신형 무중력 실험 장비를 개발하기보다, 이미 지상에서 안정성이 검증된 기존 실험 장비를 활용하려는 선택은 과학적으로 상당히 현실성 있는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사진6] <프로젝트 헤일메리> 스틸컷. (사진: 소니 픽처스)
 
 

4. 과학은 무엇을 바라는가?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과학적 사실이 정교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처음부터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영웅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왜 우주선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깨어나지만, 주변을 관찰하고 단서를 분석하며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간다. 즉, 과학을 모르는 것을 밝혀내기 위한 질문의 과정으로 그려낸 것이다.
 
   ‘헤일메리’라는 이름도 이러한 의미를 지닌다. 헤일메리(Hail Mary)는 미식축구에서 경기 막판, 성공 가능성이 낮지만 마지막 희망을 걸고 던지는 장거리 패스를 뜻한다. 작중 인류 역시 아스트로파지 문제의 완전한 답을 알고 그레이스를 보낸 것이 아니다. 답을 찾을 가능성이 있는 방향으로 마지막 희망이자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렇듯 과학은 고정된 정답을 찾는 데 머무르지 않으며, 우리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어쩌면 자연과학의 아름다움은 닿을 수 없는 무한으로부터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무한함은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이정표로써 기능한다. 자연과학은 결코 기약 없는 이상향이 아니다. 가장 강력한 헤일메리로 피어날 날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조경진 기자 dailymulli6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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