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소식

자연과학대학 유재준 신임 학장 인터뷰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3기 | 이해찬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4기 | 박소연



  2022년 6월 물리천문학부 유재준 교수가 신임 자연과학대학 학장으로 임명되었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에서 유재준 학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그의 연구, 교육 가치관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과학대학 학장실(501동 203호)에 앉아 있는 유재준 학장. (사진=이해찬 기자)



1. 교수님, 안녕하세요. 인터뷰를 수락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6월 21일 자 학장으로 신임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자연대를 발전시키는 것이 학장의 임무이기는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또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이 대한민국 전체의 기초과학 발전에 대한 책임도 지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학장으로서 책임감이 매우 큽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첫 번째로 자연과학대학은 교육기관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잘 키워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자연과학대학이 현재보다 더 발전하려면 어떠한 점을 발전시켜 학생들이 학업에 정진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드네요. 두 번째로 고등교육기관인 자연과학대학 소속 교수님들이 우수한 연구를 지속해서 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이 들어요. 여러분들을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은 그 분야의 최고의 연구자이시기도 하거든요. 바쁘게 살다 보면 교육과 연구 두 가지 핵심축 사이의 균형이 깨질 때도 많아요. 저는 균형을 지키는 중심추로써 학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령 교수님들이 연구에 집중하시다 교육에 신경을 잘 쓰지 못하실 때면 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해야겠죠.
결국 학점을 잘 따고 스펙을 잘 쌓고 좋은 자리에 가고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식의 담론보다는 자기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공부를 지속하든 사회에 진출하든 상관없이 학생이 각자의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대학 4~5년 동안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해주어 학생들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연과학대학도 일종의 학문 공동체인 만큼 긍정적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지속이 가능한 자연과학대학 학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20~30년 전 열악한 환경에서 시작하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이 2022년 현재 QS 세계 자연과학대학 랭킹 29위의 대단한 위상을 가지게 되었잖아요. 명망 높고 유서 깊은 대학교들 사이에 서울대학교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지만, 그 성장 과정에서 옆을 둘러볼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현재 학생, 교수, 자연대 소속 연구원 모두가 조화롭게 연구해나갈 수 있도록 학장으로서 고민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야말로 현재보다 더 발전해나가는 기회가 되겠다고 생각해요.
 
 
2. 교수님께서는 단순 암기 형식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과학 지식과 상상력을 키우는 능동적인 학습을 추구하신다고 소개되신 바 있습니다. 교수님의 교육 가치관에 대해 더욱 자세히 들을 수 있을까요?
  우리 학생들은 너무나 훌륭하고 뛰어난 능력을 갖춘 뛰어난 친구들인데 최대의 단점은 너무 잘하려고만 하는 것이에요. 서울대 들어올 때까지 여러분들은 본인의 우수한 능력을 검증받아야 했기 때문에 그 능력을 갈고닦는 것은 중요했지만, 그것은 고등학교 때까지만인 것 같아요.
 대학에 들어오고 나서는 남의 생각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강의에서 과제를 써내고 할 때 보면 대부분의 학생이 누군가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는 식의 논리를 들어서 과제를 제출해요. 근데 그러한 생각의 방식은 발전성이 없어요. 발전적 사고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다 읽어보고 내가 생각해보니 이런 것 같다.”와 같이 사고의 흐름이 이어져야 해요. 가령 뉴턴의 법칙이 있으면 해당 법칙이 맞을지 틀릴지를 스스로 검증해봐야 하는데 그저 해당 주장을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여요. 그것은 과학이 아니죠. 뉴턴조차도 자신이 관찰한 것에 본인의 이데아를 투영시켜서 자신의 법칙을 만들어 낸 것이고요. 뉴턴의 법칙이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주지 못하기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주장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주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데이터를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되겠죠. 즉 일반적인 주장을 하더라도 “누군가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나도 맞는 것 같다.”와 같아야 하지 “누군가가 이런 식으로 주장했다.”와 같아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즉 수용적 사고에서 비판적 사고로 학생들의 사고가 변환될 수 있는 ‘Transformative Education(전환학습)’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겠죠. 고등학생 때와 달리 대학생인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대부분의 교과서 내용들은 열린 결말의 내용들이기 때문에 선생님의 말씀에 무조건 수용할 것이 아니라 반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 것이겠죠. 이러한 비판적 사고는 여러분들이 공부를 계속하든 회사에 가든 사업을 하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암기식의 공부에서 벗어나 창의력을 함양할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다들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논의는 별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요. 교과서에 있는 모든 내용을 다 나가지 못한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것이 아니거든요. 자연과학에서는 일부 내용을 빼먹더라도 중요한 논리만 익힌다면 그를 바탕으로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에요.
한편 학생들이 비판적 사고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대학의 분위기가 완성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들어요. 자연대 또는 학부 차원에서 자연대를 비판적 사고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큰 노력이 있었지만, 일부 시스템은 30~40년 전에 만들어진 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어요. 앞서 이야기한 지속이 가능한 자연과학대학 생태계와도 관련된 내용이겠네요. 현재 선생님들끼리 이러한 고착 상태에서 벗어나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3. 아무래도 본 인터뷰가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의 인터뷰다 보니, 여쭤보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학장님께서는 자연과학의 즐거움이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제가 경험한 과학자로서 가장 큰 즐거움은 새로운 발견을 했다는 것이에요. 새로운 물질, 새로운 성질을 찾아냈든지 새로운 이론을 만드는 것은 매우 큰 즐거움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그 과정은 굉장히 두려운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연구를 하다 보면 잘못된 데이터가 아닐까,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하게 돼요. 이전 참고 자료가 전무하다 보니 새로운 발견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가 힘든 것이죠. 자신의 발견에 대해서 반년 넘게 상호 점검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내가 밝힌 사실을 사람들이 쫓아온다는 점이 가장 큰 보람이 되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도 앞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학문적 선두자가 되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겠죠. 여러분 혹은 여러분 후배들이 그러한 일을 계속하다 보면 노벨상도 나오고 하게 되는 것입니다. 상을 따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열심히 노력한다고 노벨상을 딸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영역에서 본인만의 등대를 잘 짓고 다른 사람들이 그 등대의 빛을 따라오며 하나의 줄기가 완성될 때 대한민국의 과학계가 진정으로 발전될 수 있죠. 우리나라가 아직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고 슬퍼할 이유가 전혀 없어요. 우리나라 과학계의 역사는 아직 50년도 안 되었거든요. 단지 아직 과학계에서 최전선에 간 사람이 적을 뿐이에요. 앞으로 여러분들이 점점 좋은 환경에서 연구하고 자기만의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거겠죠. 여러분들이 미지의 영역에 가서 본인만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겠네요.
 
 
4. 최근 허준이 박사님께서 필즈상을 수상하신 것처럼, 대한민국 자연과학의 발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의 주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대한민국의 자연과학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훌륭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근간에는 경제적 발전, 문화적 자부심, 애국심 등이 있습니다. 국가적 발전이 과학적 발전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역사적인 관점에서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를 유도한 사례가 많아요. 이것은 과학계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은 ‘시도’를 지속해 왔습니다. 반복되는 질문, 토론, 협력을 시도하며 크고 작은 발전을 이루었어요. 이것들이 쌓이다 보면 새로운 발견을 낳게 됩니다. 이러한 효과를 정리한 것이 바로 헤겔의 변증법이에요. 변증법적 관점에서는 양적 변화가 축적되면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봐요. 이것을 양질 전화의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누적된 양의 변화가 새로운 질의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죠. 이번 허준이 박사님의 경우가 바로 그 ‘질적 변화’의 시작이라고 봐요.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지속된 시도를 통해 양적으로는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질적으로는 임계점을 못 넘었었어요. 여기서 ‘질적’ 발전이란 새로운 것을 하나씩 발견하여 쌓아 올리는 과정을 의미하는데, 우리는 그중에서 첫 번째를 발견을 인제야 이룬 것이죠.
  전 세계가 봐도 “이것은 독창적이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발견들이 앞으로 계속하여 대한민국 자연과학계에서 나와, 질적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믿어요. 이를 실현하는 데 남의 생각을 좇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본인의 생각을 만들고, 본인의 관점에서 맞고 틀림을 판단할 수 있는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서울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있는 자연과학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부탁하고 싶어요. 남이 만든 것을 좇지 말아요. 과학에서 제일 큰 즐거움은 남들이 생각 못한, 발견 못한 숨겨진 보석을 찾는 일이에요. 더 나아가, 보석을 잘 다듬어 빛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물론 어려운 작업이에요. 그렇지만 이를 이루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회에 나가서 공부를 계속할 수도, 혹은 취직하게 될 수도 있어요. 미래의 내가 남들과 똑같은 일을 하게 되더라도 ‘이렇게 하면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질문하고 제안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요. 남의 생각에서 영감을 얻을 수는 있어도, 남의 생각을 그대로 전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남의 생각을 소화하고 나의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나만의 새로운 의견을 만들어내는 능력, 그것을 갖춘 인재가 되기를 바라요.
   그런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내 생각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얘기를 잘 듣고 습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실험을 예시로 들어볼게요. 매뉴얼에 적힌 대로 따라 하는 일은 쉬워요. 그렇지만 매뉴얼을 꼼꼼히 읽어보고 실험과정의 원리를 충분히 이해한다면, 매뉴얼이 놓친 부분을 찾게 됩니다. 그럴 때 ‘나는 어떻게 실험해볼까?’라고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 바로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인재입니다. 허준이 박사님이 필즈상을 수상하신 것도 이런 과정을 반복하셨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수많은 영감을 읽고 습득하여 본인 만의 새로운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 서울대학교 학생분들도 그런 능력을 갖춘 인재가 되면 어떨까요?
  물론 모두가 노벨상, 필즈상을 얻을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자신의 세상을 만들 수만 있다면 그것은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어요. 점점 더 높이 올라가는, 즐겁고 행복한 인생을 살 줄 아는 인간이 되는 것, 그것이 제가 학생분들께 바라는 점입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이해찬 기자 andy7438@snu.ac.kr
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snucns_grapefruit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