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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 인류는 어디에서 왔을까? 인간 진화의 비밀을 밝혀낸 스반테 페보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5기 | 신민영

네안데르탈인 두개골을 들고 있는 스반테 페보 교수. (사진=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



  노벨상은 과학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볼,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영예로운 상이다. 노벨상은 매해 인류에게 가장 크게 기여한 사람에게 이에 따라 해마다 노벨상 수상자들과 그들의 성과에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특히 눈에 띄는 과학 분야 수상자는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 박사로, 공동수상이 늘어나는 추세인 요즘 보기 드문 단독 수상자이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불가능해 보이던 고인류의 유전체 분석에 성공해낸 그의 선구적인 연구는 멸종한 고인류와 현대인의 유전적 차이를 밝혀냄으로써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에 대한 탐구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낸 페보 박사의 연구성과에 대해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수많은 노력도 무색하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것은 무척 어려웠다. 이미 지나버린 과거의 일들을 현시점에서 알아내는 것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859,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획기적인 발견을 담은 책, ‘종의 기원은 세상을 뒤흔들어놓았다. 자연선택과 진화라는 개념의 등장 이후 많은 과학자들은 진화 연구에 뛰어들었고, 아주 작은 단세포 생물부터 시작하여 수상 생물, 육상 동물, 그리고 인간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가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밝혀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진화 과정 속에서 인류는 언제 등장하였고 현대 인류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해왔을까? 이 비밀을 밝혀낸 것이 바로 스반테 페보 박사였다.

  페보 박사의 연구는 어린 시절 그의 관심사였던 미라와 이집트 역사로부터 시작되었다. 대학원생이던 그는 미라에도 DNA가 남아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지도교수 몰래 단계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실제로 미라로부터 DNA를 추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고인류로부터 유전체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그의 가장 핵심적인 연구 성과 중 하나는 바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 분석이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가장 가까운 고인류 종으로, 독일의 네안더 계곡에서 발견되어 네안데르탈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약 4만 년 전까지 유라시아 지역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보 박사는 이들의 뼈 속에 남아 있는 유전자를 추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오래된 유전자의 변형 및 오염 문제. (사진=NobelPrize.org)



  이때 연구팀은 두 가지의 큰 문제를 마주했는데, 첫째는 오랜 시간 동안 땅속에 묻혀있던 뼈에는 손상되고 변형된 유전자가 대부분이었다는 것, 둘째는 외부로부터 유입된 유전자로 인한 오염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유전자 분석에 앞서 샘플 안에 DNA가 잘 보존되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아미노산 성분 분석 및 mtDNA(미토콘드리아 DNA)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크로아티아의 빈디야 동굴의 샘플에서 유전자가 가장 잘 보존되어있음을 확인하였다. 이후 선별한 세 개의 뼈에서 얻은 샘플의 DNA 서열을 분석하였고 모든 과정은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무균실에서 이루어졌다. 더욱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박테리아 DNA를 제거하여 네안데르탈인 DNA의 순도를 높이고, 사이토신 탈아미노화 등의 오류를 교정하는 등의 수많은 실험을 진행하였다. 갖은 노력 끝에 페보 교수 연구팀은 마침내 네안데르탈인 유전체의 분석에 성공할 수 있었다
.

  기존 인류의 진화 모델로는 최근 아프리카 기원설다지역 기원설이 대표적이었다. ‘최근 아프리카 기원설은 아프리카와 유라시아 지역에 서식하던 다양한 고인류 종 중 아프리카에 서식하던 고인류로부터 진화가 이루어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 현생 인류가 되었다는 가설이다. 반면 다지역 기원설은 현생 인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오래전에 갈라져 나온 다양한 고인류 종들이 각 지역에서 진화하여 현생 인류가 되었다는 가설이다.

  페보 박사는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와 현대인들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하여 현대 아프리카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의 유전자의 약 1~4%가 네안데르탈인과 일치함을 발견하였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진화한 고인류가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의 유입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였다. 이를 토대로 새롭게 만들어낸 인류 진화 모델은 불완전 대체 모형으로, ‘최근 아프리카 기원설과 유사하게 아프리카에 서식하던 고인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 현생 인류가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 유전자의 유입도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페보 박사 연구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고인류의 유전체 해독을 계속해나갔다. 그러던 중 데니소바 동굴의 고인류 손가락뼈로부터 얻은 DNA를 분석하였는데, 현생 인류는 물론이고 네안데르탈인과도 유전적 차이를 가진 새로운 고인류 종임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이 종에게 데니소바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더 나아가, 현대인들과의 유전자 비교 분석을 통해 데니소바인들은 대부분의 사람과 다른 유전자를 지녔지만, 오세아니아 원주민들에게서 유난히 높은 비율의 유전적 유사성이 나타남을 파악하게 되었고, 인류 진화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뿐만 아니라 데니소바인의 유전자 유입 또한 일어났음을 알게 되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그리고 현생 인류의 유연관계. (사진=NobelPrize.org)

  이렇게 스반테 페보 박사는 고인류로부터 유전체를 추출하고 분석하여 인류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는 고유전체학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창시자가 되어 과학계에 새로운 흐름을 불러왔다. 그의 연구로 인해 우리는 인류가 어디에서 왔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의 해답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그리고 페보 박사의 연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의 새로운 연구들, 그리고 그를 따라 고유전체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밝혀낼 새로운 사실들은 우리를 질문의 답에 더욱 가까이 데려다 줄 것이다.



참고문헌
[1] The Nobel Assembly, Press release - 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 2022,  NobelPrize.org., 2022,
[2] 스반테 페보,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부키, 2014.
[3] 카오스 사이언스, 2022 노벨상 해설강연, 2022,
[4] Green R.E., et al., Analysis of one million base pairs of Neanderthal DNA, Nature 444, 2006, 330-336.
[5] Green R.E., et al., A Draft Sequence of the Neandertal Genome, Science 328, 2010, 710-722.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신민영 기자 snu_clar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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