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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겨울 자몽 시리즈] 04. 지구촌 사회와 코로나19 mRNA 백신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5기 | 권세은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는 독일 바이오엔테크 부사장 카탈린 카리코(Katalin Kariko)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교수 드루 와이즈먼(Drew Weissman)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외부에서 주입한 mRNA가 체내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발현하도록 mRNA를 구성하는 염기를 화학적으로 변형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이를 적용한 코로나19 바이러스 mRNA 백신을 탄생시켜 인류의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크게 기여했다. 
 이례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전 세계를 구한 mRNA 백신 기술이 개발되기까지 두 과학자가 걸어온 길에는 많은 고난과 실패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나갔고, 그 배경에는 정부와 많은 기업, 단체들의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과학적 지식과 기술이 자리잡기 위해 사회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필요함을 재고하게 한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드루 와이즈먼(좌)과 카탈린 카리코(우). (사진=VOA 뉴스)
     
      

mRNA 백신이란?
     
 
바이러스, 꽃가루 등 외부의 항원이 체내로 침투하면 인체의 면역 세포는 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를 생성한다. 항체와 결합된 항원은 더 이상 독성을 발휘하거나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고 대식 세포에 의해 제거된다. 백신은 독성이 없는 항원을 포함하고 있어, 백신 접종 이후 실제 항원이 침입했을 때 항체 생성이 빠르고 강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한다. 단백질 구조 변형 등을 통해 독성이 제거된 항원은 면역 반응을 크게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특이적인 항체를 만드는 형질 세포와 기억 세포의 생성을 유도한다. 항원이 모두 제거되어도 기억 세포는 체내에 오랫동안 남아 같은 항원이 다시 침입했을 때 빠르게 항체를 만들어낸다. 
 한편 mRNA(messenger RNA, 전령 RNA)는 단백질 합성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를 담은 분자다. mRNA와 결합한 리보솜은 mRNA의 염기 서열을 바탕으로 아미노산을 결합해 폴리 펩타이드를 합성한다. 이후 폴리 펩타이드는 여러 구조적 변형을 거쳐 생물의 생체 작용을 담당하는 단백질이 된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일부 단백질을 합성하는 mRNA를 포함한다. 이것이 체내로 주입되면 해당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만들어지고, 이는 항체의 생성을 유도한다. 코로나19 mRNA 백신의 경우, 코로나 바이러스의 표면을 둘러싼 스파이크 단백질을 합성하는 mRNA를 인체에 주입해 체내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만들어지도록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만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감염 반응이 일어나지 않지만, 면역 세포는 이를 인지해 특이적인 항체와 기억 세포를 만들어낸다.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기억 세포에 의한 신속한 방어 작용을 유도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의 모습. (사진=The Conversation)
     
      

카탈린 카리코와 드루 와이즈먼 연구팀은 외부에서 주입한 mRNA가 체내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mRNA를 구성하는 염기의 구조를 변형하는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 RNA는 아데닌(A), 구아닌(G), 사이토신(C), 유라실(U)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염기에 메틸기 등을 결합시키면 메틸슈도유리딘과 같은 변형 염기가 만들어진다. 변형된 염기를 가진 mRNA는 인체에 주입했을 때 선천성 면역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뿐만 아니라 단백질의 발현을 더 효과적으로 유도한다. 선천성 면역 반응은 항원이 침입했을 때 가장 먼저 일어나는 면역 반응으로 항체가 생성되기 이전에 활성화되는데, 이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나 정상 세포까지 파괴되어 심한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연구팀은 백신에 변형된 염기를 가진 mRNA를 사용함으로써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했다.   
   
     
*사이토카인: 세포가 분비하는 작인 단백질로, 면역 시스템 활성 및 작동에 관한 여러 신호를 주고받는데 사용된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사이토카인이 과도하게 방출되어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며 일어나는 과잉, 급성 면역 이상 반응이다.   
   
     
인류를 구한 mRNA 백신이 탄생하기까지
    
 카탈린 카리코가 mRNA 백신을 개발해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그의 집안은 수도 시설이 없어 물조차 나오지 않는 집에 살 정도로 가난했다. 헝가리의 생화학 연구소(BRC, Biological Research Centre)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할 때는 공산주의 비밀 경찰의 감시 대상이었던 지식인 목록에 올랐다. 이 때문에 그는 가족들이 경찰의 보복을 받게 될까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BRC에서 연구를 시작한지 3년이 지났을 때쯤, 그의 연구실에 대한 모든 지원이 끊겼고 그는 딸의 곰 인형 속에 1천 달러를 숨긴 채 새로운 연구 환경을 찾아 미국으로 건너왔다. 
 카탈린 카리코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mRNA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을 무렵, mRNA의 불안정한 구조와 외부 mRNA가 일으키는 염증 반응을 이유로 많은 이들은 mRNA를 이용한 백신 개발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로 인해 그는 mRNA 기반 유전자 치료 요법에 관한 모든 과제 수주에 실패했고, 연구의 실패가 거듭되자 대학은 그를 조교수 자리에서 쫓아냈다. 그럼에도 그는 비정규직으로 대학에 남아 mRNA 연구를 이어갔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연구를 멈추지 않은 카탈린 카리코에게 펜실베이니아 의대의 면역학 교수인 드루 와이즈먼과의 만남은 운명처럼 찾아왔다. 그들은 mRNA를 이용한 단백질 발현 유도에 관한 실험적 지식을 나누며 mRNA 백신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연구를 이어나갔다. 그들이 발표한 논문은 여러 저널로부터 수차례 거부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에게 외면받던 분야에 대한 연구를 끈질기게 이어간 카탈린 카리코의 인내심과 그 아이디어가 가진 가능성을 알아본 드루 와이즈먼의 적극적인 지원은 마침내 성공적인 mRNA 백신 개발로 이어졌다. 그 기술은 전 세계를 위협하던 코로나19의 종식을 앞당겼다.
    
        

       
미국의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생산된 코로나19 백신. (사진=CNBC)
    
     

mRNA 백신이 성공적으로 개발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바이오 펀드의 전폭적인 지원도 있었다. 그들이 mRNA가 가진 면역 유도 기능에 대한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을 당시 많은 제약 회사와 벤쳐 기업들은 연구비 지원을 거절했다. mRNA의 면역학적 기능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약 회사인 모더나와 독일의 생명 공학 회사인 바이오앤테크는 그들의 연구가 가진 가능성을 알아보고 큰 규모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이후에는 바이오앤테크사와 손을 잡은 미국의 화이자도 연구 자금 지원에 참여했다. 대형 제약 회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mRNA 백신의 임상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임상 실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을 무렵 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했고, 코로나19 mRNA 백신은 모더나와 화이자에서 임상 실험을 거친 후 대량으로 생산되어 세계적으로 상용화되었다.
    
     
코로나19 백신과 국제 관계
    
 세계 각국이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각축을 벌이던 2020년 말, 국가 간 백신 계약에 관한 자료 수집을 이어오던 듀크대학교의 한 연구팀은 백신의 대부분이 미국, 캐나다, 영국 등 고소득 국가에 의해 구매되었다고 밝혔다. 또 그들의 자료에 따르면 대량 제조 및 임상 실험 자원을 갖춘 브라질, 멕시코 등 일부 중소득 국가는 자원 제공의 대가로 백신 구매 협상에 성공했다. 
 그러나 자금과 백신 개발 기술이 모두 부족한 국가들은 백신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 자본 부족으로 인한 ‘백신 불평등’을 겪은 국가들은 튀니지, 케냐, 세네갈, 파키스탄, 세르비아 등으로 2022년 7월 기준 중상위 소득 국가의 백신 접종률은 75%를 넘어섰지만 저소득 국가의 접종률은 25%에도 미치지 못했다. 런던정경대학교에서 세계 보건 정책을 연구하는 클레어 웬험 교수는 ‘세계 의약품의 90%가 전체 인구의 10%에게만 돌아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저소득 국가들에게도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 공급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불평등이 발생한 원인으로 자국 우선주의를 꼽았다. 자국 우선주의는 자국과 그 국민들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치적 경향으로, 전 세계적 연대와 협력보다는 자국의 이익 및 안전 확보를 중시한다. 이러한 이념은 팬데믹과 같은 지구적 규모의 위기 상황에서 자국 중심의 각자도생을 우선시하며 국가 간 갈등과 극심한 불평등을 유도한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UNICEF),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전염병예방혁신연합(CEPI)은 백신 공동 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를 계획했다. 이들은 저소득 국가의 백신 구매를 위한 고소득 국가들의 재정 지원을 이끌어냄과 동시에 백신의 개발과 공급 과정의 진행 속도를 높여 전세계의 모든 국가들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분배가 공평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2020년에 처음 시행되어 2023년 12월 31일 종료된 코백스는 146개의 저소득 국가들에게 약 20억 개의 백신과 안전한 접종 도구를 전달했고, 120억 달러 이상의 재정적 지원을 제공했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약 270만 명의 생명을 지켜내는 등 큰 성과를 냈다.
     
         

       
코백스는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목표로 한다. (사진=UNICEF)
    
      

코로나19 팬데믹은 국제 관계에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다. 팬데믹 발생 전과 비교해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었으며 리더 국가의 역할이 사라지고 각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증대되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20년 10월 ‘코로나19 이후 국제질서 변화와 다자주의 국제협력 전망’을 통해 '백신 개발과 공급 과정에서 비롯된 국가 간 경쟁이 선후진국 및 제3세계 국가 사이의 갈등과 불평등'으로 이어졌으며 '백신 분배를 위한 국제적 협력 과정에서 리더십을 행사하는 국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국제 관계에서도 도덕적 권위를 확보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국가 간 과학 기술 경쟁을 넘어 협력과 갈등, 연대와 불평등의 국제 사회 질서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세계 국가들은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과학적 경쟁을 펼치는 동시에 국가 간 백신 공급의 불평등을 해소하여 인류를 바이러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도움을 주고받았다. 과학 기술과 국제 사회 질서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불가분한 조화를 이룬다.
   
      
과학의 발전은 사회적 관심 속에서 피어난다
     
 과학자의 사명은 인류의 발전을 돕는 과학적 연구나 기술의 개발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데에 있다. 그와 동시에 과학자의 연구가 인류를 위해 의미 있게 쓰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 그리고 전세계적인 협력과 교류가 반드시 필요하다. 
 2023년 노벨 생리의학상의 주인공인 카탈린 카리코와 드루 와이즈먼의 이야기는 모두가 가능성을 의심한 분야에서 연구를 멈추지 않은 두 과학자의 열정이 이뤄낸 눈부신 과학적 성과를 보여준다. 또 연구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미국 제약 회사들의 모습을 통해 과학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짚어볼 수 있다. 그들이 mRNA 백신 연구에 대한 대규모 지원금과 일반인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 환경, 백신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 등을 두 과학자에게 제공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 백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수많은 사람들을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지켜낸 혁신적인 과학 기술로 자리할 수 있게 된 과정에서 사회적, 기업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가지는 역할은 매우 크다. 한편 코로나19 백신이 야기한 전세계적인 백신 불평등 문제와 국제 관계의 변화는 과학 기술과 국제 사회의 긴밀한 연관성을 보여준다.
    
         

       
과학의 성장은 사회의 발전과 함께한다. (사진=nhadathoangha)
    
     

 우리나라의 경우,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기초 과학 연구자들과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의료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R&D 지원이 우리나라의 백신 개발 속도를 늦춘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실제로 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 시험에 드는 비용이 1000~2000억원 수준임에 비해 2022년 한국 정부가 백신 임상 시험에 투자한 금액은 105억원에 그친다. 1980년대부터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백신 개발과 관련해 약 41조원을 투입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3년 9월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에서 2013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스탠포드 대학의 마이클 레빗 교수는 제한된 예산과 과학적 성과의 균형을 맞추는 일은 어렵지만, 그럼에도 “과학과 교육에 대한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행사에 참여한 각국의 과학자들은 미래 전망에 기초한 자연 과학 분야에의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해당 행사 역시 과학에 대한 대중의 흥미를 높이고 과학자와 일반 대중 간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되었다.
 인류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이루어지는 과학 연구는,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 그 빛을 발한다. 사회의 발전과 과학의 성장이 언제나 발맞추어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참고 자료
     
[1] 김찬혁.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에 정치권의 숟가락 얹기 멈춰야”. 청년의사. 2020. 11. 19.
[2] 남재환. [과학자가 해설하는 노벨상] 대기만성 mRNA백신과 꼭 닮은 과학자의 인생. 동아사이언스. 2023. 10. 12.
[3] 박정연. 코로나19 끝자락? ... 전문가들 “백신 개발 전략 정비 시급”. 동아사이언스. 2023. 5. 5.
[4] 성기영, 이수형. 코로나19 이후 국제질서 변화와 다자주의 국제협력 전망. INSS 전략보고. 2020. 10. 
[5] 한세희. 노벨상 석학들, “과학은 선거 주기 따르지 않아… 긴 호흡 지원 필요”. ZDNET Korea. 2023. 9. 24.
[6] 한세희. [노벨상 2023] 비정규직 전전하던 카리코 교수, 30년 연구로 꽃핀 코로나19 백신. ZDNET Korea. 2023. 10. 3.
[7] Kolata, Gina. Long Overlooked, Kati Kariko Helped Shield the World from the Coronavirus. The New York Times. 2021. 4. 8.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권세은 기자 kwonseeu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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