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학회 논문상 수상자를 만나다 - 정인지 교수님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8기 | 김우진
*소속 : 수리과학부
* 연구분야 : 수리유체역학, 미분방정식
* E-mail : injee_j@snu.ac.kr
* Tel : 02-880-6563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정인지 교수님. (사진 = 김우진 기자)
대한수학회 논문상은 지난 3년간에 발표된 단일 논문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수학발전에 크게 공헌한 대한수학회 회원에게 수여된다. 연구 성과에 대한 중요성 및 영향력, 후속 연구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우수한 논문에 상을 수여하여 연구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을 목표한다. “Twisting in Hamiltonian flows and perfect fluids" 논문으로 2025년 대한수학회 논문상을 수상한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의 정인지 교수님을 만나보았다.
1. 교수님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유체에 관련된 편미분방정식을 연구하는 정인지라고 합니다.
2.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논문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주로 물이나 공기의 흐름을 묘사하는 편미분방정식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상을 받은 논문 같은 경우는 유체의 흐름에서 유체의 입자들이 서로 굉장히 복잡하게 꼬여가는, 트위스팅(twisting)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는데, 그 현상이 굉장히 일반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하는 트위스팅의 모습. (사진 = 정인지 교수님 제공)
트위스팅을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물이 흐르고 있을 때 처음에 한 곳에 빨간색의 물감을 풀면 나중에 물감을 통해서 물이 어떻게 이동했는지 우리가 추적할 수 있게 되잖아요. 물감을 통해서 물의 흐름을 보면 물감으로 색칠된 부분이 간단하게 남아있는 것이 아니고 그 경계가 프렉탈 형태처럼 복잡하게 꼬이게 되거든요, 그런 현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논문에서 중요했던 것은 이 트위스팅이라는 개념을 수학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한 가지 관건이었어요. 그림상으로 봤을 때는 직관적인 현상인데, 그것을 수식적으로 정의하는 것이 한 가지 문제였고, 그렇게 정의된 현상이 굉장히 일반적으로 일어나고 또 안정적이라는 것을 보였습니다.
3. 교수님께서 수리유체역학을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원래 관심이 있는 분야가 따로 있어서 그 주제에서 유명하신 교수님을 지도교수님으로 하려고 찾아갔는데, 그분이 수리유체역학을 하라고 하셔서 하게 됐어요. (웃음) 제가 원래 좀 더 관심이 있었던 것은 확률론이랑 동역학이었는데, 사실 유체도 그것의 특별한 경우라고 할 수는 있거든요. 지도교수님이 수리유체역학의 나비에-스토크스 문제에 10년 이상 굉장히 꽂혀있었고, 저도 그 와중에 학생이 되어서 지도교수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4.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수리유체역학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단은 눈에 보인다는 것이 저한테는 제일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수학 중에서 특히 대수학은 학부 때 이미 좀 포기를 했거든요. 너무 추상적으로 되는 게 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래서 수리유체역학은 눈에 보인다는 게 첫 번째로 매력인 것 같아요. 또 분야를 알아가게 될수록 역사적으로 유명한 뉴턴이나 베르누이 같은 학자들이 기여했던 분야인데, 그런 스토리를 같이 공부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그런 굉장히 유명한 분들이 하던 것을 이어간다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5. 연구 진행 중 어려움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조금 피해 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저것도 일부러 갖다 놓은 거거든요. “안되면 되는 거 해라”. 사실 저는 수학연구를 하다 보면 뭔가가 잘 풀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정말 풀고 싶었던 문제가 풀리는 경우는 정말 드물고, 할 수 있는 문제를 찾아 나서는 것 같아요. 항상 막히지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려고 한다 정도일 것 같아요.

정인지 교수님 연구실의 엽서. (사진 = 김우진 기자)
6. 교수님과 같은 분야를 연구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꼭 제 주제만 한정된 얘기는 아닐 것 같긴 한데요, 실제로 많은 대학원생 분들도 이 질문을 저한테 많이 해요. 어려운 질문이죠. 제가 한 가지 느꼈던 거는 사람들이 어렵다고 기피하는 세부 주제를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어렵죠, 사람들이 안 하려고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긴 합니다. 근데 그런 어려운 분야에 진입해서 약간의 성과라도 낼 수 있다면 훨씬 주목을 받을 기회가 많고, 연구라는게 특히 굉장히 오래 해야 하는 것이다 보니까 처음부터 굉장히 어려운 주제로 시작을 하게 되면 처음에 들어가기는 어려워도 한 번 발을 담그면 뻗어 나가기는 오히려 쉬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그렇게 했던 거는 아닌데, 주변의 다양한 연구자 분들을 보니까 사람들이 잘 안 하는 주제를 하면 오히려 좀 쉬워지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7.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각자 고민이 굉장히 다를 것 같아요. 혹시 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가요?
학생 1: 저는 기후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기후과학을 하고 싶다고 그동안 생각해 왔는데, 너무 일찍 한 가지 길로 좁힌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원 생활을 해본 것이 아니라 너무 성급한 결정인가 싶기도 하고, 또 학부생이라 아직 다른 길도 생각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보니 더 고민이 되고 걱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대학원 중간까지만 해도 되게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주제에서 내가 엄청 사소한 것이라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있었어요. 그 때 들었던 조언 중에 어떤 선배가 저한테 “잘할수록 재밌어진다”라는 되게 짧은 말을 해줬는데, 근데 그게 정말 인상적이었던 게, 그 분은 연구하시는 게 너무 재밌어 보였어요. 그래서 되게 존경하고 부럽기도 하면서 그 말이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정말 잘할수록 재밌어지고. 그래서 굉장히 많은 가능성의 고민이 되시잖아요, 그것도 어떤 측면에서 보면 어떤 분야를 할지 정하는 것은 그렇게 까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떤 분야든지 정말 깊이 갔을 때 그 진가가 나오고, 그건 정말 끝까지 갔을 때 나오는 가치거든요. 그래서 비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학생 2: 저는 확률론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연구를 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교수가 되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교수가 되어서 제가 연구를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 불안합니다. 또 제가 수학에서 중요한 업적을 남기고 싶어 연구직의 꿈을 꾸는데 나중에 그렇지 못했을 때도 연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있습니다.
그리고 수학 연구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시잖아요. 저도 굉장히 두려웠었는데, 제가 자기계발서 같은 책에서 읽은 말이 되게 맞는 말인 것 같아요. 그 작가가 분야를 전혀 따지지 않고 각 분야의 최고, 예를 들어 스포츠 선수 중에 1등, 세계 최고의 감독, 작가, CEO 같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이 왜 최고인지 분석을 했어요. 결론적으로 그 책의 얘기가 분야에 상관없이 그 분야에서 요구하는 기술들은 수많은 굉장히 간단하고 구체적인 작은 기술들로 쪼갤 수 있고, 각각의 기술들은 어떤 사람이라도 반복된 연습을 통해서 마스터할 수 있다고 해요. 그 책에서는 예시를 수영으로 드는데, 수영은 정말 타고나야만 잘 할 수 있다고 생각되잖아요? 근데 수영도, 약간의 비약을 하면, 누구나 저 작은 기술들을 마스터하면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는 거죠. 근데 그걸 방법을 알아야 돼요. 근데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정확히 그런 것 같아요. 물론 많은 것을 알아야 되는데 그 하나하나는 정말 간단하고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누구나 완벽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기술들이고, 그런 기술들이 100개가 모이면 제가 하는 수학 분야에서 대가가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8.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그동안 무늬는 유체 방정식이지만 너무 수학적인 연구만 해온 것 같은데, 정말 우리의 기상 현상이나 우리의 생활과 약간이라도 관련이 있는 그런 연구를 해보려고 계획 중입니다.
9.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것도 고민이 많이 되었는데,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의 학생들은 정말 세계 최고의 학생들이에요. 대학 평가를 세계적으로 정말 유명한 사람들이 다양한 지표를 평가를 해요. 근데 그분들이 쓴 보고서를 보면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이 하버드, MIT, 북경대랑 같거나 그 이상의 수준이라고 평가를 해요. 근데 여기서 문제가 한국이라는 너무 작은 무대에 너무 뛰어난 인재들이 빽빽하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만큼 기회가 적고 경쟁이 치열한 것 같아요.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을 보면, 잘하는 학생들은 어마어마하게 큰 나라에 극소수의 학생들인데, 이런 것이 기회의 차이가 너무 큰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짧게든 길게든 해외에 가실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잡으셨으면 좋겠어요. 꼭 해외에 나가서 살게 아니더라도, 한국인들과 굉장히 다른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김우진 기자 601wooj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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