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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추동물계의 천재’ 문어의 높은 지능에 대한 비결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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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추동물계의 천재’ 문어의 높은 지능에 대한 비결은 꿈?

자몽(자연대 홍보기자단) 5기 박소연 기자

TheSP4N1SH, Getty Images

문어는 ‘지구상에서 가장 특이한 생물’ 중 하나로 꼽힌다. 8개의 다리가 머리와 연결되어 있고, 3개의 심장을 지니고, 생식기가 발에 달려 있다. 문어의 다리에는 주변 환경의 맛과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수백 개의 빨판이 달려 있다.

문어는 3만 3000개의 유전자를 가진다. 이것은 인간의 유전자 개수(4만)와 비슷하다. 문어의 유전자 개수가 높은 까닭은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유전자를 끊임없이 출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것처럼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환경에 부적합한 개체보다 더 잘 살아남는 현상을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라고 부른다.

유전자 개수에 더불어, 문어는 5억 개의 신경세포를 가진다. 이것은 척추동물인 개의 신경세포 개수(5억 3천만)와 비슷하다. 개의 경우, 신경세포의 대부분이 뇌에 위치한다. 문어의 경우, 신경세포의 67%가 다리와 몸에 위치한다. 덕분에 문어의 다리는 뇌로부터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문어가 9개의 뇌를 지닌 생물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끊임없는 자연선택, 척추동물과 비슷한 유전자 개수, 독특한 신경계 구성. 무엇 때문인지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발견된 바가 없지만, 문어는 ‘무척추동물계의 천재’라고 불릴 만큼 지능이 높은 동물이다. 갇힌 병 속에서 병뚜껑을 열고 탈출하고, 레고 블록을 쌓아 은신처를 만들고, 퍼즐을 푸는 등 학습한 것을 기억하고 흉내내는 모습이 수차례 관찰되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지능이 높은 문어라고 해도, 꿈을 꾸는 것이 가능할까?

인간은 REM* 수면 단계에서 꿈을 꾼다. 전신의 근육 긴장도는 낮지만, 안구가 빠르게 움직이고 뇌파가 깨어있을 때와 비슷한 수면 단계를 의미한다.
*REM: rapid eye movement.

모든 포유류, 조류는 인간의 REM 수면 단계와 유사한 수면 단계를 가진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어류, 파충류, 양서류는 REM 수면 단계를 가지지 않으며, 꿈을 꿀 수 없다고 알려진다. 더 나아가, 진화적 관점에서 문어와 인간은 굉장히 멀리에 위치한다. 문어와 인간의 공통 조상(common ancestor)을 찾는 것만 해도, 무려 5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어보다 인간과 더 가까운 생물들도 REM 수면 단계를 가지지 않는다. 즉, 문어가 꿈을 꾸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셈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2021년 3월, ‘Cyclic alternation of quiet and active sleep states in the octopus’라는 제목의 학술논문이 보고되었다. 이것은 문어의 수면 주기에서 REM 수면 단계와 유사한 수면 단계를 관찰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연구진은 학술논문에 아래의 실험 영상 링크를 첨부하였다.

Science Magazine, Sylvia Medeiros

영상 속 문어의 피부색이 빠르게 바뀌는 것이 보이는가? 연구진은 수조에 든 문어가 수면 중인지 확인하고자 여러 실험을 진행하였다. 문어의 주식인 게가 움직이는 동영상을 틀고, 고무 망치로 수조를 가볍게 두드렸다. 문어가 수면 중인 것을 확인한 다음에는 문어의 움직임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문어가 두 개의 수면 단계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연구진은 각 수면 단계를 ‘조용한 수면(quiet sleep) 단계’ 그리고 ‘활발한 수면(active sleep) 단계’라고 칭했다.

문어의 활발한 수면ー조용한 수면 패턴은 2단계 수면 주기라는 점에서 인간의 REM 수면ーNon-REM* 수면 주기와 유사하다.
*Non-REM: non-rapid eye movement.

잠든 문어는 대부분의 시간을 조용한 수면 단계에서 보낸다. 조용한 수면 단계에서 피부가 창백해지고 동공이 닫힌다. 다리가 천천히 꿈틀거릴 수도 있지만,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대략 30~40분 동안 조용한 수면 단계를 가진다. 조용한 수면 단계를 보내고 나면 40초 동안 활발한 수면 단계를 가진다. 활발한 수면 단계에서 피부색이 급작히 변하고 다리를 격렬하게 꿈틀거린다. 영상 속 문어의 피부색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도 활발한 수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어의 조용한 수면 단계는 인간의 Non-REM 수면 단계와 유사하며, 문어의 활발한 수면 단계는 인간의 REM 수면 단계와 유사하다. 인간은 Non-REM 수면이 전체 수면의 75~80%를 차지하고, REM 수면 단계에서 꿈을 꾼다. 따라서, 연구진은 문어도 활발한 수면 단계에 꿈을 꾸는 것이라고 추측한다.

만약 문어도 꿈을 꾸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몹시 흥미로운 발견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문어보다 인간과 더 가까운 생물들은 꿈을 꾸지 않기 때문이다. 진화계통적으로 관련 없는 두 종이 독자적으로 진화한 결과, 같은 기능을 갖게 된 것이다. 이것과 같은 현상을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라고 부른다.

포유류의 경우, REM 수면ーNon-REM 수면 주기는 뇌에 쌓인 독소와 장기 기억을 처리하기 위함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포유류의 학습 및 기억 기작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면이 필수적이라고 한다. 두뇌 활동이 활발한 고등생물이 진화하는 데 있어, 2단계 수면 주기는 필수적인 셈이다. 어쩌면 지능이 높은 문어도, 수차례의 진화를 통해 고등한 지능 발달에 필수적인 2단계 수면 주기를 갖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나 포유류인 인간과 두족류인 문어의 두뇌 구조가 워낙 다르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문어가 인간과 같은 수면 주기 및 수면 활동을 가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고 있는 문어를 깨워, 무슨 꿈을 꾸었냐고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정확한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문어의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뇌파를 측정해야만 하지만, 다리가 8개나 되는 문어를 통제하기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닐 것이다.

현재로서 확실한 점은 문어가 활발한 수면 단계에서 무언가를 ‘경험’한다는 것 뿐이다. 추후 연구를 통해 문어의 수면 활동 및 지능의 진화에 대한 지식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본 연구는 두족류의 지능과 관련하여 또 다른 도약의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다.

<참고>
이성규, 「문어의 다리에는 뇌가 없다?」, The Science Times, 2020년 11월 4일.
박종익, 「문어도 꿈을 꾸나요?...잠자는 중 피부색 변하네」, nownews, 2019년 9월 26일, 핵잼 사이언스.
이지현, 「문어도 꿈을 꾼다?」, 어린이 동아, 2019년 10월 15일, 어린이 뉴스, 애니멀 사이언스.
iScience, Medeiros et al.: "Cyclic alternation of quiet and active sleep states in the octopus" www.cell.com/iscience/fulltext … 2589-0042(21)00191-7 , DOI: 10.1016/j.isci.2021.10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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