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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겨울 자몽 시리즈] 05. 냉전 시대 미국으로 살펴보는 사회와 과학기술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5기 | 허은제
  
  

 2023 한해 전 세계에서 우주 궤도 도달을 목표로 시행된 로켓 발사 횟수는 223회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우주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24년 1월 9일, 한국판 나사(NASA, 미 항공우주국)를 만들기 위한 ‘우주항공청설립운영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58년 만들어진 나사는 현재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의 우주 탐사의 기준이 되고 있다. 이번 대주제 기사에서는 1960년대 전후의 미국을 들여다보며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받은 우주 과학기술이 어떻게 급격하게 발전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스푸트니크 쇼크
 

 1957년 10월 4일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했다. 다음 날 아침 소련의 한 신문에는 이런 말이 실렸다. ‘인공위성은 다른 행성으로 나아가는 길을 밝혀줄 것이며, 우주를 향한 전 세계인의 꿈을 실현시켜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위대한 소비에트 연방의 과학자들이 이루어 냈다.’
  

스푸트니크 1호 ( 사진 = NASA )
   

 같은 날 뉴욕타임스는 인공위성의 군사적 활용 가치를 낮게 평가하며, 스푸트니크 1호를 태양 관측용 과학 도구 정도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치인들, 과학자들은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가 가지는 의미를 더 크게 받아들였다. 상대 국가보다 절대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이 지배하던 냉전 시대였다.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 성공은 과학기술 발전에 있어서 미국이 소련보다 뒤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었다. 이는 단순히 소련이 미국보다 나라를 더 ‘잘 지킬 수 있는 국가’임을 보여줌에 그치지 않고, 소련이 미국보다 더 ‘지킬 가치가 있는 국가’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10월 10일 미국 국가 안전 보장 회의에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냉전 시대에 최초의 인공위성이 갖는 의미를 항상 인식해 왔다. 우리의 혈맹 국가들도 미국이 과학적, 군사적으로 소련에게 뒤쳐지지 않았다는 증거를 보고 싶어 한다.” 이후 미국 정부는 과학 교육과 관련 단체 설립에 막대한 양의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한다.
 소련보다 뒤처질 수 없다는 경쟁심이 끌어낸 투자는 일종의 집단적 흥분 상태에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미국이 과학기술 측면에서 누구보다 앞서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국가 방위 교육법과 미국 항공 우주법
  

 이 법을 통해 연방정부는 새로운 교육과정의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학자금 융자, 대학원생에게 제공하는 장학금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수 있었다.
  

국가 방위 교육법 중 일부 ( 사진 = U.S. GOVERNMENT PUBLISHING OFFICE )
  
  

 소련과의 냉전 시대에서 국가 안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교육을 제시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 볼 만하다. 얼핏 생각하면 교육은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도 아닐뿐더러, 시급해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때 교육에 집중했던 미국의 선택이 훗날 인적 자원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미국 항공 우주법(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ct)은 나사의 기반이 되는 법이다. 이 법에서는 나사의 설립 목표 중 하나로 다음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의 모든 유관기관 사이의 밀접한 협력을 통해 미국의 과학적, 기술적 자원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노력, 자원, 장비의 낭비를 방지한다.' 이처럼 다양한 자원을 집중하려는 노력을 바탕으로 나사는 빠르게 우주 개발을 선도하는 그룹이 될 수 있었다.
  
  

NSF의 성장과 기초과학 지원
 

 1950년에 만들어진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는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독립적인 기관이다. 스푸트니크 쇼크 이후 미국은 NSF 지원을 크게 늘렸다. 1958년 4천만 달러였던 예산은 1959년 1억 3천4백만 달러로 세 배 이상 늘었다. 스푸트니크 쇼크 10년 후인 1968년에는 거의 5억 달러까지 예산이 커졌다.
 늘어난 예산을 바탕으로 NSF는 다양한 사업을 주관하며 미국의 과학 수준을 크게 끌어올리는 기반을 마련했다. 1960년부터는 대학원 연구실을 새로 짓거나 재건축하는 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 규모가 큰 과학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대표적으로 ‘Project Mohole’은 NSF의 지원을 받은 성공적인 사례로 남아있으며 이후 해양 시추 연구의 길을 열었다. 이는 대륙 이동 등 다양한 과학 지식을 새롭게 축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 시점에는 과학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큰 진보가 있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대통령과학자문위원회(President's Science Advisory Committee)를 만들어 백악관에서 과학자들이 과학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1963년 대통령과학자문위원회의 모습. ( 사진 = MIT Museum )
  
  

우주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
  

 법을 통해 과학기술이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고, 관련 기관의 예산을 크게 증액하며 금전적인 지원과 더불어 과학계에 대한 사회의 꾸준한 관심은 미국의 우주 과학기술 수준을 매우 크게 증가시켰다. 미국은 1958년 첫 인공위성 발사를 시작으로 ‘Project Mercury’, ‘The Gemini Program’을 거쳐 ‘The Apollo Program’을 통해 처음으로 인류를 달에 안착시켰다.
 그뿐이 아니다. 우주 과학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개발된 많은 기술은 오늘날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쓰이고 있다. 라식 수술에서 사용되는 눈동자 추적 레이저, 소형 인공 심장 속 펌프, 영상 분석에 쓰이는 노이즈 처리 기술, 선글라스에 사용되는 긁힘 방지 기술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마무리하며
  

‘우주항공청설립운영특별법’이 막 통과되며 항공청이 새로이 만들어지고 있는 지금 어쩌면 대한민국은 1950년대 후반 미국과 비슷한 시기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1960년대, 1970년대에 미국이 경험한 우주 과학기술 분야의 황금기를 우리도 경험하기 위해서는 그때의 미국 사회가 어떻게 과학과 상호작용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가 방위 교육법을 통한 교육과정의 변화와 대학원생 지원을 통해 인적 자원을 관리하고, 미래의 연구자들을 키웠다. 미국 항공 우주법을 통해서 다양한 자원을 한 곳에 효과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었으며 또 NSF의 몸집을 키움으로써 연구 현장을 재정비하고, 기초과학 지원에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며 과학기술 발전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미국은 소련과의 우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다는 계기로 우주 과학기술 발전에 뛰어들었지만, 단순히 소련보다 무언가를 더 빨리 해낸다는 것에 목적을 두지 않았다.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고, 사람이 필요하며, 기초 학문을 다져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황금기를 맞이해 폭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다가오는 시대에 맞추어 교육을 재정비하고 있는가? 우주를 꿈꾸는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하고 있는가? 기초과학을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멈추어 돌아봐야 한다.
  
  

참고 자료
  

[1] Wikipedia, ‘2023 in spaceflight’, Wikipedia, 2024.01.16, https://en.wikipedia.org/wiki/2023_in_spaceflight, 2024.01.18
[2] 이윤우, ‘‘한국판 나사’ 우주항공청 신설법, 국회 본회의 통과’, KBS, 2024.01.0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61701, 2024.01.18
[3] 닐 디그레스 타이슨, ‘스페이스 크로니클’, 박병철 역, 서울: 부키, 2016.
[4] Kang, B. ‘A Research on the Changes of the Gifted and Talented Law in U.S.: Focusing on the Marland Report.’. ‘Journal of Gifted/Talented Education.’. The Korean Society for the Gifted. 2013. 649-669
[5] Wikipedi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ct’, Wikipedia, 2023.09.29, https://en.wikipedia.org/wiki/National_Aeronautics_and_Space_Act, 2024.01.18
[6] NSF, ‘The National Science Foundation: A Brief History’, National Science Foundation, 1994.07.15, https://www.nsf.gov/about/history/nsf50/nsf8816.jsp#:~:text=In%20fiscal%20year%201958%2C%20the,stood%20at%20nearly%20%24500%20million , 2024.01.18
[7] Brian Dunbar, ‘60 Years and Counting’,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https://www.nasa.gov/specials/60counting/spaceflight.html, 2024.01.18
[8] 유상연, ‘브래지어 속에 든 NASA 기술’, 한겨례, 2019.10.19,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94835.html, 2024.01.18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허은제 기자 ejher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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