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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의 분자이론과 진동이론: 우리의 콧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8기 | 정이준

후각은 흔히 말하는 5대 감각(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 중 하나로, 우리가 맛으로 인식하는 감각의 70~80% 이상을 구성할 정도로 우리 인식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코에 존재하는 후각 세포의 작용을 통해 뇌로 냄새 분자의 신호가 전달되어 우리는 각종 냄새를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후각 세포에 다양한 분자가 작용하여 냄새를 느끼게 하는 원리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후각을 설명하기 위한 다양한 이론이 존재하며, 본 기사에서는 그 중에서 가장 지배적인 이론인 ‘분자 이론’과 ‘진동 이론’에 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1. 분자 이론: 냄새는 모양으로 결정돼!
 

‘분자 이론’은 도킹 이론이라고도 불린다. 그 핵심 내용은 냄새 분자가 후각 수용체와 특정 방식으로 결합할 때 후각 수용체가 인식하는 신호가 분자의 모양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신호가 뇌에 전달되어 냄새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Pauling이 처음으로 냄새가 분자의 모양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고, 해당 주장은 이후 1949년에 Moncrieff에 의해 발전, 이후 Amoore에 의해 현재 분자 이론의 토대로 발전하였다.
 

Amoore는 냄새는 크게 7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으며, 이 종류에 대응하는 서로 다른 ‘모양’의 후각 수용체와 냄새 분자들이 결합하는 강도에 따라 분자의 냄새가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이후 이 이론은 Rossiter의 odotype theory로 보완되었다. 그 골자는 분자와 후각 수용체가 1:1로 결합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후각 수용체들이 분자의 다양한 위치와 한번에 상호작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사한 구조가 유사한 냄새로 이어지리라 짐작할 수 있는 분자 이론의 내용과 달리 구조가 확연히 다른 분자 두 가지가 우리에게 유사한 냄새로 느껴지기도 하며, 정반대로 거의 동일하게 생긴 분자들이 다른 냄새로 느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이클로옥테인과 유칼립톨은 공통적으로 시원한 물파스 같은 향이 나지만, 사이클로옥테인은 단일 고리, 유칼립톨은 이중 고리 형태로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인다. 한편 (R)-(-)-carvone은 달달한 스피아민트 향이 나지만, 해당 분자의 좌우 대칭인 (S)-(+)-carvone은 훨씬 흙냄새가 강하다.   
 
 
 

(R)-(-)-carvone과 (S)-(+)-carvone. 좌우 대칭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동일함에도 냄새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사진 = ISIS Neutron and Muon Source)

이러한 사례에도 불구하고 분자 이론이 가장 정확히 후각을 설명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 그 근거는 Billesbølle 등의 연구진이 포착한, propionate 냄새 분자가 OR51E2 후각 수용체와 결합한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해당 냄새 분자는 이온 결합, 수소 결합, 소수성 상호작용을 통해 수용체와 결합했으며, 그 과정에서 수용체의 구조 변화를 촉발했다. 이는 여러 후각 이론 중 분자 이론의 내용과 일치하며, 알파폴드 예측¹을 통해 OR51E2 외 다른 수용체들도 이와 유사한 단계를 거칠 것이라 예측할 수 있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1) 알파폴드2를 이용한 결합 양상 예측을 통해 연구진들은 OR51E2와 유사한 N-terminus, ECL1, ECL2 구조를 보이는 수용체들이 OR51E2와 유사한 방식으로 propionate와 상호작용하리라 결론지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한 냄새 분자와 상호작용하는 수용체 전체를 추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자연히 분자 이론을 진실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겠지만, 그러한 맵핑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하는 한 정설일지언정 절대 100%가 될 수는 없는 이론이라 할 수 있겠다. 
 

2. 진동 이론: 냄새는 양자역학으로 결정돼!
 

‘진동 이론’의 핵심 내용은 후각 수용체가 냄새 분자의 모양이 아닌, 냄새 분자의 진동을 신호로 전달하여 냄새를 인식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전신은 1928년 Dyson에 의해 처음으로 고안되었으며, 이후 Wright를 거쳐 1996년 Turin에 의해 정립되어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Turin은 일부 분자들에서 -NO2나 -SH와 같은 특정 작용기에 따라 특정 향기의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에 주목하여, 이러한 작용기의 전자가 분자의 진동으로 인해 후각 수용체로 전달되어 냄새를 느끼게 된다 주장했다. 냄새 분자의 진동으로 인해 전자에게 할당된 에너지가 해당 분자와 후각 수용체 사이의 에너지 차이와 대응될 때 전자가 수용체로 전달되어 그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이론이 아닐 수 없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다. Turin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제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해당 이론을 주장한 논문에서 그는 작용기의 유사함을 근거로 guaiacol과 benzene carbaldehyde가 바닐린과 유사한 향이 날 것이라 예측했지만, 블라인드 실험 결과 해당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다. Deuterated² phenylethanone이 일반 phenylethanone보다 덜 달고 더 약품 같은 향이 날 것이라는 예측도 마찬가지로 빗나갔다. 실험 참가자들은 두 분자의 냄새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2) Deuterated한 분자는 기존의 분자의 수소가 중수소(²H)로 대체된 분자를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이 진동 이론의 완전한 부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Phenylethanone과는 달리 musk molecule로 분류되는 분자들은 위의 실험과 달리 Deuterated musk molecule과 유의미한 향기의 차이를 보인 것이다. 이로부터 특정한 상황에서는 전자가 수용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Block 등은 이러한 연구 결과에 대해 musk molecule을 인식하는 인간의 296번 후각 수용체 OR5AN1을 발현시킨 세포에서 해당 수용체는 두 가지 musk molecule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논문으로 반박했지만, Turin은 논문에 제시된 자료를 재분석하여 296번 수용체는 D-musk molecule과의 상호작용에서 더 강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과, 반박 논문에 포함되지 않은 유사한 수용체인 173번 수용체는 일부 D-musk molecule에 상대적으로 약한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밝혀냈다. Musk molecule들에 한해서는 Turin의 주장에 부합하는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Musk molecule의 일종인 muscone의 deuterated version(붉은색)과 undeuterated version(검은색)의 IR 스펙트럼. IR 스펙트럼은 적외선 영역대의 빛을 흡수하는양상을 나타내는 스펙트럼이다. Block et al.은 deuterated muscone이 1380-1550cm⁻¹ 구간에서 적외선 흡수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근거로 해당 분자의 진동은 수용체와의 상호작용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주장했다.(사진=PNAS)

3. 그래서 우리 콧속에서는 무슨 일이?
 

결론적으로 현재 콧속에서 정확히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냄새를 감지하는지 단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코는 약 수만 가지의 냄새를 감지할 수 있으며, 각 냄새 한 가지마다 얼마나 다양할지 모를 분자들의 양상을 기술하고 정리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분자 이론만을 후각의 절대적인 원리라고 생각하며, 실제로 다양한 실험 결과가 지지하는 가장 유력한 가설이기도 하다. 그러나 ‘유력한 것’과 ‘사실’은 같지 않다. 이 기사를 통해 비록 상대적으로 미약할지나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지만 미처 몰랐던 일상 속 감각의 미지를 실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 
 

참고자료
 

Billesbølle, C. B., de March, C. A., van der Velden, W. J. C., Ma N., Tewari J., del Torrent C. L., Li L., Faust B., Vaidehi N., Matsunami H., & Manglik A.,2023,  Structural basis of odorant recognition by a human odorant receptor. Nature 615, pp. 742–749,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5798-y
 
Block E., Jang S., Matsunami H., Sekharan S., Dethier B., Ertem M. Z., Gundala S., Pan Y., Li S., Li Z., Lodge S.N., Ozbil M., Jiang H., Penalba S.F., Batista V.S., & Zhuang H., 2015, Implausibility of the vibrational theory of olfac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12 (21), pp. E2766-E2774, https://doi.org/10.1073/pnas.1503054112
 
Börsch A., 2007, Small molecules make scents, Science in school, https://www.scienceinschool.org/article/2007/scents/
 
Cotton S., 2009, If it smells - it's chemistry, Royal Society of Chemistry, https://edu.rsc.org/feature/if-it-smells-its-chemistry/2020168.article
 

ISIS Neutron and Muon Source, Smell the symmetry, https://www.isis.stfc.ac.uk/Pages/HOW_Smell_the_symmetry.pdf
 

 Turin L., 1996, A Spectroscopic Mechanism for Primary Olfactory Reception, Chemical Senses, 21(6), pp. 773–791, https://doi-org-ssl.libproxy.snu.ac.kr/10.1093/chemse/21.6.773
 
Turin L., Gane S., Georganakis D., Maniati K., & Skoulakis E. M. C., 2015, Plausibility of the vibrational theory of olfaction,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12(25), pp. E3154–E3154. https://www.jstor.org/stable/26463881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정이준 기자 without55@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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