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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 숙성의 화학

빈문서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6기 | 이재원

위스키를 포함한 양주는 최근까지도 상류층만이 향유하는 고급 취미라는 이미지로 둘러싸여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의 술 문화는 비교적 값이 싼 소주와 맥주로, 취하기 위해 마신다는 관념이 존재해왔다. 그러나 2019년, 코로나-19라는 범지구적 사건이 발생하면서 비대면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는 사람들을 고립시켰지만, 그러면서 새로운 취미와 활동의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그중 하나가 양주, 특히 위스키의 테이스팅이라고 할 수 있다. 관세청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위스키 수입액은 2115억 원으로, 전 해인 2020년의 1598억 원에서 32.4% 증가했다. 코로나로 인해 기존의 술자리 형태도 희미해졌고, 술을 취하기 위해 마신다는 고정관념도 희미해졌기에, 이에 따라 위스키 문화는 차츰 서민층에서도 즐길 수 있는 문화로 확장되어 갔다.

위스키의 모습 (사진 = Getty Images)

위스키는 13세기에서 15세기 사이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등장했다. 그전까지 발효 기술과 증류 기술이 서서히 발달해 오고 있었지만, 위스키라는 술이 탄생한 것은 이때로 여겨진다. 그 이후로 미국으로 넘어가 버번위스키와 라이 위스키를 중심으로 위스키는 발달했다. 위스키는 생산지에 따라서는 크게 스카치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 아메리칸 위스키로 나누어지며, 스카치위스키는 원료에 따라 싱글 몰트, 블렌디드 몰트, 그레인, 블렌디드 위스키로 나뉘고, 아메리칸 위스키는 버번, 콘, 라이, 몰트위스키 등으로 나뉜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위스키들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맥아의 효소로 곡물의 녹말을 당화, 발효, 증류하여 오크통에 숙성시킨다는 공정의 공통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위스키라는 술의 특성이 결정되는 것이다.

위스키를 만드는 과정에서, 당을 발효하여 알코올을 만들고, 이를 증류하는 과정은 다른 여느 술의 양조 과정에서도 볼 수 있는 공정이다. 산, 에스터, 타닌 등의 화합물에 의해 위스키만의 독특한 향과 맛을 만들어 주는 숙성의 과정이 위스키를 정의한다고 볼 수 있다.

위스키의 맛을 결정해 주는 화합물들의 일부와, 숙성 시간에 따른 각 화합물의 분포 변화 (자료 = George H. Reazin, “Chemical Mechanisms of Whiskey Maturation”, American Journal of Enology and Viticulture 32(4), American Society for Enology and Viticulture, 1981, p. 284)

위스키의 숙성 과정에서는 크게 숙성 기간과 오크통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존재한다. 먼저 숙성기간의 경우, 12년과 18년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이 기간이 최적의 숙성 기간으로 알려져 있다. 위스키가 숙성될 때, 적어도 3년이 지나야 숙성되지 않은 원액의 맛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스카치위스키 등 일부 위스키는 위스키라는 이름을 술에 붙이기 위해서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된 것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한다. 오크통의 경우에는, 셰리 와인의 운송에 쓰이는 오크통이나(셰리 캐스크), 버번을 숙성했던 오크통(버번 캐스크)과 같은 오크 통을 사용해서, 위스키에 더욱 복합적인 맛을 추가한다.

이제부터 위스키의 숙성과정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반응들에 대해 알아보자. 위스키의 숙성을 화학적으로 고려할 때에는, 숙성과정에서 각 성분들의 참여 여부를 알아봐야 하며, 또 증류 과정에서 나오는 화합물들 사이만의 반응인지, 오크통에 있는 물질과 상호작용이 포함되는 반응인지도 조사해야 한다. George H. Reazin(1981)의 논문에서는, 이전 연구에서 확인된 성분들의 농도가 어떻게 증가하는지 조사하고, 탄소의 방사성 동위원소 14C가 포함된 에탄올을 이용해, 에탄올이 각 성분의 생성에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생성된 모델은 다음과 같다. 먼저 에탄올이 산화하여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되고, 이가 다시 산화하여 아세트산이 된다. 이후에 오크통 나무에서 이 아세트산이 분해되고, 이 아세트산이 에탄올과 만나서 카복실산과 알코올이 반응하는 에스터화 반응을 거친다.  그 결과로, 위스키의 맛을 결정하는 에스터 화합물 중 하나인 에틸 아세테이트와 물이 된다는 것이다.

에탄올이 위스키 숙성 과정에서 겪는 메커니즘의 모델 (자료 = George H. Reazin, “Chemical Mechanisms of Whiskey Maturation”, American Journal of Enology and Viticulture 32(4), American Society for Enology and Viticulture, 1981, p. 285)

오크통과 위스키 사이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은, 나무에 존재하는 리그닌이나, 헤미셀룰로스의 화학적 구조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아 제대로 알아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리그닌이 관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족 알데하이드 화합물의 생성 메커니즘은 여러 가설만 제시되었을 뿐, 확신은 없는 상태이다. 다만, 오크 통을 재사용했을 때의 성분을 분석해 본 결과, 숙성시키기 전 오크통 안을 탄화하는 것은, 오크통과 상호작용하는 반응들의 반응성을 높여준다고 추론했다. 이 외에도, 위스키 숙성과정에서 온도나, 엔트리 프루프(숙성이 준비된 원액의 알코올 함량) 같은 요소들이 숙성에 미치는 영향이 연구가 잘 되어있지 않다고 제시했다.

이처럼 역사 속에서 발전해 온 위스키라는 주류의 양조와 숙성 과정에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들이 존재한다. 정확한 원리를 모르지만, 맥아를 발효시켜서 증류하고 오크통에 숙성시키면 맛있는 술이 된다는 공정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고 쌓여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인류가 이 금빛 액체를 위해 쏟은 그동안의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보며 이번 주말엔 비싼 것이든 싼 것이든, 위스키를 한 잔 따르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편안히 음미해 볼 것을 권해본다.

참고 자료
George H. Reazin, “Chemical Mechanisms of Whiskey Maturation”, American Journal of Enology and Viticulture 32(4), American Society for Enology and Viticulture, 1981, pp. 283~289.

오승지, 「(라이프) 홈술·혼술·MZ 세대 인기…위스키 전성시대」, 『전기신문』, 2022.07.12, , 2024.03.08.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이재원 기자 timmy200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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