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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야르 반응 : 음식이 맛있어지는 화학적 비결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강현재
  

 마이야르 반응이 진행된 스테이크 (사진 = allrecipes)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방송이나 유튜브를 보다 보면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단어이다. 대표적으로 스테이크와 같은 고기 요리에서 높은 온도에서 단시간에 고기를 익혀 발생시키는 반응으로, 흔히 '고기의 풍미를 극대화시키는 조리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마이야르 반응이 미디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면서, '육즙을 가두는 반응', '살짝 태우는 반응'과 같은 여러 통념들이 생겨났는데, 이 기사를 통해 마이야르 반응에 숨겨진 화학적 원리부터, 이러한 통념들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1. 마이야르 반응의 화학적 원리

 마이야르 반응은 1912년 프랑스의 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le Maillard)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된 반응으로, 아미노 화합물(단백질)과 환원당의 반응에 의해 시작되는 일종의 ‘화학 반응’이다. 아래에서 설명할 총 3단계의 마이야르 반응을 거치면 갈색 색소인 멜라노이딘 색소가 생성되는데, 이는 음식 조리 과정에서 갈변을 발생시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이야르 반응이 진행된 음식의 특유의 풍미를 이끌어낸다.
 
 마이야르 반응의 3단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단계] 아미노 화합물과 환원당이 반응하여 글리코실아민과 물 분자를 생성한다.
[2단계] 불안정 상태의 글리코실아민은 ‘아마도리 전위’라는 과정을 거쳐 아마도리 화합물을 생성한다.
[3단계] 아마도리 화합물이 나머지 생성물들과 반응하여 멜라노이딘 반응을 일으켜 멜라노이딘 색소를 생성한다.

아마도리 전위의 과정 (사진 = FutureLearn)


 [1단계]는 문자 그대로, 마이야르 반응에 참여하는 두 반응물이 최초의 생성물인 글리코실아민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그 다음 [2단계]부터 반응이 복잡해지는데, 글리코실아민이 거치게 되는 ‘아마도리 전위’를 간단히 말하면 ‘재배열’이라고 할 수 있다. 위 그림에서 세 가지 물질은 서로 ‘토토머(tautomer)’, 혹은 ‘호변 이성질체’ 구조이다. 이성질체란 구성 원소의 종류와 수는 같으나 원자의 배치 구조가 다른 두 물질을 말하는데, 여기서 ‘호변 이성질체’란 서로 쉽게 변환될 수 있는 이성질체 구조임을 의미하며, 각각의 작용기의 차이에 따른 이름을 붙이면 글리코실아민(Glycosylamine)과 1,2-엔아민올(1,2-Enaminol)은 이민-엔아민(imine-enamine) 토토머이고, 1,2-엔아민올과 아마도리 화합물(Amadori Compound)는 엔아민-케톤(enamine-ketone) 토토머 관계에 있다. 이상의 과정을 정리해 볼 때, 아마도리 화합물의 생성 과정은 ‘쉽게 전환되는 이성질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자 구조의 재배열’로 요약할 수 있다.
 

아마도리 화합물이 디카르보닐화되는 과정 (사진 = Wikipedia)

 
 이렇게 아마도리 전위를 거쳐 생성된 아마도리 화합물은 [3단계]로 넘어가 탈수 작용을 거치면 메틸글리옥설(Methylglyoxal, MGO)과 같은 유기 화합물이 생성되고, 이 생성물들이 ‘알돌 축합반응(Aldol condensation)’을 거치면 최종 생성물인 멜라노이딘 색소가 생성되고, 마이야르 반응이 마무리된다.
 
 또한 마이야르 반응과 함께 나타나는 화학 반응으로 ‘스트레커 분해(Strecker degradation)’가 있는데, 아마도리 화합물이 탈아미노산화 작용을 거쳐 카보닐기(C=O)를 2개 포함한 분자인 디카르보닐(dicarbonyl) 계열 당류가 되고, 이 디카르보닐은 아미노기를 알데하이드로 치환시키는 과정에 관여하는데 이를 스트레커 분해라고 한다. 스트레커 분해의 결과 음식에서 특유의 향이 나게 된다.
 

카라멜화 반응을 발생시킨 미르푸아 (사진 = flickr)

 
2. 마이야르 반응에 관한 통념

 여기서 색소로 인해 음식이 갈색으로 변하는 공통점 때문에 마이야르 반응이 카라멜화(Caramelization)와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두 반응은 비효소적 갈변 반응이고, 반응을 촉진하기 위해 열을 가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갈변이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두 반응의 과정을 깊게 살펴본다면 명백한 차이점이 드러나는데,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마이야르 반응은 당류와 아미노 화합물(단백질)이 동시에 관여하는 반응인 반면 카라멜화는 단백질이 관여하지 않는 특정 당류의 열분해 과정으로, 마이야르 반응과 원리가 완전히 별개의 현상임을 알 수 있다. 카라멜화의 대표적 예시로는 위의 사진에 소개된 미르푸아(Mirepoix) 등이 있다. 미르푸아는 프랑스 요리에서 육수, 스튜 등 국물 요리를 만들 때 널리 사용되는 식재료로, 양파, 당근, 샐러리를 버터와 같은 동물성 지방에 볶는 과정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야채의 카라멜화가 발생하는데, 식재료의 구성을 생각해 볼 때 단백질이 반응에 관여하는 마이야르 반응과는 거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마이야르 반응을 ‘약하게 태우는 반응’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열을 가해 음식이 갈색으로 변하는 과정이 눈에 보여 마치 음식을 태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마이야르 반응은 ‘타는 것’과 확실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마이야르 반응은 반응의 결과물로 색소와 당류가 생겨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과정으로, 완전히 연소가 진행되어 숯덩이처럼 까만 탄소 덩어리만을 남기는 ‘타는 것’과 느낌이 아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마이야르 반응이 잘 진행된 고기와 어느 정도 타서 그을음이 생긴 고기를 먹어 보면 맛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반응의 결과물이 다르므로 당연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3. 마이야르 반응과 온도

 그렇다면 이러한 마이야르 반응이 잘 일어나는 온도는 몇 도일까?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마이야르 반응이 가장 잘 발생하는 온도는 175~180℃로, 이 온도를 유지하며 고기를 빠르게 구웠을 때 최상의 풍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는 최소한의 온도는 약 100℃로, 온도가 이보다 낮으면 마이야르 반응이 촉진되지 않는다. 반대로 온도가 200℃ 이상으로 지나치게 높으면 음식이 타버리는 불상사가 생긴다. 오븐과 같은 조리 기구를 이용해 고기 요리를 조리할 때, 내부 온도를 180℃ 선으로 유지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마이야르 반응의 발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마이야르 반응의 화학적 원리에 대해 알아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물은 특유의 향이 생기고, 음식이 갈색으로 변하는 정도의 단순한 변화였으나, 그 과정을 깊게 분석해보면 수많은 화학반응의 집합체였음을 알 수 있다. 잘 구워진 스테이크 한 조각을 썰어 먹을 때, 이 맛과 향의 원인을 생각해 본다면 좀 더 색다른 맛이 느껴질지도 모른다.

 
참고자료

 Wikipedia, ‘Maillard Reaction’ 문서, https://en.wikipedia.org/wiki/Maillard_reaction, 2024-08-25
 
 FutureLearn, ‘Understanding the Maillard Reaction’,
 https://www.futurelearn.com/info/courses/everyday-chemistry/0/steps/22336, 2024-08-25
 
 Valentin Rauh; Yinghua Xiao,
 「The shelf life of heat-treated dairy products」, International Dairy Journal, 2022
 
 Nahid Tamanna; Niaz Mahmood, 「Food Processing and Maillard Reaction Products: Effect on Human Health and Nutrition」,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2015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745522/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강현재 기자 hgang35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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