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 숨겨진 공간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황우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정문 (사진 = 서울대학교)
이미 여러 학기를 보낸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학교의 공간들은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항상 다니던 공간만 지나면서 학교가 넓다고, 불만만 말하지 않았는가? 넓은 캠퍼스와 긴 역사를 가진 우리 학교는 흥미로운 공간이 곳곳에 많다. 익숙한 공간에서 새로움을 찾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기에, 이 기사에서는 넓고 넓은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에 숨겨진 세 공간를 소개하고, 방문하고자 하는 독자께 팁을 전달하겠다.

버들골 댐 (사진 = 김나신의 대학탐방, 세계여행)
첫 번째는 버들골 댐과 방갈로다. 버들골에 가본 학생은 있어도 버들골에 댐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학생은 드물 것이다. 관악02나 5511 버스를 통해 공동기기원에 내려서 관악사삼거리 쪽으로 걷다 보면 오른쪽에 전파천문대라고 적힌 시멘트길이 나온다.

버들골 지하 저류조 (사진 = 연합투데이)
이 길에서 직진하면 버들골 댐, 오른쪽은 전파천문대가 있다. 정식 명칭은 관악산 상부댐으로, 관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가둬 수해를 방지한다. 버들골 지하의 저류조와 연결되어 있으며, 자하연의 물도 이곳에서 온다.

서울대 유령소동에 대한 신문기사 (사진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이곳에는 오싹한 괴담 하나가 전해진다. 1970년, 한 경비원이 버들골 순찰을 하다가 혼자 술을 마시는 남학생을 발견, 통성명을 한 뒤 함께 술까지 마셨으나 잠깐 한눈을 판 사이 홀연히 사라졌고 다음날 그 학생의 이름을 조회해 보니 지난해 여름 댐에서 수영하다가 익사한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괴담과 비슷한 귀신 목격담이 버들골 주변에서 반복되자 1976년, 학교 당국에서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신문까지 해당 내용이 보도되었다. 물론 익사한 학생과 경비원조차 밝혀내지 못했다는 결론이었지만..!

산 속 버려진 방갈로 (사진 = 김나신의 대학탐방, 세계여행)
전파천문대로 가는 길에는 서울대가 골프장이었던 시절 지어진 방갈로들이 폐가처럼 방치돼 있으므로, 안전에 주의해서 버들골 댐과 함께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서울대 폐수영장의 과거 사진 (사진 = 김나신의 대학탐방, 세계여행)

서울대 폐수영장 내부의 과거 사진 (사진 = 김나신의 대학탐방, 세계여행)
두 번째는 서울대 폐수영장이다. 관악02나 5511 버스를 통해 공동기기원에 내려서 정류장 바로 앞 지진관측소 옆 산길을 타고 5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 ‘폐수영장 진입금지’라는 팻말이 보이면 오른쪽 샛길로 빠져야 한다. 계속 올라가면 관악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게 되니 주의하자.

폐수영장 진입 경고 표지판 (사진 = 황우현 기자)
표지판에는 진입 시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적혀있지만, 이는 코로나 시기 이전, 폐수영장이 철거되기 전의 이야기이다. 이곳도 위의 방갈로와 마찬가지로, 골프장이었던 시절 지어진 이후 서울대가 계속 운영했다. 학생 운동 당시 전경을 피해 학생들이 이곳으로 피신하기도 했으며, 이곳에서 익사한 학생도 있다고 한다.

서울대 폐수영장의 방탄소년단 (사진 = 빅히트)
90년대 초 수영장이 폐쇄된 이후에는 사람들이 와 그라피티를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intro:화양연화 MV가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하는 듯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변화했다.

현재의 수영장 모습 (사진 = 황우현 기자)
그러나, 치안상의 문제와 더불어 오래된 건물의 붕괴 위험이 있기에 2021년 서울대 폐수영장은 결국 철거되었다. 현재는 그래피티가 남아있는 수영장의 한쪽 벽면과 물탱크 건물의 흔적만이 남아있으나, 가로등과 CCTV가 설치된 공원으로 탈바꿈됐으니 버들골 댐과 함께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세 번째는 서울대 비밀 지하 벙커이다. 5513이나 관악02를 타고 신소재 정류장에 내려서 윗공대 쪽으로 순환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가면 바리케이드로 막아놓고 경비원이 서 있는 수상한 공간이 있다. 자연스럽지 않은 나무로 가려져 있는 시멘트 건축물의 정식 명칭은 B5 벙커로, 유사시 정부 요인과 공무원이 대피하는 벙커다.

국내의 지하 벙커 현황 (사진 = 네이트 뉴스)
1000여 명을 몇 달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벙커이며, 남쪽으로는 관악산 너머 과천종합청사와, 동쪽으로는 수도방위사령부와 연결된다. 2000년대 초까지는 이 벙커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아 소문만 무성했지만, 윗공대가 개발되며 진실이 알려졌다. 이후에는 이곳에 원전 폐기물을 버리겠다는 논의가 있기도 했으나 반발이 심해 즉시 무산되었다.

교내 순환버스에서 본 벙커 입구 (사진 = 황우현 기자)
윗공대로 올라가는 교내 버스 왼쪽에 타면 잠깐이나마 입구를 볼 수 있으니 확인해 보고, 관심이 있다면 직접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여전히 국가기밀시설이기에 너무 접근하거나 출입을 시도하면 경비원의 제지를 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지금까지 서울대에 숨겨진 공간들을 소개해 보았다. 글을 읽고 관심이 생긴 독자는 직접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버들골 댐, 폐수영장, 벙커 순서대로 접근 난이도가 점점 어려워지므로, 도장 깨기를 하듯이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이 외에도 서울대학교의 버려진 교회, 미대 야적장, 하유제(공대 정자)와 공대 폭포, 관악산 호수공원, 알 수 없는 비석과 각종 추모비 등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 많다. 심지어 학교를 약간 벗어나 관악산에 올라가면 한국전쟁 때 쓰이던 벙커, 누군가의 캠프, 버려진 건물 등 알 수 없고 오싹한 공간도 있다.
익숙함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은 독자는 이러한 숨겨진 공간들을 직접 탐색해 보고, 공간에 엮인 에피소드까지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만, 서울대 특성상 산 주위에 있는 공간도 많으므로, 들개를 주의하고, 밤에는 다니지 않도록 하며 즐거운 탐사를 이어 나가길 바란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황우현 기자 skywindstar0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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