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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름 자몽 시리즈: 자연과학의 다학제적 탐색] 7.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양자사회과학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8기 | 박희수
 

   20세기 초부터 대두된 양자역학은 미시 세계의 현상을 설명하는 역학으로, 기존 고전역학의 틀을 깬 혁신적인 접근이라 평가받는다. 이러한 양자역학은 연구와 발전을 거듭하며 전기전자 분야 등에 크게 공헌하였으며, 더 나아가 양자컴퓨터와 같은 첨단 기술의 토대가 되었다. 그리고 여기, 혁신적인 양자역학을 이용해 사회를 설명하려는 한 학자가 있다.

알렉산더 웬트(출처 : 오하이오 주립 대학)      알렉산더 웬트의 저서(출처 : 교보문고)
  

   알렉산더 웬트는 미국의 정치학자로, 국제정치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는 저명한 학자이다. 그런 그가, 양자역학을 접한 뒤 이를 이용하여 사회현상을 설명하려 시도하였고, 양자사회과학이라는 개념을 제안하였다. 비록 양자사회과학은 아직 그 근거가 매우 빈약하고, 이론 전개에 비약이 많아 과학으로 보기 어려우며 학계에서도 그리 인정받지 못하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참신한 시선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자연과학대학 소속의 전공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다소 터무니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런 관점도 있구나’의 생각으로 다가가 보면 좋을 것 같다.
  
  

인간은 물리 법칙을 따를까?  

   인간은 물리 법칙을 따르는가? 우리 눈에 보이는 표면적인 세계에서 인간은 물리 법칙을 비롯한 과학의 범주를 따른다. 인간은 작용-반작용과 마찰을 이용해 움직이며, 음식을 섭취하고 효소로 물질을 대사하며 에너지를 얻는다. 그럼 우리의 뇌, 우리의 정신적인 활동은 물리 법칙을 따를까? 사람의 감정, 사고, 선택, 상상은 물리 법칙을 따르는 것일까? 알렉산더 웬트는 인간의 정신적인 활동 또한 물리 법칙을 따른다고 생각하였다. 다만, 고전적인 과학으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으니 양자역학을 도입하여 우리의 정신적 활동을 설명하고자 한 것이다.
  
  

양자 뇌 이론
  

양자적 뇌의 도식 (출처 : Technology Networks)

   자신의 양자사회과학 이론을 구축하기 위해 웬트가 택한 것은 ‘양자 뇌 이론’이다. 양자 뇌 이론 혹은 조화 객관 환원 이론은 이론 물리학자 로저 펜로즈와 마취과 전문의 스튜어트 해머로프가 제안하였다. 양자 뇌 이론에서는 우리의 뇌가 파동함수와 같이 양자적인 상태를 유지하다가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파동함수가 붕괴하며 사고와 선택을 하는 것이라 해석한다. 이때, 뇌에 존재하는 미세소관과 뉴런의 축삭돌기 부분이 탄소나노튜브 등 다른 양자 상태를 유지하는 구조와 흡사하다는 것을 근거로, 미세소관을 통해 뇌가 양자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의 뇌의 정보 동기화¹⁾에 관한 연구는 기존 뉴런의 전기 신호를 이용한 신호 전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빠른 동기화 속도를 설명하기 위해 양자 뇌 이론을 검토하여 채택했다. 연구진들은 미엘린 수초의 지질 성분에 존재하는 C-H 결합을 이용해 연쇄 작용으로 광자가 생성되고, 미엘린 수초의 원통형 구조가 이를 가속시켜  양자 상태를 유지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기존의 뉴런을 통한 전기 신호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뇌에서 정보 전달 및 처리가 이루어 질 수 있다고  추정하였다. 물론 이 연구 또한 여러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이 연구는 광자가 존재한다는 것만 확인하였지, 실제로 뇌가 이를 이용하는 지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 또, 이러한 양자 현상이 뇌의 전역에서 유지될 수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였으며, 미엘린 수초는 뉴런의 축삭돌기 부분에만 위치하는데, 그러면 수상돌기를 비롯한 다른 부분에서는 어떻게 양자 신호가 전달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결여되어 있다.

1) 하나의 구역에서 처리한 정보를 뇌 전역에 전달하여 모든 뇌의 구역이 이 정보를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것
  

미엘린 수초와 지질의 구조 (출처 : Entangled biphoton generation in myelin sheath)
  

   이처럼 양자 뇌 이론을 입증하기 위한 여러 연구들이 있고, 몇가지 연구는 양자 뇌 이론을 뒷받침하지만, 아직 그 근거가 빈약하다. 특히, 해당 분야에 관련된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계산을 통해 얻은 값으로는 뇌 전역에서 양자 현상이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²⁾하기에 아직 주류 이론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 The Importance of Quantum Decoherence in Brain Processes에 따르면, 뇌가 양자 현상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온도와 습도가 높아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양자 현상이 붕괴한다고 계산을 통해 주장했다.
    


양자적 관점에서 본 사회
  

   웬트가 양자 뇌 이론을 이용해 해석한 사회 현상은 다음과 같다. 웬트는 언어의 ‘맥락주의’가 양자사회과학으로 해석할 수 있는 좋은 사례라 주장했다. ‘맥락주의’란 언어의 의미가 정해진 것이 아닌 대화의 맥락에 의해 결정된다는 관점이다. 예를 들어, 원시인 한 명이 사과를 보고 ‘애플’이라 소리를 냈다면, 대화의 맥락에 따라 주위 원시인들도 ‘애플’의 의미를 인지하며 언어의 의미가 정해진다고 보는 것이다. 웬트는 이 상황을 파동함수가 원래의 양자 상태를 유지하다가 사회 공동체 규모에서 외부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붕괴하며 실체를 찾았다고, 즉 관찰함에 따라 결정되었다고 해석하였다. 웬트는 국가와 사회 또한 양자역학으로 새롭게 해석하려고 시도했다. 웬트는 평상시에 국가와 사회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으나, 납세, 전쟁, 시위, 투표 등 사람들이 서로 상호작용할 때 양자 상태가 붕괴되며 국가와 사회가 실체로 잠시 존재하다가 다시 양자 상태로 돌아간다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비판
  

   양자사회과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계산적, 실험적 검증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사고로만 이론이 전개되었으며 계산을 통한 연역적 방법이나 실험을 통한 귀납적 방법이 아닌, 유비의 방법으로만 설명되었다. 배경이 되는 양자 뇌 이론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도 비판받는 지점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양자 뇌 이론은 학술적으로 완성된 이론이 아니며,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비주류 이론이다. 이와 같은 비주류 이론을 바탕으로 전개된 양자사회과학에는 맹점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사회가 너무 거시적이라 미시적 현상을 해석하는 양자역학이 사회를 설명하기 부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거시적 세계에서는 대응 원리³⁾에 따라 미시적 현상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미시 세계에서는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알 수 없지만, 우리 눈에는 자동차가 어디에서 어느 정도 빠르기로 움직이는지 잘 보이지 않는가? 이처럼, 거시 세계에서는 양자역학이 그리 유효하지 않은데, 거시적인 사회를 미시적인 이론으로 설명하려 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여럿 제기되고 있다.

3) 미시세계에서 적용되는 양자역학 공식의 양자수가 무한히 커지면, 다시 말해 양자 역학 공식에 거시세계의 값에 해당하는 충분히 큰 수를 대입하면, 그 결과가 거시세계에서 적용되는 고전역학 공식이 나타내는 결과와 일치해지는 원리
  
  

결론
  

   양자사회과학은 양자역학을 사회 해석에 사용하는 흥미로운 이론이다. 기존에도 과학적 이론을 사회 해석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으나, 과학적 이론 중에도 혁신적이라 평가받는 양자역학을 사회 해석에 사용하였으니 매우 참신한 시도임은 분명하다. 다만, 실증적인 증거가 없고 연역적, 귀납적 방법이 아닌 단순한 비교를 통해 논리가 전개된 점은 매우 아쉽다. 특히, 이공계 전공자가 아닌 사회과학 전공자가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부분이 많다는 점도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당신은 정신과 사회가 양자 현상으로 구성되며, 양자역학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참고문헌
  

 전재성. (2016). 알렉산더 웬트 (Alexander Wendt) 의 양자사회과학에 대한 비판적 고찰. 국제정치논총, 56(2), 7-43.
 송재룡. (2019). 양자 사회과학 가설의 함의와'언어적 전환'테제: Alexander Wendt 의 양자의식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사회학회 사회학대회 논문집, 963-977.
 Wendt, A. (2015). Quantum mind and social scien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Kerskens, C. M., & Pérez, D. L. (2022). Experimental indications of non-classical brain functions. Journal of Physics Communications, 6(10), 105001.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박희수 기자 huisuhuisu0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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