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여름 자몽 시리즈: 자연과학의 다학제적 탐색] 5. 대기과학자가 말하는 학제 간 연구의 현재와 미래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이다인, 이시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은 2023년, 정부의 G-램프(LAMP)¹사업에 선정되며 ‘기초과학의 데이터 기반 혁신’을 목표로 다학제적 테마연구소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LAMP 사업이란 R&D 지원방식을 기존 개별 과제(project)에서 기관 중심(general fund)으로 전환하여 대학 주도 공동연구체계 활성화 및 우수인력을 유입하기 위해 2023년부터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이다. 기초과학의 10개 분야 중 대학별로 1개 분야를 지원하고, 선정되면 5년 간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자:몽에서는 이러한 LAMP 사업이 총괄하는 중점테마연구소인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IDIS²)”의 지질학, 해양학 분야 교수님을 인터뷰 한 것에 이어, 데이터 기반 지구·행성 탐사팀에서 대기과학 연구를 하고 계신 이상무 교수님을 인터뷰 하였다. 교수님께서는 박사 후 연구원 시절부터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학제 간 연구를 수행해오셨는데, 그 자세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1) Global - Learning & Academic research institution for Master’s·PhD students, and Postdocs
2) Institute for Data Innovation in Science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 출범 2년, 어떤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나
Q. LAMP 사업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소개부탁드립니다.
A. 현재는 사업이 출범된지 2년밖에 안 되었기에 가시적인 연구성과는 없지만, 자연대 내 여러 학과의 교수님, 박사 후 연구원, 같은 사업에 소속된 타 단과대의 연구자 분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아이디어 교류를 활발하게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예를 들어 통계학과의 박건웅 교수님께서도 대기과학과에 오셔서 하고 계신 연구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셨는데, 새로운 통계학적 방법론을 대기과학 분야에서도 적용해보는 등 앞으로 협업 기회가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 대기과학 분야에서도 AI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추세인만큼, LAMP 사업을 통해 앞으로 더욱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 내 집담회라고 해서 분기별로 여러 연구자분들과 티타임을 가지곤 하는데, 한 번은 양자역학 연구를 하시는 물리천문학부 이승섭 교수님께 양자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현재 양자역학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인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의 CPU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훨씬 빠른 속도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CPU 기반의 슈퍼컴퓨터는 대기과학에서 사용하는 모델을 담기에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양자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기법들이 개발되면 이를 대기과학에 적용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양자 컴퓨팅을 이용해 ‘어떻게 미분방정식을 잘 풀 것인가’를 주제로 많은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데, 대기과학에서 쓰는 유체역학 방정식도 미분방정식이기에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연구되는 방법들을 대기과학에 적용하면 재밌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눴었습니다. 물론 실현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학제 간 연구라는 것이 하고 싶다고 바로 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충분한 대화와 공감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현재는 학제 간 연구를 위해 연구자 간 소통을 쌓고 있는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과학데이터 혁신 연구소 차원에서 학제 간 연구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에서 2개의 기관과 MOU³를 체결했습니다. 바로 극지연구소와 덴마크 기상청입니다. 두 기관 모두 지구과학을 연구하고 있지만 지구과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고 기관 내에서도 학제 간 연구를 매우 활발히 진행하는 곳입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 학교도 이런 연구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학제 간 연구를 주도하는 기관과 공동 워크숍도 추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오는 7월 말에 극지 연구소 과학자들, 덴마크 기상청 사람들을 우리나라로 초청해 이러한 학제 간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들어보고, ‘해빙’을 초점으로 한 연구 결과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초청하는 사람들 중에는 관측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 AI 모델을 만드는 사람, 이론을 연구하는 사람, 위성 관측을 하는 사람 등 같은 주제 아래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함께 엮여 있습니다.
자연대 내 다른 전공의 교수님들과도 함께 학제 간 벽을 허물고 공동 연구를 해보자는 취지에서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등의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3) MOU(Memorandum of Understanding, 양해각서): 정부, 국가기관, 민간단체, 기업 간의 상호 제휴와 협력을 위해 맺은 합의 사항을 문서로 기록하는 것
위성기상학과 학제 간 연구
Q. 실제로 학제 간 연구를 해보신 사례가 있나요?
A. 인공위성 자료는 빅데이터 자료이기 때문에 평소 통계학 전공자들과 교류할 기회가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 AI와 관련지어 연구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위성 자료 중 sounding 자료(수직 자료)와 밝기 온도(Brightness Temperature)를 대기 중 온습도 프로파일로 변환하는 AI 알고리듬(algorithm)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이를 국가기상위성센터 프로젝트인 ‘기상위성 기반 3차원 융합자료 생산을 통한 실황분석 지원 기술개발’을 통해 실제로 개발했었습니다. 이 과업은 성균관대학교에서 데이터 마이닝을 연구하시는 강석호 교수님, 인천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머신러닝 등을 연구하시는 유재홍 교수님, 동국대학교 산업시스템공학과에서 데이터분석방법론을 개발하시는 손영두 교수님과 함께 했었습니다. 이렇듯 기상청에서도 기존에는 주로 대기과학자들과 협업했다면 현재는 AI 훈련 분야에 지식이 넓은 분들과도 협업을 많이 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저는 박사후 연구원 시절을 콜로라도 볼더 대학 전기정보공학부⁴에서 보냈습니다. 이 분야에서 최근 많이 연구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통신, 센서 제작’입니다. 여러 센서 중 지구과학 목적에 맞는 센서를 개발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토양 수분량을 관측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해 드론에 싣는다면, 농업 지역에 가서 관개 활동이 잘 일어나고 있는지를 감시할 수 있습니다. 센서를 통해 특정 지역에 물이 부족하거나 넘치는 상황을 잘 감지한다면 효과적으로 물의 양을 조절해 농업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센서 자체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사람도 필요하겠지만, 센서에 반사된 빛을 해석하고 이를 유의미한 지구환경변수로 만드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제가 이 역할을 수행했었습니다.
4) University of Colorado Boulder, Electrical Computer Energy Engineering
이외에도 해당 대학에서 약 50개 정도의 소형 위성 ‘스몰샛(SmallSat)’을 띄워 이를 지구과학 연구 목적, 날씨 예측에 응용할 수 있는 사람을 모집한 적이 있는데, 그중에는 공학자, 통계학자, 저와 같이 위성을 전공하는 사람, 수치예보(NWP, Numerical Weather Prediction)를 연구하는 사람, 미국 해양대기청, 미국 국립대기과학연구소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와 기관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공학을 넘어서 상업적으로도 활용하기 위해 미국에 특허를 낸 게 하나 있는데, ‘날씨 예측기 및 예측 방법(Weather Predictor and Prediction Method)’입니다. 아직 출현은 안 되어 있고 등록만 되어 있는데, 위성 센서를 어떻게 제작하야 수치 예보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물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복사 전달을 모델링하고 칼만 필터를 구성하는 데 있어 배경 오차(background error)를 산정하는 방법론을 Sean McKee와 함께 연구했습니다. 칼만 이득 행렬(Kalman-gain matrix)을 구성할 때 배경오차공분산행렬(background error covariance matrix)로부터 오차(error) 정보를 잘 넣어주는 게 중요한데 이런 연구를 수행하는 등 일정 부분의 과학적인 시스템을 제가 만들고, 전체적인 위성 설계는 공학자와 함께 하는 등 많은 협업을 진행했었습니다. 해양에서의 복사 전달 모델링도 연구 하는 등, 위성을 제작했을 때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를 알기 위해서는 저와 같은 과학자가 필요했던 것이죠. 센서를 실제로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이 공학자가 할 일이었다면, 저는 위성을 통해 어떤 데이터가 나올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 해보고 실제로 적용했을 때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피드백을 주는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상호작용하며 학제 간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또 위성 자세 제어나 품질 체크, 시스템 모니터링 등 위성을 운영하는 일은 학교에서 담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기관이나 회사에서 담당하게 되는데, 이때 기업과의 소통도 필요합니다.
Q. 기상 자료들을 다루는 통계학적인 방법론을 몇 가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전통적인 통계학 방법론으로는 베이지안 통계, LMMSE(Linear Minimum Mean Squared Error, 선형최소평균제곱오차), 칼만 필터(Kalman filter)를 들 수 있습니다. 칼만 필터링은 노이즈(noise, 잡음)가 있는 모델 데이터와 관측 데이터 사이에서 통계학적으로 참 값에 가까운 상태를 추정하는 재귀적인 방법으로, 자료 동화(Data assimilation)⁵를 할 때 대기과학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비선형 방정식을 풀어 얻은 6시간의 예측값은 부정확합니다. 일기 예보에서 이를 초기장으로 설정해 예측결과를 내놓는다면 더욱 부정확한 예보가 나올 것입니다. 이때 칼만 필터를 이용하면 통계적으로 어느 정도 정확성을 지닌 초기 조건을 설정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을 다시 예보 모델의 초기 자료로 이용하면 예보 정확도 향상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칼만 필터 외에도 아주 다양한 인공지능 기법들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인공신경망(Neural Networks) 기반의 기법도 있고, 랜덤 포레스트(random forest)⁶와 같은 기법도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ResNets(Deep Residual Networks)나 3차원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 비전 트랜스포머(vision transformer, ViT), 또는 gan 계열의 모델(생성적 적대 신경망,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등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에도 최근에 구축한 AI 서버가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에서도 이런 서버를 활용해 대기과학 내 AI를 활용한 연구를 해보고자 합니다.
5) 전처리과정에서 수집된 관측자료를 모델에 입력해 모델이 가지고 있는 예측오차를 보정하는 과정
6) 다수의 의사결정나무(Decision Trees)의 예측 결과를 다수결 방식으로 조합하여 최종 예측 결과를 결정하는 앙상블 학습 방법의 일종
융합 연구 트렌드에서 가지는 ‘지구환경과학’의 위상, 자연과학의 학문적 특성
Q. 지구환경과학은 학제 간 연구가 주목받기 전부터 학제 간 연구와 유사한 성격을 띄는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트렌드가 된 학제 간 연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지구환경과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학제 간 연구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A. 좋은 질문인데, 쉽게 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구과학 분야도 하나의 학제 간 연구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물리, 화학, 수학, 통계학 등의 지식이 많이 필요하고 이런 지식을 지구과학에 접목시킨다는 관점에서 태생적으로 학제 간 연구가 필수인 분야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런 학제 간 연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학문 간 경계가 비교적 뚜렷하게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흐름 속에 있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분들과 협업할 있는 환경도 많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대기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 중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거나 실제로 같이 공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사실 인공지능은 학부생 때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학부생이라면 차라리 전통 통계학이나 수학 과목들을 많이 수강할 것 같습니다. 미분방정식, 선형대수학, 복수변수함수론 등 이런 기초학문을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AI 분야에 취업을 하고 싶다면 학부생 때부터 관련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학부 졸업 후에도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면 굳이 지금부터 AI를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학부 때 AI를 배우지 않았지만, 2013년에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혼자 공부하고 코드도 실제로 짜봤습니다. 그래서 굳이 지금 배우지 않아도 나중에 충분히 공부할 기회가 많으니까 지금은 기초를 탄탄히 다져놓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기초를 다져놓지 않으면 AI 등 응용분야에서 금방 무너질 것입니다.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기초 학문을 충분히 다져놓는 것이 나중에 학제 간 연구를 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양자 역학에 아는 것이 전무하면 양자 역학 연구자와 대화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통계학이나 수학적인 지식 없이 통계학자와 대화가 통할 수 없죠. 학제 간 연구를 위해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충분히 소통하려면 해당 분야의 기본적인 지식은 알고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학부생 때는 기초학문을 열심히 다져놓으시길 바랍니다.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수도 없이 강조되는 부분이 ‘기초 과학에 대한 기반을 단단히 다져 놓는 것’이다. 이상무 교수님께도 이 부분을 짚어주셨고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에 대한 배경 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 수준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연구자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 답은 자신의 관심 분야를 ‘깊게’ 공부하는 일일 것이다. AI 같이 새로운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융합’이 대두되면서 진로에 대한 학생들의 새로운 걱정과 고민이 끊이질 않겠지만, 깊이있는 공부를 통해 얻는 탄탄한 기반은 융합 연구 트렌드 속 학생들의 소중한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이다인 기자 24dain@snu.ac.kr
이시아 기자 siasia778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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