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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름 자몽 시리즈: 자연과학의 다학제적 탐색] 6. 해양생물학, 융합과학의 장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이다인, 이시아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 지구·행성 탐사팀의 우주선 교수님, 서정훈 교수님을 인터뷰했던 지난 기사들에 이어, 같은 연구소 소속이지만 앞선 두 교수님과 달리 해양과학자이자 다른 연구팀에 소속된 황청연 교수님을 인터뷰하였다. 세 교수님이 함께 협력하고 계신 광산 폐수 연구와 더불어, 황청연 교수님의 전공분야인 해양미생물 분야의 학제 간 연구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그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기초과학으로서 해양 미생물학 연구의 중요성

Q. 서울대학교 생명데이터과학센터에서, 빅데이터 기반 생태 및 진화 연구팀에 속해 해양 미생물의 다양성과 생태적 기능을 연구하신다고 알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희 연구실에서는 기본적으로는 해양 미생물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해양 미생물 연구는 해양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의 종류, 그리고 그것들이 생태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중에서도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저희가 LAMP 사업에서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과제들은 해양 동물 플랑크톤과 서식하고 있는 공생 미생물에는 어떤 종들이 있고 그것들이 숙주 생물인 동물 플랑크톤과 어떠한 생태적인 기능들을 서로 주고받는지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선 해양 공생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최근 일반 사람들에게도 건강식품으로서 유산균 등 장내 미생물들의 중요성이 많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미생물이 사람의 대사 작용이나 건강을 유지하는데 직접적으로 기여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신적인 측면까지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습니다. 이처럼 인간과 미생물은, 미생물이 없다면 인간이 생존할 수 없을 정도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자연환경에서 미생물과 숙주 생물과의 연관성을 파악하려면 먼저 ‘해양 동물 플랑크톤과 공생 미생물이 어떤 상호작용을 해왔는가’를 연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지질학적 연대로 봤을 때 호모 사피엔스 출현은 약 20만 년 전에 불과하지만 동물 플랑크톤과 같은 해양 무척추 동물은 그 출현이 무려 5억 년 전으로, 해양 동물 플랑크톤과 공생 미생물은 인간이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공생 관계를 유지해왔고, 기능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고받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1’이라고 지칭되는 분야 내에서도 이러한 연구는 매우 도전적입니다.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인체와 관련된 분야가 가장 활발하고 연구비 지원도 많습니다. 그 다음으로 활발한 분야는 축산 동물이나 농작물로, 인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에서 주로 미생물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환경 미생물이나 숙주 생물은 그 연구 중요성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물 플랑크톤은 지구 규모에서 본다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해양환경의 먹이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해양환경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상황입니다. 기초 과학적으로 중요성이 큰 분야임에도 기존에는 연구 재원이 적어 여러 연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LAMP에서 이런 연구를 지원해줘서 창의적인 연구 주제들을 더 많이 발굴하고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특정 환경 내의 미생물 집합체와 이들의 유전적 정보

해양생물학과 학제 간 연구

Q. 같은 연구팀에 생명과학부 교수님이나 다른 분야의 교수님들도 계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수님께서 하신 연구 중 학제 간 연구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거나 미생물 해양학 외 다른 분야의 연구자분들과 교류해보신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A. 해양 과학이라는 것 자체가 이미 융합적인 연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물리, 화학, 생물, 지질학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해양 환경을 구성하기 때문입니다. 해양학 연구자의 입장에서는 요즘 떠오르고 있는 융합연구라는 용어가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여러 다른 학문들이 함께 연구를 수행했던 부분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탐사장비와 인공로봇을 이용한 관측 등 공학적인 부분도 해양과학 연구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양과학의 성격 자체가 융합적이고, 이미 해양학에서의 많은 연구들도 융합적인 특성을 띠고 있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학제 간 연구를 해 본 경험을 말하자면 먼저 학제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해양학 내에서 물리해양학, 화학해양학도 제 분야인 미생물 해양학과 다른 성격을 지닌 분야이기 때문에 이 두 분야와 함께한 연구도 학제 간 연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해수면 마이크로층과 미생물 상호작용(사진= Wurl et al., 2017)


그렇게 본다면 현재 우리 학부에서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남성현 교수님(과제 책임자), 김덕진 교수님, 그리고 제가 수행하고 있는 ‘글로벌 기초연구실’ 이라는 과제도 학제 간 연구로서 소개하고 싶습니다. ‘해양 해수면 마이크로층에 대한 다학제적인 연구’가 주제입니다. 해수면 마이크로층은 바다와 대기 사이에 있는 바닷물의 가장 최상위 층을 의미합니다. 두께는 약 1mm 에서 수백 마이크로미터로 매우 얇고 바다의 피부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 얇은 층은 공간으로 보면 매우 미세하지만, 이 층을 통하여 대기와 해양 사이에 열 교환, 물질 교환 같은 여러 교환들이 나타납니다. 또한 굉장히 독특한 환경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수면의 최상층이기 때문에 햇빛으로부터 매우 강한 UV(자외선)에 노출되는 극한 환경이기도 하고, 해양에서 발생하는 바닷물 에어로졸 현상의 주성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수면 마이크로층은 구름 응결핵 공급 등 여러 대기 현상이나 미생물의 장거리 이동 등 여러 프로세스에 관여합니다.

그런데 기존에는 이런 환경들을 연구하는 기법에 많은 제한이 있기도 했고, 세계적으로 큰 융합적인 과제로서 연구된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작년 7월부터 해수면 마이크로층이라는 특별할 환경을 대상으로 저는 구성 미생물의 다양성과 기능에 의한 생지화학적 순환 특성을, 물리해양학을 연구하시는 남성현 교수님은 해양 열 교환에서의 마이크로층의 기여 등 여러 물리적인 특성들을, 그리고 위성 자료를 연구하시는 김덕진 교수님은 김덕진 교수님은 광역 분포 특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층의 또 다른 특징 중에 하나가 열 교환과 물질 교환에 영향을 주는 얇은 유막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유막은 자연적으로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고 이동하거나 분포 범위가 넓어졌다가 줄어드는 등 여러 변동성을 지닙니다. 유막의 변화 과정에서 물리/화학적인 특성이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생물학적인 면에서 어떤 기여를 하는지 위성을 통해 지구 규모에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연구 결과를 기후 모델에도 반영할 수 있도록 여러 자료들을 얻고자 합니다. 기후모델에 관한 부분은 강릉원주대학교의 탁용진 교수님이 위 현상을 어떻게 모델링할 수 있을지를 초점으로 연구하고 계십니다. 이렇게 총 네 명의 교수가 공동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가 제가 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제 간 연구의 한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3년 간 진행할 예정이고 연구 범위가 우리나라 인근 해역뿐만 아니라 극지역 그리고 열대 인도양까지 포함하고 있어서 전지구적인 규모에서의 모의 결과들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층에 서식하는 미생물들

Q. 마이크로층에서 미생물의 역할이나 영향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해수면 마이크로층의 미생물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은 UV가 굉장히 강한 환경에서 미생물이 서식한다는 것입니다. 지구상에 도달하는 UV를 거의 그대로 받는 층이 해수면 마이크로층이라 이런 환경에서 미생물이 생존하려면 강한 UV를 견뎌낼 수 있어야 합니다. 저희가 여러 국내 연구와 극지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층에 있는 미생물들을 분리하고 기능을 분석한 결과 UV를 1차적으로 방어하는 유전자를 보유한 미생물, UV로 인해 손상된 DNA를 스스로 복구하는 시스템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보유한 미생물 등 독특한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를 가진 미생물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미생물이 마이크로층의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랫동안 해당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이크로층의 또 다른 특징은 물질들이 농축된다는 것입니다. 해수에 포함되어 있던 중금속이나 유기물은 마이크로층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현상에 의해 농축됩니다. 해류나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버블(공기 방울)들이 만들어지고 이는 끊임없이 해수 표층으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버블들이 바다 속 물질을 붙잡아 표층의 마이크로층까지 운반합니다. 마이크로층에서 버블이 터지면서 그 안에 있던 물질들이 이 층에 축적되는 것입니다. 연안이나 산업화 단지 인근의 경우 산업 단지에서 발생한 여러 중금속이나 방향족 화합물이 마이크로층에 밀집되어 해수면 아래 10cm 깊이의 중금속 농도보다 10배 이상 높은 농도를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환경의 얇은 층 속에 서식하는 생물들은 높은 중금속 농도에 저항할 수 있는 기능적인 유전자를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혹은 그러한 방향족 화합물을 분해하는 데 특화된 미생물들이 서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특정 환경의 마이크로층에는 일반적인 해수 환경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생물학적으로 다른 미생물들이 많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미생물 종을 발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원천이기도 하고 실제로 저희 연구실에서도 3년 이상 시화호 인근의 마이크로층에서 미생물 연구를 한 결과 20여 종 이상의 새로운 미생물을 발견하는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퇴적학, 폐광산과 미생물

Q.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에는 지구환경과학부의 다른 세부전공 분야의 교수님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구팀 간 교류가 있는지, 있다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또한 같은 LAMP 교원이신 지구환경과학부 서정훈 교수님, 우주선 교수님께서 지난 인터뷰 때 황청연 교수님과의 공동 연구 경험을 말씀해주셨는데, 이와 관련한 교수님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A. LAMP 과제 내에서 교수님들끼리 자율적으로 연구집단을 만들 수도 있는데 우주선 교수님의 제안으로 각자의 분야에서 새로운 방향성을 찾을 수 있는 과제를 이야기하던 중 미생물과 관련된 몇 가지 주제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퇴적학 전공이신 우주선 교수님과 이야기했던 연구 소재의 예를 들자면 스트로마톨라이트2
가 있겠습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는 퇴적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생물들을 함께 포집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생물을 가둬 보관하고 있는 형태의 암석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과거의 화석이 아니라 현재도 계속 퇴적되고 있는 암석입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중요한 이유는 오랜 과거부터 현재까지 매우 긴 지질 역사의 흔적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만약 DNA를 분석할 수 있을 정도의 시료를 얻는다면 이를 통해 알아낼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을 것입니다. DNA는 대략 70만 년 정도는 보존된다고 알려져있는데, 이 범위 내에 퇴적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이용하여 DNA를 분석하면 퇴적 당시 남세균과 현재 남세균의 유전적인 차이점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자료는 흔하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우주선 교수님과 제가 함께 이런 자료를 얻고자 다양한 연구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서정훈 교수님은 광물과 암석을 주로 연구하시다보니 여러 광물에서 나타나고 있는 금속들의 생물학적인 변환을 연구해 보면 재밌겠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암석의 형성 과정에서 미생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혹은 광물의 진화 과정과 함께 오랜 기간 동안 미생물이 어떻게 진화했는가를 연구해 볼 수 있겠습니다.

  관련해서 이번 방학 동안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금속 폐광산과 미생물에 관한 것입니다. 예전에 활발하게 광산 활동을 하다가 지금은 닫힌 광산들이 우리나라에 꽤 있는데 현재 이런 폐광산들의 환경 오염 문제가 상당합니다. 폐광산에 묻혀 있던 금속 성분들을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노출되고 산소에 의한 산화, 지하수에 의한 여러 화학 반응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모인 침출수는 pH 1, 2 정도의 강한 산성을 띱니다. 낮은 pH는 광산의 금속성분을 녹여 높은 농도의 중금속 환경을 만드는데, 이는 곧 일반적인 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이런 극한 환경이 한 번 형성되면 자연적인 환경으로 되돌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pH 1, 2 정도의 극한 환경에서도 유일하게 생존하는 생물이 바로 박테리아, 고세균과 같은 미생물입니다. 폐광산이 버려지고 생물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들을 잘 관찰해보면 정말 활발하게 살고 있는 미생물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미생물은 물질을 변환하며 일종의 생태계를 조성합니다. 그 생태계를 잘 들여다보면 폐광산의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해외에서도 폐광산의 침출수 문제로 관련 연구들이 다수 진행되었는데, 그 결과 침출수의 낮은 pH 환경에서도 미생물들이 대사 작용을 통해 여러 변환 과정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런 변환의 프로세스를 공학적인 측면과 함께 고려하여 폐광산에서 pH를 높이는 미생물이 잘 자라도록 유도한다면 산성 폐수를 중화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이러한 생물 정화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연구는 낮은 pH 때문에 중금속이 이온화되어 잘 녹는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침출수가 다른 곳으로 유출될 때 그 안에 포함된 중금속까지 멀리 확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 이온화된 금속을 잘 침전시키는 미생물을 활용한다면 중금속을 활발하게 침전시켜 먼 곳까지 오염이 확산되는 문제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물학적 정화 기법은 일부 폐광산에서 실제 공학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이번 연구의 샘플 분석을 통해 원래 그 환경에 살던 토종 미생물로 생물학적 정화를 할 수 있는 방법, 즉 외래 미생물을 이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으로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싶습니다.
2)시아노박테리아 또는 남세균이라고 부르는 광합성 세균이 주위 환경과 지화학적으로 상호작용하여 형성된 퇴적암

학제 간 연구가 해양학에 가져온 혁신

Q. 다른 교수님과 함께 연구하는 경험이 기존의 미생물 해양학이라는 단일 학문 분야 내 연구와 비교했을 때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혹은 어떠한 새로운 통찰이나 접근 방식을 얻을 수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저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미생물을 배양하고 배양체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그 환경에 있는 생물들을 직접 배양하는 것입니다. 배양을 하고 나면 그 생물이 가지고 있는 여러 생리적인 특성들을 실험실 내에서 더 명확히 규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해양 뿐만 아니라 모든 환경에서 미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 중에 하나가 바로 배양이 잘 안된다는 것입니다. 잘 배양할 수 있는 미생물은 많게 잡아서 전체 미생물 종의 약 1% 수준, 즉 특정 환경을 구성하고 있는 미생물이 100종이라고 한다면 현재 널리 사용되는 방법으로 배양할 수 있는 미생물은 한 종에 불과합니다. 현재까지 미생물 종류가 해양만 하더라도 약 200만 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실제 배양된 건 약 3만 종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배양만을 통해서는 연구할 수 없는 미생물이 많은 것이지요.

   그런데 해양 미생물 생태 쪽에서 빅데이터가 획기적으로 떠오르게 된 계기가 바로 DNA 분석 기술의 발달입니다. 저비용으로 대량의 DNA 자료를 얻을 수 있는 기술이 21세기 초 처음으로 개발되었는데,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이라고 불리는 이 DNA 분석 방법은 기존의 패러다임과 다른 방법으로 DNA를 분석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그래서 배양하지 못하더라도 해당 환경에 있는 미생물들을 모아 DNA를 추출한 후 대량으로 염기 서열을 분석하면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선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종류를 알 수 있고, 특정 환경에서 어떤 유전자들이 많이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라는 것은 결국 생물이 가지고 있는 기능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기 때문에, 유전자의 특징을 알면 특정 환경 하에서 어떤 유전자를 가진 생물이 잘 적응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양 쪽은 이러한 분석 방법 측면에서의 연구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측면에서의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심해 열수 환경에서 연구하는 경우 샘플시료를 얻으려면 무인 또는 유인 잠수 로봇이 필요합니다. 이런 장비들의 개발을 위해 공학 분야에서의 협력도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저희는 해양 로봇 기술을 가진 기업과 함께 ‘심해 환경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고압 샘플러와 고압 배양기의 개발’을 최종 목표로 공동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심해 환경에서는 해수면 아래 1000m 정도만 되더라도 압력이 100기압 정도인데, 이는 손바닥 면적 위에 대형 버스 하나를 올려놓는 정도의 압력입니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평균 수심이 약 3700m 정도니까 이런 고압의 심해 환경에서 살고 있는 미생물 시료를 샘플링해서 표층으로 가져오려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공학적인 기법들이 필요합니다. 현재 일반적인 연구에서는 심해의 미생물을 표층으로 가져올 때 압력 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수천 미터의 수심에서 살던 미생물이 표층으로 올라오면서 급격하게 압력이 줄어든 환경에 처하면 미생물 고유의 생리적인 특징이나 기능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고압상태에서 나타나는 미생물만의 특징을 이해하려면 그에 맞는 공학적인 기법들이 필요합니다. 이에 자연과학 내 다른 분야 뿐만 아니라 여러 공학적인 측면에서의 다학제적인 연구를 통해서도 새로운 미생물의 기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배양을 통해서 미생물 연구를 할 때와 DNA 검사를 통해 미생물 연구를 할 때 각각이 가지는 장점이나 해당 연구 방법이 가지는 고유의 특징이 있을까요?

A. 좋은 질문입니다. 두 가지 연구 방법의 목표가 다릅니다. 먼저 배양을 통한 방법은 배양체를 얻었을 때 실험자가 여러 가지 실험 조건 등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면서 그것들이 나타내는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이 방법에서는 DNA 분석 등을 통해 배양체가 가지고 있는 전체 DNA 서열을 분석합니다. 그 결과 이 배양체가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이 유전자가 어떻게 발현이 되는지 메커니즘을 이해해서 실험적인 아이디어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배양체 방식은 그 종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성들을 이해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환경 유전체를 분석하게 되면 배양할 수 없는 것이 다수이기 때문에 그 대다수를 구성하는 종들이 무엇인지를 다양성 측면에서 1차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 다음에 그것들이 지닌 유전자들이 어떤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DNA는 청사진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을 만들 수 있다’라고 하는 설계도가 있어도 실제로 만들 수 있을지는 또 모르는 일이잖아요. 이처럼 미생물에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유전자를 만들 수 있는 DNA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RNA를 분석하면 그 청사진(DNA)에 있는 유전자가 해당 환경에서 얼마나 발현되는지,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지까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학제 간 연구의 미래

Q. 앞으로 하고 싶은 공동 연구가 있으신가요?

A. 과제마다, 연구 주제마다 목표에는 다 차이가 있습니다. 처음에 이야기한 동물 플랑크톤의 공생 미생물 연구는 극지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극 지역에 살고 있는 동물 플랑크톤, 특히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남극 크릴들은 남극 생태계에 매우 중요합니다. 극지역 크릴의 개체수 변화는 남극의 고래와 펭귄, 북극의 북극곰 같은 상위 영양 단계에 있는 생물들에 영향을 주고, 극지역 생태계의 주요 구성원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좌우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먼저 남극 크릴 연구의 경우, 공생 미생물들이 크릴의 건강 측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크릴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연안 환경에서 육상 빙하로부터 녹아 나오는 융빙수에 포함된 높은 농도의 중금속 입자를 먹기 때문입니다. 동물 플랑크톤은 주식인 식물 플랑크톤을 먹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중금속 입자를 먹게 되고 그 입자에 포함된 중금속이 계속 몸 안에 쌓이면 생물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들을 보면 동물 플랑크톤의 장내 세균 중에 그런 중금속 등을 독성이 없는 형태로 변환하거나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또한 동물 플랑크톤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들을 외부에서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장내 미생물들이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기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서의 동물 플랑크톤과 미생물의 관계를 더 자세히 연구하고 싶습니다.

해수면 마이크로층 같은 경우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하고 싶은 연구 주제들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 하나를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올해부터 시작된 과제인데 ‘해양 마이크로바이옴 탐색 및 정보 시스템 구축’이라고 해양수산부의 지원으로 저희 연구팀이 주도하는 연구개발 과제가 있습니다. 이 과제는 해양 환경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미생물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국가 단위에서, 전체 해양 환경 규모에서 조사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반도 인근 해역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에 따른 변동을 조사하는 것까지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해양 환경에서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가 중국, 일본에 비해 굉장히 적은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이번 대형 과제를 통해 우선 전반적인 우리나라 해양 환경에서의 미생물 종 다양성과 그것들의 생태적인 기능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세부적으로는 유류오염, 빈산소현상과 같은 여러 오염 문제들, 아열대화 현상 등과 관련지어 변화하고 있는 우리나라 연안 생태계를 관리하는 데 이 미생물을 진단 요소로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더 나아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미생물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과제를 통해 우리나라도 해양 환경의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융합연구 트렌드에 발맞추어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이 지녀야 할 태도는 무엇인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앞에서 이야기했다시피 특히나 지구환경과학은 다른 자연과학 분야와 다르게 이미 융합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지구환경과학부는 대기, 해양, 지질 등 지구의 모든 환경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이 3가지 분야가 융합되어 할 수 있는 연구들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학제 간 연구가 우리 학부 안에서 더 많이 진행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태도를 가지면 좋겠는지 말씀을 드리자면, 우선 관심이 없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본인이 관심 갖고 있는 분야를 공부하는 태도는 학생들 대부분이 다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관심 있는 것들 뿐만 아니라 크게 관심이 없는 분야에도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모든 관심을 똑같은 정도로 가질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넓게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예를 들면 ‘내가 이 전공이기 때문에 이것만 해야 돼’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학부 내에서도 굉장히 넓게,  여러 과목들을 들어보고 다른 학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두 번째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문제가 주어지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잘 해결할 줄 알고 그에 맞게 노력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문제를 찾아낼 줄 알면 좋겠습니다. 문제를 찾는 방법은 사람마다 개인적으로 차이가 있겠지만, 결국 ‘나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스마트폰처럼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방해하는 요소들에서 잠시 벗어나 하루에 한두 시간이라도, 어렵다면 일주일에 몇 시간만이라도 의도적으로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고민하는 힘을 기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황청연 교수님의 인터뷰를 통해 해양 미생물 연구의 중요성과 연구 필요성을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또한 해양학이 한 분야 내에서도 굉장히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자연과학 내, 혹은 그 밖의 학제 간 연구를 통해 단일 분야에서 할 수 없는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스스로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혹은, 내가 하고 있는 공부나 연구에서 한 단계 나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교수님의 말씀처럼 지금부터 사색하는 습관을 가져보면 어떨까.

이렇게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의 지구환경과학부 소속 교수님을 인터뷰한 4편의 연속 기사가 마무리되었다. 2025 여름 자:몽 시리즈는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니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참고자료

1. Lee, Y. (2024, November 8).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현재의 연구 동향과 미래 전망. BRIC. https://www.ibric.org/s.do?EdgSMxOBEu
2. Oliver Wurl, Werner Ekau, William M. Landing and Christopher J. Zappa (2017, June 17) Sea surface microlayer in a changing ocean - A perspective. Elem Sci Anth, 5: 31, DOI: https://doi.org/10.1525/elementa.228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이다인 기자 24dain@snu.ac.kr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이시아 기자 siasia778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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