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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여름 자몽 시리즈: 자연과학의 다학제적 탐색] 1. 땅 속의 이야기, 지질학과 고고학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황우현
 

학제 간 연구, 자연과학대학의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이 무슨 뜻이고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고있는 학생은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학제 간 연구는 하나의 연구 주제에 대하여 서로 다른 학문 분야가 함께 참여하는 연구를 일컫는 말이지만, 서로 다른 언어와 방법론을 쓰는 학문이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학제 간 연구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연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우연한 발견
 
 

연천 구석기 축제. (사진 = 연천군청)
 
 

매년 봄, 경기도 연천군에서는 구석기 축제를 연다. 구석기인처럼 모닥불에 생고기를 구워 먹는 모습은 SNS에서 화제를 끌기도 했다. 연천군이 구석기를 내세우는 이유는 이 곳에서 발견된 극적인 유물 때문이다. 본 기사에서는 연천 전곡리의 유적을 예시로 지질학과 고고학 간의 학제 간 연구에 초점을 맞춰 서로 다른 학문에서 이뤄지는 학제 간 연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1978년, 한 미군 병사가 한탄강 변에서 데이트를 하던 중 이상한 돌을 발견했다. 우연히도 그는 고고학 전공자였고, 그 이상한 돌을 서울대학교 고고학과 김원용 교수에게 보내 조사를 요청했다. 이는 전기 구석기 시대의 주먹도끼로 밝혀졌고 곧 서울대학교 고고학 팀의 주도로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가 시작되며 고고학은 물론 지질학과, 화학과, 지리학과, 식물생리학과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동 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공통된 연구목표는 전곡리 일대에서 발견되는 유물 및 그 제반 사항들을 밝혀내는 것이다. 그 중 서울대학교 고고학과 김원용 교수와 서울대학교 지질학과 이상만 교수의 연구에 중점을 맞춰 살펴보자.
 
 

고고학과 지질학의 목표
 
 

전곡리 유적의 석기. (사진 = 국가유산청)
 
 

고고학은 유물과 같은 물질 자료를 토대로 과거의 인간활동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편 지질학은 지구의 물질, 구조, 역사 및 시간에 따른 변화 과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두 학문 모두 공통적으로 땅 속의 대상에 대해 과거를 재구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퇴적과 층서에 대한 분석, 연대 추정 및 환경 복원이라는 공통된 기술을 사용하기도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고고학은 과거의 인간활동을 재구성하는 것이 주 목표이고, 지질학은 과거의 자연환경 및 변화를 재구성하는 것이 주 목표이다.
 
이러한 분야 간 공통점 때문에 고고학과 지질학은 학제 간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연천 전곡리 유적의 경우, 김원용 교수를 비롯한 고고학계는 출토된 유물을 식별 및 분석하고 고고학적 맥락에서 기술과 문화 전파를 해석하는 역할을 했다. 고고학 팀은 해당 유적에서 발견된 석기들을 아술리안형 뗀석기¹로 감정했고, 이는 당시 고고학계에서 주류 이론이었던 모비우스 학설²을 뒤집고 고인류의 문화권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됐다. 지질학과 이상만 교수, 고고학과 이선복 교수를 비롯한 지질학계는 유적의 퇴적층 분석과 화산재 추적을 통해 유적의 상대적 연대를 좁힐 수 있었다. 이처럼 전공이 다른 학자들이 모여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의 유적지를 해석한 것이다.
1) 구석기 시대 전기에 등장한 대형 석기 형태로, 양쪽을 대칭적으로 다듬은 주먹도끼가 대표적이다. 주로 아프리카, 유럽, 서아시아에서 발견되며, 인류의 고도의 석기 제작 능력을 보여준다.
2) 독일 고고학자 할리 모비우스(Hallam L. Movius)가 제안한 이론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기준으로 서쪽 지역에서는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문화가, 동쪽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찍개 문화가 발달했다고 주장한다. 전곡리에서의 아슐리안형 주먹도끼 발견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곳곳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되며 현재는 거의 사장된 이론이다.
 
 

학제 간 연구
 
 

고고학과 지질학의 야외조사. (사진 = 황우현 기자)
 
 

이러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된 것일까? 고고학과 지질학의 학제 간 연구가 가능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왼쪽의 사진은 기자가 고고학 전공수업을 수강하며 견학 간 몽촌토성 발굴현장으로, 트렌치³를 파서 문화층⁴을 노출시켜 놓은 사진이다. 쌓여있는 층위에 따라 맥락을 고려해 고고학 자료를 수집하게 된다. 오른쪽의 사진은 기자가 퇴적지질학 연구실에서 인턴십을 할 때 강원도 삼척에서 찾은 중생대 적각리층⁵의 노두⁶ 사진이다. 야외 조사는 연구 대상 지층의 위치, 분포, 층리 구조, 물리적 특성 등을 관찰하고 암석 샘플을 얻기도 하는 과정이다. 이와 같이 두 학문은 모두 땅 속의 흔적으로부터 연구가 시작된다. 그렇기에 야외조사가 연구의 중요한 과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3) 고고학 발굴에서 조사 구역을 한정하여 파놓은 긴 도랑 형태의 구덩이. 지층과 문화층의 변화를 관찰하고, 유물 분포를 기록하는 데 사용된다.
4) 고고학 유적에서 과거 인간 활동의 흔적이 퇴적되어 형성된 지층. 주거지, 도로, 쓰레기 구덩이 등의 흔적이 포함될 수 있다.
5)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몽골 등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중생대의 적갈색 퇴적층. 강, 호수, 사막 환경에서 형성된 사암과 셰일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대 기후·환경 복원과 공룡 화석 산출지로 알려져 있다.
6) 지표면에 드러난 암석이나 지층. 지질학자들은 노두를 통해 지층의 구조, 성분, 연대를 직접 관찰·분석할 수 있다
 
또한 오래 전의 사건을 물리적인 단서로부터 추정하는 것이기에 연대 측정도 중요한 공통점이다. 고고학 분야에서는 퇴적물로부터 연대를 측정하는 OSL 측정법⁷이나 방사성 연대측정법⁸으로 절대적인 연대를 추정할 수도 있고, 유물의 빈도나 정립된 편년⁹, 지질 연대를 기준으로 하여 상대적인 연대를 추정할 수도 있다. 지질학 분야에서 또한 방사성 연대측정법을 이용해 절대적인 연대를 추정하거나 지층 누중의 법칙¹⁰을 이용해 상대적인 연대를 추정하기도 한다.
7) 퇴적물이 마지막으로 햇빛에 노출된 시점을 측정하는 연대측정 방법. 석영이나 장석에 저장된 전자를 빛으로 방출시켜 그 양을 측정함으로써 퇴적 시기를 추정한다.
8)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 속도를 이용해 암석이나 유물의 절대 연대를 측정하는 방법. 대표적으로 탄소-14 연대측정법(C-14), 우라늄-납(U-Pb) 연대측정법 등이 있다.
9) 유적, 유물, 지층 등의 형성 시기를 순서대로 배열하는 고고학·역사학의 방법론. 절대연대와 상대연대를 통해 시기적 위치를 확정하거나 추정한다. 편년은 주로 특정 유물군, 건축 양식, 지층 변화 등을 근거로 하여 시기 구분표를 만드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10) 지층이 수평으로 쌓였을 경우, 아래쪽 지층이 위쪽 지층보다 먼저 형성되었다는 지질학의 기본 원리. 선사 시대 발굴부터 고생대·중생대 지층 연구까지 전 시기에 걸쳐 적용된다.

이러한 공통점이 있음에도 두 학문의 궁극적인 목표가 다르기에 차이점은 명확하다. 고고학 분야는 인간이 남긴 물질적 증거를 바탕으로 인간의 문화적 맥락에 집중하지만 지질학 분야는 자연환경의 변화에 집중한다. 그 때문에 연구방법론도 상이하며 다루는 시간 범위도 지질학보다 고고학이 훨씬 좁다. 그렇지만 이런 차이점이 서로를 보완하기도 한다. 지질학이 연구한 지층의 연대나 고환경, 형성 과정 분석은 고고학에서의 기초 지식이 되어 문화적 해석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두 학문의 경계에 지질고고학이라는 학문 분야도 있다. 고고학 자료가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고, 인간은 자연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으며, 문화 변화와 환경은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하는 등의 주제를 유적을 구성하는 지질학적 자료의 분석과 해석을 통해 연구하는 분야이다. 연구에서는 유적을 구성하는 암석과 토양 및 주변 지질 환경의 분석을 통해, 지형과 환경 변화, 유적 형성과 관련한 퇴적과 침식 운동의 진행을 이해함으로써 유적 형성과 변형 과정을 파악하고자 하며, 유적의 경관과 환경적 맥락의 해석을 도모하게 된다. 따라서 연구는 제4기 지질학이나 환경 지질학 혹은 지형학의 여러 연구 주제와 직접적이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서울대학교 이선복 교수가 대표적인 학자이다.
 
 

서울대학교 박물관
 
 

서울대학교 박물관 전경. (사진 = 서울대학교 박물관)
 
 

서울대학교 박물관에는 당시 연구자들의 성과가 전시돼 있다. 단순히 출토된 유물을 진열한 것이 아니라, 그 유물이 어느 지층에서 나왔는지, 그 지층이 언제 형성됐는지, 그리고 그 시대에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 살았는지까지 풀어낸 결과물이다. 이건 단일 학문만으로는 밝혀내기 어려운 내용이다. 지질학이 ‘언제’와 ‘어떻게’를 설명하고, 고고학이 ‘왜’를 묻는다. 각 전공마다 접근법이 달라서 가능한 연구이다.
 
물론 학제 간 연구가 항상 잘 되는 건 아니다. 연구 설계 단계에서부터 각 분야의 목표가 다르기도 하고, 분석 방법이 충돌하기도 한다. 특히 자연과학은 데이터를 중시하고, 인문학은 해석을 중시하기 때문에 연구의 속도나 방향이 엇갈리는 일도 있다. 그러나 연구 주제와 질문이 충분히 명확하다면, 그리고 서로의 언어를 조금씩 배운다면, 융합은 훨씬 더 넓은 시야를 가능하게 한다.
 
 

마무리하며
 
전곡리 유적은 단지 구석기 시대를 밝힌 유적이 아니다. 그곳은 과학과 인문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사례다. 땅 속을 들여다보며 누군가는 연대를 추정하고, 누군가는 인류의 발자국을 읽는다. 이처럼 각기 다른 시선이 모일 때, 우리는 비로소 과거를 조금 더 명확하게, 그리고 조금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서울대학교의 여러 연구실과 전공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복잡한 질문들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혼자서는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전공을 넘는 만남일지도 모른다. 전공과 전공 사이에 있는 낯선 언어와 낯선 방식, 그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답변을 찾을 수도 있는 것이 학제 간 연구이다.
 
자연과학대학 학생들도 학부생 시기 때 여러 교양 수업 및 폭넓은 활동을 통해 서로 다른 학문의 언어와 시선을 맛보면 어떨까?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황우현 기자 skywindstar0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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