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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물리학: 떨어지는 고양이 문제

빈문서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6기 | 권재영

 2014년 3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고양이가 24층 높이에서 추락했으나 멀쩡한 상태로 발견된 적이 있었다. 병원에서 진단받은 결과 골절상 하나 없었으며 가벼운 폐출혈 증상만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물론 이러한 예시는 상당히 극단적인 편에 속한다. 고양이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묘창 등이 고양이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필수로 사야 하는 품목으로 여겨지는 만큼,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이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호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멀쩡한 경우도 종종 보고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기사에서는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고양이는 떨어지는 것이 일상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 있다. 바로 고양이가 높은 곳에 올라가길 좋아한다는 것인데,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라면 책상 위로 올라가서 물건을 떨어뜨리는건 다반사다. 또한 “캣타워”라고 하는 고양이용 놀이터 등을 보면 고양이가 위아래로 오르락내리락 할 수 있게 발판들이 높게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간 고양이는 종종 바닥으로 착지하기도 하는데, 처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고양이가 착지할 때 나는 큰 소리에 고양이가 다치진 않았는지 염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양이의 발을 보면 걱정이 이내 사라지게 된다.
 대부분의 개과 혹은 고양이과 동물들은 “발바닥 볼록살”이라고 불리는 발바닥에 있는 두툼한 조직이 있다. 흔히 “젤리”라고도 많이 부르는데, 이는 두툼한 살의 촉감이 마치 젤리 같이 말랑말랑하다고 하여 붙은 별명이다. 이렇게 말랑말랑한 발바닥을 가진 만큼,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는 기본적으로 충격을 줄이면서 착지할 수 있다.  물체가 받는 충격량은 운동량의 변화량과 같기 때문에, 고양이가 착지할 때 받는 충격량의 크기는 착지 이후 고양이가 정지함에 따라 바닥에 닿기 직전 고양이의 운동량이 된다. 그런데 뉴턴의 제 2법칙에 따라 힘은 운동량의 시간에 따른 변화율이므로, 물체가 받는 충격량은 물체가 받는 평균 힘과  힘이 작용한 시간의 곱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때 고양이 발바닥의 말랑말랑함은 힘이 작용한 시간, 즉 바닥과 충돌하는 시간을 길게 해주므로 정해진 충격량 하에서 고양이가 받는 평균 힘을 줄여주게 된다. 결국 고양이가 받는 충격은 감소하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 고양이 낙법

 바닥에 메쳐지고 구르는 일이 많은 유도나 삼보와 같은 종목의 수련자들은 초심자 시절 낙법을 배운다. 이를 통해 바닥에 던져지더라도 머리나 내장을 보호하면서 팔다리가 부러지는 사고가 없게 충격을 적절하게 줄여줄 수 있는 자세를 익히게 된다. 고양이에게도 비슷한 수단이 존재한다.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발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게 몸을 회전하는 이른바 "고양이 낙법"이다.
 

Etienne-Jules Marey. (1894). Falling Cat. https://en.wikipedia.org/wiki/Falling_Cat
 

 프랑스의 과학자 에티엔-쥘 마레가 촬영했던 이 사진 속에서 고양이가 공중에서 몸을 재빨리 틀어서 발바닥으로 바닥에 착지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다. 고양이가 어떻게 몸을 공중에서 틀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는 전자기학의 아버지로 유명한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스토크스 정리 등으로 알려진 조지 가브리엘 스토크스 등의 학자들을 당황시켰다. 왜냐하면 기존에는 사람들이 고양이가 몸을 재빨리 트는 방법에 대해서 떨어지는 순간 떨어지는 난간, 절벽 등을 발로 차면서 힘을 얻어 회전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위의 연속된 사진에선 그런 장면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와 같이 생각했던 이유는 각운동량 보존에 있다. 물체에 작용하는 회전력(토크)가 없으면 물체의 각운동량은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것인데, 결국 처음에 가만히 떨어지던 고양이가 떨어지는 와중에 몸을 틀려고 하면 전체 각운동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몸의 다른 부분이 반대 방향으로 돌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위 사진에서 고양이가 공중에서 몸을 트는 장면이 떡하니 나오는 모습이 과학자들을 적잖게 당황시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19세기부터 시작된 이 고민은 1969년에서야 해결되었다. 비밀은 고양이의 자세에 있었다. 고양이의 몸에 대한 구체적인 고려를 하고 나서야 이 문제가 풀릴 수 있었다. 초반 사진들을 자세히 보면 고양이가 몸을 V자로 구부리고 있다. 고양이를 단순한 하나의 원통형 물체로 가정하지 말고, 상체와 하체의 결합으로 이해해보면, 구부러진 상태에서 상체와 하체의 회전을 독립적으로 따져볼 수 있다. 또한, 사진을 보면 고양이는 앞발을 몸에 붙히고 뒷발은 최대한 뻗는데, 여기서 상체의 관성모멘트는 줄어들고 하체의 관성모멘트는 커진다. 이에 따라 상체는 크게 회전하고 하체는 적게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면서 각운동량 합을 0으로 맞춘다. 반대로, 착지 직전 시점에서는 앞발을 길게 뻗고 뒷발을 움츠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때 상체는 조금만 회전하고 하체는 크게 회전하여 평형을 맞추면서 최종적으로는 몸을 180도 뒤집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몸을 뒤집고 난 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말랑말랑한 발바닥을 이용해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고양이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살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물론 고양이가 이러한 원리를 실제로 알고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살아남는 법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다는 것은 놀라움을 준다. 역시 고양이는 인간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신비한 생명체인 것 같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권재영 기자 wd021013@snu.ac.kr
카드뉴스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김종화, ‘[과학을 읽다] 24층서 떨어진 고양이의 生死는?’, “아시아경제”, 2019. 12. 18., https://www.asiae.co.kr/article/2019121715402868838, 2023. 11. 13.
(2) 비마이펫 고양이 연구소, ‘고양이 발바닥 젤리에 숨겨진 능력 4가지’, “비마이펫” 2022. 11. 17., https://mypetlife.co.kr/68517/, 2023. 11. 13.
(3) Bischoff, Manon, ‘Why Do Cats Land on Their Feet? Physics Explains’, “Scientific American”, 2023. 07. 24., 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why-do-cats-land-on-their-feet-physics-explains/, 202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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