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3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물리천문학부 물리학전공 김은종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6기 | 유경민
 
 

* 소속: 물리천문학부 물리학전공
* 연구분야: 양자 정보 실험
* E-mail: eunjongkim@snu.ac.kr
* Tel: 02-880-4215
 
 

2023년 9월에 새로 부임하신 물리천문학부 물리학전공 김은종 교수님을 인터뷰했다. 교수님께서는 양자 정보 실험 분야 연구를 통하여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고,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올해 9월에 서울대학교에 부임하셨다. 교수님께서는 본인의 연구 분야에 대하여 알기 쉽게 설명해 주셨고, 본인의 경험을 곁들여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해 주셨다. 기사를 통해 김은종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물리천문학부 물리학전공 신임교수 김은종 교수님. (사진 = 유경민 기자)
 
 

Q.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9월부로 물리천문학부 신임교수로 부임하게 된 김은종입니다. 저는 양자 정보 실험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서 학사 학위를 받았고,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이하 칼텍)에서 초전도 회로를 이용한 양자 정보 실험 연구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칼텍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까지 마치고 이번에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에 신임교수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Q. 초전도 회로를 이용한 양자 정보 실험 연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초전도체를 이용하여 전기 회로를 만들면 여러 가지 창발적인 성질이 나타나게 됩니다. 회로가 나타내는 양자 상태를 이용하여 양자역학적인 문제를 풀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회로 자체를 양자컴퓨터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초전도체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극저온에서 실험을 하게 되고, 알루미늄 (Al)이나 니오븀 (Nb)처럼 BCS 이론에 의해 설명될 수 있는 초전도체를 주로 사용합니다.
 

Q. 교수님의 말씀대로 양자역학적인 문제를 실험적으로 푸는 장치를 Quantum simulator라고 부른다고 알고 있습니다. Quantum simulator와 양자컴퓨터의 차이에 대하여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처음 양자컴퓨터의 개념을 제시할 때, 그 목적은 양자 다체계 문제 [2] 를 실험적으로 푸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300개의 큐비트로 표현될 수 있는 양자 다체계를 생각해 보면, 이를 고전적으로 풀 때의 복잡도는 2^300 수준입니다. 이 숫자는 관측 가능한 우주에 있는 원자의 개수보다 큰 숫자입니다. 따라서 양자 다체계를 나타내는 큐비트가 300개만 되어도 고전적인 방법으로는 풀 수 없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까 말씀드렸던 초전도 회로와 같이 양자역학적 성질을 나타내는 계를 만들고, 양자 다체계의 성질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려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Quantum simulator는 현재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양자컴퓨터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Q. 그렇다면 Quantum simulator는 DFT [3] 와 같은 전산재료과학 방법론과는 근본적으로 원리가 다른 것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네 그렇습니다. DFT는 강상관계 물질을 잘 모사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강상관계란, 전자 사이의 양자 얽힘 [4] 이 강하여 무시할 수 없는 양자역학적 계를 말합니다. DFT의 경우 양자 얽힘을 모사하는 데에 있어서 다소 한계가 있지만, Quantum simulator는 양자 얽힘을 잘 모사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계의 물성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Quantum simulator를 이용한 재료의 물성 예측뿐만 아니라, 이를 위한 플랫폼과 원천기술 개발까지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교수님께서 현재의 분야를 선택하여 연구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 분야가 현재 많은 관심을 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는 분야인데, 분야를 선택할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알지 못했습니다. 선견지명을 발휘해서 분야를 선택했다기보다는, 학부 때 정현석 교수님의 양자역학 수업을 듣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현석 교수님께서 마지막 수업 시간에 Hong-Ou-Mandel effect라는 양자광학의 실험적 효과를 소개해 주셨는데, 간단한 이론만으로 신기한 실험적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실험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제가 뭔가를 뚝딱뚝딱 만들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골랐던 것 같습니다.
 

Q. 그럼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분야는 완전히 실험적인 분야인가요? 이론적인 공부도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이론도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제 연구 분야는 이론적으로 예측되는 효과를 실험적으로 검증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실험적 연구와 다르게 이론적인 배경 지식이 많이 필요하고, 저는 이 부분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특정 연구 주제가 재미있어서 선택했는데, 막상 연구를 경험해 보니 본인이 기대한 것과 실무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요?

 본인이 하고 있는 연구의 큰 흐름을 놓치지 말라고 조언해 주고 싶습니다. 연구를 하다가 한 가지 문제에 너무 깊게 파고들다 보면 자신이 연구를 하는 목적과 그 흐름을 잊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연구의 사소한 부분에 집착하기보다는, 보다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연구를 처음 시작할 때에는 이론적인 배경과 실험 장비 사용법 등 배울 것이 매우 많겠지만, 일정 시간이 흐르고 나면 지식이 축적되어 배울 것이 거의 없어지는 시점이 옵니다. 이때부터 본인의 능동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인내심을 가지고 본인의 분야를 조금씩 배워나가다 보면 좋은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학부생 때 교수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저는 모든 것을 알고 싶어하는, 호기심 많은 학생이었습니다. 한 가지를 배워도 피상적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깊이 파고들어서 정확하고 심도 있게 알고자 했습니다. 학부생 때 이렇게 다소 비효율적으로 공부를 한 것은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학부생 때 최대한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Q. 대학원생 때 교수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학부생 때처럼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끝까지 파고드는 자세는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다소 무뎌졌습니다. 대학원에 입학해 보니 공부할 것이 많아지고 시간도 부족해져서, 학부생 때처럼 끝까지 파고드는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더군요. 또 대학원생 때 저는 실험을 최대한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성격이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데이터도 추가로 가공해서, 완벽한 데이터를 얻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성격은 연구자로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연구자는 데이터에 관한 한 확실한 인상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누구보다 본인의 데이터를 잘 알아야 합니다. 또 저는 연구 주제를 정할 때에도 최대한 능동적이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편입니다.
 

Q. 여러 가지 진로 중에서 교수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미국에 남아서 기업에 취업하거나, 연구원으로 살 수도 있었겠지만, 저는 미국보다는 대한민국에서 제가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더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연구하는 분야가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지 않기도 했고요. 그리고 저는 연구실을 꾸리고 자율적으로 연구하는 분위기를 좋아해서, 미국에 계속 머물렀어도 교수가 되려고 했을 것 같습니다.
 

Q. 학부생 때 교수님께서 하셨던 특별한 활동이 있나요?

 1학년, 2학년 때에는 공부를 아주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열정적으로 수업에 임하며, 높은 학년의 수업을 미리 듣기도 했었고, 대학원 수업도 들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한 가지를 배우면 끝까지 알고 싶어하는 제 성격 덕분에, 어떤 과목을 들어야 특정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면서 여러 가지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것 같습니다. 3학년 때부터는 수업을 많이 듣기보다는 다른 활동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스누버디라는 동아리에 가입해서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상호작용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외국인 교환학생들과 대화하며 영어 공부도 많이 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또 3학년 때부터는 진로에 관해서도 치열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Q. 진로 고민을 하는 학부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인생의 매 순간마다 완벽한 선택을 한다면 좋겠지만, 사실상 그렇게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따라서 선택을 할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본인이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많이 체험해 보면서 진로를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도 주변 환경과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런 것들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본인에게 어떤 활동이 도움이 될지 생각하면서 많은 경험들을 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마 주변에 똑똑한 친구들이 많을 텐데, 그 친구들과 본인을 비교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길을 가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간다면, 본인만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연구자의 길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우선 연구 주제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저도 학부생 때 어떤 분야를 연구할지 많이 고민하고, 때로는 물리를 포기하고 다른 길로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은 제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주제를 잘 골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는 긴 호흡으로 끈기 있게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보는 것을 권합니다. 이처럼 숙고하여 저와 비슷한 분야를 연구하게 될 학생들에게는, 이론과 실험 공부를 모두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특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 BCS 이론 (BCS theory):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으로, 미국의 물리학자 존 바딘 (John Bardeen), 리언 쿠퍼 (Leon Cooper), 존 로버트 슈리퍼 (John Robert Schrieffer) 에 의해 제창되었다. 물질 내의 전자와 포논 (phonon: 결정 내에서 결정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특정 방식으로 진동하여 생기는, 양자역학적으로 입자처럼 기술될 수 있는 준입자 (quasiparticle).) 이 상호작용하여 쿠퍼 쌍 (Cooper pair) 이 형성됨으로써 초전도 현상이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BCS 이론은 임계 온도 (critical temperature: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온도) 가 10 K 이하인 저온 초전도체를 잘 기술하지만, 임계 온도가 그보다 높은 고온 초전도체는 잘 기술하지 못한다.
[2] 양자 다체계 문제 (many-body problem): 양자역학적으로 거동하는 여러 개의 입자로 구성된 계에 대한 문제. 예를 들면, 물 분자 하나는 3개의 원자핵과 10개의 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들은 모두 양자역학적으로 거동하므로, 물 분자를 양자역학적으로 기술하고 그 성질을 밝히는 일련의 과정이 모두 양자 다체계 문제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3] DFT (Density Functional Theory): 양자 다체계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기 위한 방법론의 일종. 양자 다체계를 완벽하게 기술하기 위해서는, 양자 다체계를 구성하는 입자의 파동함수를 이용하여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이는 매우 복잡하여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DFT에서는 전자와 원자핵의 파동함수를 분리한 뒤 (이를 보른-오펜하이머 근사 (Born-Oppenheimer approximation) 라 하며, 원자핵이 전자에 비해 충분히 무겁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자의 파동함수를 전자의 밀도로 대체하여 계산함으로써 계산을 간단히 한다. 파동함수를 전자의 밀도로 대체하는 것은 입자 사이의 양자역학적 상호작용을 무시하고 (사실 이를 고려하기 위한 교환-상관 퍼텐셜 (exchange-correlation potential) 이라는 것이 있지만 그 형태는 대부분 실험적으로 정해진다.) 입자가 받는 고전적이고 평균적인 효과만을 고려하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DFT는 입자 사이의 양자역학적 상호작용이 강한 강상관계 물질 (strongly correlated materials) 을 잘 기술하지 못한다.
[4] 양자 얽힘 (quantum entanglement): 고전적으로는 설명될 수 없고 양자역학을 통해서만 기술될 수 있는 입자 사이의 상호작용. 그 예시로 전자의 스핀에 의한 상호작용이 있다. Singlet 상태 (s=1/2인 두 전자의 총 각운동량 양자수 l=0인 상태. 쉽게 말해, 두 전자의 스핀이 무조건 다른 상태.) 에 있는 두 전자를 고려하면, 한 전자의 스핀을 측정하였을 때 다른 한 전자의 스핀도 결정된다. 이러한 상황은 고전적으로는 설명될 수 없으며, 양자역학을 도입해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다. 양자 얽힘으로 인하여 양자 다체계에서는 여러 창발적인 현상이 발생하며, 현재도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5] Hong-Ou-Mandel effect: 구분되지 않는 두 광자가 빔스플리터 (beam splitter: 입사한 광선 중 절반은 투과시키고, 절반은 반사시키는 장치.) 에 입사할 때 나타나는 양자역학적 효과. 이는 고전적 광학으로는 설명되지 않고, 양자 광학을 이용해야만 설명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참고문헌을 참고하라: Hong, Chong-Ki, Zhe-Yu Ou, and Leonard Mandel. "Measurement of subpicosecond time intervals between two photons by interference." Physical review letters 59.18 (1987): 2044.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유경민 기자 yukm02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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