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찾는 수학자, Martin Hairer 교수를 만나다
자연대 학생기자단 자:몽 8기 | 김우진

제1회 무주·쎈 석학 초청 강연 홍보 포스터. (사진 = 자연과학대학 제공)
2026년 6월 25일 10시, 상산수리과학관(129동) 1층 대강당에서 제1회 무주·쎈 석학 초청 강연으로 2014년 필즈상 수상자 Martin Hairer 교수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강연에 앞서 고등과학원(KIAS) 이재윤 박사가 본 강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입문 강연으로 확률편미분방정식의 주요 개념과 연구 동향을 소개하였고, 이어지는 본 강연에서는 Martin Hairer 교수가 확률 시스템의 안정성과 불안정성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강의 시작 전부터 방학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과 연구자들로 강연장이 가득 차, 세계적 석학의 강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Invariant measure of stochastic PDEs
Martin Hairer 교수님의 본 강연에 앞서, 고등과학원(KIAS) 이재윤 박사의 강연이 먼저 진행되었다. 이재윤 박사는 확률론의 주요 주제인 브라운 운동에 대한 소개로 강연을 시작하며, 확률과정에서 invariant measure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양한 예시를 통해 설명했다.
먼저 확률미분방정식에 등장하는 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여기서
는 브라운 운동을 뜻한다. 브라운 운동은 거의 모든 경로가 미분 불가능하기 때문에,
를 고전적인 미분의 의미로 이해할 수는 없다. 이때 필요한 것이 Itô 적분이다. 강연에서는 Itô 적분이 어떻게 정의되는지, 그리고 이를 계산할 때 핵심이 되는 Itô isometry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간략히 소개했다.
이어 가장 간단한 선형 SDE(Stochastic Differential Equation, 확률미분방정식)의 예시로 Ornstein-Uhlenbeck process가 소개되었다. 이 과정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초기값의 영향이 지수적으로 감소해 사라지고, 해의 분포는 평균 0과 일정한 분산을 가진 정규분포로 수렴한다. 이때 장기적으로 도달하는 이 정규분포가 바로 Ornstein-Uhlenbeck process의 invariant measure가 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노이즈 항, 즉 는 어떤 역할을 할까? 이 질문은 이후 deterministic dynamics와 stochastic dynamics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보다 직관적으로 드러났다.

Double-well potential의 모습과 ODE. 노란색 항이 추가되면 random forcing이 추가된 SDE가 된다. (사진 = 김우진 기자)
Double-well potential의 결정론적인 ODE(Ordinary Differential Equation, 상미분방정식) 예시에서 은 안정점이 되어
¹는 invariant measure가 된다. 또한 이를 선형결합하여
같은 새로운 invariant measure들을 무한히 많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 역학계에 랜덤한 힘이 추가되면 invariant measure는 완전히 달라진다. 사진의 노란색 항을 추가한 방정식은 Double-well potential의 ODE에 노이즈 항이 추가된 SDE이다. 노이즈가 없을 때는 입자가 한 potential well 안에 머무를 수 있지만, 노이즈가 추가되면 입자는 낮은 확률로 다른 well로 이동할 수 있다. 그 결과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균형 분포에 도달하게 되고, invariant measure 역시 유일해진다.
1) Dirac’s delta function, \delta_{x} 는 x를 제외한 곳에서 0이고, 적분했을 때 1인 함수이다.
이 예시는 노이즈의 역할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랜덤하게 작용하는 힘은 단순히 시스템을 어지럽히는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여러 안정 상태 사이를 연결하고, 장기적으로 하나의 균형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관점은 이후 다차원 SDE와 통계역학으로 확장되었다. 통계역학 모델에서 potentia V와 interaction을 가진 입자계의 invariant measure는 Gibbs measure라고 불리는 형태로 나타난다. 강연에서는 여러 potential well이 존재하더라도, 노이즈로 인해 입자들이 potential well 사이를 이동하며 장기적으로 Gibbs measure에 수렴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구체적인 예시로는 Ising-Kac model²이 소개되었다. Ising-Kac model에서는 각 격자점에 +1 또는 -1의 값을 갖는 spin이 놓여 있고, 온도와 spin 사이의 상호작용에 따라 전체 시스템의 거동이 달라진다. 온도가 높을 때는 열적 노이즈가 강하게 작용해 시스템이 무질서한 상태가 되고, 특정한 상태에 갇히지 않아 invariant measure가 유일하게 나타난다. 반면 온도가 낮아지면 spin 사이의 상호작용이 더 지배적이게 된다. 이때 이웃한 spin들은 서로 같은 방향을 가지려는 경향을 보이고, 시스템은 보다 정렬된 상태에 머무르게 된다. 예를 들어 모든 spin이 +1인 상태와 모든 spin이 -1인 상태를 생각하면, 온도가 높을 때는 두 경우가 같은 평형 상태에 도달할 수 있지만, 온도가 낮을 때는 각각의 초기 상태에 가까운 서로 다른 평형 상태에 머무를 수 있다. 이처럼 온도 변화에 따라 invariant measure의 유일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2) Ising-Kac model은 Ising model의 확장으로 생각할 수 있다. Ising model은 격자의 각 점에 +1 또는 -1의 spin이 있어 이웃한 점끼리 상호작용하는 모델이다. Ising-Kac model은 상호작용이 이웃한 점들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점들과 일어나는 모델이다.
이후 논의는 유한차원 입자계에서 연속체로 확장되며 SPDE(Stochastic Partial Differential Equation, 확률편미분방정식)로 이어졌다. 입자의 수가 무한히 많아지고 격자 간격이 점점 작아지면, 더 이상 유한 차원 벡터가 아니라 공간 전체에 퍼져 있는 field를 다루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양자장론의 ³ model이 예시로 소개되었다.
의 measure는 형식적으로 무한차원 Lebesgue measure를 이용해 쓸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무한차원 Lebesgue measure는 수학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표현은 그대로는 엄밀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따라서 이 measure를 직접 정의하기보다는, 해당 measure를 invariant measure로 갖는 stochastic quantization equation, 즉
SPDE를 연구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3) 는 양자장론에서 가장 기본적인 상호작용을 가지는 스칼라장이다. Gaussian free field에 quartic interaction이 추가된 field로 생각할 수 있다.
이는 Martin Hairer 교수님의 대표적인 연구인 regularity structures 이론과도 연결된다. 방정식은 차원이 2 이상일 때 noise의 거칠기 때문에 고전적인 방식으로는 해석하기 어려운 singular SPDE가 된다. Hairer 교수님의 regularity structures 이론은 이러한 singular SPDE를 체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재윤 박사의 강연은 브라운 운동과 Itô 적분에서 출발해, SDE의 invariant measure, Gibbs measure, 통계역학 모델, 그리고 SPDE와 이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를 통해 본 강연의 핵심 주제인 확률적 시스템의 장기 거동과 invariant measure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인 배경이 마련되었다.
(In)stability of stochastic systems
이어진 두 번째 강연은 Martin Hairer 교수님의 “(In)stability of stochastic systems”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앞선 강연이 확률미분방정식과 확률편미분방정식에서 invariant measure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예비 강연이었다면, 이번 강연은 그 개념을 바탕으로 확률적 시스템에서 안정성과 불안정성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다루었다.

Lorenz attractor의 그림. 위의 상황은 안정한 평형점이 없고, chaotic한 운동을 보인다. (출처 = alphanome.ai)
강연의 출발점은 Lorenz equation이었다. Lorenz equation은 흔히 나비 모양의 attractor 그림으로 잘 알려진 동역학계이다. 특정 parameter 조건에서는 모든 해가 원점으로 수렴하는 안정적인 상태가 되는데, Hairer 교수님은 이처럼 안정적인 시스템에 random forcing, 즉 무작위적인 힘을 더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noise가 항상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Lorenz equation에서 인 부분공간은 invariant subspace가 된다. 즉, 처음에 이 부분공간 위에서 출발하면 이후에도 계속 그 안에 머물게 된다. 이때 z 방향의 움직임은 앞선 강연에서 소개된 Ornstein-Uhlenbeck process와 비슷하게 이해할 수 있고, 따라서 이 부분공간 위에는 하나의 invariant measure가 존재한다.
그러나 random forcing의 크기가 커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forcing이 약할 때는 이 invariant measure가 유일하지만, forcing이 충분히 강해지면 시스템이 이라는 안정적인 부분공간 밖으로 밀려나 새로운 invariant measure가 생길 수 있다. 다시 말해, 원래 안정적이었던 구조가 noise에 의해 불안정해지고, 시스템이 전혀 다른 장기적인 상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약한 forcing(Red)과 강한 forcing(Blue)에서 trajectory가 달라지는 그림. (출처 = springer.com)
이 현상은 직관적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강한 noise가 작용하면 시스템은 어느 순간 원점 근처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또 다른 순간에는 바깥 방향으로 강하게 밀려나기도 한다. 실제 움직임은 이 두 효과가 번갈아 나타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Hairer 교수님은 이처럼 stochastic forcing이 안정성과 불안정성 사이의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후 강연은 이 아이디어를 Navier-Stokes equation과 같은 유체역학 문제로 확장했다. 유체의 운동을 Fourier mode로 나누어 생각하면, 특정 mode들에만 random forcing이 가해지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 경우에도 Lorenz equation에서 보았던 것처럼, 어떤 부분공간은 invariant하게 남지만 그 바깥 방향의 움직임이 noise에 의해 커질 수 있다. 즉 단순한 toy model에서 보았던 현상이 실제 유체 방정식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강연 후반부에서는 문제를 무한차원까지 확장하고, 무한차원 시스템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어려움이 소개되었다. 유한차원에서는 작은 변화가 시간이 지나며 커지는지 줄어드는지를 비교적 명확하게 볼 수 있지만, 편미분방정식처럼 무한히 많은 mode를 가진 시스템에서는 문제가 훨씬 복잡해진다. 에너지가 점점 더 작은 scale, 즉 높은 frequency 쪽으로 이동하면 해가 매우 빠르게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유한차원에서 나타나지 않는 새로운 어려움들이 등장하게 된다.
두 번째 강연은 noise가 가진 이중적인 역할을 보여주었다. 첫 번째 강연에서는 noise가 여러 안정 상태 사이를 연결하여 하나의 invariant measure에 도달하게 하는 안정화 효과가 강조되었다. 반면 이번 강연에서는 noise가 오히려 안정적인 구조를 흔들어 새로운 장기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브라운 운동에서 출발한 이날의 강연은 확률미분방정식, 통계역학, 확률편미분방정식, 그리고 유체역학의 안정성 문제로 이어지며 현대 확률론이 얼마나 넓은 세계와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무작위성은 흔히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방해 요소로 여겨지지만, 강연 속에서 noise는 때로는 여러 상태를 하나의 평형으로 묶어내고, 때로는 기존의 안정적인 구조에 변화를 만들어 다른 형태의 평형 상태를 만드는 핵심적인 힘으로 등장했다.

강연 후 참가자들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 (사진 = 진성태 박사후 연구원 제공)
제1회 무주·쎈 석학 초청 강연은 단순히 한 분야의 전문 지식을 전달하는 자리를 넘어, 수학이 자연현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주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흔들림 속에서 질서와 불안정성이 어떻게 동시에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그 복잡한 과정을 수학이 어떻게 언어화하는지를 보며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이어질 무주·쎈 석학 초청 강연이 또 어떤 깊이 있는 질문과 새로운 시야를 열어줄지 기대된다.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김우진 기자 601wooji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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