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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자연대 가을 축제] 자연대는 유사 과학에 얼마나 진심일까?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5기 | 장영은
 
 

2023 자연대 가을 축제 현장. 축제명 'You, Science?'를 소개하는 간판이 축제 입구임을 명시한다. (사진 = 허은제 기자)
 
 

  뜨거운 날씨 속 활발히 움직이던 곤충들이 어느덧 자취를 감추고, 관악에도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학기를 향한 다짐도 과제와 시험 생각으로 덮여갈 무렵, 수업 들으러 가면서 ‘피식’ 웃음을 짓게 했던 자연대 축제 'You, Science?'가 열렸다. 지난해 ‘찐’ 과학을 주제로 한 'Wls'의 진지한 분위기를 내려놓고 파격 변신한 이번 축제의 주제는 ‘찐’ 과학에 지친 학생들에게 자연대의 여러 학과가 펼치는 유사 과학 콘테스트로 초대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재치 있는 컨셉과 홍보가 통했는지 지난달 25일(월), 26일(화) 양일간 열린 축제는 자연대 56동 앞과 28동 일대를 활기 있게 만들었다.
 
 
 

축제 입구에 위치한 운영 부스와 굿즈 부스. (사진 = 허은제, 장영은 기자)
 
 

  축제 입구에 있는 총괄 부스에서 스탬프 이벤트 팸플릿을 가지고 이 기사를 따라 축제 현장을 함께 걸어보자. 축제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귀여운 굿즈가 눈길을 끈다. 'You, Science?'의 마스코트, 생태학 연구원 수달 ‘뭉이’와 유사 과학을 좋아하는 해달 ‘라미’다 (이 둘의 입 모양이 각각 오메가(ω)와 람다(Λ)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외에도 유사 과학의 주제에 충실한 듯한 ‘지능을 높이는 자석’과 ‘건강 원소 팔찌’는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부스에서 미니게임 '고리 던지기'와 '가짜 원소 찾기 TEST'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 = 장영은 기자)
 
 

  탄소, 산소, 수소를 상징하는 고리 걸이에 고리를 던져 거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화학부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부스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음과는 다르게 멀리 날아가 버리는 고리들을 보며 아쉬워한다. 이외에도 진짜와 구분하기 어려운 창의적인 가짜 원소를 걸러내고, 물과 미량의 용질이 섞인 용액을 구분하다 보면 금세 미니게임 세 개가 끝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맞다' 부스에 놓인 '유사' 주기율표와 엠페도클레스의 얼굴. (사진 = 장영은 기자)
 
 

  웬 그림이지? 사람들이 붓을 들고 물감으로 그림을 칠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맞다!!' 부스에서는 4원소 불, 물, 공기, 흙을 상징하는 빨강, 파랑, 하양, 갈색 물감을 섞어 나만의 원소를 만들고 이를 주기율표에 올릴 수 있다. 다양한 원소를 상징하는 색깔로 완성할 아리스토텔레스와 엠페도클레스의 얼굴이 어떨지 기대된다.
 
 
 

'수리부(엉)스' 부스 안 '수리부엉이 사냥터' 풍경과 운영진들. (사진 = 장영은 기자)
 
 

  고소한 냄새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수리과학부의 '수리부(엉)스'다. 장난감 총으로 '수리부엉이'를 쏘아야 한다니 고민이 되지만, 놀이공원처럼 꾸며진 익숙한 풍경으로 인해 나도 모르게 부엉이를 넘어뜨리고 있다. 마침 따끈하게 담겨 나온 덮밥을 들고 다음 장소로 향한다. ‘맛있다!’
 
 
 

'경숙이네 자몽 농장' 부스 앞 풍경과 '몽자 타로점'을 보고 있는 장면. (사진 = 허은제, 장영은 기자)
 
 

  ‘유농약, 유항생제 (And you?) 자몽 사세요!’ 의심스러운 농부들이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의 '경숙이네 자몽 농장' 부스 안으로 들어가도록 유도한다. 사람 홀리는 언변에 이끌려 타로점을 보게 되지만, 웃고 있는 자:몽 캐릭터 '몽자'에 속아 뜻하지 않게 무시무시한 해설을 듣고 만다. 여러 낱말 카드를 뽑아 조합한 기사 제목으로 팔찌도 만들어 보니 정식으로 자연대 기자가 된 느낌이다.
 
 
 

'감.자(감각 있는 자연대)' 부스에서 단계별 미니게임을 진행하는 장면. (사진 = 장영은 기자)
 
 

  고깔을 쓰고 연산 문제를 풀고 있는 광경을 보러 '감.자(감각 있는 자연대)'에 왔다. 아, 막상 고깔을 써보니 무엇이 종이고 무엇이 글자인지조차 판별할 수 없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시각을 차단한 채 꿀벌과 말벌 소리를 구분하고, 안대를 쓴 채 손에 잡히는 물체의 정체를 알아맞혀야 한다.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감각 있는 자연대는 쉽지 않다.
 
 
 

'지구를 지켜라!' 부스에서 와플을 만들고 있는 장면과 'Restaurant de la matière noire' 부스에서 만들어낸 '암흑물질' 팬케이크. (사진 = 장영은 기자)
 
 

  감각에 너무 집중해서일까, 당이 떨어진다. 마침 달콤한 냄새가 풍기는 지구환경과학부의 '지구를 지켜라!'가 옆에 있다. 지구가 와플이 되었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동그란 와플은 신기할 만큼 바삭하게 굽혔다. 그 옆에는 시선을 강탈하는 '암흑물질'이 있다. 천문학전공의 'Restaurant de la matière noire (해석: 암흑물질 식당)'에서 초콜릿 시럽 범벅이 된 수플레 팬케이크를 생성해 낸 것인데, 위협적인 생김새와 달리 부드러워 입 안에서 녹는다.
 
 
 

'오펜하이머는 얼마나 좋았을까?' 부스에서 제작한 'α 입자 산란 실험 장치' 모형. 모형 안으로 구슬을 튕길 수 있다. (사진 = 장영은 기자)
 
 

  익숙한 모양의 물체가 보여 살펴보니 러더퍼드의 α 입자 산란 실험 장치를 재현한 모형이다. 물리학전공의 '오펜하이머는 얼마나 좋았을까?' 부스에서는 구슬을 튕겨서 부딪히는 벽에 부착된 상숫값에 따라 ‘원자 폭탄'에 채울 수 있는 구슬의 개수를 배정받는다. ‘원자 폭탄’을 나타내는 유리 항아리에 구슬 두 개를 채웠으니 상품 수령에 한 발 가까워진 셈이다.
 
 
 

'통계도 과학이다' 부스에서 콩나물국밥을 만들고 있는 운영진들. (사진 = 장영은 기자)
 
 

  정감 가는 시장터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통계학과의 '통계도 과학이다' 부스에선 축제 음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콩나물국밥을 팔고 있다.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대중의 입맛을 고려한 딸기 요거트 스무디까지 한 잔 마시면 방금 먹은 디저트가 무색하게 상큼한 딸기향만 입안에 맴돈다.
 
 
 

안대를 쓰고 있는 참여자와 음료를 만들고 있는 '미생: 미팅 with 생명과학부' 부스 운영진들. (사진 = 장영은 기자)
 
 

  배는 부르나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허전하다. 아까 본 타로에서 연애운이 좋지 않았기 때문인지 생각하던 찰나 생명과학부의 '미생: 미팅 with 생명과학부' 부스가 눈에 들어온다. 어느새 혈액형마다 다른 맛으로 제조된 음료를 마시며 운명의 상대를 만나길 기다리고 있다. 역시 축제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비가 오는 와중에도 진행되는 버스킹 공연 현장.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 = 박준섭 기자)
 
 

  매년 자연대 축제를 특색 있게 만든 것은 비단 부스 체험만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자연대 축제 마지막 날에는 부스의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접어들 무렵부터 버스킹 공연이 시작되는데, 올해도 축제 마지막 날에 26동 뒤 공터에서 버스킹 공연이 개최되었다. 다만, 이전의 축제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버스킹에선 'Masked Sci-nger'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복면을 쓴 참가자들이 토너먼트 형식으로 노래 대결을 펼쳤다. 박진감 넘쳤던 대회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남재혁 씨(통계 19)는 김민석의 ‘취중고백’을 불러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와 어울리는 애절한 감성을 전했다.
 

  이번 자연대 가을 축제 'You, Science?'에서는 부제 ‘너는 즐겨라 나는 믿을 테니!’에 걸맞게 학과별 특징과 유사 과학의 유쾌한 성격을 여러 활동에 녹이려는 점이 돋보였다. 이는 기획한 프로그램, 제작한 소품과 더불어 부스를 운영한 과정에서 많은 자연대 구성원이 애쓴 흔적이 곳곳에 묻어 있단 말이기도 하다. 자연대 축제기획단장 박준섭 씨는 기획 의도에 대해서 "유사 과학이라는 테마를 도입하되 극단적으로 컨셉에 치중하지 않도록 조정을 가하여, 부스와 버스킹 공연에서 이공계열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유쾌하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주력"하였다고 설명하였다. 노력을 들인 기획 덕분인지 축제가 열린 이틀 동안 부스 체험에 참여한 사람 수는 부스별로 250여 명에 달하였다. 이외에도 축제 홍보 영상이 학내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서 큰 인기를 얻은 점, 굿즈와 부스로부터 창출된 수익이 자체 지출 비용을 넘은 점은 'You, Science?'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축제 이튿날에는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첫날과 달리 발걸음이 비교적 뜸했지만, 축축한 날씨 속에서도 부스를 열심히 운영해 나가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콩나물국밥이 매진된 '통계도 과학이다' 부스에선 이날 김치전을 부쳤다. 김치전을 자글자글 지지는 소리가 빗소리와 어우러져 강우마저 낭만 있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아무리 잘 준비한 축제라고 해도 함께 즐겨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축제의 생동감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수업 사이사이 자연대 가을 축제 'You, Science?'를 찾아와 축제에 활기를 불어넣어 준 사람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번 축제가 모두에게 즐거운 축제로 기억되길 바란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장영은 기자 cyoungeun@snu.ac.kr
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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