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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자연과학 공개강연] 세상을 바꾼 과학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6기 | 강승빈



12월 30일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 제31회 자연과학 공개강연이 열렸다. 이날 강연은 “세상을 바꾼 과학, 과학이 여는 미래”를 주제로 구성되었다. 시대의 석학인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교수들의 현장 강연으로 학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자연과학 공개강연 현장. 1500명 가량의 청중들이 강연을 찾았다. (사진 = 강승빈 기자)



강연은 천체사진가 권오철 작가의 천체 영상 상영으로 시작하였다. 권 작가가 직접 지구를 돌아다니며 천체를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된 영상은 청중들의 이목을 끌었다.


권오철 작가의 천체 영상



천체 영상 상영에 이어 유재준 자연과학대학 학장의 환영사가 진행되었다. 유 학장은 환영사를 통해 해당 강연의 주최에 도움을 준 카오스 재단, 자연대 기획·대외 협력실 등과 강연을 후원한 ㈜그래디언트(대표 이기형)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올해는 과학자의 꿈과 도전, 세상을 바꾼 과학, 과학이 여는 미래를 주제로 하여 인공지능, 전염병, 탄소 중립, 그리고 초전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하였습니다. 강연이 마친 뒤 여러분들에게 남는 것이 복잡하고 어려운 공식이 아니라 모두의 꿈과 도전을 위한 과학이길 바랍니다”라며 환영사를 마무리했다.


유재준 학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강승빈 기자)



강연의 첫 순서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통계학과의 박건웅 교수가 맡아 ‘세상을 바꾼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주제로 진행하였다. 박 교수는 ‘통계적 머신러닝(Statistical Machine Learning)’ 중 인과 발견(Causality Analysis)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그래피컬 모델(Graphical Model)’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박 교수는 본인을 ‘인과 발견을 풀어내는 수많은 연구자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강연의 시작을 끊었다. 그의 강연 키워드는 ‘데이터’다.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그는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등장한 뒤로 머신러닝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냈으며 현재 우리 주변에는 일상 생활에 편리함을 제공하는 개인 비서 역할의 스피커부터 DALL-E와 같이 설명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생성하고 GPT와 같이 사용자의 질문에 정교한 답변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며 현재 인공지능 서비스는 온전히 데이터에 기반하기 때문에 “Garbage In, Garbage Out, 고품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은 곧 인공지능의 성능과 직결된다”고 했다.


박건웅 교수가 데이터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강승빈 기자)



이어 그는 향후 인공지능 연구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의 발전 과정은 예측 성능 향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다음 세대의 인공지능의 연구 방향은 성능 향상이 아닌 인공지능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하며, 데이터가 중요한 만큼 데이터의 오염, 편향, 설명 불가능성 등에 주목해 해석 가능한 모델 및 인과 모델을 개발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며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위한 기초과학이 선행되어야 하며, 특히 통계학은 상당히 중대한 역할을 부여받을 것”이라며 강연을 마무리하였다.


두 번째 강연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 안광석 교수가 ‘전염병에 맞서온 과학’을 주제로 진행하였다. 안 교수는 ‘바이러스 면역학’을 전공한 뒤, 바이러스와 인간의 상호작용, 특히 허피스바이러스의 일종인 인간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를 주로 연구하고 있다.

안 교수는 19세기 중반 런던에서 유행하던 콜레라의 원인을 역학 조사를 통해 찾은 존 스노우와 그를 이어 루이 파스퇴르와 로베르트 코흐 등이 질병의 원인이 세균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과정을 설명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세균 감염설은 미생물과의 싸움에서 획기적인 발전이었고 이를 통해 현대 과학자들은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에 대항하기 위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기술 혁신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백신은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선조들의 삶을 황폐화한 병원균과 싸울 수 있게 해주었고, 인류의 기대 수명 또한 상당한 수준 증가하였다”며 최근 3년간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은 코로나19의 비상사태를 종료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백신의 개발 덕분이라고 했다.


안광석 교수가 새로운 팬데믹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강승빈 기자)



그러나 그는 생물학의 눈부신 발전 덕분에 현대 인류는 많은 병원균에 대해 저항할 수 있게 되었지만, 교통 수단의 발전과 세계화는 바이러스의 전이를 용이하게 해,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년 2종 이상의 인수공통감염바이러스가 새로 발견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언제, 어떻게 변이되어 인류에게 위협이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다음 전염병에 대비해야 한다”며 정부는 WHO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새로운 바이러스에 대해 100일 이내 백신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차세대 백신으로 꼽히는 “점막 백신”, “범용 백신”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을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의 2부가 시작되기 전에 서울대학교 응원단의 공연이 진행됐다.


서울대학교 응원 (사진 = 강승빈 기자)



세 번째 강연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황윤정 교수가 ‘탄소 중립을 위한 화학의 도전’을 주제로 진행하였다. 황 교수는 태양광과 같은 청정에너지로부터 얻은 전기 에너지를 (광)전기 촉매를 통해 화학 에너지로 전환 또는 저장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황 교수는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이상 기후 현상은 인류에게 상당한 수준의 위협을 불러오며 그것의 근간에는 높은 수준의 탄소 배출량에 있다며 “‘탄소 중립’은 선택이 아닌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18세기 말 증기기관의 발명을 시작으로 인류가 사용하는 화석 연료의 사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점과 이에 따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또한 상당히 증가한 점을 지적하며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산업이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 방법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윤정 교수가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강승빈 기자)



그는 온실가스를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연료나 유용한 화합물로 전환할 수 있다면 화석 연료의 의존성을 낮추는 동시에 실질적인 탄소 발생량 저감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전환하는 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 CCU)에 집중하는 이유이다. 현재 CCU 기술에 대해 그는 “일부 유망한 기술들이 발굴되고 있지만, 아직 그 효율이 낮고 현존하는 산업 기술을 대체하기에 기술 경제성이 낮아 부족한 점이 많다”며 상용화까지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서 발표한 에너지기술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CCU 기술이 2050년에 가져올 탄소 감축 기여도 비중은 대략 15% 수준으로 CCU의 가치는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암모니아 합성 방법의 개발 과정에 빗대어 CCU 또한 여러 화학자들의 집념을 통해 달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감을 드러내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강연은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김기훈 교수가 “초전도체가 만든 세상, 펼치는 미래”를 주제로 진행하였다. 김 교수는 전자 간 쿨롱 상호작용이 일으키는 양자 현상과 고체의 새로운 전자기적 물성을 주로 연구하며, 최근에는 극한 물리 조건에서 신물질의 양자 기저 상태의 성질을 제어하고 이해하는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초전도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초전도 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두 가지 핵심 성질은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완전 전도(perfect conduction)’와 ‘완전 반자성(perfect diamagnetism)’이다. 극저온 상태에서 주로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는 임계 온도 아래에서 전자와 격자 사이의 진동 상호작용으로 인한 전자 쿠퍼쌍이 발생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초전도 현상이 자기 공명 영상(MRI) 장치, 핵 자기 공명(NMR) 장치 등 실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전력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면 전기 저항이 0이 되기 때문에 저항으로 인한 전력 손실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김기훈 교수가 초전도 현상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 강승빈 기자)



그는 최근 한국을 뜨겁게 달군 LK-99와 같은 상온 초전도체가 가져올 미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초전도체의 자속 고정 현상을 이용한 자기 부상 열차, 고 자기장을 이용한 입자 가속기와 핵융합 등은 상온 초전도체가 개발된다면 자연스레 달성할 수 있다”며 “저를 비롯한 초전도체를 연구하시는 분들은 상온 초전도체의 개발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으며 저온 초전도체부터 고온 초전도체까지 초전도 현상이 관측되는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30년 무렵 상온 초전도체가 발견될 것이며 양자 컴퓨터와 핵융합 기술, 자기 부상 열차, 도심 항공 이동체의 상용화까지 머지않은 미래에 달성 가능할 것으로 예측한다”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강연에 이어 서울대학교 댄스스포츠부(SPIN)의 공연이 진행됐다.


서울대학교 댄스스포츠부 SPIN (사진 = 강승빈 기자)



공연에 이어 유재준 학장의 폐회사가 진행됐다. 유 학장은 제31회 자연과학 공개강연을 찾아준 청중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과학은 의무가 아닌 현상에 대한 흥미와 재미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복잡한 과학이 아니라 꿈이 담긴 과학을 가져갈 수 있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폐회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강연은 유튜브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강승빈 기자 sbisthebest@snu.ac.kr
카트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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