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에서 교양 과학 실험 수강신청은 얼마나 힘들까?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송승헌
자연과학대학교의 여러 교양 과학 과목들
푸르른 높은 하늘과 함께 무르익은 서울대학교의 가을학기 중에도 자연과학대학 학생에게 과제와 시험은 가깝기만 하다. 지친 자연대 학생에게 가장 부담이 되는 과목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교양 과학 수업의 실험 과목을 들을 수도 있겠다. 학점은 1학점밖에 안 되는데 수업 시간은 두 시간이나 된다. 무시할 수 없는 분량의 과제도 거의 매주 제출해야 하고, 성적을 잘 받아야 하는 부담도 남아있다. (물리학실험이 이런 부담에서 자유로워졌다는 점은 자연대에서 반가운 축복일 것이다. 현재 물리학실험의 평가방식은 S/U로 이루어진다.)
자연과학대학 학부생의 <과학적 사고와 실험> 교과목 이수 규정. (사진 = 서울대학교 2024학도 1학기 기초교양 수강편람-자연대)
오해를 막기 위해선 몇 가지 설명이 필요하다. 통계학 및 생명과학을 위한 통계학은 서울대학교의 분류상 <수량적 분석 및 추론>에 속하는 교과목이지만, 수강 편람에서는 실험 교과목 안내를 위해 병기하였다. 교과목 이수 규정에도 통계학이 포함되어 있으니 본 기사에서도 통계 분야의 과목을 <과학적 사고와 실험>으로 취급하여 다루겠다. 마지막에 '지구과학' 과목 역시 눈에 띈다.
하지만 이것은 '지구환경과학' 등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에서 개설되는 교과목이 아닌,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 학생들의 수업이다. 본 기사에서 '지구과학'은 다루지 않을 것이다. 위 사진과 같이 서울대학교의 <과학적 사고와 실험>에는 이론 교과목과 실험 교과목이 있다. 이론 교과목 역시 자연대 학생에게 중요한 부분이지만, 본 기사에서는 앞으로 실험 교과목만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실피한 실험, 수강에 실패한 실험
교과목 수강에 의무가 있어 자연대 학생에게 학기 중 밀려오는 실험과 과제는 항상 숙제로 남을 것이다. (물론, 학부생에게 이러한 의무가 마땅히 있어야 하는 것을 부정하지는 못 할 것이다.) 또한, 성적도 신경써야 하니 보고서를 제때 완수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해야 하고, 졸업 필수 요건이니 마음 편하게 수강 취소(드랍)도 못 한다. 실패한 실험에도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보고서를 써야 한다. 학생들에게 온 의무는 부담으로 남았다. 하지만 실험 수업 속 학생이 가지는 의무와 부담은 학기 중의 한숨으로만 남아있지 않다. 수강의 기회조차 잡지 못한,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의 부담감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이들이 졸업 필수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정원 외 신청을 찾아보거나, 꼼짝없이 다음 학기를 기다려야 한다. 다음 학기 수강신청에서 원하는 바를 이루리라는 보장도 없다. 자연대 학생에게 실험 교과목을 수강신청할 때는 약간의 긴장이 필요하다. 난이도가 있다. 경쟁률이 얼마나 될까? 2024년에 과학 교과목의 수강신청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서울대학교 수강신청 사이트(https://sugang.snu.ac.kr/)를 참고하여 정리하였다.
<과학적 사고와 실험> 이론 및 실험 교과목의 수강 내역 목록(표 = 송승헌 기자)
위 표는 2024년 1학기 및 2학기 서울대학교의 <과학적 사고와 실험> 이론 및 실험 교과목의 수강 내역 목록이다. 표의 노란색 부분은 1학기, 파란색 부분은 2학기의 자료를 나타내며, 수강반이 3개 이하인 생명과학을 위한 통계학, 천문학, 지구환경과학부 교과목의 이론 및 실험 과목은 포함하지 않았다. 본 자료가 자연대 학생의 수강인원만을 담지는 않았다. 과학 교양의 특성상 공대, 농생대, 의과대학, 첨단융합학부 등 다른 단과대학 소속 학생의 자료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자연대 학생의 입장에서 개설된 분반을 다른 단과대의 학생과 공유하는 경우도 많고, 실험 과목의 문제점은 모든 단과대의 학생이 공유하기에 이와 같은 포함이 더 적절할 것이다. 앞으로 다룰내용은 자연대만의 사정이 아닌, 실험과목을 수강하는모든 서울대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대부분, 이론보다 실험 과목의 정원이 더 적다.(2학기 생물학-생물학실험 제외) 특히 화학실험 1, 2 혹은 물리학실험의 경우, 실험의 정원이 이론의 수강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한다. 기초교육원에서는 이론 교괴목과 실험 교과목을 동시에 수강할 것을 권장하지만, 모든 학생이 그러한 지침을 따를 수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수강신청의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 하면, 같은 학기에 이론 교과목과 실험 교과목을 동시에 수강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학생이 실험 수업을 듣지 못 했을까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궁금한 것은 정원이나 수강자 수의 절대적인 숫자가 아닐 것이다. 자신이 수강신청을 성공할 만큼 정원이 많은지, 수강자 수에 대하여 정원이 충분한지가 궁긍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원대비 수강자 수가 얼마나 가득 차 있는지도 알아보자.
2024학년도 2학기 주요 과학 실험 교과목의 정원 대비 수강자 수의 비율 (사진 = 송승헌 기자)
다음은 각각 1학기와 2학기 주요 실험 교과목의 정원에 대한 수강자 수의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그래프에서 세로축의 1(빨간선)에 가까울수록 수강신청한 학생의 인원이 정원에 가까움을 의미한다.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물리학실험 1, 2와 물리학실험(단학기) 모두 정원보다 더 많은 인원이 수강 중이다. 이는 수강신청에 실패한 학생들이 정원 외 신청을 통해 겨우 수강권을 얻은 경우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물리학실험에 대한 수요가 공급에 비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수강자수/정원이 0.8을 넘는 다른 실험 과목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물리학실험을 더 자세히 살펴보자. 위에서 나타난 많은 수의 수강인원도 수강신청(정원외 신청 포함)에 성공한 인원만을 포함한다. 수강신청에 실패한 인원은 위의 자료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질적인 수요를 알기 위해서는 수강 희망 인원, 장바구니 신청자수를 알아봐야 한다. 다음 그래프는 물리학실험의 정원대비 장바구니 신청 인원의 수이다.
2024힉년도 물리학실험 교과목의 수강인원, 정원, 장바구니 신청 인원 수 (사진 = 송승헌 기자)
그래프를 보면 장바구니 신청 인원은 수강인원에 비해 약 100명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물리학실험을 수강하고 싶은 저만큼의 학생이 올해 수업을 듣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실험 과목에 대한 수요(장바구니 신청 인원 수) 대비 공급(정원)이 부족한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솔직히 밝히건데 물리학실험 이외에는 장바구니 신청 인원을 정리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분반 제한이 있기에 특정 분반으로만 수요가 몰린 것이 원인이었다.)
결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
물리학실험을 중심으로 여러 실험 교과목의 공급이 이렇게도 부족하다. 따라서 실험 교과목 수를 늘려야 한다!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근거이지만 가볍게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다른 교과목에 비해 실험 수업은 증강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다. 실험 과목 특성 상 하나의 분반에 너무 많은 인원을 배정할 수 없고,(대부분 한 분반 당 12명이고 25명을 거의 넘기지 않는다. 이론 수업은 한 수업을 평균 50명이 동시에 듣는 것과 대비된다.) 실험 장비의 부족도 고려해야 한다. 강좌 수를 늘리기에는 실험실의 수도 충분하지 않고, 담당할 조교 수도 부족하다. 강좌별 수강 인원을 정리한 표를 다시 보면, 물리학실험의 수요가 가장 많지만 공급 역시 가장 많다. 물리학실험 관계자의 입장에서도 정원을 늘리려는 노력을 하였으나 그럼에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규학기에 정원 증강이 어렵다면 가장 간단히 생각해볼 수 있는 여지는 계절학기의 개설일 것이다. 24년 여름학기부터 물리학실험 1이 개설됐다. 수강반 제한이 있었던 (001)강좌를 제외하면 (수강인원, 정원, 장바구니 인원) = (124, 105, 384)이었다. 여전히 완전한 수요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방안이 될 것이다. 이전부터 통계학실험(43, 40, 158)과 생물학실험(단학기)(88, 80, 199)은 계절학기에도 개설되었다.(괄호 속 정보는 24년 여름학기) 확실한 수요가 있는 만큼, 이번 겨울학기를 비롯하여 실험 과목의 계절학기 개설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다른 방안으로 이론과 실험 수업의 통합화가 있을 수 있다. 이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신중한 고려가 필요한 사항이다. 그렇지만 이론 교과목과 실험 교과목을 통합하여 수강신청이 동시에 진행되도록 하면, 이론 교과목은 수강하지만 실험 교과목은 수강하지 못함으로써 다음 학기의 수강신청을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줄어들 것이다. 이때 교과목명은 물리학 및 실험 따위로 될 것이다.
예컨대 물리학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이 20명이고 물리학실험 정원이 10명이며, 물리학실험을 수강하는 10명 모두 물리학을 수강하지 못한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 상황에서는 물리학을 수강하는 10명, 물리학실험을 수강하는 10명이 각각 있어, 다음 학기에 20명 모두가 마음 졸이며 수강신청을 해야 한다. 그러나 통합화를 하게 된다면 물리학 및 실험을 수강하는 10명과 아무것도 수강하지 못하는 10명이 발생한다. 그렇지만 다음학기 수강신청에서 10명만 마음 졸이면 되는 상황이다.
물론, 이론과 실험의 통합화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시간표 설계의 차질, 수강 구조 개편 등 많은 숙제와 과도기의 불편함이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니다. 지금의 상황이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하나의 학기에 대한 이론과 실험 교과목의 연계를 고려할 때, 필수로 들어야 하는 수업의 수강 기회를 얻지 못 한 학생들의 감정을 눈여겨 볼 때, 무엇이 진정으로 서울대학교 학생을 위한 일인지에 대한 고민은 언제라도 필요할 것이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송승헌 기자 song818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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