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측량학을 통한 고생물학 연구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김지엽
PSC-고생물학 연구에서 형태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종(species)은 무엇일까? 흔히 떠올리는 정의로, 생물학에서 종은 교배하여 생식 가능한 자손을 낳을 수 있는 집단을 의미한다. 이는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언급하기도 했고, 에른스트 마이어가 생물학적 종 개념(Biological species concept, BSC)이라고 명명한 정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아래의 두 생물이 다른 종인지, 같은 종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가?

Panthera tigris (사진=Wikipedia)

Panthera leo (사진=Wikipedia)
왼쪽은 호랑이, 오른쪽은 사자로 서로 다른 종임을 쉽게 알아냈을 것이다. 호랑이와 사자의 교배로 생식능력이 없는 잡종인 라이거(Liger)가 태어날 수 있음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라이거의 존재를 모르더라도 우리는 이 두 생물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두 생물의 형태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이들의 형태가 서로 다른 이유는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기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형질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상에 없었지만 갈라져나온 생물에게선 나타나는 형질인 파생 형질의 조합으로 구별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생물학적 단위를 종으로 정의하는 것을 계통학적 종 개념(Phylogenetic species concept, PSC)라고 한다. 현실적으로 지구상에 있는 모든 동물들을 서로 교배하여 종이 같고 다름을 판별하기는 어려우므로 형태를 통해 종을 정의하는 PSC는 생물학적으로 유용한 정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래의 두 생물이 다른 종인지, 같은 종인지를 구별할 수 있는가?

Tyrannosaurus rex (사진=Scott Hartman)

Tarbosaurus bataar (사진=Scott Hartman)
그냥 보기에는 동일한 종류의 생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 아래는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Tarbosaurus bataar )라는 서로 다른 수각류이다. 이 둘은 이미 멸종해 화석으로만 확인할 수 있으므로 BSC를 적용할 수 없으며 PSC를 적용하고 싶더라도 쉽게 이들의 형태가 다르다는 것을 구별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세한 해부학적인 특징을 이용해 이들을 구별할 수도 있겠으나, 이 글에서는 보다 정량적으로 형태의 같고 다름을 구별할 수 있는 형태측량학(Morphometrics)이 종의 구별과 더불어 고생태 연구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 사례를 들어 소개하고자 한다.
형태측량학의 시작-프로크루스테스 좌표와 프로크루스테스 거리의 정의

테세우스와 프로크루스테스. (사진=Staatliche Antikensammlungen)
고대 그리스 신화에는 나그네를 침대에 눕힌 후 나그네가 침대보다 길면 자르고, 짧으면 늘리는 인물 프로크루스테스가 등장한다. 신화 속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서로 다른 두 화석의 유사성을 파악하기 위해선 화석에서 서로 상동한 지점들의 좌표를 위상적으로 동일하게 맞추어준 후 그 거리를 비교하면 될 것이다.
화석에 찍을 수 있는 점은 무한하므로 분석을 위해선 의미있는 지점을 선택해야 한다. 비교하고 싶은 화석이 서로 가까운 유연관계를 가진 생물임을 가정할 때, 해부학적으로 서로 상동하다고 볼 수 있는 지점들을 분석 대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서로 상동하다고 볼 수 있는 지점’을 랜드마크(Landmark)라고 한다.

Giraffatitan brancai 의 두개골에 랜드마크를 배치한 모습. (사진=Chan-gyu Yun)

곤충의 날개맥에 랜드마크를 배치한 모습. (사진=MorphoJ)
위의 두 예시와 같이 척추동물에서는 골격과 골격이 만나는 부분, 곤충의 경우 날개맥이 교차하는 지점을 랜드마크로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랜드마크를 배치한 후 각 점들에서 화석의 형태와는 무관한 정보를 차례로 제거해야 한다. 이제부터 2차원에서 평행이동, 축척의 차이, 회전을 제거하는 과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1. 평행이동 : 먼저 랜드마크를 배치한 하나의 화석 표본을 생각해보자. 나머지 화석 표본의 랜드마크와 비교하기 위해서 랜드마크들의 기하중심을 원점으로 잡는다.

2. 축척의 차이 제거 : 표본의 크기 차이에 따른 영향을 제거하기 위해 정규화 과정을 거친다. 랜드마크의 수는 k라고 하자.

3. 회전의 차이 제거 : 1.과 2.의 과정을 거친 두 랜드마크 집합 A와 B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아랫첨자가 같으면 서로 상동한 지점이므로 동일한 문자로 나타내었다. B에 속한 점들을 원점을 기준으로 세타만큼 회전변환을 취해 얻은 점의 집합을 C라고 하자.

이제 A와 C의 각 점들간의 거리 제곱의 합이 최소가 되도록 하는 세타를 찾는다.

따라서 원하는 세타를 구했으므로 C를 알 수 있다.

평행이동, 축척, 회전의 영향을 제거하는 과정. (사진=Cambridge Scholars Publishing)
3단계까지 수행했을 때, 우리는 위 그림에서 c에 해당하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 두 형태가 얼마나 다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주성분 분석을 진행한다. 서로 대응되는 랜드마크들의 좌표 평균을 구한 후, 이를 다시 각 랜드마크에서 빼주면 각 형태의 잔차를 구할 수 있게 된다. 공간에서 랜드마크들이 존재할 때, 원점을 지나고 점들과의 잔차가 최소가 될 수 있게 하는 직선을 선택할 수 있고 이 직선을 주성분 1(PC1)이라고 하자. 주성분 1에 수직인 성분을 주성분 2(PC2)라고 했을 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주성분 분석 과정. (사진=Towards Data Science)
위 그림에서 D1을 최대로, D2를 최소로 만드는 것이 주축이라고 할 수 있다.

주성분 분석 과정. (사진=The essential EDA handbook for data scientists)
주성분 분석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선형대수학에서 확률벡터의 공분산 행렬을 구하고, 그 고유값과 고유벡터를 구해 주성분을 찾는 과정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렇게 축에 주성분이 대응되는 공간을 형태공간(Morphospace)이라고 한다.
형태측량학과 종 분화 연구-호박벌Bombini의 출현 시기
형태의 차이로 고생물을 분류할 수 있고, 형태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기술하는 방법이 형태측량학임을 알아보았으므로 여기서는 형태측량학이 종 분화 과정을 연구하는 데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예시를 들어 살펴보고자 한다. 몬스 대학교 Manuel Dehon의 2019년 연구에서는 에오세, 올리고세, 마이오세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 벌과 현생 호박벌의 계통학적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형태측량학을 사용하였다.Hines는 이전에 분자 시계를 이용하여 호박벌(Bombini)이 에오세-올리고세 경계에서 출현했다고 생각했으나, Bombus 속에 속하는 화석을 연구에 이용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Dehon의 연구에서는 Bombini에 속하는 14종의 화석을 포함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에서 사용한 각 랜드마크들의 위치. (사진=Dehon et al. 2019)
일반적으로 곤충의 경우 날개맥이 교차하는 지점을 랜드마크로 지정하는 것이 유용하기에, 이 연구에서도 화석, 현생 호박벌 모두 날개맥이 교차하는 지점을 랜드마크로 지정한 후 형태측량학 분석을 진행했다.

현생 벌과 화석 벌의 관계를 나타낸 형태공간. 회색 점이 현생 호박벌, 색이 있는 점들은 화석 벌을 의미한다. (사진=Dehon et al. 2019)
형태공간에서 상부 에오세 지층에서 발견된 Calyptapis florossantensis, Oligobombus cuspidatus(각각 하늘색 원과 보라색 삼각형)는 Bombini 점들과 상당히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고, 에오세와 올리고세의 경계에서 발견된 Bombus vetustus(청록색 원), 올리고세와 마이오세의 경계에서 발견된 B. beskonakensis(보라색 원)은 그보다 더 가깝지만 여전히 Bombini 점들과는 떨어져 있으며 , 마이오세에서 발견된 B. pristinus(연두색 원)는 Bombini 점들이 차지하는 공간 내에 포함됨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형태공간을 통해 호박벌은 에오세에서 올리고세로 넘어가는 시기에 분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Hines가 분자 시계를 통해 알아낸 결과와 일치한다.

Hines와 Williams의 2008년도 선행연구와 Dehon의 연구에서 진행한 화석 형태측량학 분석의 결과를 합한 계통도. (사진=Dehon et al. 2019)
따라서 이 연구는 화석의 형태측량학 분석이 분자 시계와 같은 다른 연구 방법을 통한 결과를 교차검증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종분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형태측량학과 고생태 연구-인룡상목lepidosauria 턱 연구
앞에서 형태측량학을 통해 종 분화 과정을 추적하는 연구를 알아보았다면 이번에는 형태측량학을 통해 시간에 따른 섭식 방식의 변화 등 고생태를 연구한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인룡상목은 도마뱀, 뱀과 같이 서로 겹치는 형태의 비늘이 있는 석형류 집단을 의미한다. 인룡상목은 오늘날 조류를 제외한 석형류 분류군 중 가장 규모가 크기에 이들의 생태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브리스톨 대학교의 Ballell은 그의 연구에서 도마뱀과 뱀의 하악골 변화가 어떻게 섭식 방식의 변화를 반영하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기본적인 인룡상목 하악의 해부구조(사진=Wikipedia)

인룡상목 하악 형태공간. PC1(45.29%): 턱의 곡률, 관절 돌기의 크기 차이를 반영.PC2(16.53%): 치열 길이, 관절 돌기의 너비를 반영.PC3(10.36%): 하악의 곡률 방향을 반영. (사진=Ballell et al. 2024)
각각 PC1과 PC2, PC3의 관계를 나타낸 형태공간을 통해 뱀은 PC1의 음수 영역, 도마뱀은 양수 영역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도마뱀은 다시 그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PC2, PC3영역에 위치함을 알 수 있다. 생물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공간을 차지하는 이유는 섭식방법 연구를 통해 알아낼 수 있다. 초기에 분화한 뱀인 henophidian은 비교적 작은 크기를 가지는 음의 PC1영역, 양의 PC2 영역에 분포하기 때문에 도마뱀들과 형태공간에서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음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이들은 도마뱀과 유사하게 먹이를 강하게 무는 섭식방법과 입을 크게 벌려 먹이를 삼키는 능력이 모두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henophidian의 일종인 버마 비단뱀(Python bivittatus) (사진=Wikipedia)
굴을 파고 생활하는 Cylindrophis와 수중에서 생활하는 Acrochordus는 형태공간에서 완전히 도마뱀과 겹치는 영역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도마뱀과 비슷한 하악의 형태를 가지는 것은 큰 먹이를 통째로 삼키지 않고 먹잇감을 강하게 물어 섭식함을 의미한다.

Cylindrophis의 일종인 Cylindrophis maculatus (사진=Wikipedia)

Acrochordus의 일종인 Acrochordus granulatus (사진=Wikipedia)
위의 뱀들이 도마뱀과 형태공간에서 비교적 가까이 위치하는 것과 달리, 살모사와 같은 colubroid는 더 작은 음의 PC1 값, 즉 더 굽은 턱과 짧은 치열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설치류와 같은 큰 먹이까지 효율적으로 삼킬 수 있도록 하는 선택압이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colubroid의 일종인 Vipera aspis
결론적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하게 먹잇감을 무는 도마뱀의 섭식 방법대신 큰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섭식 방법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고, 이는 생태 지위 분할(niche partitioning)의 결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종 분화 뿐만 아니라 섭식 방법과 같은 고생태의 변화 또한 형태측량학을 통해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연구는 생체역학(biomechanics)적 해석과 결합할 때 더 강하게 뒷받침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화석의 형태를 정량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인 형태측량학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사실 화석을 분류하는데 반드시 형태측량학이 쓰이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골격 등 생명체의 유해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해부학적 특징이 이미 알려진 분류군들의 공유 파생 형질(synapomorphy)과 비교해 동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랜드마크를 배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화석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형태측량학을 사용하기 어려우며, 대부분의 형태측량학 분석은 생물의 몸 전체를 대상으로 삼지 않고 날개, 두개골 등 특정 부위만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Dehon도 그의 논문에서 형태측량학은 아래턱의 형태나 생식기의 구조 등 기타 적절한 해부학적 증거가 없을 때 사용하는 발견적 도구(heuristic tool, 정보가 충분하지 않을 때 경험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도구)로 간주해야한다고 말한다.그러나 현생 생물과는 달리 분자생물학적 접근이 어려운 고생물은 진화 과정을 추적하기 위해 해부학적 형태의 차이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그 차이를 정량적으로 표현하는데 형태측량학은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위의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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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hon, Manuel, et al. "Morphometric analysis of fossil bumble bees (Hymenoptera, Apidae, Bombini) reveals their taxonomic affinities." ZooKeys, vol. 891, 2019, pp.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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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C.-g. "Evolutionary trends in the skull morphology of sauropodomorph dinosaurs: A two-dimensional geometrical approach." Paludicolia, vol. 15, no. 1, 2024, pp. 1–17.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김지엽 기자 kimjiyeob@snu.ac.kr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