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중 에어로졸은 감소하는데, 기후변화는 가속화된다고?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6기│민다연
필자는 겨울방학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기후환경연구실에서 인턴으로 활동하였다. 이번 기사에서는 그 경험에서 새롭게 배운 에어로졸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에 대하여 소개할 예정이다. 그러기에 앞서, 에어로졸이라는 용어부터 정의하자. 에어로졸이란 대기 중에 부유하는 미세한 고체 또는 액체 입자이다. 보통 고체 입자를 가리키며 먼지, 해염, 화산재, 산불 기원 미립자, 공장 오염 물질 등이 이에 속한다. 우리가 뉴스에서 쉽게 접하는 미세먼지도 에어로졸의 한 부류이다. 미세먼지는 여전히 심각한 환경 문제이며, 최근에는 여러 나라에서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20년 동안 대기 중 에어로졸의 양이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대기 중 에어로졸의 양을 정량화한 지표인 에어로졸의 광학적 깊이(Aerosol Optical Depth, AOD) 관측값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광학적 깊이’라는 용어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깊이’와 같은 의미일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 질문들을 던져보자.
1. 광학적 깊이(Optical depth)란 무엇일까?
광학적 두께라고도 불리며, 빛이 특정 경로를 이동할 때 이동하기 전에 비하여 소산된 빛의 세기의 비율을 통하여 정의한다.

광학적 깊이의 정의. (사진=민다연 기자)
위 수식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광학적 ‘깊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지만 길이 단위가 아닌 무차원수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깊이’라는 용어가 길이 단위를 갖는 것과 대조된다.
2. 에어로졸의 광학적 깊이(AOD)는 어떻게 관측할까?
에어로졸의 광학적 깊이를 관측한다는 것은 에어로졸 입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두께를 측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여기서 ‘관측’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천체 관측과 다소 다르다. 천체 관측에서의 ‘관측’은 망원경과 같은 기기 혹은 맨눈을 통해 천체의 이미지를 직접 보는 것을 의미한다. 에어로졸의 광학적 깊이를 ‘관측’하기 위해서는 태양 광도계(Sun photometer)를 이용해 대기 중 에어로졸에 의하여 빛이 감쇠된 정도를 측정하고 이를 광학적 깊이의 정의에 따라 계산해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즉, 대기과학 분야에서 ‘관측’을 할 때 대상을 직접 보는 것 외에도 물리적 변수를 측정하여 가공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은 흥미를 돋우어 준다.
에어로졸의 광학적 깊이(AOD)를 통하여 대기 중 에어로졸에 의하여 빛이 얼마나 소산(extinction) 되었는지를 알 수 있으므로 이를 역연산하여 에어로졸의 양을 구할 수 있다. 따라서 AOD 그 자체를 에어로졸의 양을 정량화한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AOD의 관측값은 AERONET이라는 전 국가적 에어로졸 관측 네트워크를 통하여 쉽게 확인할 수 있다(AERONET url: https://aeronet.gsfc.nasa.gov). AERONET이란 AErosol RObotic NETwork의 약자로, NASA와 PHOTONS가 설립한 지상 기반 원격 감지 에어로졸 네트워크 연합이다. 전 세계 1564개의 지점에서 지상 기반 에어로졸 관측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중 우리나라에 위치한 지점은 총 9개이다.
앞에서 말했듯, 최근 전 세계적으로 대기 오염물질 저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과연 대기 중 에어로졸의 양 또한 과거에 비하여 감소하였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하여 2002년부터 2023년까지의 AOD 월평균 관측값을 기반으로 한, 전 세계 303개 지점의 AERONET Version 3 Level 2.0 자료를 사용하였다. 20년 간의 AOD 월평균 관측값을 10년 단위로 나눈 후, 지점별로 2013년~2023년과 2002년~2012년 AOD 월평균 관측값의 10년 평균의 차이를 계산하였다.

전 세계 303개의 지점별 AOD 차이값. (사진=민다연 기자)
해당 그림을 통하여 인도와 동남아시아 북부, 북반구의 고위도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AOD가 감소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전 지구에서 AOD를 지상 관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2002년~2012년과 2013년~2023년 두 기간 동안의 관측 데이터가 존재하는 지점이 303개뿐이었기 때문에 대륙별로 데이터가 부재한 지역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상 위성에 탑재된 MODIS 센서를 활용하면 전 지구적 AOD의 분포를 공간에 대하여 연속적으로 얻을 수 있다.

기상 위성을 활용한 전 지구적 AOD의 변화. (사진=10 Insights in Climate Science, 2024)
해당 그림은 기상 위성의 관측 데이터를 사용하여 전 지구 AOD의 변화를 등고선의 형태로 나타낸 것이다. AOD가 변화한 지역별 주요 원인도 지도에 함께 표시되어 있다. 에어로졸은 온실기체인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에 존재하는 수명(Life time, Residence time)이 짧기 때문에 지역별로 다양한 원인에 의하여 공간적 분포 양상에 차이가 뚜렷하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AERONET 지상 기반 관측 데이터를 사용한 결과와 비슷하게 대륙에서는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일부, 인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AOD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북반구 고위도 지역은 기후변화에 의하여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불이 대기 중 에어로졸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인도의 에어로졸 증가는 아직까지 대기 오염물질 저감 정책이 강화되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리고 지상 기반 관측으로는 자료 확보가 어려웠던 해양에서는 남반구의 해양 상공의 대기 중 에어로졸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 주요 원인은 해염과 같은 자연적 에어로졸이다.
자연적 에어로졸의 영향과 대기 저감 정책이 강화되지 않은 지역의 영향을 제외하면 전 지구적으로 인위적 에어로졸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고 해수면 상승 속도가 증가하기에 기후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에어로졸과 기후변화는 어떠한 관계일까? 이를 탐구하기 위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산불 기원 에어로졸뿐인 가상의 상황에 대하여 생각해보자.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 자연 산불의 발생빈도가 증가하여 대기 중 에어로졸이 증가한다. 증가한 에어로졸은 태양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반사하여 지구표면의 평균 온도를 낮춘다. 즉, 기후변화가 에어로졸을 증가시키고 증가한 에어로졸이 기후변화를 감속화시켜 서로 음의 되먹임효과를 유발한다. 그러나 대기 중 에어로졸이 생성되는 원인은 산불 외에도 다양하다. 또한 에어로졸이 태양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반사하는 것 외에도 일부는 지표면으로 산란시키며, 검댕(black carbon)과 같은 에어로졸은 산란보다 흡수 효과가 우세하여 지구 온난화에 기여한다. 따라서 에어로졸이 평균적으로 감소한 것과 기후변화가 가속화되었다는 두 사실을 직접적인 인과관계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에어로졸은 그 종류에 따라 태양복사에너지와의 상호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복사 특성이 복잡하며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에어로졸 외에도 매우 많다. 따라서 기후변화와 에어로졸 사이의 유의한 상관관계를 도출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지만 전 세계의 대기과학자들은 에어로졸과 같은 특정 변수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개별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기후 모델을 설계하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모델을 설계하기 위하여 정밀하게 지상, 항공 및 위성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관측’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학교 또한 지구환경과학부의 기후환경연구실에서 AERONET 서울(Seoul_SNU site)의 지상 기반 AOD 관측을 책임지고 있는 Sun photometer 관리에 힘쓰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기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에어로졸을 포함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변수들을 끊임없이 관측하는 전 세계의 대기과학자들을 응원한다.

서울대학교 500동 옥상에 위치한 Sun photometer. (사진=AERONET home page)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민다연 기자 minda061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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