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겨울 자몽 시리즈: 과거에서 날아온 자연과학 수업!] 패러다임의 전환 : 빛의 길을 따라서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김지원
과학자들은 오랫 동안 보이지 않는 물질인 에테르를 가정하여 이를 빛의 전파를 위한 필수적인 매질이라고 여겨 왔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빛은 매질이 없어도 전파될 수 있으며, 에테르 이론은 마이켈슨-몰리 실험을 통해 결정적으로 반증되었다.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과학의 역사가 쓰이는 것처럼 에테르 이론의 반증 역시 현대 물리학의 혁신을 이끄는 계기가 되었다. 본 기사에서는 에테르 이론이 어떻게 형성되고, 반증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의미를 남겼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 자연은 진공을 싫어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저서 Physics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물체의 운동을 위해서는 매질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며, 따라서 매질이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진공 상태에서는 물체가 운동할 수 없다. 또한 진공이 존재한다면 매질이 없어 저항이 0이 되므로 물체의 속도가 무한대가 된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진공은 존재할 수 없다.”
그는 자연은 본능적으로 빈 공간을 채우려 한다고 보아 자연 상태에서는 진공이 발생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주를 구성하는 다섯 번째 원소로 에테르를 제시했다. 그는 모든 물질이 물, 불, 흙, 공기 네 가지 원소로 형성되었다는 4원소설에 덧붙여 하늘은 ‘완벽하고 변하지 않는 물질’인 에테르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대 철학에서의 에테르는 아직 빛이 아닌, 천체의 운동을 설명하는 개념이었다.
데카르트 : 소용돌이 우주
근대 과학의 방법론적 근간인 ‘방법적 회의’를 고안한 데카르트는 ‘서로 떨어져 있는 물체 사이의 작용’이라는 신비적인 요소를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진공 개념을 혐오에 가깝게 부정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주에 미세한 물질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이들의 흐름으로 천체의 운동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며 운동의 원인이 되는 물질들을 에테르(aether)라고 명명했다. 지구를 둘러싼 입자, 즉 에테르가 태양 주위를 도는 흐름에 휩쓸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것이며, 이 상태를 ‘소용돌이 우주’라고 한다.
소용돌이 이론(vortex theory)은 뉴턴의 만유인력설이 정립되기 이전까지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시도 중 하나였다. 다만 해당 이론은 케플러 법칙과 맞지 않았고, 실험적 검증이 어려웠기에 뉴턴의 중력이론이 등장하며 빠르게 폐기되었다. 하지만 소용돌이 이론을 통해 공간이 물리적 성질을 가질 수 있다는 개념이 발전했으며 이는 장(field) 개념으로 연결되었다.
맥스웰 : 광학적 에테르
토마스 영의 이중 슬릿 실험, 오거스틴 프레넬의 빛의 회절 이론 등을 배경 삼아 제임스 맥스웰은 전자기 방정식을 통해 빛이 전자기파의 한 형태임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파동의 이동에는반드시 매질이 필요하다는 기존의 과학적 패러다임에 의거하여 빛을 전달하는 매질로서 에테르는 필수적인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에테르 이론의 발전 과정에서 맥스웰은 광학과 전자기학을 통합하는 성과를 얻었으며 이는 현대 전자기학의 근간을 구성했다. 19세기 과학자들은 에테르를 빛뿐만 아니라 전자기파 전체를 전달하는 매질로서 관점을 강화했다. 에테르 이론이 더욱 공고해지며 여러 과학자들의 에테르의 실체를 직접 검증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마이켈슨-몰리 : 에테르는 존재하지 않는다
빛의 정확한 속력 측정에 관심을 갖고 있던 마이켈슨은 에테르를 가정할 경우 빛의 속력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측정된다는 문제에 직면했다. 에테르의 흐름을 따라 전달되는 빛의 속력은 에테르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므로, 빛의 정확한 속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점에서 측정하여 에테르의 상대적 흐름이 없는 상태에서의 속력을 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이켈슨과 몰리는 에테르 속을 움직이는 빛의 속도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실험방법을 고안하였다. 광 간섭계에서 나온 빛이 거울을 통해 서로 수직으로 갈라져, 일부 광선은 에테르 유동에 대해 수직 방향으로, 나머지 광선은 에테르 유동과 같은 방향으로 동일한 거리를 진행하게 한 뒤, 두 갈래의 빛이 하나로 합쳐지게 하였다. 빛의 진행에 시간 차이가 있다면 합쳐진 두 개의 빛은 간섭무늬를 만들 것이다. 간섭계의 방향을 돌려가며 실험하면, 어느 한 광선의 방향이 에테르 유동과 수직을 이룰 때 간섭효과는 최대가 되고, 두 광선 모두 에테르 유동과 45도의 각도를 이룰 때 최소의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따라서 간섭계가 회전함에 따라 간섭으로 인한 무늬는 계속 변화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마이켈슨 몰리 실험. (사진 = LightTrans)
그러나 마이켈슨과 몰리는 어떠한 간섭효과도 발견할 수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적은, 실험 오차로 간주할 수 있는 차이만을 관측했다. 이후 여러 과학자들의 재실험이 이어졌지만 더욱 정교한 장치로도 에테르를 부정하는 결과만을 얻게 되었다. 50년간 이어진 재검증 끝에 에테르 유동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렌츠 : 반증을 피하려는 시도
19세기 후반 로렌츠는 전자기학을 연구하며 에테르 이론을 유지하면서도 마이켈슨 - 몰리 실험의 결과를 설명하려 시도했다. 빛의 속도에 근접한 속도에서는 물체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수축될 수 있다는 로렌츠 - 피츠제럴드 수축을 통해 간섭계의 두 빛이 같은 속도로 측정될 수 있음을 설명하려 하였다. 로렌츠는 여전히 절대적인 에테르 좌표계의 존재를 긍정했으며 공간과 시간의 변화는 에테르 속에서만 일어난다고 가정했다.
아인슈타인 : 에테르의 종말
일부 과학자들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던 에테르 이론은 1905년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이론을 발표하며 종말을 맞았다. 아인슈타인은 공간과 시간의 절대적인 기준계를 가정하는 고전적 개념을 반박하고 시공간은 관성계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특수 상대성이론의 가정인 광속 불변의 법칙을 통해 빛의 진행을 설명하는데 에테르가 필요 없음을 보였다. 이후 아인슈타인이 광전효과를 발표하여 빛의 입자성을 입증한 뒤로는 빛에는 더 이상 매질이 필요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빛의 길을 따라서
에테르 이론은 빛의 전파를 설명하는 오랜 패러다임이었지만, 마이켈슨-몰리 실험과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에 의해 결정적으로 반증되면서 과학의 역사에서 사라졌다. 이는 절대적 기준 좌표계에서 상대적 시공간 개념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었으며, 현대 물리학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에테르 개념이 남긴 과학적 유산도 크다.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과 로렌츠 변환은 현대 물리학의 핵심 개념으로 남았으며, 공간의 물리적 성질에 대한 탐구는 장(Field) 이론으로 발전했다. 과학은 절대적 진리를 찾는 것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을 거듭하며 더 정교한 이론으로 나아가는 과정임을, 에테르의 역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고 자료
문성호. (2000). 물질의 궁극원자 아누. 도서출판 아름드리 미디어. 기초과학연구원. (n.d.). 자연은 진공을 싫어하는가?. 기초과학연구원.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901/selectBoardArticle.do?nttId=14110
David Halliday, Robert Resnick, Jearl Walker, Principles of Physics, ed., Wiley(2020). LightTrans. (n.d.). Laser-based Michelson interferometer and interference fringe exploration. LightTrans. Retrieved March 20, 2025, from https://www.lighttrans.com/use-cases/application/laser-based-michelson-interferometer-and-interference-fringe-exploration.html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김지원 기자 sallyjoj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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