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0km의 물리학 : F1 머신을 지배하는 공기역학의 과학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8기 | 이지효

그림1. F1 더 무비 포스터 (출처: goolge search)
0. 레이스를 보는 또 다른 눈
최근 브래드 피트 주연의 ‘F1 더 무비’가 흥행을 거두면서 F1에 대한 관심이 점점 올라가고 있다. 2023년, 한국 대형 기업의 OTT 플랫폼이 F1의 한국어 중계를 시작하며 관심도가 올라가고 있던 와중에, 영화가 큰 흥행을 하며 F1을 모르던 대중들에게 그 재미를 느끼게 해줘 국내에서도 새로운 팬들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F1에 입문한 팬들이 흔히 열광하는 부분은 바람을 가를듯한 빠른 스피드, 강렬한 엔진 사운드, 정교한 피트 스탑 전략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전장 뒤에는, 시청자들이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격전지가 존재한다. 바로 ‘공기와의 전쟁’, 다시 말해 공기역학(Aerodynamics)의 전장이다.
현대 F1은 엔진보다 공기를 더 많이 다룬다. 엔진 출력은 레귤레이션에 의해 대부분 평준화된 반면, 머신의 공기역학적 성능은 여전히 팀마다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 핵심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F1에서 말하는 공기역학이란 무엇일까? 또, 왜 그것이 수천만 달러가 투입되는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는 것일까? 이 기사에서는 단순한 차체 디자인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을 조종하는 과학이 F1 레이스를 어떻게 지배하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1. 공기와의 싸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강력한 적
F1 머신(레이스카) 이 정지해 있을 때는 평온한 공기가, 시속 300km에 가까운 속도로 주행할 때는 마치 벽처럼 맞서는 강력한 저항체로 돌변한다. F1 머신은 이 공기와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 굉장히 정교하게 설계된다. 이 싸움은 단순히 빠른 속도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반된 목표 사이에서 정밀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첫째는 차량이 앞으로 나아갈 때 공기가 진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항력(drag)을 줄이는 것이고, 둘째는 차량이 트랙에 붙어 달리게 하기 위해 차체를 아래로 누르는 힘인 다운포스(downforce)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목표가 기본적으로 서로를 방해하는 관계라는 것이다. 보통 다운포스를 크게 만들수록 공기 저항 또한 커지고, 항력을 줄이기 위해 윙을 얇게 설계하면 접지력이 떨어진다.
여기서 잠깐 항력을 감수하면서까지 다운포스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F1은 단지 직선만을 달리는 스포츠가 아니다. 수많은 고속 코너와 급제동 지점, 끊임없는 방향 전환이 이어지는 트랙에서 다운포스는 드라이버의 생명줄이다. 다운포스를 ‘음수의 양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원리가 항공기의 양력을 통해 기체를 띄우듯, 레이스 카는 그 반대로 차체를 지면에 밀어붙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타이어가 노면을 강하게 붙잡아 고속으로 코너를 돌 수 있으며, 제동 시 차체가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그림2. 코너링을 하는 F1 레이스카들 (출처: F1 홈페이지)
다운포스는 다음과 같은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 다운포스
: 공기밀도
: 속도
: 양력 계수 (음수일 경우 다운포스)
: 전면 면적(frontal area)
위 식에서 알 수 있듯, 다운포스는 고속에서 더욱 극적으로 작용한다. F1 머신은 시속 250km 이상일 때 차체 무게의 두 배에 달하는 다운포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로 머신이 고속으로 달리다가 터널 천장에 붙어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의 접지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또한 항력은 가속도를 방해하는 힘으로, 항력의 크기 역시 양력계수 대신 항력계수를 사용할 뿐, 다운포스와 공식과 같은 식으로 표현된다.
: 항력
: 항력계수
그렇다는 것은 속도가 두 배가 되면 항력의 크기는 네 배가 된다는 것인데, 속도가 커지면 항력과 다운포스가 동시에 커지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항력을 줄이면서도 다운포스를 최대화하는 방법, 즉 공기의 흐름을 ‘적의 힘’에서 ‘아군의 무기’로 전환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한다.
2-1. 다운포스를 만들기 위한 장치들 - 윙
F1 머신의 공기역학 설계는 공기를 설계된 경로로 유도하여, 기류와 속도로 압력을 조절함으로써 지면에 차량을 눌러붙게 만드는 작업이다. 이때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프론트 윙(front wing)과 리어 윙(rear wing), 플로어(floor), 디퓨저(diffuser)라는 세 가지 주요 구조물이다. 이들은 마치 서로 맞물린 기계장치처럼 작동하며, F1 머신의 주행 안정성과 코너링 성능을 결정짓는 다운포스 생성의 3축을 담당한다.

그림3. 프론트 윙과 리어 윙 (출처: google search)
먼저 윙, 그중에서도 프론트 윙은 그림3에서 볼 수 있듯 머신의 앞부분에 달린 날개로, 보통 지면에서 50mm 정도 떨어진 높이에 위치하며, 수 개의 플랩과 엔드플레이트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리어 윙은 말 그대로 차량의 후미에 달린 날개를 의미한다.

그림4. 윙의 모식도와 다운포스 (출처: Jesus Yoon Youtube채널)
기본적으로 F1 머신의 윙은 위의 사진처럼 생겼다. 마치 비행기의 날개를 뒤집어 놓은 것처럼 생긴 이 장치는 그 원리 역시 비행기의 날개와 비슷하다. 공기가 지나갈 때 평면과 비슷한 날개 위쪽과 달리 아래쪽으로 볼록한 날개 아랫부분은 공기가 흐르는 공간이 좁아서 공기가 빠르게 흘러간다. 그렇게 되면 아래쪽의 압력이 위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져 다운포스가 형성된다. 이때 윙의 앞뒤 끝을 이은 선(코드 라인이라 부른다)과 수평면 사이의 각도를 받음각(angle of attack)이라 부르는데, 이 받음각이 커질수록 윙은 공기의 흐름을 더 많이 밀어내며 다운포스를 증가시킨다. 하지만 이때 차체의 정면에서 바라본 면적이 더 커지기 때문에 항력 역시 증가한다.

그림5. 윙의 받음각 (출처: Jesus Yoon Youtube채널)

그림6. 받음각에 따른 전면 면적 비교 (출처: Jesus Yoon Youtube채널)
받음각이 지나치게 커지면 그림과 같이 윙 뒤쪽에서 기류가 분리되며 와류가 발생한다.

그림7. 받음각에 따른 분리에 의한 와류(좌)와 플랩의 모식도(우) (출처: Jesus Yoon Youtube채널)
이렇게 되면 다운포스는 감소하지만, 항력은 증가하기 때문에 속도 면에서 굉장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엔지니어들은 받음각의 효과는 가져가되, 항력은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였다. 바로, 앞서 언급했던 플랩이라는 장치이다. 위의 그림과 같이 작은 윙들을 연결하면 마치 하나의 큰 윙이 높은 받음각으로 세워져 있는 듯한 효과를 준다. 또한, 윙들의 사이에서도 각각 공기가 흐르기 때문에 공기 흐름의 분리가 덜 일어나게 되어 다운포스를 극대화하고 항력을 줄일 수 있다.
2-2. 다운포스를 만들기 위한 장치들 - 플로어와 디퓨저
현대 F1 공기역학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2022년 FIA(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utomobile, 국제 자동차 연맹) 규정 개편으로 플로어의 역할이 급격히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차체 상부의 윙 구조가 주로 다운포스를 생성했다면, 이제는 차체 하부, 즉 플로어(floor) 아래로 빠르게 흐르는 기류를 이용해 다운포스의 상당 부분을 창출한다.
베르누이의 정리를 이용하여 그 과정을 설명할 수 있다.
밀도가 ρ인 유체가 유선을 따라 흐를 때, 속도 v가 증가하면 정압 P는 감소한다(높이 h는 같다고 가정한다). 여기서 더 발전한 것이 벤추리 효과(Venturi effect)인데, 유체가 파이프의 단면적이 수축한 공간을 따라서 흐를 때 공기의 압력이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플로어 아래로 공기의 흐름을 가속하면 하부 압력이 떨어지고, 차체가 지면으로 끌려 내려간다. 이러한 효과를 내기위해 F1 머신은 플로어 양측에 벤추리 구조를 설치한다.

그림8. 벤추리 구조(좌)와 F1 머신에서의 벤추리 구조 (출처: google search)
그림과 같이 차량 중앙 하단은 좁게, 전방과 후방은 넓게 만들어 유체가 중앙에서 가속되고 후방에서 확산하도록 유도한다. 이때 기류는 최고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통과하며 차체를 지면에 단단히 눌러준다. 이러한 효과를 지면효과(Ground effect)라고 부르며, 플로어가 그 구현의 핵심이다. 플로어를 통한 다운포스는 리어 윙을 통한 다운포스보다 항력 증가가 적다는 점에서 결정적 장점을 가진다. 다시 말해, 동일한 다운포스를 만들면서도 최고속도를 크게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플로어에서 가속된 기류는 차량 후방 하단의 디퓨저(diffuser)를 통해 배출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그 디퓨저가 향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F1 머신에서의 디퓨저도 공기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림9. F1 머신의 디퓨저 (출처: 나무위키)
디퓨저는 차량 바닥의 끝단에서 위쪽으로 벌어지는 구조를 갖는데, 이는 좁은 플로어에서 빠져나온 공기가 넓은 디퓨저를 지나며 차량의 후미로 잘 흘러가게 되어 플로어 아래의 저압 영역을 더욱 유지하도록 돕는다. 벤추리 구조의 확산부 역할을 하는 디퓨저 덕분에 차량 후미에서 기류가 갑자기 멈추거나 와류를 생성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출된다. 이는 플로어 아래에서 얻은 저압을 유지하고, 후방 난류를 최소화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이때 리어 윙의 아래쪽에 저기압이 형성되기 때문에 리어 윙과 디퓨저 간 간격을 줄인다면 더 효율적으로 디퓨저에서 공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
또한, 디퓨저는 후속 차량에 영향을 주는 더티에어(dirty air, 자세한 설명은 3장에서) 의 성질까지도 바꿀 수 있어 전략적인 디퓨저 설계는 후류를 정돈해 팀 전체의 추월 가능성, 전략 수립까지도 바꾸는 요소가 된다.
3. Dirty Air와 DRS : 추월의 물리학
F1 머신이 빠르게 트랙을 주행하면, 차체 주변으로 유동하는 공기는 앞쪽에서 압축되고, 차체 후방에서는 팽창한다. 이로 인해 후방에는 압력이 낮고, 유속이 불규칙하며, 회전성이 높은 난류(turbulence) 영역이 형성된다. 이 영역이 바로 와류(wake)이며, 여기서 발생하는 기류를 ‘dirty air’라고 부른다. 문제는 이 dirty air가 후속 차량의 공기역학적 성능을 크게 저하한다는 점이다. 앞 차량 뒤에 위치한 차량은 dirty air에 의해 프론트 윙과 플로어, 디퓨저를 통한 기류 유도에 실패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다운포스를 최대 30~40%까지 잃게 된다. 이는 고속 코너에서 접지력 손실, 제동 거리 증가, 타이어 온도 상승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추월 시도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dirty air가 뒤차를 방해하는 일종의 방어막처럼 작용하는 셈이다. F1에서 가장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슬아슬한 추월인데, dirty air 때문에 추월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2000년대 후반까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고, 2010년에 FIA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적 조치를 도입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DRS이다.
DRS(Drag Reduction System)는 말 그대로 항력을 줄이는 장치다. 머신이 지정된 직선 구간에서, 앞차와의 간격이 1초 이내일 때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으로, 리어 윙의 상부 플랩이 수평으로 열리면서 공기의 흐름을 통과시킨다. 앞서 1장에서 살펴봤던 항력 식에서, 항력계수 는 단순한 상수가 아니라 여러 물리적 항력들을 모두 포함한 무차원 계수이다. 항력은 크게 형상 항력(form drag)와 마찰 항력(skin friction drag) 두 가지 메커니즘에서 발생한다. 물체의 단면 모양과 받음각 등에 의해 공기가 어떻게 흐르는지가 결정되는데, 형상 항력은 주로 기류가 부드럽게 흐르지 못하고 뒤에서 분리될 때 생기는 저항이다. 마찰 항력은 공기와 표면 사이의 점성에 의한 저항으로, 유체가 접촉한 표면을 따라 흐를 때 생기는 경계층 내 마찰력을 의미한다. 마찰 항력은 보통 전체 항력의 약 10~20%만 차지해 형상 항력보다 영향력이 적다.

그림10. DRS가 열린 상태(좌)와 닫힌 상태(우) (출처: google search)
주행 중 DRS를 열어 리어 윙의 플랩을 수평으로 열어 다음 그림10처럼 바꾸면, 다운포스는 적어지지만 공기 흐름의 분리가 덜 일어나 형상 항력이 감소하게 된다. 이는 항력 계수의 값을 크게 낮추기 때문에 전체 항력이 평균적으로 20~25% 감소하고, 이로 인해 직선 구간에서 10~20km/h 정도의 가속 이득이 생긴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DRS는 항력을 줄이는 대신 다운포스도 함께 감소시키기 때문에 코너링이나 제동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직선 구간에서 앞차와 1초 이내의 간격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 DRS의 도입 덕분에 뒷차는 앞차보다 속도에서의 이득을 얻게되고, 추월이 조금 더 수월해지는 것이다.
4. 공기를 지배하는 자가 레이스를 지배한다
F1 머신은 더 이상 단순한 ‘빠른 차’가 아니다. 그것은 수천 개의 공기 입자와 매초마다 대화하는 유체역학적 조각품이자, 최첨단 시뮬레이션과 경험적 데이터가 결합된 공학의 결정체이다. 프론트 윙에서 시작된 기류는 플로어를 통과하며 가속되고, 디퓨저를 거쳐 리어로 배출된다. 어떤 때에는 DRS를 통해 리어 윙의 각을 조절해 항력을 줄이고, 받음각 하나가 다운포스를 바꾼다. 이 모든 과정은 단 한 바퀴의 랩타임(트랙을 한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단 0.01초의 우위를 위해 고안된다. 그 속에서 공기역학은 단지 기술적 수단이 아니라, 그 팀의 전략이자 철학이다. 그 철학은 매 시즌, 매 경기 새롭게 쓰이며, 규제와 설계, 효율성과 드라마 사이를 오간다. F1은 바람과의 싸움, 정확히는 바람을 이해하고 설계하는 싸움이다. 다음번에 F1 경기를 관전하게 된다면, 눈앞의 스피드만이 아니라 그 아래로 흐르는 과학, 그 뒤에서 움직이는 수치, 그 너머를 설계한 사람들을 떠올리며 F1이라는 기술의 집약체를 느껴보기를 바란다.

그림11. 레이스를 펼치는 F1 레이스카들 (출처: google search)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이지효 기자 leejihy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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