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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화학: 향수의 제조 과정을 중심으로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 | 강현재
 

[그림 1]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각종 향수 (사진 = 강현재 기자)
 

   상당수의 사람들이 외출하기 전 옷에, 또는 살에 ‘향수(香水, Perfume)’를 뿌린다. 독특한 향으로 인한 심리적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이 향수는 고대의 종교적 의식에서 사용되기도 한, 상당히 역사가 긴 물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향수는 어떤 물건일까? 표준국어 대사전에 따르면 향수는 ‘향료를 알코올 따위에 풀어 만드는 액체 화장품’으로 정의된다. 실제로 상당수의 향수가 알코올을 용매로 사용하며, 여기에 여러 종류의 합성 향료를 혼합하여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면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이 향료는 어떻게 만드는 것이며, 그것을 향수로 어떻게 제조하는 것일까? 그것을 알아보도록 하자.
 

1. 향료 추출 방식의 다양성

   향수의 향료 추출에 있어서 예로부터 가장 널리 사용되어 온 방법은 ‘증류법(Distillation)’으로, 그중에서도 수증기를 사용하는 증기 증류(Steam Distillation)가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향료의 원료가 되는 식물에 고온, 고압의 수증기를 플라스크 내의 원료에 분사하여 원료에서 에센셜 오일을 유증기 형태로 추출한 다음, 이를 다시 냉각하여 액체 형태의 오일을 얻는 방식이다.
 

[그림 2] 향료 추출에 사용되는 증기 증류기의 모습. 왼쪽의 큰 용기에서 가열되어 증류된 물질들은 오른쪽 통으로 모인다.
(이미지 출처 = ART LAB.)
 
 

   화학 관련 상식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방식에 익숙함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는 석유를 등유, 휘발유, 경유 등으로 분리하는 ‘분별 증류’와 메커니즘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선 열을 가하여 혼합물을 기화시킨 다음, 끓는점 차이를 이용하여 이를 분리하는 것이다. 다만 약 100℃ 내외의 고온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의 특성상, 원료가 열에 취약한 경우에는 이 방법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면 고온에서 불안정한 용매들은 어떻게 추출할까? 첫 번째 방법은 ‘압착법(Expression)’이다. 문자 그대로 원료를 물리적으로 압착하여 에센셜 오일을 얻는 방법으로, 자몽, 레몬, 오렌지와 같은 시트러스 원료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추출된다. 또한 원료를 특이하게도 향을 제거한 소기름, 돼지기름과 같은 동물성 지방에 담근 다음, 지방을 제거하여 원료의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냉침법(Enfleurage, 앙플뢰라주)’라고 하며, 열에 약한 일부 꽃잎의 향을 추출하는 방법으로 이용된다.
 
   오늘날 사용 빈도가 늘어난 추출법은 용매를 이용한 추출법(Solvent extraction)인데, 그중에서도 초임계 유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추출법이 최근 등장한 바 있다. [그림 3]은 이산화탄소의 상평형도인데,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이 모두 존재하는 삼중점(D)에서 오른쪽 위로 향하는 곡선 C가 액체 상태와 기체 상태의 경계선이다. 이때 이 곡선이 끊기는 점(E)이 존재하는데 이를 ‘임계점(Critical point)’이라 하며, 임계점 이상의 온도와 압력에서 물질은 액체와 기체의 혼합된 성격을 보이는 초임계 유체(Supercritical fluid)로 존재한다.
 

[그림 3] 이산화탄소의 상평형도. D와 E를 잇는 곡선 C 위의 점에 해당하는 온도와 압력에서 액체 상과 기체 상이 공존한다.
(이미지 출처 = LibreTexts)
 
 

   그렇다면 왜 이산화탄소가 선택되었을까? 이산화탄소의 임계점은 앞의 [그림 3]에서 보이는 것처럼 약 31℃, 73기압이다. 다소 높은 압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임계점의 온도가 거의 실온 수준으로 상당히 낮으며, 이는 앞서 제시된 증기 증류의 단점인 ‘고온 문제’를 피해가므로 열에 의해 원료가 손상되며 향이 변질될 가능성을 크게 낮춰 준다.
 

2. 가공과 제조: 각종 용매의 사용

   다음으로 향수의 제조 과정을 알아보자. 용매 증류법을 사용하는 원료 추출 과정에서, 추출된 물질을 지칭하는 별도의 명칭이 있다. 용매를 헥세인과 같은 탄화수소를 이용하여 추출하면 1차적으로 점성이 높은 (거의 고체에 가까운) 혼합물이 생성된다. 이를 ‘콘크리트(Concrete)’라 하며, 추출하고자 하는 향 성분 이외에 각종 물질이 혼합된 물질이다. 이외에도 앞에서 서술한 냉침법을 시행한 결과 생성된 동물성 지방의 복합체를 ‘포마드(Pomade)’라 한다.
 
   당연하겠지만 콘크리트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향수의 형태와는 매우 거리가 있으므로, 2차적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에탄올이 사용되는데, 에탄올을 이용하여 콘크리트를 차지하는 점성 성분을 제거할 수 있다. 그 결과물을 ‘앱솔루트(Absolute)’라고 하며, 압착법 결과 얻은 에센셜 오일처럼 거의 기름과 같은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
 

[그림 4] 자스민으로부터 추출한 앱솔루트. (이미지 출처 = Wikipedia ‘Absolute (perfumery)’ 문서)
 
 

   에탄올은 콘크리트의 정제 이외에도, 에센셜 오일 등을 녹이는 용매로도 사용된다. 실제로 오늘날 시판되는 대부분의 향수는 에탄올에 추출액을 희석시키는 방식으로 제조되는데, 꽤 예전부터 계속되어 온 제조 방식이다. 1709년 생산이 시작된 오 드 콜로뉴(Eau de Cologne)가 용매로 에탄올을 사용한 최초의 향수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현대 향수의 제조법의 근간이 되었다. 용매로써 갖는 에탄올의 특징으로는 우선 휘발성이 높아 피부에 끈적임을 남기지 않고 향을 효과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으며, 용해도가 높아 에센셜 오일과 잘 섞인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향수 제조 과정에서 꼭 에탄올만이 용매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에탄올 외의 다른 용매는 극성 용매와 비극성 용매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극성(Polarizability)이란 분자 내의 전하적 균형이 균일하지 않아 부분적인 양/음전하를 띠는 성질을 의미하며, 극성 용질은 극성 용매에, 비극성 용질은 비극성 용매에 잘 녹는다. 반대로 극성 용질(용매)과 비극성 용매(용질)는 혼합되면 잘 녹지 않는다. 일상적인 예시로는 물과 기름이 혼합되지 않는 것을 들 수 있는데, 흔히 잘 알려진 밀도 차이라는 원인 외에도 물은 극성이고, 기름은 비극성이므로 이들이 혼합되기에 어려운 것이다.
 
   실제로 용매로 사용되기도 하는 극성 용매들을 나열해 보면, 우리에게는 가장 보편성이 높고, 여러 용질의 용매로 작용할 수 있는 물(Water, A), 매니큐어 제거제로도 익숙하며, 에센셜 오일 추출과 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아세톤(Acetone, B), 알코올을 사용하지 않는 가공 과정에서 에탄올의 역할을 대신하는 IPM(Isopropyl myristate, C) 등이 있다. 반대로 비극성 용매의 예시로는 앞서 서술한 초임계유체 추출법에 사용되어 원료의 섬세한 향을 이끌어 내는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 D), 그 자체로 달콤한 향을 내는 아세트산 에틸(Ethyl acetate, E) 등이 있다.
 

[그림 5] 향수에 사용되는 각종 용매. (이미지 출처 = Wikipedia)
(극성) A: 물, B: 아세톤, C: IPM / (비극성) D: 이산화탄소, E: 아세트산 에틸
 
 

3. 마치며

   일상적으로 뿌리는 향수에도 여러 화학적 사실이 숨어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 보면, 향을 내는 데에 사용되는 원료의 추출부터, 이들을 용매에 희석하여 완성품을 제조하는 과정까지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쉬운 수준의 화학 지식을 적용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향수의 사용은 각종 화학적 법칙이 세워지기 이전, 고대로부터 내려온 화학적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고 문헌
 
Fragrance Lab (2023). Extraction of Natural Fragrance Vol.1 Steam Distillation
    https://www.artlab.co.jp/en/blog/etc/fragrance_etc_18
Bon Parfumer. Making Perfume by Distillation
   https://www.bonparfumeur.com/blogs/journal/distillation-in-the-perfume-making
Dark Tales (2025). The Art of Extraction: Methods in Perfumery
   https://bydarktales.com/blogs/on-perfumes-perfumery/the-art-of-extraction-methods-in-perfumery?srsltid=AfmBOory52Sb95F50GchfTHMIq_kbALnZoIaCQIgw9UJt3mfPqf-PC8e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강현재 기자 hgang359@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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