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소식

자연과학은 무엇을 자연이라 부르는가?

자연대 학생기자단 자:몽 5기 | 장영은

   자연과학대학에 소속된 이상, 한 번쯤은 ‘자연대’라는 이름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이 학문을 ‘자연과학’이라고 부를까? 자연과학은 정말 자연을 연구하는 학문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자연’은 무엇일까? 너무 당연한 질문처럼 보이지만, 막상 명확하게 답하기는 쉽지 않다. 이 글은 자연과 자연과학의 의미를 조금 다른 시각에서 가볍게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 역시 수많은 생물종 중 하나이며, 다른 생명체 또한 인간만큼 보존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익숙하다. 진화생물학과 생태학, 환경보호 논의가 널리 퍼지면서 자연 속 인간이라는 관점도 점차 보편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을 숲이나 바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야생처럼 인간 사회와 분리된 공간으로 떠올린다. 자연대에서 공부하는 일 역시 인간 바깥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초록빛 풍경은 사람들이 쉽게 떠올리는 자연의 이미지다. 사진은 2022년도 가을, 서울대학교 자하연 근처에서 촬영하였다. (사진 = 장영은 기자)
 
 

   하지만 이러한 인식에는 인간 중심적인 시선이 숨어 있다. 우리는 인간을 중심에 두고 다른 생명체와 환경을 배경처럼 바라보는 데 익숙하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세계를 ‘자연’이 아니라 오히려 ‘진짜 세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현대 문명은 되레 인공적인 세계가 된다!) 인간이 자연과 단절되었다는 감각은 자연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부족, 그리고 자연과 접촉할 기회의 감소에서 비롯된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우리가 자연 서식지를 훼손할수록 인간과 자연의 거리감은 더 커진다. 어쩌면 우리를 탄생시켰고 지금도 우리와 연결되어 있는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무지인지도 모른다.¹⁾
 
   흥미로운 점은 ‘자연’이라는 단어 자체도 시대와 문화에 따라 계속 다르게 정의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자연을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으로 보았고, 고대 로마 시대에는 자연과 문화가 서로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이후 기독교 유럽에서는 자연을 신이 만든 피조물이자 인간과 분리된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현대에 들어 산업화와 낭만주의의 영향을 거치면서 자연은 영적으로 소중하고 도덕적으로 보호해야 할 존재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오늘날에도 자연의 의미는 하나로 통일되지 않는다. 같은 생명과학 안에서도 분야마다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 복원생태학은 자연을 인간 활동으로 손상된 상태에서 회복되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반면, 진화생물학은 자연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적인 과정으로 이해한다. 또 분자생물학은 유전자 조작과 합성생물학을 통해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 결국 자연은 단순한 하나의 고정된 실체라기보다, 인간이 시대와 맥락에 따라 계속 새롭게 해석해 온 개념에 가깝다.²⁾
 

김포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북 접경 지역의 전경. 사람의 출입이 제한된 비무장지대 주변에는 자연이 비교적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사진 = 장영은 기자)
 
 

   자연과학의 의미 역시 자연이라는 개념의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정의되어 왔다. 무엇이 자연에 속하는지에 대한 관념은 곧 무엇을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성이나 자유의지와 같은 능력을 지닌, 자연과 본질적으로 구별되는 존재로 여겨졌던 시기에는 인간 행동과 정신에 관한 연구는 자연과학의 영역 밖에 놓여 있었다. 반대로 인간 역시 자연의 연속선상에 존재한다는 관점이 강화되면서 자연과학의 범위 또한 점차 확장되었다. 따라서 자연과학의 역사는 단순한 발견의 역사가 아니라, 인간을 자연 속에서 어떻게 위치 지을 것인가에 대한 사유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이 ‘진정한 과학’인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려 했다. 칸트는 진정한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수학적 체계와 보편적인 법칙, 선험적인 기초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당시 화학이 아직 수학적으로 충분히 체계화되지 않았다고 보았고, 따라서 완전한 과학이라기보다는 정교한 실험 기술에 가깝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후 라부아지에 등의 과학자들이 화학에 정확한 측정과 정량적 분석을 도입하면서 화학 역시 수학적 추론의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더 나아가 칸트 자신도 뉴턴 역학만으로는 물질의 다양성과 성질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음을 인식하게 되었고, 자연을 이해하는 데 있어 화학의 중요성을 점차 인정하게 되었다.³⁾ 이는 자연과학의 기준과 범위 또한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이후 현대 과학은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과학적 자연주의는 인간 역시 완전히 자연 안에 속한 존재이며, 의식과 언어, 문화처럼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것들조차 궁극적으로는 자연적 과정 속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진화생물학은 인간과 동물을 하나의 연속선 위에 놓았고, 유전학은 모든 생명체가 공통된 물질적 기반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었으며, 우주론은 인간과 생명의 기원을 거대한 우주의 역사 속에 위치시켰다. 그 결과 인간은 더 이상 자연 바깥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되었다.⁴⁾
 

농생대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산의 풍경. 흰 새들이 나무 꼭대기마다 모여 있다. 인간 또한 저 새들과 이어진 자연의 일부인지도 모른다. (사진 = 장영은 기자)
 
 

   그렇다면 인간이 만들어 낸 과학 역시 자연과 완전히 분리된 활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과학을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합리적인 도구라고 생각한다. 이 관점에서 자연은 연구 대상이 되고, 인간은 그것을 분석하는 관찰자의 위치에 선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와 행동 자체가 자연 안에서 형성된 것이라면, 과학 또한 자연 바깥에서 이루어지는 특별한 활동이라기보다 자연 내부에서 나타난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이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예로 단세포 생물의 행동을 떠올려 볼 수 있다. 물 위를 떠다니는 아메바가 근처의 먹이를 발견했다고 상상해 보자. 먹이까지 가는 길에는 자신을 잡아먹을 수 있는 포식동물이 있다. 아메바는 위험하지만 빠른 길을 택할 수도 있고, 안전하지만 먼 길을 돌아갈 수도 있다. 물론 아메바는 인간처럼 고민하거나 숙고하지 않는다. 의식도 언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메바는 감각 정보를 바탕으로 환경에 반응하며, 마치 상황을 분석하고 선택하는 것처럼 행동한다.⁵⁾
 
   이 관점에서 보면 과학 역시 완전히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 또한 외부 세계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분석하고, 반응하며, 그 결과를 다시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차이가 있다면 이 과정의 복잡성과 규모뿐이다. 그렇다면 과학은 인간이 자연 밖에서 만들어낸 특별한 활동이라기보다, 자연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통해 드러내는 하나의 행동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과학은 인간이 자연을 향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인간이 진리를 추구하고 우주를 이해하려는 목적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사고와 행동 역시 생물학적 조건과 환경,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다. 아무리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으로 보이는 과학 활동도 결국 자연 안에서 발생한 행동 양식의 일부인 셈이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은 자연을 정복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학문이 아니라, 자연이 자기 자신을 이해해 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가 과학적으로 세계를 탐구하는 일은 자연 밖으로 벗어나려는 시도가 아니라, 자연 그 자체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행위에 가까운지도 모른다.⁵⁾
 
   ‘자연대’라는 이름은 어쩌면 단순히 자연을 연구한다는 뜻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 역시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자연이 인간과 과학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담아내는 이름일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1) Rewilding Magazine. (2026. 4. 8.). What is nature and what is it good for? Rewilding Magazine. https://www.rewildingmag.com/what-is-nature-and-what-is-it-good-for/
   2) Ducarme, F., & Couvet, D. (2020). What does ‘nature’ mean?. Palgrave communications, 6(1), 14.
   3) Van Brakel, J. (2012). Prehistory of the Philosophy of Chemistry. In Philosophy of Chemistry (pp. 21-45). North-Holland.
   4) Andler, D. (2015). Naturalism.
   5) Vitale, F. (2025. 8. 4.). Science is nature. Medium. https://medium.com/@vitale.film/science-is-nature-14c662c81a09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장영은 기자 cyoungeun@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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