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여름 자몽 시리즈] 03. 가타카: 꿈에 적합성을 따질 수 있을까?
자연대 학생기자단 자:몽 8기 | 이예원
영화 〈가타카(Gattaca)〉는 유전자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를 다루는 디스토피아 SF 영화이다. 1997년에 개봉한 영화로 Andrew Niccol이 감독을 맡았고, Ethan Hawke, Uma Thurman이 주연을 맡았다. 극 중 배경은 유전자 편집 기술(유전자 가위) 및 검사 기술이 고도로 대중화된 미래로, 자녀에게 우수한 형질만 물려주기 위해 자연 분만 대신 유전자 편집 기술을 택하는 부모가 많아진다. 아이들은 태어난 직후 예상 수명과 발병 가능한 질병, 성격 등이 확률로 제시된다. 혈액이나 소변, 일상에서 떨어지는 각질과 머리카락 한 올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신원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세상이다. 즉, 나를 이루는 모든 물질이 주민등록번호 역할을 하며, 누구나 타인의 유전 정보를 손쉽게 조회해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주인공 빈센트는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태어난 동생 안톤과 달리, 그는 근시와 99%의 심장 질환 발생 가능성을 가진 부적격자이다. 늘 동생과의 수영 시합에서 패배하던 빈센트는 꿈을 향한 간절함으로 ‘돌아올 힘을 남겨두지 않는’ 사투를 벌인 끝에 마침내 동생을 이길 수 있었다. 그 시합을 계기로 빈센트는 숫자에 불과한 확률을 맹신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이후 그는 완벽한 유전자를 가졌으나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수영 선수 제롬과 신분 세탁을 감행한다. 마침내 빈센트는 위장 신분으로 우주 항공 기지 ‘가타카’에 입사하지만, 꿈에 그리던 우주 비행을 단 일주일 앞두고 가타카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으로 인해 정체가 발각될 위기에 처한다. 과연 빈센트는 유전자의 한계를 거스르고 제롬이 되어 우주로 나갈 수 있을까.

영화 〈가타카〉 속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주인공 빈센트(Ethan Hawke). (사진 = watcha)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Cas9)
작품 속에서 빈센트의 동생 안톤은 유전공학 기술로 뛰어난 유전자를 조합하여 태어난다. 질병을 유발하는 DNA는 절단하고, 시력, 체력 등이 우수하도록 DNA를 변형하여 결점 없는 완벽한 신체, ‘신의 아이’를 만들어 낸다. 영화 속 인공 수정을 담당하는 의사는 “You could conceive naturally a thousand times and never get such a result.(천 번 자연 임신을 해도 이런 애 못 가져요.)”라는 말을 한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생명체의 유전 정보의 총합인 유전체(게놈)에서 특정 DNA를 삽입, 치환, 삭제, 변형하는 기술이다. 흔히 ‘유전자 가위 기술’, ‘유전자 교정 기술’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2020년, ‘CRISPR-Cas9’이라고 불리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한 Emmanuelle Charpentier 교수와 Jennifer A. Doudna 교수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며 생명과학계에 큰 변혁을 일으켰다.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로 알려진 CRISPR-Cas9(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은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세균의 면역 시스템에서 착안되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표적 DNA 염기서열을 인식하기 위한 ‘가이드 RNA’와 찾아낸 목표 부위를 절단하는 ‘Cas9 핵산절단효소 단백질’로 구성된다. 가이드 RNA의 염기서열을 바꿔주면 표적 DNA의 염기서열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낮은 정확도를 지녀 표적 DNA와 비슷한 염기서열을 지닌 유사 DNA도 자를 수 있다. 인간의 게놈(genome, 유전체)이 약 30억 개의 DNA 염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하는 표적 염기서열을 골라낼 수 있는 표적 특이성은 매우 중요하다. 학계에서는 표적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단백질 공학 기법을 도입하는 등 활발한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질병 치료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면역 수정란을 만들고, 빈혈을 일으키는 변이 유전자를 배아 세포에서 절단하는 데에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농업에서도 활발하게 이용된다. 병충해에 강한 작물 개발 및 생산량 증대를 위해 사용했던 유전자 변형 기술(GM)은 외래 유전자를 도입해 개량한다는 점에서 부작용 우려가 잇따랐으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하면 외래 유전자의 도입 없이도 형질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용화 연구가 활발하다. 유전자 편집 기술로 개발 및 상용화된 작물에는 갈변 현상이 완화된 감자와 버섯, 올레산 함유량이 증가된 콩 등이 있다.
영화 〈가타카〉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현실화되기 이전인 1997년에 제작되었음에도, 인간의 유전자 조작이 초래할 사회적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점에서 선구적이다.
부적격자를 찾고 질병을 진단하는 유전자 검사
영화에서 유전자 검사 기술은 부적격자를 찾기 위해 자주 등장한다. 경찰이 사람들의 혈액, 구강 상피세포, 침 등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누구인지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은 유전자 검사가 의료 행위를 넘어 사회 통제 시스템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전자 검사는 한 개인의 DNA를 분석하여 유전적 변이나 특정 염기서열의 유무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검사는 주로 질병 진단 및 치료, 질병 예측, 개인 식별 및 친자 확인의 목적을 가지고 행해진다. 유전자 검사는 크게 PCR(중합효소 연쇄반응)과 DNA 시퀀싱(DNA Sequencing)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PCR은 피부 각질, 머리카락 한 올 등 미량의 DNA 시료를 증폭을 통해 수백만 배로 복제하여 분석 가능한 양으로 만드는 기술로, 주로 질병을 진단하는 경우 특정 위치의 DNA 염기서열을 증폭하여 확인한다. BRCA1 유전자, ABO 혈액형 유전자 등 알고 있는 위치만을 증폭하여 질환, 감염병 등을 진단할 수 있다.
친자 확인 검사의 경우 STR(Short Tandem Repeat, 짧은 반복서열) 부위 유전자를 증폭하여 부모 자식 간의 유전적 데이터 일치 여부를 확인한다. 인간의 DNA에는 특정 횟수만큼 염기서열이 반복되는 구간이 존재하는데 이때 자녀는 부모의 유전자를 절반씩 물려받으므로 친자 확인 검사를 통해 15~20개의 STR 위치를 부모와 비교하면 99.99% 정확도를 갖는다. 일치하지 않는 부위가 3개 이상 나타나면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다고 한다.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염기서열을 모두 읽기 위해서는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이 필요하다. NGS는 단일 DNA 가닥을 순차적으로 분석해 시간이 오래 소요되던 1세대 기술에서 발전한 기술이다. 추출한 DNA를 수백 염기쌍으로 잘라 NGS 칩(Flow cell)에 고정하고 PCR을 이용해 증폭한 뒤 복사된 DNA 조각에 형광 물질이 붙은 염기(A, T, G, C)를 하나씩 결합시켜 발생하는 형광 빛 신호를 고성능 카메라로 촬영하여 컴퓨터 데이터로 읽는다. NGS는 수많은 DNA 조각의 염기서열을 동시에 읽은 뒤 컴퓨터가 이어붙여 개인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기존 기술에 비해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었다.
실제로 많은 질병들은 유전적 근원을 지닌다. 현대 의학에 따르면 약 6,000개 이상의 질병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단일 유전자의 돌연변이에서 기인하며, 심장 질환이나 암은 여러 유전자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한다. 단일 염기에 돌연변이가 발생하거나 DNA 복제 과정에서 오류, 소실이 일어날 경우, 단백질의 특성이 변하면서 질병을 유발한다. 이러한 유전자 돌연변이는 유전되기도 하지만, 후천적으로도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특정 유전자를 가졌다고 해서 100% 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BRCA1’ 유방암 유발 유전자는 우성 대립인자이지만, 65세까지 발병될 확률이 약 80%에 그친다. 유전자가 발현되어 기능을 수행하는 데에는 후천적인 생활 습관 등 환경적 요소가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 속 빈센트가 심장 질환 발병 가능성 99%라는 숫자를 거부하고 치열한 노력으로 우주비행사가 된 것처럼, 인간의 미래는 결코 DNA라는 설계도만으로 예단할 수 없다.
영화처럼 인간의 예상 수명이 데이터로 제시되지는 않지만, 현실에서도 유전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검사는 활발히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는 모든 아기를 대상으로 페닐케톤뇨증, 선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등을 진단하는 ‘신생아선별검사(newborn screening)’를 실시한다. 이외에도 ‘예측유전자검사(predictive gene test)’를 통해 Tay-Sachs, 낭성 섬유증(cystic fibrosis) 질환을 진단할 수 있으며,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어 실제 발병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영화에서는 머리카락 한 올만 기계에 넣으면 그 즉시 우리 몸의 게놈, 즉 염기서열 전체가 종이에 프린트되어 나온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약 32억 개의 염기쌍을 A, T, G, C 문자로 전부 출력하려면 수십만 장의 종이가 필요하므로 현실에서는 전체 염기서열을 출력하는 대신 컴퓨터 데이터로 변환해 필요한 부분만 분석하여 제공한다. 또한 현재에는 PCR을 이용한 DNA 증폭 과정에 약 1~2시간이 소요되며, 이후 NGS 기술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는 수 시간에서 수일이 소요되므로 영화처럼 바로 DNA 염기서열 전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다만, 최근에는 검사 장비를 칩 형태로 소형화하고 분석 속도를 높이는 ‘POCT(현장진단검사)’ 기술이 연구되고 있어, 머지않은 미래에는 영화처럼 어디서나 몇 분만에 유전자를 확인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
작품 속 미래 사회는 타인의 유전 정보가 아무런 제약 없이 노출되는 사생활의 사각지대다. 빈센트를 의심하는 주변 인물이 머리카락 한 올만을 가지고 유전자 검사소에 맡겨 신원을 확인하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유전 정보가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어떻게 침해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법적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는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타인의 동의 없이 유전자를 채취하거나 검사를 의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유전자를 검사 기관에 의뢰할 경우 반드시 검사 대상자의 서면 동의서와 신분증 사본이 필요하며 미성년 자녀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 막기 위해 법적 장치를 촘촘히 다잡아나가야 할 것이다.
영화 〈가타카〉는 유전학적 잠재력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우생학 지배 사회를 통해 역설적으로 우리 내면의 ‘진짜 잠재력’이 무엇인지 묻는다. 극 중 가타카의 소장은 “No one exceeds his potential. It would simply mean we did not accurately gauge him in the first place.(누구도 잠재력보다 나을 순 없죠. 처음에 잠재능력을 잘못 예상했단 말이 되는 거죠.)”라며 시스템의 완벽함을 맹신한다. 그러나 빈센트의 행보는 시스템이 인간을 결코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음을 통쾌하게 증명한다. 철저히 유전학적 데이터를 계측하는 시스템이 계산할 수 없었던 단 하나의 변수는 바로 인간의 의지였다.
빈센트가 마침내 우주로 떠나는 날, 유전자를 빌려준 제롬은 빈센트에게 나직이 고백한다. “I only lent you my body. You lent me your dream.(난 몸만 빌려줬지만 넌 내게 꿈을 빌려줬어.)” 우리는 종종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하라”는 조언을 듣는다. 좋아하더라도 잘하지 못하는 일을 하면 결국 한계에 부딪혀 그 일마저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삶의 가장 강력한 원동력은 완벽한 조건이 아닌 ‘꿈’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꿈을 향해 가는 길에 신체적 한계나 현실적 제약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영화 〈가타카〉는 숫자로 명시되는 가능성에 갇히지 말라고, 타인과 사회가 만든 잣대에 자신을 맞추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위해, ‘돌아올 힘조차 남겨두지 않은’ 채 온몸을 바치는 삶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위대한 가치임을 증명하고 있다.
참고문헌
1. 배상수 & 성기원. (2025년 07월 02일). 의대 배상수 교수팀, 높은 정확도의 유전자가위 기술. 서울대 소식 / 뉴스 보도자료. https://www.snu.ac.kr/snunow/press?md=v&bbsidx=156275
2. 허요섭. (2023). 유전자 편집 기술. ASTI Market Insight, 2023-248. 01-03.
3. 유전자와 검사. (n.d.).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https://amcmg.amc.seoul.kr/asan/depts/amcmg/K/content.do?menuId=620
4. 숙련도평가 평가절차. (n.d.). 한국유전자검사평가원. https://www.kigte.org/sub/catalog.php?CatNo=72
5. 피부과적 치료법. (2015년 12월 17일). 대한피부과학회. https://www.derma.or.kr/new/general/treatment.php?uid=3328&mod=document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이예원 기자 uuony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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