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여름 자몽 시리즈] 01. 인터스텔라: 휘어진 시간 속, 사랑이 답이 될 때
자연대 학생기자단 자:몽 7기 | 윤성주

[그림 1] 영화 인터스텔라 한국포스터 ( 사진=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
138억 년에 달하는 우주의 역사에 비하면, 인류가 존재한 시간은 찰나에 가깝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인간은 땅을 일구고, 바다를 건너고, 하늘을 날았으며, 끝내 지구 밖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인간의 역사는 어쩌면 생존 가능한 공간을 넓히려는 시도의 연속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 인터스텔라 >는 이 질문을 더 절박한 상황 속에 던진다. 만약 지구가 더 이상 인류의 집이 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가.
< 인터스텔라 >는 2014년에 개봉한 SF 영화로, 병충해와 식량난, 거대한 모래폭풍으로 지구 생태계가 무너져가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세계 각국의 정부와 경제는 붕괴되고, 한때 우주를 향하던 NASA마저 해체된 것으로 알려진 시대다. 그러나 인류가 멸망을 향해 가던 순간, 토성 근처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웜홀이 발견되고, 남은 사람들에게는 그 너머를 탐사해 새로운 거주 가능 행성을 찾아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전직 NASA 파일럿 쿠퍼는 딸 머피의 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상 현상을 발견하고, 먼지와 물체의 움직임이 남긴 패턴을 좌표로 해석해 비밀리에 운영되던 NASA 기지에 도착한다. 이후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지구에 남긴 채, 인류라는 더 큰 가족을 위해 희망을 찾아 우주로 향한다.
"가능한 우주를 상상하다 : < 인터스텔라 >의 과학 고증"

[그림 2] 인터스텔라에서 구현된 블랙홀의 모습 ( 사진 = 영화 인터스텔라 )
<인터스텔라는>는 치밀하게 설계된 과학 영화이다. 이영화의 과학 자문을 맡은 이론물리학자 킵 손은 『인터스텔라의 과학』에서 제작진에게 두 가지 원칙을 제안했다고 설명한다.
첫째, 확고한 물리학 법칙이나 우주에 관한 우리의 확고한 지식에 반하는 내용은 없어야 한다.
둘째, 잘 이해되지 않은 물리학 법칙(흔히 과감한)과 우주에 관한 사변은 진짜 과학에, 적어도 일부 ‘존중할 만한’ 과학자들이 가능하다고 여기는 아이디어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
이 원칙은 영화 곳곳에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놀란 감독과 킵 손은 빛보다 빠른 우주여행이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두고도 약 2주 동안 토론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인터스텔라〉는 빛보다 빠른 우주선을 등장시키지 않고, 대신 시공간의 먼 두 지점을 연결하는 웜홀을 통해 인류가 다른 은하로 이동한다는 설정을 택한다.
이처럼 영화 속 웜홀, 블랙홀, 중력렌즈, 5차원 공간, 중력을 통한 정보 전달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실제 과학과 SF적 상상력이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다. 각각의 주제만으로도 충분히 긴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지만, 이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영화의 과학성과 감정선을 가장 선명하게 이어주는 개념인 ‘시간 지연’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여기서의 1시간은 지구의 7년이야" : 상대성이론이 보여준 시간의 탄성
우리는 보통 시간이 모두에게 똑같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이 직관을 뒤집는다. 시간은 절대적인 배경이 아니라 관찰자의 운동 상태와 중력장에 따라 달라지는 물리량이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흔히 말하는 ‘쌍둥이 역설’이 바로 이 효과를 설명한다. 지구에 남은 쌍둥이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여행을 다녀온 쌍둥이가 다시 만난다면, 우주선을 탄 쌍둥이가 더 적게 늙어 있을 수 있다. 이를 단순화해 식으로 표현하면, 움직이는 물체와 함께 이동하는 시계가 직접 측정한 시간인 고유시간은 Δτ = Δt√(1-v²/c²) 로 표현된다. 여기서 v는 두 관찰자 사이의 상대속도, c는 빛의 속도이며, Δt는 물체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외부 관찰자의 기준계에서 측정한 시간이다. v가 c에 가까워질수록 √(1-v²/c²)의 값은 작아진다. 따라서 지구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선을 바라볼 경우, 지구에서 측정한 시간 Δt보다 우주선 안의 시계가 직접 측정한 시간 Δτ가 더 적게 흐른다. 다시 말해 지구의 관찰자에게는 우주선 안의 시계가 더 천천히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림 3] 중력에 의해 휘어지는 시공간 ( 사진 = 책「중력, 우주를 지배하는 힘」)
하지만 < 인터스텔라 > 의 밀러 행성에서 더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중력이다.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은 주변 시공간을 휘게 만들고, 중력이 강한 곳일수록 시간은 더 느리게 흐른다. 회전하지 않는 구형 천체 바깥의 시간 지연을 매우 단순화해 쓰면, 반지름 r 위치의 시계는 먼 곳의 시계에 비해 dτ = dt√(1-2GM/rc²)만큼 느리게 간다. 여기서 G는 중력상수, M은 천체의 질량, r은 중심으로부터의 거리다. 식 안의 2GM/c²는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즉 사건 지평선의 크기에 해당한다. r이 이 값에 가까워질수록 제곱근 안의 값은 0에 가까워지고, 가까운 곳의 시간은 먼 곳에 비해 극단적으로 느려진다.
영화는 이 원리를 밀러 행성 장면에서 극적으로 보여준다. 거대한 블랙홀 가르강튀아 가까이에 있는 밀러 행성에서는 1시간이 지구의 약 7년에 해당한다. 이는 밀러 행성의 시간이 지구보다 약 6만 배 느리게 흐른다는 뜻이다. 최근 논문 「Astrophysical Applications of the Physics presented in the Film Interstellar」(Harleen Dhingra) 도 이런 극단적인 시간 지연이 가능해 지려면 행성이 사건의 지평선에 매우 가까워야 하며, 빠르게 회전하는 Kerr 블랙홀 조건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인터스텔라〉의 과학적 설정은 개봉 이후에도 계속 논의될 만큼 깊은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 장면이 강렬한 이유는 수식이 곧 감정의 언어가 되기 때문이다. 탐사대는 밀러 행성에서 잠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왔을 뿐이다. 그러나 우주선에 남아 있던 로밀리는 수십 년을 홀로 보냈고, 쿠퍼는 저장된 영상 메시지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보다 빠르게 늙어간 사실을 마주한다. 상대성이론에서 말하는 시간의 차이는 쿠퍼와 딸 머피 사이에 생긴 실제 거리이자,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의 크기가 된다.
사랑은 우리가 발명한 것이 아니아 : 과학 너머의 마지막 좌표

[그림 4] 쿠퍼가 다른 차원에서 stay를 남기는 모습 ( 사진 = 영화 인터스텔라 )
시간 지연은 쿠퍼와 머피의 관계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쿠퍼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났지만, 어린 머피에게 그것은 아버지가 자신을 두고 떠난 사건으로 남는다. 쿠퍼에게는 임무 수행의 시간이었지만, 머피에게는 상실과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같은 우주 안에 있지만 같은 시간을 살지 않는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5차원 공간처럼 표현된 테서랙트에서 과거의 머피 방을 바라보고, 중력을 이용해 어린 머피에게 ‘STAY’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후 그는 시계 초침을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전달하고, 머피는 그 신호를 해석해 중력 방정식을 완성한다. 이 장면은 현재 과학으로 입증된 사실이라기보다 영화적 상상력에 가깝지만, 중요한 것은 그 상상력이 중력이라는 과학 개념을 통해 표현된다는 점이다.
여기서 사랑은 과학을 대신하는 기적이 아니다. 오히려 과학을 끝까지 붙잡게 만드는 동기다. 쿠퍼가 수많은 시간과 공간 중에서 머피의 방을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도, 머피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그 신호를 알아볼 수 있었던 이유도 결국 서로를 향한 기억과 애정에 있었다.
이러한 사랑의 의미는 브랜드의 행성 선택 장면에서도 드러난다. 밀러 행성 탐사 이후 남은 연료와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고, 탐사대는 만 박사의 행성과 에드먼즈의 행성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브랜드는 에드먼즈의 행성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 이유는 완전히 과학적인 데이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에드먼즈는 브랜드가 사랑했던 사람이었고, 쿠퍼는 브랜드의 판단이 감정에 흔들린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영화는 이 선택을 단순히 비이성적인 고집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브랜드는 사랑이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할 뿐 시간과 공간을 넘어 존재하는 어떤 힘일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탐사대는 만 박사의 행성으로 향하지만, 그곳은 실패로 드러난다. 반대로 브랜드가 믿었던 에드먼즈의 행성은 마지막 희망으로 남고, 결국 그 행성이 인류 구원의 시작이 된다.
< 인터스텔라 > 에서 사랑은 과학의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은 우주를 이해하는 방법을 제공하지만, 인간이 왜 그 길을 끝까지 가야 하는지는 사랑이 설명한다. 중력이 시간을 느리게 만들고, 블랙홀이 빛조차 붙잡아도, 누군가를 향한 마음은 끝내 다음 선택의 방향이자 답이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 <인터스텔라>가 남긴 질문
< 인터스텔라 >는 과학을 가볍게 소비하지 않는다. 웜홀과 블랙홀, 중력렌즈와 시간 지연은 모두 이야기 속에서 실제 힘을 가진다. 특히 시간 지연은 가장 과학적이면서도 가장 인간적인 장치다. 중력이 강한 곳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이 물리 법칙은 쿠퍼와 머피의 삶을 서로 다른 속도로 갈라놓고, 같은 가족이라도 같은 시간을 살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과학만으로 모든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머피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아빠의 신호를 해석한 것도, 브랜드가 에드먼즈의 행성을 끝까지 믿고자 한 것도 모두 누군가를 향한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이 점에서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살아남아야 하며, 인간에게 마지막까지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 영화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실패로 이어지고, 근거가 부족해 보였던 마음이 마지막 가능성과 이어지기도 한다. 과학이 우주를 이해하고 그 너머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준다면, 끝내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순간에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사랑과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림 5] 시공간을 넘어 이어지는 쿠퍼와 머피의 사랑 ( 사진 = Chat GPT )
과학적 상상력과 인간적 감동을 함께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 인터스텔라 >는 반드시 한 번쯤 다시 볼 만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중력이 시간을 느리게 만들고, 블랙홀이 빛조차 붙잡는 우주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낯선 우주 속에서도 끝내 남는 것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기억하고, 다시 만나고 싶어 하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중력이 시간을 붙잡아도, 사랑은 답은 찾을것이다.
참고자료
1.Christopher Nolan, 〈Interstellar〉, 2014.
2. Kip S. Thorne, 『The Science of Interstellar』, W. W. Norton & Company, 2014.
3. Oliver James, Eugénie von Tunzelmann, Paul Franklin, Kip S. Thorne, “Gravitational Lensing by Spinning Black Holes in Astrophysics, and in the Movie Interstellar,” Classical and Quantum Gravity, 2015.
4. Oliver James, Eugénie von Tunzelmann, Paul Franklin, Kip S. Thorne, “Visualizing Interstellar’s Wormhole,” American Journal of Physics, 2015.
5. Harleen Dhingra, Sanjeev Dhurandhar, Sanjit Mitra, “Astrophysical Applications of the Physics presented in the Film Interstellar,” arXiv, 2026.
6. European Space Agency, “Relativistic Clock Correction,” Navipedia.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윤성주 기자 ysj00020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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