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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겨울 자몽 시리즈] 02. 비트코인은 실패한 기술인가?

자연대 홍보 기자단 자:몽 6기 | 하현호
 
 

 2017년 전세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단어는 단연 ‘비트코인’이다. 연초에는 $1,000에 불과하던 비트코인의 월 평균가는 천정부지로 급등해 연말에는 무려 $14,000에 이르렀다. 심지어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하자 비트코인을 채굴하기 위해 사용되는 그래픽 카드의 수요도 급증하여 일반인 대상 그래픽 카드 시장이 사실상 소멸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실제 가치가 높아진 것은 아니어서, 이듬해인 2018년 말에는 월 평균가 $4,000로 약 70% 폭락하였다.
 
 2017년의 ‘비트코인 대란’은 전세계인에게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었다. 현재까지도 비트코인에는 으레 ‘투기’, ‘도박’ 등 온갖 부정적인 수식어가 동반된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그 태생부터 투기 자산으로 기획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자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비트코인은 실패한 기술일까? 비트코인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비트코인 기술의 성패를 논해보자.
 

급락하는 비트코인을 묘사한 그림. (사진 = Unsplash)
 
 

대침체와 비트코인의 발생
 

 당신이 ATM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100만원을 송금했다고 하자. 은행은 당신의 계좌에 실제로 100만원이 있는지 확인한 후, 금융공동망을 통해 상대 은행에 이체 내용을 전송한다. 동시에 해당 거래가 장부에 기록되고, 100만원이 상대방의 계좌에 예금된다. 주목할만한 점은 해당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졌음을 입증하는 거래 장부를 정부의 감독 하에 제3자인 은행이 독점적으로 관리한다는 점이다. 즉,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거래 내용에 대한 독점권을 가진다.
 
 정부와 은행이 실제로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였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2007년,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와 은행의 방만한 경영에서 비롯된 미국 주택 시장 거품이 폭발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야기하였고, 정부와 은행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어 정부나 은행 따위의 중앙에서 벗어난, ‘탈중앙화’된 통화 체계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비트코인은 단일한 제3자가 거래 장부를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내용의 거래 장부를 나누어 가지는 방법으로 신뢰 문제를 해결했다. 이 경우 개개인이 자신의 거래 장부를 조작할 수는 있지만 거래 시 모두의 거래 장부와 비교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하면 개인의 일탈이 전체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것이 수학적으로 입증되어 있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장부를 조작하여 자신에게 100만원이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장부에는 그러한 내역이 기록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주장은 무시된다. 이처럼 탈중앙화를 구현한 화폐를 통상적인 가상 화폐와 구분하여 ‘암호화폐’라고 부르고, 비트코인은 최초의 암호화폐로 기록되었다.
 
 또한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거래 장부에 기록한 최초의 거래 내역, “더 타임스 2009년 1월 3일자, 은행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위기에 처한 재무장관” 은 비트코인 개발의 기폭제가 실제로 금융위기와 정부의 통제에 대한 불신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비트코인은 단순 투기자산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없는 기존 통화 체계의 대안으로써 개발된 것이다.
 
 

비트코인, 새로운 시대의 화폐?
 

 비트코인은 기존 통화를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발생했지만, 2023년의 시점에서 이는 요원한 일로 보인다. 일종의 투기자산으로 인식된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격 변동은 비트코인이 정상적인 화폐로 기능할 수 없게 한다. 또한, 각 나라의 정부가 그 가치를 보증하는 기존의 법정 화폐와 달리 가치를 보증하는 주체가 없는 비트코인에 실질적인 가치를 기대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물론 법정 화폐가 실제 가치를 지니는 근거도 사회적 합의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본위제를 채택하여 실물에 화폐의 가치를 연동시켰던 과거와 달리, 현재 법정 화폐의 가치를 보증하는 것은 오직 화폐를 발행한 국가의 신용뿐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은 화폐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에 불과하므로, 비트코인에 대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비트코인이 법정 화폐와 동등한 입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비트코인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달러의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지만 비트코인의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가? 또한 비트코인의 가격의 큰 변동성을 생각해보면 그 가격이 실제 가치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일종의 투기 자산으로 작동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비트코인을 규정하는 특징인 '탈중앙화'가 그 이유이다.
 
 통상적인 화폐 체계에서는 화폐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는 환율이 급변할 경우 정부가 나서서 통화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환율을 조정한다. 예컨대 대한민국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을 조성하여 외화를 매매하여 환율의 급격한 변동을 억제하고 있다. 그러나 탈중앙화된 화폐 체계에서는 정부의 부재로 통화 정책의 시행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탈중앙화'된 화폐는 기대와 달리 탈중앙화된 '화폐'로 기능하기 어렵다.
 
 

지속가능한 비트코인
 

 비트코인의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은행의 역할을 대신해 거래 장부를 관리하는 수많은 관리자가 필요하다. 이들은 각각 거래 장부에 새로운 거래 내역을 작성하고, 거래 장부를 서로 비교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컴퓨팅 자원을 소모한다. 실제로 비트코인의 전력 소비량이 최고치를 달성한 2022년에는 추정 연간 전력 소비량이 204.5 TWh에 달했고, 전력 소비량이 주춤한 최근에도 140 TWh에 달한다. 2022년 아르헨티나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134 TWh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을 유지하는 데 국가 단위의 전력이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자사 전기차 결제에 대한 비트코인 사용 중지를 발표한 이후, ‘지속 가능한 비트코인’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을 유지하는데 사용되는 전력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얻으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생 에너지의 잉여 전력을 비트코인 유지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다. 수력 발전, 태양광 발전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재생 에너지는 수요에 따라 발전량을 유동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 때문에 전기 수요가 적은 기간에는 잉여 전력이 생산되어 버려지곤 하는데, 이를 비트코인 유지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에너지 발전 기업이 친환경 에너지 발전 시설 확충에 투자할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라는 전지구적 차원의 의제가 비트코인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개발자는 기술의 주인이 아니다
 

 단지 기술적인 측면만을 살펴본다면 비트코인은 개발 직후의 원형에서 거의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통화 체제를 전복하기 위해 탄생한 기술이 그 체제에 종속되어 투기자산이 되었고, 개발 당시에는 뚜렷하지 않았던 사회적 목소리에 맞추어 변모하였다. 그 결과 비트코인의 사회적 면모는 개발 당시의 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기술을 결정하는 속성은 그 기술의 내용이 아니라 기술의 쓰임새, 즉 기술의 ‘사회적 의미’임을 시사한다.
 
 개발자는 기술의 주인이 아니다. 기술을 개발하는 이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이 개발한 기술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한다. 이때 개발자가 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사회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사회의 요구와 무관한 기술을 개발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게다가 일단 기술이 세상에 공개되고 나면, 기술은 개발자의 손을 떠나 사회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기술이 개발자의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더라도 그 기술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기술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것은 기술의 활용 과정에서 개발자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되었는지라기보다는 사회가 기술을 수용하여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있는지이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이 으레 그렇듯, 작품이 작가로부터 분리되어 작가와 동등한 지위에서 해석되는 것은 그리 이상한 현상이 아니며,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술을 개발하는 이는 자신의 기술의 의도대로 작동하리라고 과신하기보다는, 사회와 상호작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선제적으로 고민하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하현호 기자 eskimha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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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1)돈 탭스코트 외. (2018). 블록체인 혁명. 박지훈 역. 을유문화사.
(2)Enerdata. (2023). 세계 에너지 및 기후 통계 – 2023년 연감.  Retrieved from https://yearbook.enerdata.co.kr/electricity/electricity-domestic-consumption-data.html
(3)Satoshi Nakamoto. (2008).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4)DIGICONOMIST. (2023). Bitcoin Energy Consumption Index. Retrieved from https://digiconomist.net/bitcoin-energy-consum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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