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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겨울 자몽 시리즈] 03. 종교가 생명과학에 보낸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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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대 홍보 기자단 자:몽 6기 | 김민지

 생명과학과 종교, 단 2가지 키워드만 보았을 때 우리는 그 둘 간의 연관성을 쉽게 찾기 힘들다. 그러나 실제로 종교가 생명과학 연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생명과학 연구에서 생명윤리는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 중 하나이다. 생명윤리는 생명에 관한 윤리 및 도덕의 문제를 다루며, 좁은 의미에서 생물학 및 의학의 기술 발전에 따른 생명의료 윤리 문제를 다룬다. 생명의료 윤리를 다루는 학자들은 주로 생명에 인위적인 조작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생명윤리와 종교의 연관성은 매우 크다. 종교는 생명윤리의 정립에 큰 도움을 주었으며, 생명윤리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로 게재될 만큼 우리 사회에서 민감하게 여겨진다. 종교가 생명과학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는지 과거로부터 그  맥락을 살펴보자.
                    
                        

복제 양 돌리(Dolly)의 탄생과 종교의 분노
  

 1997년 2월 영국 에든버러에서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동물인 복제 양 돌리가 탄생했다. 체세포 복제는 핵을 제거한 난자에 다른 양의 젖샘 세포핵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이전의 다른 복제 생물과 다르게 완전히 성숙한 포유동물의 세포만을 이용해 복제한 최초의 사례였다. 복제 양 돌리는 오직 정자와 난자의 결합으로서만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는 믿음을 무너뜨리며 사회를 큰 혼란에 휩싸이게 했다.
  
 복제 양 돌리의 탄생에서 비롯된 혼란은 종교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신을 믿는 사람, 즉 신이 인간과 만물을 창조했으며 신만이 생명과 죽음을 다룰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사람은 인간이 복제 동물을 탄생시켰다는 소식에 분노했다. 종교인들은 복제 양 돌리의 탄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생물 복제를 시도하는 것은 신을 희롱하고 인간이 신의 범위를 침범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특히 창조론을 절대적 믿음으로 하는 기독교계 종교인과 신학자들은 생물 복제를 강력히 반대했다.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동물인 복제 양 돌리(Dolly). (사진 = 에든버러대 로슬린연구소)
                
                 

줄기세포의 발견과 생명윤리의 등장
   
 
1998년 11월 줄기세포가 발견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공표되었다. 줄기세포는 배아 또는 성체에 존재하는 분화되지 않은 상태의 세포로, 이후 여러 종류의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를 필요한 조직으로 분화하도록 유도해 치료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복제 양 돌리의 탄생이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줄기세포를 발견했다는 소식은 과학 공동체를 완전히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생명의 탄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대중들의 놀라움을 샀으며, 그 결과 줄기세포는 윤리적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인간 배아줄기세포 이용에 관한 승인 절차 및 인간 존엄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고 이는 배아파괴로 인한 생명윤리문제로 이어지며 종교에까지 영향을 주었다.    
             
 이후,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믿는 종교인들은 생명공학이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고 끊임없이 주장했다. 미국의 개신교 신학자 알렌 벌리(Allen Verhey)는 생명공학이 신의 노릇을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3D rendering of Human cell or Embryonic stem cell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종교의 입장과 그 영향
      

 인간 복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종교인들의 태도를 경험적으로 살펴보는 연구가 여러 나라에서 진행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사회학자인 존 에반스(John H.Evans)는 인간 복제에 관해 종교인들에게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종교인 대부분이 인간 복제를 비판한다는 통계를 통해 신학과 과학 사이의 경계 설정이 인간 복제를 신의 영역 침범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학자 크리스토퍼 샤이틀(Christopher P. Scheitle)은 종교가 생명공학 혁명이 가져오는 윤리적, 도덕적 문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는 종교적 헌신이 줄기세포 연구 반대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발표했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조성겸 교수의 “생명과학에 대한 시민 인식조사: 전화 응답자 조사”에 따르면 인간 배아복제와 장기이식과 같은 생명과학 기술에서 종교인의 긍정적 응답이 다소 낮게 나타났다.
            
 종교의 사회적 입장은 생명윤리 이론의 정립과 생명공학 연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간 복제 등을 시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생명공학 기술의 윤리적 문제에 관한 여론 및 통제는 종교의 몫이 의외로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78년 영국에서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탄생한 이후 종교로부터 촉발된 배아를 둘러싼 윤리 논쟁은 연구지침의 제도화로 이어졌다. 생명 탄생의 순간을 수정이 이루어진 후 어느 시점로 간주할 것인지에 관한 논쟁이 일어났으며, 그 결과 인간배아 실험은 수정 이후 14일까지 가능하다는 지침이 채택되었다. 물론 종교마다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종교인이 전체 인구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는만큼 과학에 대한 종교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기는 어렵다.                  
                          
                        

종교와 생명과학
                   

 복제 양 돌리(Dolly)와 줄기세포의 발견은 종교의 생명공학에 대한 생명윤리 논쟁으로 이어져, 종교가 생명윤리 이론 정립에 영향을 미치도록 했다. 여러 나라에서 진행한 생명공학과 종교인들의 태도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비종교인보다 종교인이 생명윤리와 연관된 생명공학 기술에 부정적인 입장을 지녔다.
                 
 생명윤리에 관한 관심과 논쟁은 인간 복제와 같은 생명공학 연구를 제한하기도 하고, 관련 산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일으킨다. 실제로 기증받은 정자와 난자를 배아로 만들어 임신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회사인 에이브러햄 생명센터에 대해서는 아기가 판매의 대상이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황우석 교수가 난자 불법 채취를 이유로 생명윤리 문제의 중심에 서, 법원의 판결을 받았다. 이러한 비판 여론은 생명윤리에 저촉되지 않는 대체 방안 연구에 지지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시로 한국 종교 세력 일부는 배아줄기세포를 반대하며 성체줄기세포 연구에 윤리적이고 물질적인 지지를 제공했다.
              
  종교와 생명과학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명윤리 논란의 기저에는 종교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물론 생명과학 또한 다윈의 진화론이 인간은 신의 창조물이라는 종교 신념을 무너뜨렸듯 종교의 가치 변화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종교와 생명과학은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이므로 둘 중 어느 하나가 우위를 점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참고문헌

김흥환 (2007), 『역사와 사회-생물학에서 생명공학에 이르기까지』, 서원대학교.

손향구 (2013),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대중의 태도형성에 기독교가 미친 영향」, 『과학기술학연구 13권 2호』, pp. 37-70.
제갈춘기 (2014), 「한국기독교계와 성체줄기세포 진흥 : 종교-경제-과학 앙트라프러너십 (entrepreneurship)」, 『한국과학기술학회 학술대회: 학술대회자료』, pp. 1-4.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김민지 기자 hokmj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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