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4 3월 신임교수 인터뷰] 수리과학부 오창근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빈문서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6기 | 배주영



*소속: 수리과학부
*전공: 푸리에 해석
*E-mail: changkeun@snu.ac.kr
*Tell: 02-880-6571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오창근 교수님. (사진=오창근 교수님)



  이번 학기 자연과학대학 수리과학부 교수님으로 부임하신 오창근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창근 교수님은 푸리에 해석을 전공하시고, 특히 “Restriction estimates”와 “Decoupling inequalities”를 정수론과 기하학적 측도론에 적용하는 것을 연구하신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더불어 교수님께서는 어떤 분이시고 우리에게 어떤 조언을 남기셨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1.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 3월부터 수리과학부 교수로 부임하게 된 오창근입니다. 저는 2014년에 연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을 했고, 군대를 갔다 와서 2018년에 포항공과대학에서 석사를 받았습니다. 그 뒤에 유학을 가서 2022년에 위스콘신-매디슨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MIT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하다가 올해 서울대학교 교수가 되었습니다. 석사랑 박사는 수학으로 받았고, 현재는 푸리에 해석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2.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좋은 환경에서 수학을 연구하게 돼서 무척 기쁘고요, 이번 학기에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열심히 들어줘서 기분이 좋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책임감도 많이 듭니다.


3.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 나가실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푸리에 해석을 전공하고 있는데, 푸리에 변환*을 쓰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푸리에 해석이라고 불립니다. 푸리에 변환을 써서 편미분 방정식, 정수론, 아니면 기하학적 측도론(Geometric Measure Theory)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그래서 푸리에 변환은 일종의 도구이고, 그것을 써서 문제를 푸는 것을 푸리에 해석이라고 합니다. 제가 푸리에 해석 안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썼던 건 “Decoupling Theory”를 발전시키고 이것을 이용해 다른 분야의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Decoupling Theory”는 푸리에 변환을 더 잘 이해하게 하는 이론인데, 최근에는 이것에 한계점이 있다고 느껴서 “Decoupling Theory”와 “Hardy-Littlewood method**”를 결합해서 문제를 푸는 것에 가장 관심이 많습니다.

*푸리에 변환: 함수를 다양한 주파수의 사인 및 코사인 함수로 대체해서 표현할 때 쓰는 도구
**Hardy-Littlewood method: 해석적 정수론에서 수열의 근사치를 복소해석학을 통해 계산하는 방법


오창근 교수님과 교수님의 친구들이 Plymouth에서 찍은 사진.(사진=오창근 교수님)



4. 교수님께서는 “Restriction estimates”와 “Decoupling inequalities”에 대해 연구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Restriction estimates와 Decoupling inequalities이 무엇인지 각각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큰 틀에서 보면 위 두 개의 목표는 똑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문적으로 얘기하면, 함수가 “L^2 space”*에 속해 있으면 그 함수랑 푸리에 계수를 연결시킬 수 있고, 그것을 연결시키는 것이 “Parseval’s identity”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에 함수가 “L^p space”**에 속해 있으면 Parseval’s identity를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때 함수와 푸리에 계수를 이어주는 부등식이나 방법이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Restriction estimates이고 다른 방식이 Decoupling inequalities입니다. 결론적으로 다른 부등식이지만, 둘 다 L^p 공간에 속해 있는 함수와 푸리에 계수를 연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L^2 space: 측도 공간에서 특정 조건(square-integrable)을 만족시키는 함수들의 집합
**L^p space: L^2 space의 일반화된 공간


5. 위에서 언급된 Restriction estimates와 Decoupling inequalities을 정수론과 기하학적 측도론에 적용하는 연구도 하고 있으시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적용되는지 간단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함수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문제를 푸는 것이 푸리에 해석학의 기본적인 아이디어입니다. 그래서 푸리에 해석은 공대 수학을 봐도 등장합니다. 정말 함수가 나오기만 하면은 거의 등장 하는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수론이나 기하학적 측도론에도 함수가 나오므로 푸리에 해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연구는 앞서 말했던 Parseval’s identity에 많이 의존하고 있었는데,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Restriction estimates나 Decoupling inequalities는 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함수와 푸리에 계수를 연결시키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통해 더 발전된 방법론을 형성하고 적용해 더 나은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6. 푸리에 해석은 공학이나 물리학 등 많은 분야에서 쓰인다고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연구도 수학 이외의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나요?
  사실 지금은 힘들 것 같은데, 그래서 순수 수학이 매력적인 것 같아요. 순수 수학이 당장은 어떻게 응용될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어떤 방식으로 활용이 되고 또 그게 엄청난 파급 효과를 낳기도 하잖아요. 생각하기 힘든 방향으로 뭔가가 발전된다는 점에서 순수 수학이 매력적입니다. 제 연구도 당장은 응용되기 힘들 것 같은데 실제로 응용이 될지 안 될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것 같습니다.


오창근 교수님께서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찍은 야경.(사진=오창근 교수님)



7. 교수님께서 연구를 진행하시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동시에 여러 문제를 푸는 타입입니다. 연구라는 게 어디에서 실마리가 나올지 정말 알기가 힘든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문제를 정하고 그 문제를 계속 생각하는 거는 별로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반대로 다양한 분야에 있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생각하면 어느 순간 문제 사이의 연관성이 발견되기도 하고, 다른 분야에서 쓰고 있었던 어느 방법론이 이 문제에 적용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그런 점에서 저는 여러 문제를 동시에 생각하고 연구합니다.다른 면에서, 여러 문제를 풀면 항상 진전이 있는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를 하나만 풀면 막혔을 때 심리적으로 굉장히 힘듭니다. 여러 개를 풀면 진전이 빠른 문제도 있고 어떤 문제는 막혀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항상 진전이 있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면에서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8.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정말 특별한 연구가 하나 있는데, 제가 5년 동안 못 풀고 있었던 문제가 있었습니다. 5년 동안 문제를 못 풀다 보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도 시도를 안 하게 되더라고요. 5년 동안 얼마나 많이 시도해봤겠어요. “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해보면 안 되는 과정의 반복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냥 머리 한 편에 있는 문제가 됐습니다.어느 날 제가 새벽 3시쯤에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이 대낮처럼 밝아지는 거예요. 그러면서 엄청 큰 소리가 들려서 하늘을 쳐다봤더니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엄청 큰 운석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운석이 천천히 제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어서, 이거는 돈을 얼마를 주더라도 못 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분이 무척 좋아진 상태로 집에 돌아와서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다 확인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 5년 동안 못 푼 문제를 바로 풀어버렸어요. 그 경험은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사실 머릿속에 두고 있던 아이디어가 몇 개 있긴 했는데, 여러 번의 시도에도 안 되다 보니 그냥 머릿속에 박아 놓았거든요. 그걸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해보니까 그중에 한 방법으로 문제가 풀렸습니다. 그리고 그 논문이 제 박사학위 논문이 되었습니다.


9. 연구를 진행하다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질문이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 대답을 하자면, 연구가 뜻대로 안 풀리면 정말 마음이 힘들거든요. 연구를 10년 가까이 했는데도 제가 어떤 문제를 풀었다고 생각했지만 확인해보니 아닌 경우에 굉장히 기분이 위축됩니다. 그럴 때 “원래 연구라는 것이 힘들고 항상 잘 진행될 수는 없다”라는 사실을 인지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것 자체로 도움이 굉장히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그리고 연구와 관련해서는, 첫 번째로 정말 제가 모든 가능성을 다 살펴봤는지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만약에 모든 가능성을 살폈는데도 그 문제를 풀지 못하면, 다음으로 제가 지식이 부족해서 못 푸는 경우인지 확인합니다. 그래서 제가 놓친 레퍼런스가 있는지 다 찾아보고 꼼꼼히 공부한 다음에 제가 사용할 수 있는 방법론들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그러고 나서도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저는 그냥 잠시 덮어두고 다른 문제를 연구합니다.
(다른 질문에서 실패의 경험에 관해 여쭸을 땐 아래와 같이 답하셨다.)
  저도 앞서 말했듯이 오랜 시간 노력을 쏟은 그런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그래도 유의미한 진전, 그 문제에 대한 이해도 아니면 특정 방법을 썼을 때 작동하지 않은 이유 등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것들을 이해하는 것 자체를 굉장히 유의미한 진전이라고 여기고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걸 가지고 논문을 출판하지는 못하겠지만, 위에서 말한 관점으로 보면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한 실패의 경험은 제게 크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10. 교수님께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 및 흥미를 느끼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얘긴데, 배운 내용이나 문제를 다시 공부하고 푸는 것을 제가 너무 재미없어했습니다. 그래서 친누나가 대학교 수학을 스포일러처럼 조금씩 가르쳐줬습니다. 그때 누나가 모든 주기 함수가 사인과 코사인의 합으로 표현이 된다고 얘기를 해줬습니다. 그 당시에 저는 함수라는 것이 수학의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인과 코사인의 합으로 표현이 된다니까 푸리에 해석학이 수학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능 키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푸리에 해석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관심이 생겼습니다. 또한 앞서 말했듯이 푸리에 해석학이 많은 분야랑 접점이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근본적이고 중요한 분야라고 느꼈습니다.


11.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정말 하루 종일 수학만 판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공부만 했었고 다른 것에는 하나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근데 한편으로는 수학을 전공한다는 게 위험 부담이 클 수가 있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서 불안감을 굉장히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근데 그 불안감이 어떤 면에서 원동력이 돼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12. 교수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좋아하셨나요?
  중학교 때 도형에서 닮음이랑 증명하는 게 나오잖아요. 제가 그게 너무 싫어가지고 공부를 안 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증명만 나오면은 “당연한 걸 왜 증명하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미적분학을 처음 보면서 굉장히 매력을 많이 느꼈습니다. 미적분학에서 적분이란, 쉽게 말해 무한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넓이를 계산하는 거잖아요. 근데 무한이 정확히 무슨 개념인지는 설명을 잘 안 해줘서 갈수록 더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해석학 쪽으로 관심이 많이 생겼고, 누나가 푸리에 해석학을 소개해 줘서 더 매력을 느끼며 수학에 빠져들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수학 전체를 좋아하지는 않고, 특정 분야들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13. 교수님을 계속 수학자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수학은 역사가 오래됐잖아요. 정말 거의 몇천 년이 됐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수학이라는 것이 인류가 몇천 년 동안 해온 대형 프로젝트 같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그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유의미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게 저는 영광스럽고, 뿌듯하고, 되게 재밌기도 합니다. 그것에 대해 책임감도 느끼고 있고요. 그래서 그게 제가 계속 열심히 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14.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인생 영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영화 중에서 라라랜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수학을 전공하는 것이 굉장히 심리적으로 힘들고 또 진로가 불확실하기에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라라랜드라는 영화가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 혹은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에 대한 불확실성 같은 것들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그 영화를 보면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그 영화를 보면 위로받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님께서 보스턴 찰스강에서 찍은 사진.(사진=오창근 교수님)



15.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진로를 결정한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입니다. 저도 대학교 내내 진로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면서 그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했고, 많은 고민으로 특정 결정을 한 후 어떻게 살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을 토대로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국에는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본인이 결정한 뒤에는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습니다.


16.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이 많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가졌던 엄청난 에너지 혹은 호기심이 사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데, 계속 그 에너지와 호기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제가 연구를 해보니까 호기심을 갖고 열심히 하는 것이 엄청나게 큰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면, 그것 자체로 큰 소질이라는 걸 알고 그것을 진로를 결정할 때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배주영 domi3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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