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6년 4월 신임교수 인터뷰] 물리천문학부 최재원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대 학생기자단 자:몽 9기 | 김유민

*소속 : 물리천문학부 물리학전공
*연구분야 : 양자물질 X-선 산란 및 분광 연구그룹 (EXEED Research Group)
*E-mail : jaewon.choi@snu.ac.kr  
*Tel : 02-880-6684
                               

최재원 교수님과 임시 연구실. (사진 = 김유민 기자)
      
    

   올해 3월, 물리천문학부에 새롭게 부임한 최재원 교수님은 응집물리 분야에서 양자물질을 연구하는 실험 물리학자이다. 특히 X선 산란과 분광 기법을 활용해 물질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자, 스핀, 오비탈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관측하며, 복잡한 양자 현상의 본질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따라 연구 주제와 방법을 확장해 온 최재원 교수님과 만나, 양자물질 연구의 매력과,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해 들어보았다.
     

1.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물리천문학부에서 3월부터 일하고 있는 최재원 조교수라고 합니다. 먼저, 부임하자 마자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굉장히 기쁩니다. 저를 설명하는 키워드를 하나 꼽아보자면, curiosity-driven nomadic physicist(호기심에 이끄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연구하는 물리학자)입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제가 여러 나라와 지역을 돌아다니며 연구를 했습니다. 제 고향은 전라남도 순천인데요, 고등학교는 부산에서 다녔고 대전에서 학부 및 대학원 과정 공부를 했습니다. 이후 일본, 스위스, 영국 등 굉장히 여러 나라에서 연구 경험을 쌓았습니다. 두 번째로는 돌아다닐 때마다 연구분야를 바꿨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천문학에 심취해서 천문학 연구를 하다가 대학교 때는 주식시장과 같은 사회 현상을 물리학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연구를 했습니다. 초유체 헬륨이라는 절대 영도에 가까운 아주 낮은 온도에서 일어나는 양자 현상을 연구하여 박사를 받았고, 포닥 때는 갑자기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해 양자물질을 연구하는 분야로 바꿨습니다. 그래서 항상 흥미로운 연구 주제를 찾아다니는 물리학자라고 생각하여 curiosity-driven nomadic physicist라고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2.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일단 정말 기쁩니다. 너무 많이 옮겨다니다 보니까 이제는 정착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재미있는 연구 주제로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또, 서울대학교는 최고의 학생들이 모인 곳이니까 학생들과 같이 협력하고 연구하는 것을 정말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구 여건도 국내에서는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같이 연구를 할 수 있는 동료 교수님들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분들이 많아서 같이 공동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3.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나가실 연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넓게는 응집물질 물리 실험 분야로 분류되는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한 X선 산란 실험을 통해 다양한 양자 물질을 연구할 예정입니다. 양자물질은, 전하, 스핀, 오비탈과 같은 전자들의 다양한 미시적인 요소들이 상호작용하여 매우 특이한 거시적 양자 현상을 만들어내는 물질군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고온 초전도체가 있습니다. 인류 문명이 새로운 물질을 발견할 때마다 다음 단계로 발전해온 흐름 속에서, 최근 물리학계에서는 양자물질을 다음 세대의 물질 설계 플랫폼으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사광 가속기는 일반 실험실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매우 강력한 X선을 만들어내는 대형 실험 시설입니다. 보통 선진국들이 한두 대 정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는 X선 산란 기법, 특히 RIXS(공명 비탄성 X선 산란) 실험 기법은 양자물질을 연구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최근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4. 교수님께서 큐프레이트(Cuprate, 산화물) 초전도체에서 전하 밀도파를 연구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둘의 관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타나고 또 교수님 연구에서 새로 밝혀진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구리 기반 초전도체뿐만 아니라 최근에 새롭게 발견된 니켈 기반 초전도 물질에서도 나타나는 전하 밀도파(charge density wave) 및 스핀 밀도파(spin density wave)를 함께 연구해왔습니다. 이 현상들은 대부분의 구리 산화물에서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일종의 전조 현상과 같이 나타납니다. 저는 다양한 종류의 구리 산화물에서 발견되는 전하 밀도파가 초전도 현상과 경쟁관계로 얽혀 있고, 줄무늬 대칭성을 띄는 등 보편적인 특징을 가진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또한, 전하 및 스핀 밀도파가 니켈 산화물 초전도 물질에서도 공통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전하/스핀 밀도파가 고온 초전도 물질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핵심 요소임을 제안하였습니다.

5. 그러면 최근 다중층 니켈 산화물도 고온 초전도 물질로 주목받고 있는데, 기존 큐프레이트 초전도체와 어떤 점이 다르고, 또 어떤 점에서 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인가요?

   
   
구리 산화물 물질에서 고온 초전도 현상이 발견된 지 거의 40년이 지났습니다. 최근에 LK-99 같은 사례가 큰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이제는 대중들도 초전도 현상이 상온·상압 환경에서 활용될 수 있다면 인류의 생활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초전도 상태의 특성을 아직 원하는 대로 조작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물리적 원인을 아직 모르고, 고온 초전도 물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도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즉, 아직 인류는 좋은 초전도체를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통찰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다양한 고온 초전도 물질들이 어떤 공통적인 특성을 갖는지 살펴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텐데, 지금까지 구리 산화물 이외에는 고온 초전도 물질이 없어 그러한 비교 연구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2018년에 스탠포드 대학교의 Harold Hwang 교수 그룹에서 니켈 산화물 물질에서 처음으로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존 구리 기반 초전도 물질의 핵심 요소로 여겨졌던 몇 가지를 반영해 물질을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이후 다양한 니켈 산화물에서도 압력을 가하거나 시료의 품질을 개선하면 고온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니켈 산화물 초전도체는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와 유사성과 차이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하 및 스핀 밀도파, 스핀 요동과 같은 몇몇 물리적 현상들은 두 물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이들이 고온 초전도 현상의 발생 원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초전도 물질을 설계하여 돌파구를 찾아낸 것입니다.

6. 그렇다면 두 물질 중에서 어떤 쪽이 더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두 물질 모두 흥미롭습니다. 다만 구리 산화물 초전도체는 역사적으로 굉장히 많이 연구되어 왔기 때문에 새로운 발견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반면 니켈 산화물 초전도체는 새로운 물질이기 때문에 젊은 과학자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 현재는 이쪽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얻은 새로운 지식들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새로운 초전도 물질을 설계하는 전략을 찾는 데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7. 교수님께서 X-선 산란과 분광을 주요 실험 도구로 사용하시는데, 이 기법이 양자물질 연구에서 특히 강력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정보를 얻을 수 있나요?

   
   양자물질 연구가 어려운 이유는, 전하, 스핀, 오비탈, 격자와 같은 전자의 미시적인 구성 요소들이 서로 강하게 얽혀서 상호작용 하고 있어 거시적 양자현상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조금 쉽게 비유해 보자면, 우리는 모두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학생으로서의 역할, 투자자로서의 역할 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사회라는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런 개개인의 특성이 얽혀 나타나는 거시적 사회 현상의 원인을 알아내기 힘든 것처럼, 전자의 다양한 특성이 상호작용하여 만드는 거시적 양자 현상을 설명하는 통합적인 이론 체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RIXS 실험기술은 전자의 미시적 구성요소들이 각각 만들어 내는 다양한 정적인 양자 상태와 동적인 들뜸 현상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습니다. 둘은 각각 물질의 현재 상태와, 미래에 변화하고자 하는 경향성에 대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이러한 정보를 동시에 측정 가능하므로, 여러가지 변인을 바꿔가며 이들간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직접 검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실험 기법들은 하나 혹은 두가지 구성요소에 의한 효과만을 측정하는 것과 비교하면 복잡한 양자물질의 성질을 연구하는 데 있어 아주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8. 최근 니켈 산화물 초전도체 분야가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교수님 연구실에서는 앞으로 어떤 방향에 가장 집중하실 계획이신가요?

   
   양자물질 연구는 각각 다른 전문성을 가진 연구 그룹간의 대규모 협업으로 진행됩니다. 저는 RIXS를 포함한 X선을 이용한 방사광 가속기 실험이라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협력 연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대학교에 계신 제 협력 연구자 중에는 새로운 니켈레이트 시료를 합성하는 데 특화된 분이 계시고, 또 다른 연구자분들 중에는 시료의 품질을 알려주는 투과전자현미경(Transmission Electron Microscopy) 실험에 특화된 분들도 계십니다. 그 외에도 RIXS로 볼 수 없는 특성들을 측정할 수 있는 ARPES(Angle-resolved Photoemission Spectroscopy)와 같은 다양한 기법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 그리고 이론 분석에 강점을 가진 연구자들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한쪽에서 물질을 합성하면, 다양한 측정을 통해 물질의 정적·동적 특성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론 연구자가 통합적인 이론 모델을 구축하게 됩니다. 이후 그 결과를 다시 실험과 시료 합성 단계에 전달하여, 예를 들어 어떤 방향으로 개선하면 초전도 특성이 더 좋아질 수 있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 큰 협력 연구팀을 구성해 서로의 강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며, 유기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구조를 만들어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선도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제 단기적 목표입니다.

9. 고온 초전도 메커니즘이 밝혀진다면 실제로 어떤 기술적 응용이 가능해질지 궁금합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이 연구의 장기적인 의미는 무엇인가요?

   
   우선 고온 초전도 물질의 기술적 응용 분야는, 기초적 물성 연구와는 다른 분야이기에 정확이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가장 중요한 응용 분야는 에너지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이 초전도 상태가 되면,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지기 때문에 전류가 흐를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이 없어집니다. 일반적인 전선에 큰 전류를 흘리기 어려운 이유는 저항 때문에 발열이 일어나기 때문인데, 초전도 물질을 이용해 도선을 만들면 발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에너지 손실 없이 전기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류 문명은 전자석을 이용한 모터와 발전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장치에는 코일 구조의 자석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이 코일을 초전도 물질로 만든다면 기존보다 훨씬 높은 전류를 다룰 수 있는 고효율 발전기나 모터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10. 교수님께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사실 그때그때 흥미로운 연구 주제를 찾아다니는 편이어서, 학부 때부터 고온 초전도라는 오랜 난제를 꼭 풀어야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결국 과학이라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도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여 다양한 물리의 난제를 실험적으로 해결해 보고자 했습니다. 박사 과정 때는 초고체라는 신기한 양자 상태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제 지도교수님이셨던 카이스트 김은성 교수님께서 처음 발견하신 것으로 여겨졌던 양자 현상이었는데, 이후 거의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실험의 올바른 해석에 대해서 수백편의 논문을 통해 많은 토론이 있었고, 저는 실험을 통해 그 신호가 초고체 상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다른 효과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에 제가 원하던 해답은 아니었지만, 문제를 하나 정리한 셈입니다.

   졸지에 연구 주제가 사라졌기에, 박사학위를 받은 뒤에는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교수님들은 그런 불확실한 시기를 어떻게 버텼느냐고 묻기도 하십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다양한 문제를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는 시기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여러 연구 분야를 폭넓게 살펴보며,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았습니다. 박사 후 연구원 (포닥) 일자리를 찾기 위해 50군데가 넘는 해외 연구기관의 교수님들께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는데요, 그중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주신 분이 바로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에서 고온 초전도 문제를 연구하시던 분이었습니다.
논문을 읽어보니 이 문제가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고, 그래서 고온 초전도 문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해 보고자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당시에는 고온 초전도 연구와 함께 초전도 기반 양자 컴퓨팅 분야도 오퍼를 받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양자 컴퓨팅은 매우 유망해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공학적인 문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고온 초전도 문제는 여전히 근본적인 물리 문제라는 점에서 더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스위스에서는 주로 방사광 가속기를 이용한 X선 회절 기법으로 고온 초전도체를 연구했습니다. 다만 이 방법으로는 동적인 정보를 얻기 어렵고 정적인 양자 상태, 그 중에서도 구조 변화만을 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양자 물질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적 들뜸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측정하는 실험 기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RIXS를 배울 수 있는 영국의 방사광 가속기 연구소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호기심에 이끌려 양자 물질의 문제를 풀다가, 필요에 따라 실험 방법을 바꾸며 현재의 연구 방법론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11. 고등학교 시절에 천문학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와, 당시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수학 올림피아드를 굉장히 열심히 준비했었는데, 저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이 많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가대표 상비군 수준의 학생들도 있는 환경에서 경쟁하다 보니, 점점 수학이 재미없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수학이 정말 평생 공부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잘하지 못한다고 느끼자 흥미가 줄어드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수학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수학을 잘한다고 인정받는 것을 좋아했던 게 아닌가’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학교에 천문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망원경으로 달이나 목성 같은 천체를 관측하고, 눈으로 직접 보기는 어렵지만 외부은하나 성운과 같은 대상들을 연구하면서 자연 현상 자체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왜 저런 형태를 띨까’, ‘왜 저런 방식으로 움직일까’와 같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그 답을 알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그 이후로는 성적과 관계없이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매우 즐겁게 느껴졌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천문학과 물리학 공부를 계속 이어갔고,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주로 외부은하의 동역학적 특성을 연구했으며, 대학교 교수님들과도 함께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 학회에서 발표를 하기도 했습니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굉장히 즐겁게 연구를 했습니다.

12. 교수님과 같은 응집물질 분야나 물리 연구 전반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일반적으로 많은 학생분들이 “내가 연구에 맞을지”, “실험이 맞을지 이론이 맞을지”, “어떤 주제가 나에게 적합한지”와 같은 고민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무엇이 자신에게 잘 맞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또 한 가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공부와 연구의 과정이 단순히 주제를 탐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어려움이나 도전 과제를 겪는 과정에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연구 과정에서 어떤 활동을 할 때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가설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실험 자체를 즐깁니다. 또 어떤 사람은 실험에는 큰 흥미가 없고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이론적으로 모델링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도 합니다. 혹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연구라는 것은 이러한 다양한 활동이 모두 포함된 과정이기 때문에, 그중에서 자신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실험 자체가 즐겁다면 실험 연구가 적합할 것이고, 모델링이 더 흥미롭고 실험에는 큰 관심이 없다면 이론이나 분석 중심의 연구가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론도 해보고, 실험도 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저 역시 학부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주식 시장을 통계물리학적 기법으로 분석하는 이론 연구를 해서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고, 단일 분자 바이오물리학 실험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셉슨 접합(Josephson Junction)과 같은 구조를 나노 공정을 통해 제작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한 뒤에야 비로소 제게 맞는 방향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두 갈래 길 앞에서 고민만 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직접 경험해 본 뒤에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다양한 분야를 적극적으로 경험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13. 연구를 진행하시다 보면 뜻대로 풀리지 않는 경우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시나요?

   
   연구가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사실 제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 편입니다. 제 성격이 비교적 낙천적인 편이라서, 세운 가설이 맞지 않았다고 해서 크게 부담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다만 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것이 쉽게 떠오르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듭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가설을 세워야 하거나, 실험 설계가 어려워서 장비 구성에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할 때, 혹은 애매한 실험 결과를 설명할 만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아이디어는 단순히 절실하게 노력한다고 해서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던 상황을 떠올려 보고, 스스로를 그런 환경에 놓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크게 두 가지 방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연구와는 전혀 다른 활동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운동을 하거나 여행을 가고, 최근에는 스위스나 알프스에서 고산 등반을 자주 했습니다. 이렇게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는 굉장히 집중하고 몰입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두 번째는 다른 전문가들과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입니다. 비슷한 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도 의도적으로 많은 토론을 하려고 합니다. 학회에 참석하거나 다른 교수님들을 찾아가 의견을 나누다 보면, 그분들 분야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접근 방식이 제가 고민하던 문제의 해결책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연구를 하는 분들과의 논의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14. 교수님의 학부생이나 대학원생 시절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요?

   
   저는 성실한 학생은 아니었습니다. 학부 시절에는 카이스트에서 비교적 활동 강도가 높은 동아리 두 개를 동시에 했습니다. 하나는 농구 동아리였고, 다른 하나는 경영 동아리였습니다. 두 활동 모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요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업에는 거의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경영 동아리에서는 재무를 맡고 있었는데, 행사 후원을 위해 기업을 직접 찾아가야 했습니다. 상당한 규모의 후원금을 유치해야 했기 때문에 낮 시간에 기업을 방문해야 했고, 그로 인해 수업에 참석하기 어려웠습니다. 밤에는 농구 동아리 훈련이 있었기 때문에, 약 2년 동안은 학업에 충분히 집중하지 못했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중, 가까운 친구 한 명이 저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저는 평소 물리학자가 되고 싶고, 유학을 가서 연구를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정작 수업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않고 과제도 성실히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그런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이 친구 입장에서는 부끄럽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이후로 태도를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저와 상의 없이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여름 인턴십에 제 이름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상황을 잘 모른 채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맡게 된 프로젝트가 조셉슨 접합을 제작하여 양자 소자를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약 두 달 동안 주말에도 출근을 할 정도로 집중해서 실험을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목표를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연구원분들이 거의 1년 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매우 도전적인 문제로 받아들였고, 그 자체에서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결국 이 경험은 논문으로도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실험 물리학이 저에게 잘 맞고 매우 흥미로운 분야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큰 동기부여를 느낀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는 물리학에 더욱 몰입하게 되었고, 그 경험이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15.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 이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아는 것입니다. 한 달 정도 학부생과 대학원생들과 소통을 하면서 느낀 점은, 많은 분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주변에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불안함을 느끼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한 가지만 분명히 알면 됩니다. 자연과학을 하는 경우라면, 학부 시기에는 내가 대학원에 가고 싶은지 아닌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에는, 내가 학계에서 계속 연구를 하고 싶은지 아니면 다른 길을 선택하고 싶은지를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렸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꼭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더라도, 두 질문에 답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이해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예를 들어 고등학교 시절의 저처럼, 한때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거나 목표를 잃어버리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고민은 가능한 한 빨리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고등학교 때 할 수도 있고,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박사 후 연구원 단계에서야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시기가 늦어질수록 진로를 바꾸기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잘하는 것도 해보고, 노력했지만 잘되지 않는 것도 겪어보는 과정 자체가 모두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대한 방향과 다르더라도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대학 시절에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봤을 때는 다들 충분히 잘 해내고 계실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진로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는 조금 더 긍정적이고 여유 있게 학교 생활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16.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많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다양한 고민과 걱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나라에서 매우 뛰어나고 성실한 학생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의 검증을 거친 분들이라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위치까지 충분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그 말이 쉽게 믿기지 않을거에요. 저 역시 학창 시절에 자유롭게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주변에는 저보다 더 자유롭게 지냈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들도 결국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찾아가면서 지금은 교수로 활동하거나 창업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는 등, 각자의 자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걱정이나 불안에 얽매이기보다는,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충분히 시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면서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진로에 대한 답도 스스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러한 답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춘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응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연락 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김유민 기자 onlyu040107@snu.ac.kr
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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