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4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통계학과 문하은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6기 | 하현호

*소속 : 통계학과 / 첨단융합학부
*연구분야 : 비모델 통계적 추론
*E-mail : haeunmoon@snu.ac.kr
*Tel : 02-880-6988
 

 2024년 9월, 자연과학대학 통계학과 및 첨단융합학부에 부임하신 문하은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교수님은 통계적 가정을 완화한 '비모델 통계 방법론'를 연구하셨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교수님께 전공과 진로의 선택에 대한 다양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기사를 통해 교수님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자.
 

1. 자연과학대학 학생을 위해, 교수님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학기부터 자연과학대학 통계학과와 첨단융합학부 융합데이터과학전공에 조교수로 임용된 문하은입니다. 피츠버그 대학교에서 통계학 박사과정, 카네기멜론 대학교에서 박사 후 과정을 거쳤고, 임용되기 직전 3개월간 서울대학교 과학데이터혁신연구소에서 근무했어요.

 2. ‘자연과학대학 통계학과’와 ‘첨단융합학부 융합데이터과학전공’에 동시에 소속되셨다고 소개해주셨는데요, 전통적인 통계학과 비교하여 ‘융합데이터과학전공’이 가지는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통계학에서는 데이터로부터 얻은 결론이나 통계량, 예측값들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정량적으로 파악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방법론이 수학적인 이론 위에 세워져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한 이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론적 기초가 정립되지 못했더라도 경험적으로 좋은 방법론, 혹은 알고리즘이 존재하는데, 이는 주로 컴퓨터공학이나 산업공학 등의 학문에서 발전해왔어요. 융합데이터과학은 데이터로부터 정보를 추출한다는 큰 목표 아래, 이러한 다양한 접근법들을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전공이에요.

3. 수리과학 학사, 경제학 석사, 한국은행 재직, 그리고 통계학 박사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으십니다. 교수님의 경력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수학에 적성이 있다는 건 어릴 때부터 알았기 때문에, 학부 시절에는 큰 고민 없이 수리과학과에 진학했습니다. 하지만 직업적으로는 좀 더 현실적이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한국은행을 알게 되었고, 수학적 능력을 살리면서도 실질적인 경제 활동에 이바지하는 일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보통 한국은행에 입행하려면 1년 이상은 준비하는데, 저는 경제학 기초가 부족했기에 경제학 석사 과정을 병행하게 되었죠. 그런데 취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취업시장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게 된 이후에는 한국은행이 다른 기업들과 아주 크게는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는 다른 기업들도 같이 준비했었는데, 결국은 원래 목표했던 한국은행에 합격해서 가게 되었어요.
 
 이제부터는 약간 실망스러우실 수도 있는데 (웃음), 한국은행에서 일하던 당시 대학원에서 만난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남자친구는 학계에 계속 남아있으려고 해서, 저는 “유학을 다녀오려면 다녀오라”라고 말하곤 했었죠. 그런데 한국은행에서는 학위 취득을 사유로 휴직할 수 있더라고요. 마침, 한국은행에서 통계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통계학으로 박사 유학길에 나섰죠.내적 동기가 충분한 채로 유학길에 나선 것은 아니었던지라, 초기에는 고생을 많이 했어요. 미국에서 돌이켜 보니 전공지식뿐 아니라 박사과정이나 유학 생활 자체에 대한 대비가 없었더라고요. 그러던 중 너무나 운이 좋게 저를 많이 지지해주시고, 좋은 지도와 기회를 제공해 주시는 지도교수님을 만났어요. 실망하게 해 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열심히 연구했던 것 같아요.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스스로 생각한 건 박사과정 4년 차쯤이었어요. 그때부터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이 뜨인 것 같아요. 세미나에 들어갔을 때, 이 사람의 연구 분야가 무엇이고, 무엇이 새로운지, 그리고 내 연구와는 어떻게 연관될 수 있는지 그런 맥락들이 파악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죠. 이후로는 진로에 대해 따로 고민해본 적이 없어요. 열심히 연구하고 논문을 쓰면서, 그 과정을 이어갈 수 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한 생활 습관 형성에 집중했죠. 결국 박사 후 과정까지 통계학으로 갔고, 좋은 기회를 얻어 서울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4. 한국은행 재직 당시에는 어떤 업무를 하셨나요?

 저는 한국은행 내 통계국 산하에서 GDP(국내총생산)를 편재하는 팀에 있었어요. 한국은행에서 매년 GDP를 발표하니까, 그 지표를 계산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GDP를 편재할 때 생산량을 합산하는 방식이 있고, 지출을 합산하는 방식이 있는데요, 저는 첫 2년간은 지출을 합산하는 팀에 있었고, 마지막 6개월 동안은 생산량을 합산하는 팀에 있었어요.

5. 수리과학 학사를 취득하신 입장에서, 수학적인 토대가 경제학이나 통계학을 공부할 때 얼마나 도움이 되었나요?

 다른 분야에서 경제학이나 통계학으로 넘어온 분들에게 수학의 허들이 크게 작용하는 걸 봤어요. 그런 분들은 커리큘럼을 따라가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결국 필요한 수학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 한 학기를 할애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저는 수학적인 베이스에 대해서는 자유로웠죠. 잘 모르는 내용이 등장해도 찾아보면 다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던 것 같아요.

6. ‘수학’과 ‘경제학’, 그리고 ‘통계학’을 생각해보면 서로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 학문은 서로 어떤 관계에 있나요?

 수학이나 경제학은 제가 깊게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제가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수학, 통계학, 경제학은 수리적인 역량을 다른 방향으로 풀어내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수학은 자연과학으로서 새로운 문제를 푸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경제학은 사회과학으로서 사람의 행동과 사회를 설명하며,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할지 제시합니다. 통계학은 수학적인 언어를 가지고 실용적인 방법론을 개발한다는 측면에서 공학이랑 비슷해요. 일단 수리적인 능력을 갖추었다면, 관심사에 따라 셋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7.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도 유학을 고민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국내외 대학원을 모두 경험해보신 입장에서, 국내 대학원 생활과 해외 대학원 생활에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연구만 본다면 사실 아주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국내에서 학위를 받고 해외에 취업하는 것도 새롭지 않고, 해외에서 있다가 국내로 오는 것도 자연스럽죠. 제일 큰 차이가 나는 건 생활적인 부분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쌓아온 생활 양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에 적응한 채로 5년 혹은 그 이상을 살아야 하니까요.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심심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누군가는 유학 생활이 잘 맞아서 연구에 집중하며 신나게 생활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불안정한 생활에 능률이 오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자신에게 잘 맞는 길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8.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서울대에서 주로 연구하고자 하는 분야는 ‘비모델 통계 방법론’입니다. 흔히 학부 수준에서 배우는 통계적 방법론은 어떤 모델을 가정하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선형 회귀 분석을 수행한다면, 예측변수가 종속변수에 선형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가정하고 그 영향의 크기와 유의성을 측정합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데이터가 복잡해지면서 이러한 통계적 가정을 완화하거나 없앨 필요가 생겼고, 그런 방법론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어요. 또한 모델 기반 방법론의 큰 장점 중 하나는 적은 데이터만으로도 비교적 정확한 추론을 할 수 있다는 점인데, 데이터의 양이 많아지면 모델의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거예요. 만약 변수들 사이에 어떤 사전 정보도 주어져 있지 않다면, 어떻게 정량적으로 그 관계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을까요? 그 측정값의 불확실성은 어떻게 계량할 수 있을까요? 또한 어떻게 하면 종속변수를 가장 잘 설명하는 예측변수를 뽑아낼 수 있으며, 몇 개를 뽑을지는 어떻게 정해야 할까요? 예측값의 불확실성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모델 기반 방법론에서 당연시했던 가정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가정들에서 벗어나는 것이 비모델 통계 방법론의 주요 토픽이라고 할 수 있어요.

9. 유전자 데이터와 관련된 통계적 방법론을 연구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통계적 방법론을 개발하는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로 필요한가요? 그런 분야 지식은 어떻게 갖추나요?

 제가 유전자 데이터 연구를 시작할 때는 상식적인 수준의 생물 지식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결국 통계학을 하는 사람이 갖춰야 하는 분야 지식은 ‘데이터에 대해 어떤 가정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데이터가 어떻게 분포되어 있을지’, ‘이 분야의 주요 문제는 무엇인지’ 같은 지식인데, 이러한 부분은 협업자들과 대화하면서 충분히 채울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예를 들어서 제가 같이 일했던 통계학과 교수님 중에 유전체 데이터를 거의 30년 동안 해오신 분이 있는데, 아직도 과학적인 지식은 협업자에게 물어보곤 하세요. 왜냐하면 통계학자가 다른 분야를 예의주시하면서 그 분야의 지식을 업데이트하기는 어려우니까요.

10. 학부생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이것저것 했던 평범한 공대 학생이었다고 생각해요. 카이스트는 대부분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동아리가 많이 활성화되었는데요, 1, 2학년 때는 응원단(ELKA)에서, 3, 4학년 때는 경영 컨설팅 학회(MSK)에서 추억을 쌓았던 게 기억에 남아요. 학기 중에는 거의 하루에 3~4시간 정도는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내향적인 성격이라 주기적으로 며칠씩 기숙사에 박혀서 기운을 충전했던 기억이 나네요.

11. 학업이나 연구를 수행할 때 슬럼프에 빠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런 경험이 있으시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가벼운 슬럼프는 자주 빠지죠. 그때마다 휴식을 취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또 왔구나’ 생각하고 말아요. 어떻게든 그 상황 속에서 생산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일하는 시간이나 장소를 바꾸는 방법을 시도해요. 또 조금은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요, 인류가 이룩해낸 완성도 있는 작품을 감상하곤 해요. 클래식 거장의 교향곡이나, 김연아 선수의 경기 영상을 감상하면 그 사람들의 의지력을 빌려 올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말 깊은 슬럼프가 찾아온다면 휴식을 취하거나, 상담을 받는 등 조치가 필요하겠죠. 저는 스스로 그런 슬럼프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서,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2. 다양한 전공을 경험한 선배로서, 전공이나 연구 분야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전공을 선택한다는 것이 꼭 인생의 업을 선택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보다는 ‘첫 직장을 어디서 시작할지’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전공의 영향을 느낀 적이 없었고, 오히려 입사 초기에 트레이닝 받은 직무가 더 제 전공같이 느껴졌어요. 장기적으로는 전공을 살려 경력을 발전시킬 수도 있겠지만, 직장에서는 원하는 직무를 선택할 수는 없으므로 그건 개인이 계획할 수 없는 영역이고요. 그 대신 직장에서 생활하다 보면 여러 가지 기회가 생기곤 하는데, 그건 전공보다는 개인의 일반적인 자질과 인간관계에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그 기회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도달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복수전공을 하는 게 좋을지, 어떤 전공에 진입하는 것이 좋을지 등의 질문을 종종 받는데,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자기 적성을 100%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다전공의 의의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시야를 넓히는 데 있으니, 전공에 진입하지 않고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여러 전공을 하는 것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13.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금 지루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뭐든지 즐겁게 하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너무 단기적인 목표에 매몰되지 말라는 이야기도요. 하나하나 인생을 계획하는 건 어렵지만, 내가 원하는 일과 삶으로 방향을 잡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면, 언젠가는 분명히 원하는 궤도에 오를 수 있을 거에요.
 
 "Everything you need is already inside you."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말인데요. 무언가를 해내고 배우며, 원하는 걸 이루는 자질은 이미 개인 안에 다 있다고 믿습니다. 그걸 계속 발견하고 추구하기를 바라요!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하현호 eskimha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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