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화학부 손창윤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7기ㅣ김민혁
* 소속 : 화학부
* 연구분야 : 계산화학, 에너지 및 바이오 소재
* E-mail : changyunson@snu.ac.kr
* Tel : 02-880-6652 (OFFICE)
2024년 8월, 20여년만에 화학부로 돌아오신 손창윤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계산화학 분야라는 특별한 과학 분야를 연구하게 된 배경, 대학생활 및 인생에 관한 조언 등 뜻깊은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함께 손창윤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긋이 웃고 계시는 손창윤 교수님. (사진=김민혁 기자)
1. 서울대학교에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있을 것 같은데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 8월에 서울대 화학부에 부임한 손창윤입니다. 학부는 사실 00학번이고요. 이제 딱 두 번 띠동갑을 지났네요. 학부를 화학과로 졸업했고 석사 과정도 서울대에서 보낸 후 박사는 미국에서 했습니다. 포닥¹ 이후에 한국에서 4년 반 동안 포항공대 교수로 있다가, 이번에 서울대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1) 포닥 : Post-doctoral researcher의 약자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연구 역량을 쌓는 임시직 연구자를 의미한다.
2. 교수님께서 계산화학 분야 관련 연구를 많이 진행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 분야가 접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연구를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과학 과목 중에서는 화학을 중학교 때부터 좋아했는데, 별개로 컴퓨터 하는 것도 되게 좋아했어요. 대학에 왔을 때 석차옥 교수님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계산화학을 처음 알게 됐어요. 이후 학부를 졸업할 때까지도 특별히 생각을 안 하다가 학부 4학년 수업 때 이론화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배우게 되었어요. 이론화학은 계산화학이랑 요즘엔 크게 구분되지 않지만 조금 구분하자면 수식을 기반으로 이론을 만드는 게 좀 더 강했는데요, 이에 반해 계산화학 분야는 만들어진 이론들을 컴퓨터를 이용해 검증하는 과정이 주가 됩니다. 저는 컴퓨터를 다루는 것을 좋아했기에 계산화학에 흥미가 생겨 석사, 박사 과정에서는 완전히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연구하는 계산화학으로 넘어갔습니다.
3. 교수님께서 작년에 FACS 젊은 과학인상을 수상하게 되셨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 나온 수상자라고 들었습니다. 그 당시 소감이 어떠셨나요?
8년에 한번 분석화학 분야를 대상으로 주어지기에 받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대한화학회에서 지원해주셔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아직 교수가 된 지 몇 년 안 된 때다보니 이룬 게 많지 않았는데 그래도 잘 격려해 주시고 인정해 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했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분자 시뮬레이션을 이용해서 준안정성 팔라존 수소화물에 대한 반응식을 최초로 규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동원 박사팀의 연구에 어떻게 교신하게 되셨는지 궁금하고, 어떤 부분을 맡아 연구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 연구는 제가 미국에 포닥으로 있을 때 천동원 박사님이 어느 학회에서 우연히 이메일을 주셔서 시작한 연구였습니다. 계산화학의 장점은 분자를 다루는 모든 학문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입자가 자연 상태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실험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는 굉장히 작은 나노 단위의 크기에서 입자의 특수한 구조가 안정해질 수 있음을 에너지 계산으로 밝힐 수 있었습니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실험을 컴퓨터로 진행했다는 점에서 연구에 기여하게 된 것 같습니다.
5. 말씀해주신 대로 계산화학 분야는 저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약을 위주의 실험과는 다른 것 같은데 주로 어떤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
저희 연구실은 여러분들 게임할 때도 쓰는 그래픽 카드 NVIDIA를 사용합니다. 요즘에는 AI 학습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데, 저희는 NVIDIA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주로 합니다. 다수의 입자가 분자의 세계에서 스스로 움직이는 시스템을 컴퓨터가 계산해 주고, 저희는 계산 결과를 보면서 어떤 물리 법칙이 해당 현상을 결정하는지 원리를 찾기 위해 모델을 세우는 역할을 합니다.
6. 그러면 코딩을 통해 모델을 만드는 것일까요?
네 맞습니다.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분자 사이의 힘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모델을 코딩으로 만드는 게 첫 번째고요. 이후 컴퓨터는 이 모델을 통해 긴 시간과 3차원 좌표 상에서 분자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이를 분석하여 물리적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저희 연구팀이 진행하는 일입니다.
7. 연구를 진행하다가 실험이 막히거나 진행이 잘 안 될 때가 있을 텐데 그럴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학생일 때와 교수가 된 이후의 극복 방식이 좀 달라진 것 같아요. 학생일 때는 그룹을 만들어 같이 코드를 열어보고, 코드가 틀렸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시뮬레이션이 만들어지면 동영상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부분이 이렇게 이상한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생각하고 반복해서 틀어보면서 계속 오류를 찾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안 될 때 다른 연구를 진행해요. 연구가 좀 다양해지다 보니까 한 가지 문제의 원인만 계속 찾고 있으면 생각이 고정돼서 안 풀릴 때가 많더라고요. 멀티태스킹을 하면서 다른 연구를 통해 얻은 아이디어로 막힌 실험의 해답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8. 효율적인 연구 팁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교수님의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연구가 있을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다면 혹시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합니다.
터닝 포인트가 됐던 연구는 포닥 때 했던 연구인데 전극 표면에서의 분극 현상을 기존보다 10배 이상 빠르게 계산하는 방법을 알아내서 엄청 기뻐했던 기억이 있어요. 근데 엄청 좋아하고 나서 한 두 주 뒤에 30년 전 누군가 비슷한 연구를 논문에 썼던 것을 발견했어요. 그런데, 그 시절에는 컴퓨터가 없어서 그렇게 계산하면 맞다고 수학적으로 제시하는 것에 그쳤으나, 저희 연구팀은 효율적인 컴퓨터 알고리즘을 구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계산 가능함을 보였다는 점에서 차이를 만들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몇 년 동안 비효율적으로 수행했던 계산을 아이디어를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는 즐거움과 30년 전에 누군가 진행했던 이론적인 연구를 다시 기술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로 만들어낸 성취감, 그런 것들이 같이 섞여 있는 그 연구가 제일 개인적으로는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9. 최근에 진행하고 계시는 연구에 대해 알려주실 수 있나요?
계산화학을 크게 두 분야로 나누는데 양자화학 연구랑 통계 열역학 연구로 나눠요. 양자화학 분야와 복잡계를 다루는 통계 열역학 분야 각각에서는 훌륭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1개 분자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복잡계에 적용하여 수많은 분자의 움직임에서도 동시에 일어나는지를 확인하는 연구는 성공한 바가 없습니다. 이 연구를 성공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10. 교수님께서는 앞으로도 이 계산화학 분야를 연구를 하실 계획이신지, 최종적으로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이제 계산화학을 하다 보면 실험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거든요. 사실 저희 과에 계시는 여러 교수님들께서 랩을 크게 활용하고 계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은 컴퓨터를 통한 연구만을 진행하고 싶어요. 앞서 말했던 양자화학 분야와 통계 열역학 분야를 연결하는 것이 연구자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인 것 같아요. 후세에 그러한 연구를 성공한 연구자로 기억되면 좋겠어요.
11. 이제부터는 교수님의 진로 및 일상에 대해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서울대에서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 때는 사실 과에도 잘 안 나가고, 기독교 선교단체 동아리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했었어요. 지금은 이제 IBF라는 중앙 동아리가 된 곳에서 주전공 부전공 복수전공 모두 IBF라고 얘기할 만큼 오래 활동했습니다.(웃음) 동아리 내에서 소중한 인연들을 많이 만났어요. 현재 아내도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만날 수 있었구요.
12. 박사 과정은 서울대에서 하지 않고 미국에서 하셨는데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계기에 어떤 것이 있을까요?
학부 과정을 하면서도 유학을 가겠다는 생각은 좀 뚜렷했던 것 같고요. 그 당시 박사 과정은 미국에서 하는 것이 대학 내 분위기이기도 했어요. 저 또한 해외 생활을 경험해보고 연구에 쓰일 수 있는 다양한 지식들도 배우고 싶어 박사 과정을 미국에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13. 그렇다면 미국에서의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어떤 것이 있었나요?
교수와 학생들이 굉장히 활동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서로 화학에 대해 토론하기도 하고, 화학 반응식이 그려진 티셔츠를 함께 입고 퀴즈 대회, MT 등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정말 화학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았던 것도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지금 저도 학생들과 최대한 소통하고 여행도 가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14. 교수님께서 평소에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하시는지, 혹시 취미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인터넷 만화를 엄청 많이 보는 것 같아요. 만화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비디오 게임을 하다가 이제 교장 선생님께 걸려서 부모님 호출 당한 적도 있고 게임과 만화를 좋아했죠. 제 상식의 90%는 만화로부터 얻었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좋아합니다.(웃음)
15. 교수님께서 인상 깊게 읽은 도서나 본 영화가 있다면 혹시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을 듣고 바로 생각난 영화가 있네요. ‘흐르는 강물처럼’이라는 영화입니다. 미국의 시골 주에 사는 어느 목사의 가정에서 아이들 둘이 생활하는 잔잔한 영화인데요. 그 영화에서 좋아하는 메시지는 굉장히 많은 일들이 인생에서 일어나는데, 많은 강물이 하나의 바다로 흘러가듯이, 많은 인생의 굴곡들이 모여서 의미 있는 결과를 결국엔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제 인생 경로를 생각해 봐도, 사실 유학을 위스콘신 대학교에서 하기로 결정할 때도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러한 시도 없이는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것 같거든요.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실행에 옮겼던 선택들이 잘 모여서 지금의 나를 만들어냈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16. 마지막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여러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있으시다면 하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학 때는 항상 이 선택 저 선택을 처음으로 내가 주도적으로 하게 되니까 이 선택이 맞는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그게 너무 불안해서 선택을 계속 미루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지금 내리는 선택이 최선인지 아닌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거든요.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쉬워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본인이 최선을 다해서 한 선택들은 결국 자기에게 좋은 결과로 돌아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관심이 생긴 것이 있다면 자신감을 가지면서 선택하고 시도했으면 좋겠어요. 잘 안되어도 그 실패가 오히려 더 좋은 경험과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에 부담 없이 하고 싶은 거 해도 된다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김민혁 기자 kim90908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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