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5년 3월 신임교수 인터뷰] 수리과학부 홍영준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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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8기 | 주영진
 

*소속 : 수리과학부
*연구분야 : 기계학습, 과학계산
*이메일 : hongyj@snu.ac.kr
*Tel : 02-880-6543

올해 3월 수리과학부 교수님으로 부임하신 홍영준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기계학습, 과학계산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대학생들을 위한 값진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기사를 통해 교수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수리과학부 신임교수 홍영준 교수님. (사진 = 홍영준 교수님)
 
 

1.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하여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수리과학부 홍영준 교수입니다.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기계학습과 과학계산입니다. 기계학습으로 과학계산을 연구하기도 하고, 반대로 수치해석과 수학적인 내용으로 기계학습을 분석하는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기계학습과 과학계산의 이론과 응용을 연구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신임교원이기는 하지만, 이전에는 다른 학교에 있었어요.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박사를 받고,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하고, 센디에이고 주립대학교에서 3년 정도 조교수를 하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성균관대와 카이스트를 거쳐 서울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2. 서울대학교의 교수가 되신지, 두 달이 조금 넘으셨는데요. 소감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학생들을 보면 열정적이고 그리고 성실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제가 어떤 것을 설명했을 때 잘 따라오려고 열심히 집중하는 것을 보면 저도 더 열심히 설명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학교가 관악산 기슭에 있어서 경치도 좋고, 학교 식당도 맛있어요.
 

3. 교수님의 연구분야가 기계학습과 과학계산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앞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펼쳐 나가실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계학습을 공부한다고 했을 때, 공대에서 하는 기계학습의 느낌보다는 조금 더 수학적인 느낌에서 더 분석적이고 이론적으로 증명을 할 수 있는 그런 기계학습 연구들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기계학습의 이론적 해석을 할 수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래 연구하던 분야가 수치해석, 유체, 전자기 파동방정식 등의 과학/공학 응용과 연관이 많아서 이와 같은 분야에 기계학습의 방법론을 이용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서 박사 때 기상 예측 방정식을 이용한 연구를 진행했었는데, 요즘에 기계학습을 통해서 이런 것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이나 기계학습을 이용해서 내가 기존에 못 풀었던 유체, 고체, 더 실용적으로는 기상 예측이나 전자기 파동방정식을 통한 물성 예측 같은 것들을 전반적으로 연구하고 싶어요.

4. 교수님이 지금의 전공 분야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재미난 것을 찾아서 계속 공부했던 것 같아요. 내가 가장 재미났었던 것이 수학 연구였고, 그중에서도 좀 더 응용적인 분야에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응용수학을 접하고 공부하다가 기계학습에 관심이 생겨서 기계학습도 같이 연구하게 되었어요. 어떤 분야를 딱 정해놓고서 이 분야를 해야겠다고 틀에 딱 들어가기보다는 그냥 내가 흥미를 갖고 재미있겠다고 생각되는 분야들에 열심히 뛰어들었던 것 같아요. ‘새로운 분야인데 이걸 내가 과연 연구해도 괜찮을까?’ 이런 생각도 당연히 들긴 했지만, 그런 걱정보다는 그래도 일단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5. 교수님처럼 응용수학을 계속 공부해 나가고 싶어하는 수리과학부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선 응용수학은 수학이니까 수학을 잘해야 됩니다. 응용수학을 한다고 했을 때, 수학적인 것을 조금 등한시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면 안되요. 전 세계적으로 뛰어난 응용수학자들은 대부분 굉장히 탄탄한 수학적 바탕을 가지고 계세요. 그래서 수학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요. 또한, 응용수학이니까 내가 공부한 수학이 과연 실생활에서 어떻게 응용적으로 쓰일지에 관심이 많다면, 좀 더 선명한 관점에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타 학과 과목도 폭넓게 열심히 들었어요. 예를 들어서 박사 때 알아두면 재밌을 것 같았던 전산학과 수업이나 물리학과 수업이 나중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6. 또, 최근 서울대학교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다전공 제도 등을 통하여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데요. 수학을 공부하여 자신의 전공 분야에 적용하고자 하는 이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최근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수학을 부전공하거나 다전공으로 선택하면서, 자신의 학문적 폭을 넓히려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실제로 수학은 요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특히 기계학습이나 양자컴퓨팅 같은 첨단 분야에서는 수학적 기반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거든요. 새로운 과학이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것을 이론적으로 정리하고 분석해주는 수학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에 수학을 접목하고자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도메인을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수학을 찾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경우, 각자의 전공 분야에서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현상이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개념들을 수학적으로 정밀하게 표현하고 분석하고 싶어서 수학을 배우게 되거든요. 그런 점에서 수학은 정말 강력한 도구입니다. 특히 응용수학은 다른 전공과의 융합 속에서 생겨난 학문이라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수학을 공부하는 건 큰 장점이 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공부하다 보면 수학이 생각보다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그러면 더 깊이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들게 되고요.
 
 물론 학교에서 정해준 커리큘럼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고민해보고, 전공과 수학 사이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공부가 여러분의 가능성을 훨씬 넓혀줄 거예요. 수학은 여러분의 전공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나아가 새로운 융합 연구를 여는 데도 든든한 기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7. (다시 연구 이야기로 돌아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제가 박사과정 시절에 했던 연구인데요, 물리 기반의 기상 예측 시뮬레이션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실제 기상 예측에 쓰이는 편미분방정식들이 굉장히 복잡하고, 수치적으로 풀기도 까다로워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당시 제 지도교수님 그리고 NCAR¹⁾라는 미국의 기상청 같은 기관의 시니어 박사님과 함께 연구했는데요, 그때는 하루하루가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니 굉장히 의미 있고 재미있는 연구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렇게 실제 응용 문제에 수학을 적용할 기회를 얻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니까요. 그때의 경험이 시발점이 되어서, 한국에 온 지금은 극단적인 기상 예측을 기계학습과 수치해석으로 풀어나가는 연구 프로젝트가 국책과제에 선정되어 진행하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박사 시절 겪은 비슷한 연구 경험 덕분에 더 자신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비록 연구 할 때는 고통스러웠지만, 그만큼 좋은 연구였던 것 같아요.
1) 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로 기상학, 기후과학, 대기화학 등을 연구하는 미국의 연방 지원 연구센터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최근에 연구했던 인공지능 관련한 과학기계학습 연구인데, 수치해석과 기계학습이 융합하는 연구에 대한 기억이에요. 2018년, 2019년쯤 응용수학계에서도 점점 머신러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저도 본격적으로 이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어요. 당시 미국에서 조교수로 재직 중이었고, 마침 코로나로 인해 락다운이 시작되면서 집에서 거의 혼자 코딩하고 연구에만 몰두했었습니다. 그때 집중해서 만든 알고리즘과 실험들이 이후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고, 지금도 다양한 방향으로 이어가고 있어요. 무엇보다 이 두 번째 연구는 새로운 융합연구 주제를 스스로 개척해 나갔다는 점에서 저에게 특별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기계학습이라는 도구를 수치해석이나 물리 기반 모델과 잘 융합할 수 있다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고요. 제 연구의 스펙트럼이 확장된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연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상 예측 연구 프로젝트 현판. (사진 = 주영진 기자)
 
 

지구물리유체 방정식 연구를 공동 진행했던 Roger Temam 교수님, Michael Chekroun 박사님.
(사진 = 홍영준 교수님)
 
 

8. 연구를 진행하시는 교수님만의 방법이나 습관이 궁금합니다.
 
 연구자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도 대부분의 수학자들과 비슷한 루틴이 있어요. 아침에 학교에 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저한테는 이 시간이 가장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중요한 아이디어를 고민하거나 수식 정리를 할 때는 되도록 오전 시간을 활용하려고 해요.
 
 연구를 진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박사 시절 친구들과 자주 했던 말이 하나 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뭔가 시작해보지도 않고 “이건 안 될 것 같아”라고 멈추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사실 그렇게 하면 실패도 없지만, 가능성도 없거든요. 오히려 안 될 것 같은 시도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뭔가 떠오르면 일단 해보는 편이에요. 연구를 시작할 때는 범위를 넓게 잡고, 이것저것 저질러보면서 진행해보다가, 나중에 점점 중요한 부분만 남겨서 정리하고 좁혀가는 방식을 자주 씁니다.
 
 또 하나의 습관은, 생각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것인데요. 이건 제 지도교수님께 배운 부분이에요. 저희 교수님께서는 글을 쓰고 남기는 걸 정말 중요하게 여기셨거든요. 그래서 저도 LaTeX까지는 아니지만, 손으로 필기를 하면서 노트를 많이 써요. 박사 1, 2년차 때부터 써온 노트들이 아직도 집 책장에 한가득 쌓여 있어요. 어떤 건 아직도 다시 꺼내보기도 하고요. 당시에는 단순한 메모였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그때의 생각이 다시 연구의 출발점이 되기도 하거든요.
 
 

홍영준 교수님의 연구노트. (사진 = 주영진 기자)
 
 

9. 연구를 진행하다가 막히는 상황을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연구를 하다 보면 막히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반복하는 것은 학습이지 연구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연구가 잘 안 풀릴 때, 오히려 더 부지런해지자는 태도로 대응합니다. 생활 전반을 정돈하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죠. 예를 들어, 식사시간조차 고민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식당을 정해두고 매일 같은 곳에서 먹습니다. 그렇게 생활의 루틴을 단순화하고, 최대한의 에너지를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정합니다. 응용수학 연구에서는 특히 수치해석이나 머신러닝의 구조 설계와 관련해 기술적 난관이 자주 발생하는데, 그럴수록 더 많은 시간과 열정을 투입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풀지 못한 문제들도 있습니다. 그런 문제들은 지금도 마음 한편에 아쉬움으로 남아 있지만, 저는 그 아쉬움마저도 연구자의 길에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는가 하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10.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굉장히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그러다가 군 휴학 뒤에 복학을 하고 나서 공부하는 것을 진지하게 바라봤던 것 같아요. 진지하게 공부를 하다 보니까 재미있더라고요. 재미있으니까 좀 더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마음이 더 가게 되었어요. 그냥 재미있는 것을 계속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냈던 것 같아요.
 

11. 교수님이 계속 수학을 연구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원동력이라는 말이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연구와 직업에 대해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출근길이 꽤 즐거운 편입니다. 물론 연구라는 것이 항상 순탄한 것은 아니고, 때로는 고통스럽고 막막한 과정을 겪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수학이라는 분야를 연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큰 만족을 느낍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힘들어도 버틸 수 있고, 오히려 그 어려움조차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매일 아침 학교로 향할 때, 오늘은 어떤 생각을 해볼 수 있을지, 어떤 문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지 기대감이 생깁니다. 물론 잘 풀리지 않는 날도 많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저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그 소소한 설렘과 기대가 제가 계속해서 이 길을 걷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2.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며, 오히려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학생들이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불안해하지만,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분이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완벽한 답을 찾으려고 지나치게 조급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생에서 기회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며, 오히려 도전과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따라서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일단 실행에 옮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직접 부딪혀 보면서 배우는 것들이 가장 깊이 남고, 그 경험이 이후의 선택에 큰 자산이 됩니다. 물론, 무엇을 하든 가볍게 접근하기보다는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래야 시간이 지난 후에도 후회 없이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3.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은 지금 큰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을 공부하든, 어떤 길을 걷든 중요한 것은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하고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것을 향해 정직하게 나아가는 것이에요. 그리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는 때로 아주 귀중한 배움이 되어, 여러분을 더 단단하게 성장시켜 줄 거예요. 또한 스스로를 너무 조급하게 몰아붙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연구든 공부든, 길게 보고 성실하게 나아가는 사람이 성장하게 됩니다. 방향이 맞는다면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결국은 여러분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거예요.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주영진 기자 0jinjo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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