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신임교수 인터뷰] 생명과학부 심지원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8기 | 김민채 기자
* 소속: 생명과학부
* 연구 분야: 발생학 및 유전학, 생리학
* E-mail: jiwonshim@snu.ac.kr
* Tel: 02-880-6706

생명과학부 심지원 교수님. (사진 = 심지원 교수님)
올해 3월 새로 부임하신 생명과학부 심지원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인 초파리 유전학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교수님께서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여러 조언을 해 주셨다. 기사를 통해 심지원 교수님이 들려주신 값진 이야기를 살펴보자.
Q.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번 학기 생명과학부에 부임한 심지원이고요, 서울대학교에 오기 전에는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에 교수로 재직하였습니다. 초파리 유전학, 발생학, 그리고 면역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Q.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원(박사)을 서울대에서 했는데, 제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어요. 대학원 다니면서 연구하고 공부하는 게 너무 좋았는데, 좋은 기억이 가득한 곳에 다시 돌아오게 되어 너무 기쁩니다.
Q.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 나가실 연구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초파리를 모델 동물로 연구하고 있는데, 사람이나 대동물은 직접 실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편적인 생명 현상을 탐구할 때 초파리를 많이 이용합니다. 초파리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생명 현상들이 사람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지금까지 생명과학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은 연구 중 상당수가 초파리 연구였어요. 저희는 초파리 내에서 서로 다른 기관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개체의 항상성을 유지하는지, 그리고 발생을 조절하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고전 생물학에서는 세포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가 주된 질문이었는데, 최근에는 간이나 장, 뇌 등 기관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해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특히 관심이 있는 부분은 면역 시스템과 다른 기관들이 어떻게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또한, 감염이 없는 상태에서 면역 세포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면역 외의 면역 세포의 기능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Drosophila melanogaster. (사진 = Alexis Orion)
Q. 지금까지 해오신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가장 오래 고생한 연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웃음) 제가 한양대에 교수로 부임한 다음에 처음으로 한 연구 중 하나가 초파리에서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감지하는 신경이 특정 혈구의 분화를 조절하는 현상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사람으로 치면 코나 뇌에 있는 작은 신경 세포가 골수에 있는 줄기세포를 조절하는 것인데, 당시에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논문을 내는 일도 정말 힘들었어요. 이전까지 곤충은 숨을 쉴 때 숨관에 의존하고 적혈구와 같은 혈구 세포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조절을 받는 혈구 세포의 기능을 추적한 결과 초파리에도 적혈구와 비슷한 세포가 존재함을 밝혀냈습니다. 이 논문을 출판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고, 실험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그래도 데이터를 해석하려고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또 그 논문이 좋은 평을 받아서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분야의 전망을 간단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발생학과 면역학은 기초 학문이에요. 그런데 응용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기초 학문에 대해 잘 알아야 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발생학은 레고의 설명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몸은 수십억, 수십조 개의 세포가 모여 이루어지는데, 이 개체가 어떻게 조립된 것인지 알지 못하면 분해할 수도 없고 응용적인 사고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기초 학문을 잘 구축하는 것이 응용 기술의 바탕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발생학에는 아직 우리가 잘 모르는 미지의 분야가 많고 생명과학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새로운 영역도 계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연구할 게 많을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에요. 저는 박사 과정 때 꼬마 선충을 연구하면서 발생학과 유전학을 공부했는데, 박사 과정이 끝날 때쯤 남자친구(현재 남편)가 먼저 미국으로 가서 같은 학교에서 포스닥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공교롭게도 그 학교에는 꼬마 선충을 연구하는 분이 많이 안 계셨고, 제가 박사 때 공부한 유전자를 초파리 시스템에서 연구하는 랩에 연락을 드렸더니 두 시간 만에오라는 연락을 받아서 바로 가게 되었어요. (웃음) 우연한 계기로 초파리를 연구하게 되었지만 현재는 너무 재미있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제가 박사 때 초파리를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엉뚱한 질문도 던질 수 있었어요. 한 분야에 오래 있을 때의 강점도 있지만 여러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 것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있는 것 같아요.

Caenorhabditis elegans. (사진 = Wikipedia)
Q. 초파리에서 특별히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나요?
초파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유전학이 너무 아름답다는 점이에요. 유전학 시간에 배우는 것들을 실제 실험에 적용했을 때 이론적으로 계산한 값과 실험 결과가 똑같이 나오는 것이 너무 신기했어요. 다른 사람이 해 놓은 결과를 볼 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설계한 실험에서 너무 명확하게 결과로 증명되니까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걸 가능하게 하는 유전학적 도구가 완성된 모델이 아직 초파리밖에 없거든요. 이런 점에서 초파리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멘델의 유전학 (사진 = Wikipedia)
Q.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좌충우돌하는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뭘 해야 할지 잘 몰랐고. 취직도 기웃거렸다가(웃음) 그러다가 실험실에 들어갔는데 조금만 실험해도 선배들이 칭찬을 정말 많이 해줬어요. 그게 좋아서 실험실에 남았던 것 같아요. 또 좋은 교수님을 만나 즐거운 대학원 생활을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어요.
Q. 어떻게 교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이것도 솔직하게 말하면, 남편이랑 유학을 갔을 때까지만 해도 꼭 교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웃음) 저는 좋은 연구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좋은 연구를 한다고 꼭 좋은 저널에 논문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운도 좋아야 하고, 여러 요인이 따라줘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거죠. 다행히 첫 논문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래도 이거 하나면 취직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번째 논문도 또 운 좋게 좋은 저널에 출판하게 되어서 학교에 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교수를 목표로 했던 건 아니지만 계속 즐겁게 연구하다 보니 이 자리에 있게 되었네요.
Q. 연구를 진행하다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안 되는 경우에는 또 다른 시도를 해봐야 하는데, 일단 공부를 많이 하고 왜 실패한 건지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 비슷하겠지만 원래 안 되는 게 정상인 거고 잘 풀렸을 때 느끼는 짜릿함을 기대하며 계속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웃음)
Q. 교수님이 계속 연구자의 길을 걸을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재미, 즐거움, 그리고 앞에서 얘기한 짜릿함이 연구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해요. 또 최근에는 학생들과의 관계, 동료 교수님들과의 관계도 삶에 큰 즐거움이 되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 고민하는 것도 연구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Q.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취직을 할지 연구를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을 많이 보는데, 경험하지 않고는 답이 안 나와요. 그래서 고민하지 말고 몸으로 부딪혀보는 게 꼭 필요할 것 같아요. 최근에는 특히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보니까 글로 찾아보고 편향된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글과 다른 경우도 많거든요. 본인이 직접 경험해 보고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게 진로 탐색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교수님과 같은 연구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저는 연구에 있어서 질문을 잘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하고 항상 의심할 줄 알아야 해요. 의심의 배경이 탄탄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요. 특히 생물학은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학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본인이 재미있어서 시간을 많이 투자할 수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오고 가며 뵐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네요. 저도 신입 교원이다 보니 학생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김민채 기자 amymincha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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