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6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수리과학부 박정환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9기 | 이다인
      

*소속: 수리과학부
*연구분야: Knot Theory, Three and Four-dimensional Manifolds
*E-mail: jungpark0817@snu.ac.kr
*Tel: 1431 (OFFICE)
 
 
 

박정환 교수님 모습 (사진 = 이다인 기자)
 
 

   올해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에 부임하신 박정환 교수님은 매듭 이론과 3·4차원 다양체를 연구하는 수학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 공간을 넘어 4차원 공간의 성질을 탐구하고, 매듭과 같은 기하학적 대상을 대수학과 해석학의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연구한다. 학부 시절 위상수학의 매력에 빠져 연구자의 길을 걷게 된 과정부터 협업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연구 방식, 그리고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전하는 조언까지 박정환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학자로서의 삶과 생각을 들어보자.
 

1.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포항공과대학교 05학번으로, 2011년에 졸업했습니다. 이후 미국 텍사스의 라이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1년,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3년 동안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냈습니다. 이후 KAIST에서 약 5년간 연구와 교육을 이어오다가 이번에 서울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2. 서울대학교에 부임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무엇보다 기쁘고 기대가 큽니다. 훌륭한 학생들, 훌륭한 교수님들과 함께 열심히 연구할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이에요.
 

3. 교수님의 연구 분야를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위상수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위상수학은 ‘공간’을 공부하는 학문이에요. 공간에는 2차원, 3차원, 4차원 등 여러 차원이 있잖아요. 저는 그중에서도 주로 4차원 공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4차원이라고 하면 다소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 공간에 시간축 하나를 더한다고 생각하면 좀 더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4차원을 연구하다 보면 떼어놓을 수 없는 ‘매듭’에 대한 연구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4. 교수님께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대수학과 해석학이 무척 재미있어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그런데 사실 두 학문 다 상당히 추상적이거든요. 예를 들어 대수학에서는 군(group)을 배우고, 서로 다른 두 군이 같은지 다른지를 판별하는 방법을 한 학기 동안 배우기도 합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그래서 이것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던 중 위상수학을 배우게 됐습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두 매듭이 있다고 해볼게요. 각각의 매듭에 어떤 군을 대응시킬 수 있는데, 대수학에서 배운 방법을 이용해 이 두 군이 서로 같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면 원래의 두 매듭 역시 서로 같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게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물리적인 매듭인데, 이것이 풀리는지 풀리지 않는지를 대수적인 방법을 이용해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거죠. 대수뿐 아니라 해석적인 방법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위상공간을 연구할 수도 있고요. ‘이게 내 길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아마 학부 3학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5. 교수님과 같은 연구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이 분야의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사람마다 가진 서로 다른 강점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조합적인 직관이 뛰어나고, 어떤 사람은 대수적인 직관이 뛰어날 수 있어요. 위상수학은 굉장히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이용해 공간을 연구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각자가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6.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어려움을 극복하시는 교수님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요즘 수학에서는 협업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사람마다 각자 잘하는 것이 정말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도 가능한 한 다른 연구자들과 많이 협업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지난주에도 일본에 출장을 다녀왔는데, 제가 연구하다 막힌 부분을 다른 연구자에게 보여주면서 “이 부분이 잘 풀리지 않는데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고 이야기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기도 합니다. 반대로 너무 막힐 때는 그 문제를 아예 잠시 내려놓고 다른 연구를 하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냥 계속 붙잡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사실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아서 계속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7. 학부생과 대학원생 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사실 저는 좋은 학생은 아니었어요. 출석을 확인하지 않는 수업에는 거의 가지 않았습니다. 학생이 서너 명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수업 정도만 열심히 나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 부분은 조금 후회가 됩니다. 당시에는 ‘어떤 기준선만 넘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잘 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돌이켜보면 생각이 조금 짧았던 것 같습니다. 그때만 해도 제가 수학자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학점을 잘 받는 데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배움 자체에 조금 더 충실했어야 했어요. 대신 친구들은 굉장히 많았습니다. 그 친구들과는 지금까지도 잘 지내고 있어요. 대학원 때는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느라 이것저것 많이 경험했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습니다. 대학원 시절의 저 역시 과연 좋은 학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웃음)
  

8. 학부생이나 대학원생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으신가요? 

   대학원생 때 지도교수님께서 돌아가신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대학원 3년차 쯤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정말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었어요. ‘나는 이제 안 되려나 보다’라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오히려 그 일을 겪은 뒤 조금 더 독립적인 수학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지도교수님께서 “이것을 해봐라”라고 말씀하시면 마치 숙제를 하듯 그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연구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직접 돌봐주실 분이 갑자기 없어지면서 스스로 연구 방향을 고민해야 했어요. 당시에는 정말 큰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제게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9. 교수의 길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영화 <뷰티풀 마인드>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에 수학자 존 내쉬가 나오잖아요. 그전까지는 ‘수학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몰랐던 것 같아요. 수학은 좋아했지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몰랐는데, 영화를 보고 ‘저런 것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구나’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수학과에 진학했고, 주변 친구들이 대학원에 진학하길래 저도 대학원에 갔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원에 가보니 교수가 되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계속하면서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 교수가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10. 교수님을 계속 수학자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단순히 궁금한 것이 많아서 계속 수학을 생각했고, 그 과정 자체가 좋아서 연구를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됩니다. 학생들도 있고 연구원들도 있으니까요.
 
    제가 연구자로서 잘 지내야 학생들도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고, 이후 좋은 직장을 찾거나 박사후연구원 자리를 구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제가 최근의 수학계 흐름과 너무 멀어져 있거나 중요한 연구들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학생들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기도 어렵고, 연구원들에게 좋은 역할을 하기도 어렵겠죠. 그래서 요즘은 그 친구들이 제가 계속 열심히 연구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11.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요즘에는 특히 AI 때문에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아요. 제 제자 중에도 AI의 발전을 보면서 앞으로의 진로를 고민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특히 대학원생이나 학부생, 젊은 수학자들에게는 저희 때와는 또 다른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정답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결국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사회가 어떤 능력을 필요로 하는지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고, 그것을 잘할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가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부나 대학원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경험 자체도 앞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학을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정리와 계산법을 익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문제에서 핵심을 찾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분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훈련이기도 합니다. 꼭 수학자가 되지 않더라도 이러한 훈련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어요. 아직 진로가 확실하지 않더라도 지금 수학을 깊이 배우고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12.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미래가 불확실하다 보니 학생들이 불안한 마음을 많이 느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계속 흔들리기만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조금은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실력을 차분하게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이다인 기자 dain0308@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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