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뇌인지과학과 정동일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대 학생기자단 자:몽 8기 | 서채민
*소속 : 학부대학, 뇌인지과학과
*연구분야 : 의사결정의 신경과학
*E-mail : dongilchung@snu.ac.kr
*Tel : 02-880-1487

뇌인지과학과 정동일 교수님. (사진 = 서울대학교 학부대학 제공)
1.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정동일입니다. 전임으로는 학부대학 소속이고 이번에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는 겸무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뇌인지과학 중에서도 의사결정의 신경과학(decision-neuroscience)이라는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정보 처리를 통해 학습을 할 때 뇌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정보가 흐르고 통합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주 목표인 분야입니다. 이 연구를 위해서는 뇌과학뿐만 아니라 심리학이나 뇌공학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되어 사용됩니다. 연구는 뇌 영상 기법(neuro-imaging)이라고 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활용하거나 뇌파 측정, 시선 추적 등을 활용해 진행합니다. 또한 연구를 할 때는 다양한 정보들이 뇌에서 전부 숫자로 처리가 된다고 가정합니다. 이때 이 정보들이 어떤 흐름을 보이는지를 보기에 가장 적합하고 편리한 도구가 수학적 모델링이라 저희 연구실에서는 주로 계산 모델링(computational modeling)이라는 방법을 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학사와 박사를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서 했습니다. 이 학과는 고전적으로 말하면 바이오 메디컬 엔지니어링(bio medical engineering) 혹은 바이오 엔지니어링(bio engineering)에 해당되는 학과입니다. 학과가 공학과에 속해 있긴하지만, 뇌에 대해서도 공부하기 때문에 심리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했습니다. 서울대학교에 오기 전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8년 반 정도 근무를 했었고 9월에 서울대학교에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2.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감개무량하죠. 서울대 전체적으로 그렇다고 알고 있는데 뇌인지과학과 교수님들께서 가장 많이 자랑을 하시는 게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질문이 굉장히 날카롭고 세미나 같은 것에 참여하는 태도가 적극적이라는 것이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다른 연사분의 세미나를 참가해 보니 학생들이 창의적이고 날카로운 그런 질문들을 너도나도 열심히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고 앞으로 그런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3. 아까 교수님께서 간단하게 연구 분야를 소개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교수님이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 나가실 연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하는 연구는 굉장히 융합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이라는 것 자체가 사람을 중심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심리학, 신경생물학 같은 분야들이 사용됩니다. 또 사람들이 질병을 가지게 되면 그로 인해 뇌가 어떤 식으로든 변화할텐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임상에서 어떻게 질병을 바라보는지를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정신의학과도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분야는 컴퓨팅 모델링의 관점에서 보면 계산 신경 과학, 조금 더 인지에 대한 주제를 다루면 뇌신경과학이나 뇌인지신경과학, 질병 쪽을 주목하면 계산 정신의학이라고 다양하게 이름 붙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해온 연구들은 이런 라벨들이 다 붙을 수 있을 만큼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연구 환경상 MRI 기계가 없다는 한계가 있어 뇌파 기계같은 것을 이용해 모델링 위주의 연구를 많이 해왔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이곳에서는 이제까지 밝힌 계산 과정들이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밝히기 위해 실제 뇌 영상 기법(neuro-imaging)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또 색다르게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 여러 사람들이 상호작용할 때의 뇌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저희가 원래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들은 한 사람의 뇌가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보고 이를 컴퓨터에서 수식으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더 확장해 한 사람에게서 처리되는 정보들을 연결해 여러 사람들이 상호작용을 할 때 어떤 형식으로 정보가 처리되는지를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연구를 통해 여러 사람의 행동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면서 사회과학적인 주제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정보처리흐름을 통해 최적의 치료방법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해보고자 합니다. 연구를 할때는 neuro-modulation을 많이 연구해서 이용합니다. 이때 neuro-modulation이 전통적으로 이용되는 방식은 특정 영역이 활성화되었을 때 어떻게 행동이 바뀌었는지를 봄으로써, 그 뇌 영역이 어떤 정보 처리 과정에서 필수적이었다는 식으로 답을 찾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정보 처리 흐름을 알게 되었으니 계산 모형을 통해 특정 타이밍, 빈도수, 파라미터들을 조절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뇌 영역의 기능을 알아내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람들에게서 최고의 효율을 가지는 치료 방법이나 조절 방법을 제안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3-1. 교수님의 연구는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와도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시나요?
협업을 굉장히 많이 해야 되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학에서도 사람들이 어떤 형식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이라고 하는 분야가 있는데, 그런 연구자들과도 협업을 많이 합니다.
협업을 진행하는 방식이 딱 한 가지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세미나에서 질문을 주고받으며 얘기를 하다가 이분의 접근 방식이나 가정들이 제가 가지고 있던 질문들과 비슷하다라고 하면 같이 연구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혹은 연구의 방법론을 우리 질문에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방법론 측면에서 공동 연구를 시작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굉장히 훌륭하신 연구자분들의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을 무작정 드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기회로 만나 뵈었으면 좋겠다고 연락을 드리면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4. 교수님께서 하신 다양한 연구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엄마 아빠 중에 누구를 제일 좋아하느냐 같은데요.(웃음) 아무래도 최근에 한 연구가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요즘 사회에서 사람들끼리 SNS를 하며 모르는 사람과 정보를 자주 주고받죠. 그러다보니 모르는 사람들이 SNS에 올린 정보를 보며 극명하게 편이 나누어지고, 극단적인 의견 차이가 생기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나는 이유를 사람의 정보 처리 과정을 통해 이해해 보고자 하는게 이 연구의 시작이었어요. 그래서 이 연구를 굉장히 여러 기관에 계신 교수님들과 함께 진행을 했고, 연구를 위해 서울에서 뇌 영상 기법(neuro-imaging) 데이터나 행동 데이터 같은 데이터를 대규모로 모았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 연구를 할 때 관찰학습(observational learning)이라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관찰학습이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내린 결정을 관찰하면서 학습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이런 관찰학습을 하는 상황을 주고 얼마나 잘 학습하는지를 보았어요. 예를 들어 정치 대담 프로그램 같은 것에서 보면 내가 어떤 정치적 색깔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 편 남의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그런 영상을 보며 지속적인 판단을 할 때의 뇌 활성도를 찍었습니다. 그래서 연구에서는 실제로 사람들이 과연 우리편 말을 더 잘 들을 것인지, 다른편의 말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연구에서는 다른편이 하는 행동에 대한 학습률이 굉장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는 다른편이 한 행동의 선택지가 가치가 더 적다라고 왜곡해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되었고요. 또 정보처리를 할 때 관여되는 뇌 네트워크를 통해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편의 사람의 선택을 폄하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심리학, 정치학,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분들과 진행한 융합적인 연구였기 때문인 것 같아요. 또 초반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희 연구실에서 추구하는 연구의 방향이 단순히 사람들의 뇌만 이해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거시적인 측면에서 사회 문제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것인데 이 연구가 그런 맥락에 잘 맞다고 생각을 해서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5. 교수님께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제일 처음 뇌인지 신경과학을 공부하게 된 이유는 딱 하나만 재미있는 걸 찾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옛날 대학 시절까지 생각을 해보면 처음에는 물리학이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을 했었고 생명과학은 외우기만 하고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근데 거의 은퇴를 앞두신 어떤 교수님 수업을 들었는데 생물학 관련 과목을 너무 재미있게 가르쳐 주신 거예요. 그래서 생명과학인데도 불구하고 화학 작용이 몸속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들을 단순히 외우는 게 아니고 이해를 하는 형식으로 가르쳐 주셔서 굉장히 재밌다고 생각을 하는 게 하나의 계기가 되었어요. 다른 측면으로는 컴퓨터로 프로그래밍하고 코딩하는 게 되게 재밌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카이스트 같은 경우에는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데 생물학과 컴퓨터 전공 둘 중에 선택을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재미있게 수업을 들었지만 바이오 전공을 하기에는 생각을 해 오던 질문들이 있는 게 아닌 것 같고 단순히 재밌다고 CS 전공을 하기에는 너무 알고 있는 게 적은 것 같았어요.
근데 공교롭게도 당시에 학교에 바이오 및 뇌공학과가 생겼어요. 그때 그래서 그 학과에 들어가게 됐고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브레드 보드에 전선을 꽂아서 회로 설계하는 것도 하고 웨트 랩(wet lab)에 가서 PCR 돌리는 실험도 하고 코딩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배우면서 좀 전공에 대해서 고민을 할 시기를 더 가지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배운 것들 중에서 뇌인지 과학 부분이 재밌기도 하지만 모르는 게 많은 분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를 생각을 해보면 제가 2006년 정도에 대학원을 갔는데 그때는 의사결정의 신경과학 분야가 생긴 지 채 10년이 안 되었어요. 그래서 더 초반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6. 교수님과 같은 연구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궁금한 걸 그냥 하나씩 쫓아가면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예전부터 생각을 했던 게 요즘 학생들이 입학하면서부터 취직을 고민하더라고요. 여러 상황에 있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모두가 그렇게 될 수는 없겠지만 그 안에서 뭔가 재미있는 게 없을까라는 생각으로 학문을 접해보면 어떨까라는 원론적인 말이 먼저 생각이 납니다.
제 분야 자체에서 이야기를 하자면 이게 신생 분야 중 하나라서 그런지 교과서를 보고 커리큘럼에 따라서 공부하는 학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사람에 대해서 궁금하고 뇌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들이 재미를 붙이고 공부하기에 굉장히 좋은 학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또 다른 장점을 꼽자면 분야 자체가 워낙 다채로운 접근 방법을 이용하기도 하고 다양한 질문을 담을 수 있다는 거에요. 그 어떤 것들에 관심이 있더라도 그 중심에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거기에서 파생된 질문을 가질 수 있다면 이 안에서 어떤 길이든 찾을 수 있는 분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6-1. 뇌인지 과학을 연구하거나 공부하는 분들은 대부분 연구 쪽으로 진로를 희망을 하시나요?
많은 경우에 그런 것 같아요. 최근에는 창업을 하거나 산업 쪽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넓어진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뇌공학에서 치료법이나 치료 기기를 만든다거나 진단 방법(Diagnosis tool)같은 것들을 개발하는 것도 창업의 방향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장이 넓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가 그 분야로 가신 건 아니에요.그런데 최근에 보면 학생들이 갈 수 있는 루트가 좀 더 넓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분야가 공통적으로 하는 게 실험 질문을 만들어서 실험 디자인을 하고 데이터를 얻은 것을 분석하고 시각화하는 전반의 과정들이거든요. 이런 과정들이 어떤 회사에서도 필요로 하는 실무적 기술을 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어떤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하면 양질의 데이터를 얻는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근데 그 양질의 데이터를 얻으려고 하면 파라미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실험실에서 매일 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실무로 옮겨갔을 때 문제가 달라졌다 뿐이지 그런 기술은 계속 적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이 분야를 공부했다고 해서 계속 이 분야에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 대학교 동기들은 비슷한 공부를 하고 금융회사에 가서 시계열 분석기법을 금융 데이터 분석에 사용하기도 했거든요.
7.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굉장히 모범적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문적 경험 중에 하나를 뽑자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전공을 선택하고 나서 친구들과 들었던 실험 수업이에요. 이 수업이 목요일 오후에 몇 시간을 걸쳐서 실험 수업을 하는 거였어요. 근데 그 실험을 하기 위해서는 회로 설계도 해야 되고 코딩도 해야 되고 실험 데이터도 뽑아야 되고 여러 가지를 해야 해서 실험 수업 안에 실험이 끝나지가 않았거든요. 리포트를 완성해 그다음 날까지 내야하다보니 목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잠을 못 자고 48시간 정도를 보내는 굉장히 스파르타스러운 대학교 고학년 삶을 보냈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학문 이외의 삶은 취미 생활을 열심히 했는데, 공연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했었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공연을 했는데 공연을 하다 보면 1년이 다 갔었어요. 대학원 가서도 또 다른 종류의 공연 동아리를 했었고요. 이런 취미활동을 병행했던 게 약간의 활력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놀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8. 어떻게 교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사실 연구라는 걸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은 쭉 해왔던 것 같아요. 전공을 선택하고 나서부터 연구 주제를 잡고 거기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서 졸업을 하고 박사후 연구원이 되어서 연구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걸 또 배워야 해서 장시간 포닥 생활을 했습니다. 그래서 산업으로 진출하는 방향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정해진 파이프라인을 따라왔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운이 굉장히 좋아 교수가 된 것 같기도 해요. 학생들은 많지만 그 학생들이 졸업하고 나서 박사후 연구원이 될 기회는 조금 더 적고 박사후 연구원 중에서도 굉장히 일부만 학계에서 교수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성과나 타이밍 이런 것들이 다 좋아야 하는데 이게 모두 들어맞은거라 굉장히 운이 좋지 않았나 생각을 합니다.
그걸 떠나서 왜 하게 됐냐라고 하면 연구적 독립성을 가지는 게 너무 좋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학생 때는 연구실에 있으면서 뭘 공부하라고 하면 그걸 열심히 공부하는게 일반적이고, 포닥을 할때도 그 연구실에서 어떤 질문이 있다라고 하면 거기에서 파생된 거를 찾는 형식이잖아요. 그런데 교수라는 자리는 내가 궁금한 것을 내 상상력이 되는 한도 내에서 나만의 방향으로 풀 수 있는 최고의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해서 교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 되기 위해 노력해왔던 것 같아요.
9. 연구를 진행하다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계속 하죠. 사실 교수라는 직책에 있으면 혼자서 어떤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분석을 할 기회가 적고 여러 학생들의 프로젝트 관리와 멘토링 등 다양한 일을 해야합니다. 그래서 문제가 잘 안 풀린다라고 혼자서 직접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조금 적은 것 같아요. 대신에 그런 고민들을 학생들과 같이 이야기하며 지도를 하겠죠.
대신 예전에 어떻게 했는지를 생각을 해 보자면 되게 많이 걸어 다녔거든요. 일이 잘 안 풀리고 막혀있을 때 모니터를 보고 있다고 해서 해결책이 나오는 건 아니니까, 걸어 다니면서 생각을 정리했던 것 같아요. 또 저는 낙서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키워드들을 쭉 적어놓고 키워드들이 어떻게 연결이 돼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뭐가 맞는지 이런 것들을 시각화해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10.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학계에 있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너무 고민을 하지 말라는 이상한 조언을 해 드리고 싶어요. 제 학문 분야에서도 의사결정에 대해서 연구를 하잖아요. 고민을 오래 한다고 해서 최적의 답을 주는 건 아니거든요. 특히 어떤 학계 안에서의 전공선택, 구체적인 연구실 선택, 그 안에서의 연구 주제 선택같은 것은 선택을 하고 난 후에 그때 이렇게 할 걸 그랬지라고 후회하는 경우는 잘 없어요. 그래서 우선 선택할때 직감을 믿고 선택을 하면 좋을 것 같고 정 안 된다면 소거법이 도움이 됩니다.
선택을 한 다음 많은 학생들이 ‘이걸 공부를 해봤는데 제 스타일이 아닌 것 같아서 바꿨어요.’라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이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내가 그 학문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 입맛에 맞는지 안 맞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리고 어떤 공부를 하든 그게 나중에 다른 질문을 쫓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니, 하나의 선택을 했다면 거기에서 뭐라도 하고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11.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합리적인 선택은 무엇인가요?
그건 되게 쉬워요. 왜냐면 저희가 합리적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건 객관적인 이야기가 아니거든요. 수학적으로 합리적인 답들은 존재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합리적이라는 것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쓴 논문 중에 subjective optimality라고 용어를 붙인 게 있는데 사람들이 무언가를 평가하는 기준은 모두 주관적이라는 뜻입니다.
‘난 돈이 좋아’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는 시간이 좋아’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모든 사람에게 ‘좋다’라고 평가하는 기준이 다 다르고, 합리성을 계산할 때 사용되는 기준도 모두 다를 것입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다른 사람 조언을 따라서 이 분야가 뜬다더라, 이게 취직이 잘 된다더라라고 해서 공부를 해봤자 본인의 행복과 본인의 취직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제가 ‘난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이 좋아’라고 하면 남들은 질색팔색할 수도 있을거에요. 근데 뭐 어때요? 저만 맛있다고 생각하면 되는거죠. 근데 내가 남들의 시선까지 신경을 쓰고 싶거나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고 싶지 않아라고 하면 그때는 민트초코를 안 고르겠죠. 그러면 그 주관적인 가치 평가에는 나의 행복 안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의한 가치도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무슨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왜 이런 결정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12.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지금까지 종합대학에 있어 본 적이 없었는데 종합대학에 와보니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분야들이 정말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기야말로 융합적인 학문을 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학생 시절을 보낼 수 있는 학생들이 부러웠어요.
또 다른 측면으로는 이런 리소스가 있는 만큼, 여기에서만큼은 정말 기초 학문을 사랑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 예산이라든가 펀딩같은 것들이 공학적인 발견과 그에 따른 디바이스 개발에 집중이 되어 있거든요. 이 말은 전 세계적으로 자원을 분배할 때 기초 학문 분야가 수혜를 적게 받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에요. 근데 자연과학대학 안에 있는 학과들은 기초 학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그래서 서울대학교 내에서는 그런 융합적인 리소스를 잘 누릴 수 있으니 걱정없이 기초 학문에 많이 뛰어든다면 기초학문의 관심이 커지는 데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중요성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서채민기자 symhcm@snu.ac.kr
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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