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6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뇌인지과학과 이현주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대 학생기자단 자:몽 7기 | 이다인

* 소속: 전기정보공학부 및 뇌인지과학과
* 연구분야: 뇌/신경 인터페이스, 초음파 신경조절, 생체의료 센서 및 이미징
* E-mail: hyunjoo@snu.ac.kr


이현주 교수님.(사진 = 이현주 교수님 제공)


   자연과학대학 뇌인지과학과 교수님으로 2026년 9월 부임하신 이현주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미세소자 기술을 바탕으로 뇌공학을 연구하시는 교수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융합학문을 바라보는 관점과 불확실함에 도전하는 과학자로서의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위의 내용을 기사 속에서 교수님의 이야기로 들어보자.


1.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기정보공학부와 뇌인지과학과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에서 11년 동안 교수 생활을 했고 그 전에는 KIST에서 3년 정도 연구를 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미세 소자로 뇌와 몸을 측정하고 조절하는 바이오 전자 연구를 합니다.



2.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 대학교에서 11년 동안 익숙한 환경에 있다가 새로운 곳으로 오니 신선한 자극이 되는 것 같아요. 기대도 많이 되고 설렘을 주는 부분도 있어요. 가장 기대되는 점은 KAIST에서는 공학 위주의 학과에 있었는데 제가 하는 연구가 융합 연구이다 보니 의대, 뇌인지과학과, 생명과학부가 있는 서울대학교가 저의 공학과 과학이 협업할 수 있는 무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거예요. 또, 11년간 KAIST에서 일궈 온 연구실 문화를 서울대로 이어 와, 자연과학대학 학생들과 함께 그 지평을 넓혀 가고 싶습니다.



3.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 나가실 연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미세 소자 기술을 이용해서 인체와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소자를 만들고 그걸 통해서 새로운 생물학적 원리를 밝혀내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초음파, 빛, 전기 등으로 뇌나 세포를 자극하며, 시험관 내 세포 실험과 생체 동물 실험을 수행합니다. 인체에 에너지를 전달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질환의 치료를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특정 부위에 국소적 자극을 주면 뇌 회로를 생리학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에 풀지 못했던 인지신경과학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요. 요약하자면 치료용 초음파 뇌 자극 기기를 만들기도 하고 이 기술로 뇌과학의 질문을 풀어내는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공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는 정말 융합적인 연구를 하고 있어서 생기는 고민도 많아요. 공학하는 학생들과 자연과학하는 학생들 모두 좋아하는 연구를 해야 하기에 그 경계에서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소자만 잘 만드는 것은 생명의약(Biomedical) 분야에서 의미가 없어요. 의미 있는 질문을 잘 찾아내야 하는데 그런 질문은 뇌과학이나 자연과학에서 나와야 하는 질문입니다. 인류가 뇌에 대해 무엇을 모르는지, 이해하려면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를 파악하고, 그 질문에 맞는 소자를 만들어 다시 질문을 다듬어 가는 과정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융합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분야 중에는 뇌공학도 있어요. 이 분야에 제가 관심을 갖게 됐던 이유 중 하나는 뇌가 어렵다는 사실 때문이에요. 제가 은퇴를 할 때까지도 아마 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아무리 AI가 발전해도 질문이 고갈되지 않으리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어요. 학생들이 박사과정에 참여하는 6, 7년 사이에 AI, 기술이 발전한다고 없어지는 분야가 아니라 인간이 가지는 근원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분야가 뇌공학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미국에서는 뇌공학에 많이 투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정부 R&D K-문샷 프로젝트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추진할 예정이에요. 미국의 Neuralink¹에서 수행하는 실험이 한국에서도 가능해지는 기반이 될 것이고 향후 10년 동안 한국 BCI 분야의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하는 연구는 굉장히 다양해요. 오가노이드²를 3차원으로 감싸는 장비를 만들기도 하고 초음파 패치를 개발하는 연구도 수행했어요. 초음파 패치는 초음파로 몸 안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병원의 거대한 장비 대신 초소형화 시켜서 스티커 같은 형태로 만든 거예요. 기존 장비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오랜 시간 측정하는 것이 어려운데 패치 형태로 제작하면 소자와 연결해서 24시간 내내 장기간으로 볼 수도 있어 중환자들을 모니터링하기에 용이합니다.

1) Neuralink: 일론 머스크가 2016년 설립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개발 기업
2) 오가노이드: 줄기세포로 인간의 장기를 모방한 세포 집합체 



4. 교수님의 연구 분야는 전자공학의 미세소자 기술과 신경과학, 의학이 만나는 지점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서로 다른 분야들을 연결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 두 영역을 하다 보니 기술보다 질문이 먼저라는 말이 와닿아요. 특히 바이오메디컬 연구를 하면 할수록 연구가 현장의 실제 필요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료계에서 필요한 의공학 기술이 무엇인지, 자연대에서 뇌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공학 기술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려면 이분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질문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하더라고요. 그래서 서로 다른 영역을 연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공통 질문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5. 교수님의 연구팀에서 뇌파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수면 단계에 맞추어 초음파를 자극하는 동물용 closed-loop 신경조절 시스템을 개발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 초음파 신경조절 연구는 주로 마취나 고정 상태에 있는 동물을 이용했지만 이 연구는 장비 소형화에 성공했고 뇌 상태에 맞추어 자극을 조절할 수 있다는 성과를 거두었는데요. 기존에는 왜 이러한 방식이 어려웠는지, 교수님 연구팀의 어떤 기술적, 실험적 접근이 기존의 한계를 넘는 것에 핵심적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또 이 연구가 앞으로의 치료 연구에 열어 준 가능성을 설명해주세요.

   초음파 뇌 자극이라는 분야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크고 무거운 장비를 이용한 실험이었습니다. 저는 굳이 무거운 장치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저희 연구실이 가장 잘하는 실리콘 공정³을 도입해 보기로 했습니다. 실리콘 공정은 소자를 아주 작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서, 몸에 착용한 채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벼운 초음파 소자를 만들 수 있었어요. 그 결과 착용 가능한 초음파 소자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고, 이 장치로 수면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이 연구는 비침습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광유전학(optogenetics)⁴ 중에는 실제로 뇌에 무언가를 찔러넣어서 물리적으로 자극하는 기술도 굉장히 많아요. 하지만 저희의 꿈이자 연구 방향은 마취 없이 사람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환경에서 초음파를 조절해 뇌 질환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능한 장비가 없어서, 기존에는 쥐를 고정하고 마취한 상태에서 측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기에 그런 실험은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뇌를 열지 않고 몸 밖에서 소자 작업으로 행동과 수면 변화를 살펴보는 것에 성공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깨어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자극을 주면서 실시간으로 행동을 분석하거나 이미지를 볼 수 있게 되었어요. 특정 파라미터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는 개인 맞춤형 치료까지 갈 수 있는 기술입니다.

3) 실리콘 공정: 얇은 실리콘 판 위에 작은 소자나 구조물을 만드는 반도체 제조 기술
4) 광유전학(optogenetics): 빛을 이용하여 빛에 반응하는 특정 단백질 기능을 원격 조절하는 기술, 2026 노벨 생리의학상



소형으로 제작된 초음파 소자를 작용한 쥐의 모습(사진 = Jo et al.)


6. 기본적으로는 공학적인 면에서 시작해서 자연과학적이나 뇌과학적인 질문으로 간다고 이야기 해주셨는데 장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처음의 연구 질문이 바뀌거나 새로운 질문이 생긴 경험도 있으신가요? 

   네, 제가 지금까지 연구해 온 방향이기도 해요. 처음에는 막연히 공학자의 시선에서 뇌질환을  치료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해서 집속 초음파 기술⁵을 만들었고 두개골을 통과할 때 초음파가 휘는 왜곡인 skull aberration⁶을 보정하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또, 원래는 치료가 목적이었지만 하다 보니 초음파 홀로그램⁷이라는 여러 영역을 동시에 자극하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굉장히 재미있는 뇌인지과학 도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뇌는 회로로 구성되어 있고 여러 영역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잖아요.

두개골 왜곡을 보정하는 다초점 초음파 홀로그램(그림 = Kook et al.)

   그 관점에서 뇌를 연구하는 것을 기능적 연결(functional connectivity)이라고 합니다. 구조적 연결(structural connectivity)과 비교했을 때, 기능적 연결은 말을 할 때 뇌의 어떤 부위와 회로가 활성화되는지를 살펴봅니다. 제가 만든 기술은 한 부위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위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고, 시간차를 두어 순차적으로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술이 뇌의 특정한 흐름을 규명하는 데 쓰일 수 있는 도구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서울대에 온 뒤 앞으로 10년간의 연구 과제로 삼으려 합니다. 기능적 연결은 연구 범위가 굉장히 넓기 때문에, 저희 연구실은 이 분야를 연구하는 데 일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것에 집중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진행하는 과제 중 하나는 치매, 인지장애, 조현병 등의 질환을 기능적 초음파 영상(fUSI)으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두개골의 영향을 배제하고 MRI처럼 뇌에서 활성화된 영역을 3차원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는 쥐의 뇌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고 있고, 원하는 부위를 자극했을 때 연결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치료 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지만, 그 기반에는 기능적 연결의 관점에서 뇌질환을 특정 영역의 이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있었습니다. 그 연결을 이해하고 이상 영역을 고치면 치료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인지신경과학의 질문으로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5) 집속 초음파 기술: 초음파를 렌즈로 빛을 모으듯 한 지점에 집중시키는 기술
6) skull aberration: 초음파가 두개골을 통과할 때 위상 변화와 세기 약화와 같은 왜곡
7) 초음파 홀로그램: 홀로그램 렌즈로 초음파 파면을 원하는 모양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술



7. 교수님께서는 기술 개발과 기초 뇌과학이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발전시킨다고 보시나요?

   앞에서 이야기한 초음파 뇌자극기술은 하나의 예시예요. 기술이 나올 때마다 과학이 또 한번 발전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것 같아요. 현미경도, 광유전학도 그랬습니다. 인지신경과학이 아닌 공학이나 재료 분야에서 나왔던 기술들이 과학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기술이 나와서 과학이 발전하고 그걸 통해서 다시 기술이 발전하는 선순환이 되는 것 같아요. 좀 더 정교하게 뇌 이미지를 볼 수 있는 기술, 인체를 굉장히 국소적으로 자극하는 기술, 이런 기술들이 나올 때마다 수많은 질문들의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8. 교수님 연구실에서 개발하시는 신경 인터페이스, 초음파 자극기, 생체센서에는 각각 목적에 맞는 다양한 재료와 미세구조가 적용될 것 같습니다. 인체 영향을 줄이기 위해 연구실에서 사용하신 장치들 가운데 재료적 특성이나 구조적 설계 면에서 특히 흥미롭거나, 기존 장치와 차별화되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두 가지 예시가 있는데 하나는 오가노이드를 감쌀 수 있는 신축성 전극이에요. 우리 몸에서 전기 신호가 나오는 곳은 뇌, 심장, 망막 등이고 대부분 신경세포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러한 인체 신호를 전기적으로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는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해 온 주제입니다. 동물 실험을 대체하거나 인간의 생명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세포를 배양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뇌세포를 2차원으로 키우면 3차원인 실제 우리 몸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얇은 2차원 세포를 두껍게 쌓으려고 지지체(scaffold)를 이용해 봤지만, 여전히 네모난 판에 두께만 더한 형태였어요. 그러다 유전학이 발전하면서 줄기세포 기반으로 역분화해서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가노이드는 특정 신호를 주면 심장, 뇌로 발달할 수 있어요. 기존에는 뇌 오가노이드의 신호를 기능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자르고 염색했는데 그러면 오가노이드가 죽어버리죠. 그래서 저희 연구실에서 가장 잘하는 좋은 소자 제작으로 문제를 풀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가노이드를 양파처럼 감싸서 손상 없이 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아름다운 소자를 만들어보려고 한 거죠. 그 결과물이 3차원 신축성 전극이에요. 어떤 오가노이드는 매우 가벼워서 물에 떠다닐 수 있어요. 그래서 정말 유연한 물질이 아니면 잘 감싸지지도 않고 떠내려가서 잡기도 어렵습니다. 저희가 해결한 방법은 전극 자체가 구조적으로 잘 늘어나게 만드는 것이었어요. 재료 자체는 연성이 뛰어나지 않았지만 고분자 계열 재료를 뱀처럼 구불구불한 사행(serpentine) 구조로 만들었어요. 용수철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저희가 만든 소자 중 늘어나는 정도(displacement)가 가장 큰 편에 속합니다. 이것을 이용해서 3차원 공간의 신호분포를 측정할 수 있는 소자를 만들었죠.

오가노이드를 감싸는 3차원 신축성 전극(사진: Jang et al.)

   앞서 이야기한 것은 구조적인 접근이고 재료적으로 재미있는 것도 있어요. 지금 연구 중이라서 논문은 아마 내년에 나올 것 같은데 저희 연구실은 뇌를 읽고 쓰는 연구를 해요. 자극과 기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양방향(bidirectional) 소자 제작에 저희는 빛으로 뇌를 자극하는 광유전학으로 접근했습니다. 저희 학생이 만들고 있는 것은 발광 패치예요. 원할 때 빛을 내고 초음파를 투과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패치를 붙이면 발광하면서 그 위로 초음파 영상을 만들 수 있는 다기능을 가진 재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9. 교수님에 대한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학사, 석사, 박사 모두 전자공학을 전공했어요. 학부 졸업 후 석사과정을 밟던 중 회로 만드는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는데 매일 하는 일이 딱히 눈에 보이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지 않았어요. 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고 싶었는데 말이에요. 제가 만든 칩이 누군가의 핸드폰에 들어가서 도움이 되겠지만 직접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느꼈고 박사과정은 바이오메디컬 연구실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내가 만드는 기술이 어떤 식으로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도움이 되는 기술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 때문에 바이오 의료 분야로 들어서게 되었어요.

   박사과정에서 제가 간 곳은 초음파 이미징을 하는 연구실이었어요. 초음파 소자도 만들고 재밌긴 했죠. 이렇게 공학스러운 것들을 하다가 한국 KIST에서 연구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KIST 내 연구소 중 자연계열 신경과학을 다루는 센터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그 센터에는 재료, 기계, 전자와 같은 공학계열 박사님들이 많이 계셨고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곳에서 인지신경과학 논문을 접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논문 읽기의 재미를 그때 처음 알았어요. 박사과정 중에는 논문을 괴롭게 꾸역꾸역 읽었는데 분야를 타는 것이었던 거예요. 이런 분야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그래서 학부생 랩인턴을 할 때 여러 분야를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논문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읽고 싶어지고 일부러 찾아보게 되는 그런 신나는 분야가 있는데 한 분야만 해보고 나는 연구가 안 맞는다고 결론 내리면 아쉽잖아요.  

   저에게는 그런 분야가 바로 뇌공학이었던 거예요. 제가 늘 하고 싶었던 것은 지금까지 배운 것을 직접 적용하는 것이었는데 이 분야는 그 결과가 매우 직접적으로 보였어요. 실리콘 공정(fab 팹)으로 만든 탐침을 바로 뇌에 꽂아서 신호를 보고 분석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KAIST에서 교수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간 뒤에는 초음파 뇌 자극 연구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 그 분야로 특화되었고 저희 연구실은 초음파 뇌 자극을 국내에서 가장 오래 다룬 연구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10. 그러면 처음부터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대학원에 가신 경우는 아닌 것인가요? 어떻게 교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저는 석사과정을 MIT의 학석 연계 프로그램(학사 4년+석사 1년)으로 기업에서 했어요. 지도 교수님도 MIT에 계셨지만 주로 회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양쪽 다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박사 과정 끝날 즈음 회사보다는 연구소로 가서 연구를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운 좋게도 한국의 KIST에서 자리를 얻어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고 그 다음에는 KAIST에 가게 되어 정말 기뻤어요. 연구 중심 대학이라 연구만 할 수 있도록 최적화된 환경이었으니까요. 교수에 대한 꿈보다는 연구에 대한 꿈이 더 많았고요. 강의는 경험하면서 내공이 쌓였죠.  

   연구만 계속 할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 없었지만 교수를 하면서 발견한 좋은 점은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인 것 같아요. 저보다 젊고 활기차고 열정 넘치는 학생들이랑 함께 하면서 조금씩이라도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뿌듯한 것 같아요. 그 과정을 보면서 옛날 지도 교수님이 하신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어떤 학생이 들어오더라도 10% 성장해서 나가면 나는 할 일을 했다.’ 라고 하신 적이 있으시거든요. 제가 학생들한테 시간을 쓰고 조금 더 기회를 줄수록 아이들이 성장해요. 그런 면에서 감사한 직업이죠.


11.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에너지가 넘쳐서 활동을 많이 했어요. MIT 국제 학생 회장도 하고 생활 면에서 늘 행복한 학생이었지만 늘 마음 한편에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많은 성향이었죠. 시험을 그렇게 못 본 것도 아닌데 너무 우울해하고 활동할 때는 행복한데 공부와 커리어에 관련된 걸 너무 심각하고 모호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미래에 대한 불안이 너무 컸던 것을 돌아보면 걱정할 시간에 이것저것 다 해 봤었어야했다는 생각이 이제 와서야 드는 거예요. 그렇지만 그때로 돌아가면 아마 똑같겠죠.

   학부와 대학원은 좀 달라요. 학부는 자유롭게 다 해볼 수 있도록 사회가 허락한 유일한 시간이에요. 하지만 대학원은 학부 때 해본 것 중 진짜 연구를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죠. 대학원은 긴 터널을 지나가는 느낌이거든요. 그때는 더 전념해야하고  정신적으로 강해져야 해요. 이 과정에 끝이 없더라도 그 과정 동안 내가 무엇인가를 배워 한 우물을 파자라는 생각이 들어야 되는 것 같아요.


12. 교수님이 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지금과 다른 선택을 해 보고 싶으신 것이 있나요?

   많이 있을 거예요. 그때 두려움이 없었다면 할 수 있었을 것들을 생각해요. 저는 졸업은 무조건 4년 안에 해야 되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최적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두려움에 움츠러들지 않고 졸업은 조금 늦추고 교환 학생도 가고 복수전공도 하고 스타트업 가서 일도 해봤을 것 같아요. 휴학도 해보고요. 이런 것들이 모범생 길을 걷는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것 같아요. ‘이러다 내 인생 망하는 거 아니야?’ 라는 걱정이 들잖아요. 그런데 그때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시기예요. 휴학하면 회사에 갔다가도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지만 졸업 후에는 커리어가 시작되니까 더 어렵게 느껴지죠.
   제일 후회되는 것은 MIT에서 운영하는 한 학기 Cambridge 교환학생  연구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제 친구는 갔고 저는 졸업 탓에 여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가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때 조금 더 넓은 세상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으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학부생 때는 물줄기가 확 퍼지듯이 이것저것 해보고 내가 인생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보내면 좋겠어요.


13. 학부생 시절에는 진로와 전공, 앞으로의 선택에 대해 확신이 없어 선배나 교수님께 조언을 구하게 되는 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인터뷰도 어쩌면 그 일환일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막연하게 스쳐지나갔던 말들이 시간이 지나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와닿는 순간이 있기도 한데요. 교수님께서 학생 시절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 중, 당시에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의 교수님이 되기까지 오래 남아 영향을 준 조언이 있으실까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한참 어려움이 많던 박사과정 시절 남편의 모교인 카이스트 교수님이 하셨던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그런데 일단 와닿지 않잖아요. 저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거든요.(웃음) 또, 제가 고민 상담을 했더니 한참 듣다 한 마디 하시는 거예요. “원래 똑똑할수록 엄청 재고 따지는데 그러다 아무것도 못한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많다고 하시면서요. 똑똑하기 때문에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고 싶어서 해보기 전에 먼저 재보는 거죠. 이걸 했을 때 득과 실을 따져보거나 잘하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일을 해도 되는지 고민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 말이 두 가지 면에서 와닿지 않았어요. 첫째로는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고 두번째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대로 해야할 것 같은데 저는 그럴 용기가 없었으니까요. 똑똑할수록 재고 따지다가 아무것도 못한다는 말은 가끔 우리 학생들에게서도 보이는 것 같아요. 알고도 실천하기란 참 어려운 말이지만 그래도 따르려고 노력해야하는 말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고보니 어른들이 말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이렇게 깨달아요.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말은 인생보다는 연구에서 의미가 있는 말이에요. 연구에서 당장 빨리 눈앞의 결과를 보기 위해서 실험하다 보면 망치는 경우도 많고 결국 다시 처음부터 다시 하게 되거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꼭 하고 넘어가야 하는 과정은 천천히 하라고 많이 이야기해요.


14. 연구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도 기대한 만큼의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거나 처음 세운 가설과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기도 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특히 연구를 막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잘되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것이 어려운 것 같아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들였음에도 뚜렷한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맞아요. 그래서 연구를 할 때는 애초에 마음 가짐 자체를 결과가 안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돼요. 왜냐하면 아무도 가지 않았던 학문을 새로 연구하는 거잖아요. 아니라면 이미 교과서로 나왔겠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어려운 것이고 또, 전 세계 사람들이 도전하고 있는 문제를 저만 풀 수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만이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당연히 결과가 안 나온다고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다음부터는 시간을 가지고 결과가 나오지 않는 시간을 견디며 나의 델타Δ를 보는 거예요.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논리가 얼마나 탄탄해졌고 어떤 방법론을 배웠고 교수님과 얘기를 하면서 어떤 인사이트를 얻었고 동료랑 얘기하면서 어떤 성장을 했는지와 같은 것들.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답답한 것 같아요. 내가 성장하고 있는지조차도 의문이 들 수 있죠. 제가 박사 졸업 단계의 학생을 보면 석사 시기에는 교수의 말을 따르다가 박사 1, 2년차에는 연구는 혼자 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3, 4년차에는 다시 겸손해지는 과정을 거치며 6년 동안 많이 배웠다는 것을 깨닫고 끝나요. 어떻게 보면 그 과정 하나를 배우는 것이 석박과정인 것 같고 그 깨달음을 얻고 졸업하는 학생이 승자라고 생각해요.  

   결과가 안 나오는 건 당연한 것인데 그것을 두고 우울해 할 필요가 있을까요. 꾸준히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볼까 이걸 시험해 볼까 하면서 계속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논리가 탄탄해지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좋아요. 그러다 보면 뚫려요. 굉장히 신기하죠. 가장 안 될 것 같고 포기해야지 할 때 풀립니다.


15. 교수님을 계속 과학자이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애초에 제가 평생 하는 일이 재미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지라 교수라는 직업은 너무 감사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재미있고 과학 문제 푸는 것도 너무 재밌고요. 또 제가 자율적인 성향이라 누가 풀 문제를 정해주는 것을 싫어하는데 제가 해보고 싶어서 찾은 질문을 풀 수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16. 연구 외의 취미나 경험 중 의외로 연구 방식에 영향을 준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연구와 관련없는 취미나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해주셔도 좋습니다.

   저에게는 그게 테니스예요. 테니스를 정말 좋아하지만 솔직히 저는 운동 신경이 거의 없어요. 초등학교 시절에 나머지는 다 만점 받다가 체육만 꼴찌할 정도로 재능이 전혀 없는데 테니스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대로 샷이 안 나와도 다음 날 또 나가요.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하는 저를 보면서 연구가 이런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그래도 공부를 어느 정도 잘했으니까 이 길을 걸어왔는데 테니스는 잘하지 못하는 데도 포기할 수가 없는 거예요. 그걸 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연구도 좋은 저널에 논문을 출판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한 거예요. 테니스도 한 포인트를 제가 이기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한 샷을 할 때 제가 원하는, 정말 잘 맞았을 때의 딱, 하는 그 소리가 나는지에 집중해야해요. 그러면서 제가 연구를 왜 하는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하게 되었어요. 저희 대학원생들에게도 논문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라 풀고 있는 연구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발전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17.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주 전기정보공학부에서 주최하는 전공하나 모임에 갔을 때 한 학생이 인생의 모토가 있는지 물어봤어요. 당시에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있습니다. 어떤 소설에 나왔던 것 같은데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⁸

  이 말이 저에게는 굉장히 자극이 되는 말인 것 같아요. 학생일 때는 자신이 선택한 전공을 배우고 있는 과정이지만 살다 보면 아이를 낳고 결혼하고, 제가 선택하지 않았고 제 통제를 벗어나는 삶이 흘러가요.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제가 20대, 30대에 생각하고 살아왔는지에 따라서 인생이 달라져요. 30대를 제가 생각하는 대로 살았으면 40대도 정말 원하는 모습으로 이어질 것이고, 반대로 30대를 그저 사는 대로 흘려보냈다면 40대에는 제가 원하는 방향과 전혀 다른 곳에 있을 거예요. 제가 나이가 들면서 주변 친구들을 보면 노력한다고 반드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과 신념을 갖고 방향을 정했던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그 방향으로 나아가 있더라고요. 솔직히 그냥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그렇지만 저는 생각하는 대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 말이 가끔 안일해질 때 자극이 돼요. 그래서 자연대 학생들이 이 말을 꼭 생각해보고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주체적인 삶이라는 것에 대해서. 남이 좋아 보이는 삶을 위해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치있는 인생의 길로 가야 하는데 그것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수업도 들어야해서 쉽지 않겠지만 그런 나만의 질문을 찾는 시간을 학부 때 가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8) 폴 부르제, <정오의 악마>





참고문헌

1. Jo, Y., Lee, S.-M., Jung, T., Park, G., Lee, C., Im, G.H., Lee, S., Park, J.S., Oh, C., Kook, G., Kim, H., Kim, S., Lee, B.C., Suh, G.S.B., Kim, S.-G., Kim, J. and Lee, H.J. (2022), General-Purpose Ultrasound Neuromodulation System for Chronic, Closed-Loop Preclinical Studies in Freely Behaving Rodents (Adv. Sci. 34/2022). Adv. Sci., 9: 2270218. https://doi.org/10.1002/advs.202270218

2. Kook, G., Jo, Y., Oh, C. et al. Multifocal skull-compensated transcranial focused ultrasound system for neuromodulation applications based on acoustic holography. Microsyst Nanoeng 9, 45 (2023). https://doi.org/10.1038/s41378-023-00513-3

3. E. Jang, S. Shin, S.-G. Lee, et al. “ Stretchable Microelectrode Arrays with Microneedles for Reliable Electrophysiological Recording of Human Heart and Brain Organoids.” Advanced Science 13, no. 46 (2026): e75778. https://doi.org/10.1002/advs.75778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이다인 기자 24dain@snu.ac.kr
카드뉴스는 자:몽 인스타그램 @grapefruit_snucn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