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지구환경과학부 추정은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8기 | 이예원
* 소속: 지구환경과학부
* 연구분야: 위험기상
* E-mail: jungeunchu@snu.ac.kr
* Tel: 02-880-6711 (OFFICE)

추정은 교수님 사진. (사진 =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홈페이지)
올해 9월 지구환경과학부에 부임하신 추정은 교수님은 태풍, 토네이도, 몬순, 해양열파 등 다양한 극한기상 현상의 발생 메커니즘과 기후변화에 따른 변화를 연구하는 대기과학자이다. 고해상도 지구시스템 모델링, AI 기반 예측기술을 활용하여 위험기상의 예측성을 향상시키는 추정은 교수님을 만나 지구과학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1. 얼마 전 부임하신 만큼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학생들을 위해 교수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26년 9월에 자연과학대학에 부임하게 된 추정은입니다. 저는 지구환경과학부에서 위험기상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위험기상 연구실은 Severe-weather Technology, Observation, and Risk Monitoring Laboratory이며, 약칭은 STORM Lab 입니다. City University of Hong Kong에서 4년 동안 조교수로 근무하다가 서울대학교로 오게 되었습니다.
2.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한국 최고의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라 굉장히 설렙니다. 여기 계시는 교수님들도 제가 우러러봤던 분들이셔서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아직도 조금 믿기지 않습니다. 2학년 수업 ‘대기환경 개론’을 맡고 있는데, 질문도 많고 질문의 내용도 깊어서 아주 설레는 시작을 하고 있습니다.
3.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 나가실 연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태풍, 토네이도, 해양열파, 몬순 등 종관 규모보다 작은 위험기상이 기후가 변화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이런 현상들의 예측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모델로 모의할 때 무엇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기후와 기상재해, 리스크는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리스크는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지 등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위험기상에 대해서 사회가 잘 대응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4. 지구시스템 시뮬레이션은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개발 및 검증 과정에서 어떤 자료가 활용되고, 어떤 요소를 고려하는지 궁금합니다.
지구시스템 모델링은 기권, 수권, 지권, 빙권, 생물권 5개의 권역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지구를 4차원으로 컴퓨터에 옮겨둔 것입니다. 현상을 수치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지구를 격자에 옮겨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격자보다 작은 현상들은 계산할 수 없기 때문에 파라미터화라는 과정을 거쳐서 각 권역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컴퓨터상에 구현하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모델링에 필요한 자료를 이야기할 때 두 가지로 구분해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초기 조건이고, 다른 하나는 경계 조건이에요. 초기 조건은 오늘의 전 지구적인 모든 자료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의 날씨 같은 거예요. 경계 조건은 경계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을 뜻합니다. 해수면을 예로 들어 생각해 봅시다. 해수면을 경계로 아래쪽에는 바다가, 위쪽에는 대기가 있는데 태풍이 불면 해수면이 냉각되는 효과가 있고, 수온이 올라가면 대기 중으로 잠열, 현열이 방출되는 것처럼 경계면에서 서로 교환하는 현상들이 포함됩니다.
또한 이산화탄소 등 강제적으로 처방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강제력이라고 하며, 시나리오에 따라 미리 조건을 처방해서 시뮬레이션을 하게 됩니다.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이러한 경계 조건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 현재를 그대로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조금 나아질 것인지를 보는 거예요.
5. 위험기상은 예측이 매우 중요할 것 같은데 예측에서 AI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요? 기존 수치예보나 기후모델과 비교했을 때 AI의 장점과 한계는 무엇인가요?
AI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다는 거예요. 기존의 수치 모델은 계산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반면 비선형적인 AI 모델은 계산량이 많아질수록 비싸고 한 번 트레이닝 시키는 데 시간이 좀 걸리지만, 트레이닝이 된 이후부터는 몇 초 만에 계산을 할 수 있어 굉장히 빠릅니다. 그래서 그러한 계산적인 효율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리소스가 풍부하지 않은데 최근 AI 모델들이 관측과 유사한 수준으로 올라와서 AI 모델을 이용해도 좋은 퍼포먼스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현재도 관측 센터 중에 AI 모델을 쓰는 곳이 있습니다. 태풍에서도 경로나 강도 예측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현업에서 쓰는 모델들은 엘니뇨 등 장기 변동성을 잘 모의하는 것 같은데 작은 규모의 현상들은 여전히 관측 기반 모델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개발할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6. 교수님 주요 논문 중 온실 효과로 인해 열대 저기압의 밀도와 태풍이 해양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를 보았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가을 태풍과 슈퍼 태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기후 변화가 태풍의 발생 빈도와 강도,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합니다.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IPCC 보고서에 쓰이는 모델은 CMIP(Coupled Model Intercomparison Project, 기후모델 상호비교 프로젝트)입니다. 거기에 쓰였던 모델의 해상도는 대부분 1도, 즉 약 110km입니다. 저는 대기 해상도 0.25, 해양 해상도 0.1도 수준의 가장 해상도 높은 고해상도 CMIP 모델로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 태풍이 잘 모의되는지, 미래에 태풍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실험했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난 30년에 비해서 2배, 4배가 되었을 때 태풍이 어떻게 변할지를 살펴본 논문이었습니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지표면의 온도가 올라가는데, 모두 동일하게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지표면의 온도는 대기를 데우는 역할을 하는데, 현재 기후와 비교해 상대적인 편차를 보면 적도 지역의 상층 기온이 훨씬 높게 증가합니다. 북위 30˚에서 남위 30˚ 사이에는 수증기가 많고 수증기의 단열 효과가 나타나 대류권 상층의 온도가 더 많이 증가하고, 기온감률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대기가 안정해집니다. 즉, 적도에서 공기가 수렴해 올라가고 위도 30˚ 부근에서 하강하는 해들리 순환이 약화되게 됩니다. 이러한 안정화 효과 때문에 아열대 지역에서의 태풍 발생 빈도는 줄어듭니다.
하지만 중위도 지역이 따뜻해지면서 해수면 온도가 27˚ 이상이어야 한다는 태풍 발생 조건을 충족하고, 태풍이 생길 수 있는 위도가 북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적도 지역은 태풍 발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한반도 같은 중위도 지역에서는 태풍 발생 빈도가 증가하는 결과를 고해상도 모델을 통해 얻었습니다.
7. 교수님께서 참여하신 연구에서 OWZP-Transformer 모델을 개발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기존 모델에 비해 어떤 점이 개선되었는지 모델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15가지 변수를 예측에 필요한 기본 변수, 환경 변수, 구조 변수, 그래디언트 변수, 총 4개의 카테고리로 나눴습니다. 예전에 많이 쓰이지 않았던 구조에 포함되는 owg라는 파라미터를 사용해서 모델 이름에 넣게 된 겁니다. 그리고 ChatGPT의 기본 알고리즘에 속하는 LSDM, TCN, Transformer로 모델을 트레이닝 해본 결과, Transformer가 가장 모의를 잘해 조금 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보통 AI는 블랙박스처럼 여겨지잖아요. 그 안에서 어떻게 처리가 되는지 잘 모르니까 어떤 변수들이 결과에 기여했는지를 살펴보려고 변수를 하나씩 빼는 실험을 했습니다. 하나씩 빼서 퍼포먼스가 안 좋아졌다는 것은 그 변수가 중요하다는 의미이고, 퍼포먼스가 좋아졌다는 뜻은 해당 변수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죠. 그렇게 하나씩 테스트하면서 태풍의 경로와 강도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파라미터가 상충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경로를 잘 예측하는 변수들은 강도 예측을 잘 못하고, 강도를 잘 예측하면 경로 예측을 잘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가 원래 모델을 설계할 때의 손실 함수(Loss Function)에서 경로와 강도를 따로 처방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 상충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손실 함수를 따로 처방하고 나서 퍼포먼스가 훨씬 좋아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태풍 같은 경우, 경로 예측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향상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강도 예측은 거의 변함이 없었어요. 그 이유는 태풍의 강도가 24시간 만에 급격히 상승하는 급강화 현상(Rapid Intensification)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 만에 변하기 때문에 강도 예측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강도 예측을 잘하는 모델, 강도와 경로, 급강화 현상까지 모두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된 연구였고, 기존 모델에 비해 예측 능력이 약 30~50% 향상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8. 교수님께서 현재 전공 분야를 공부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어렸을 때 부산에서 자랐습니다. 옥상에 조그마한 평상이 있었는데 할머니랑 앉아서 그냥 노을을 바라보면서 ‘왜 저렇게 붉어지지?’, ‘멀리 올라가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또 어렸을 때 아버지가 일본 오사카에서 근무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오사카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서 많은 사상자를 낳았던 사건이 있었어요. 무사히 돌아오셨는데 그때 일본에서 모서리가 깨진 소니 TV를 그대로 들고 오셨습니다. 모서리가 깨졌는데 작동은 잘 되는 TV를 보면서 ‘모서리는 어떻게 깨졌지? 지진은 왜 생기는 거지?’ 하는 생각을 항상 자연스럽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는 지구과학 선생님이 해주시는 별 관측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너무 매료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구과학을 앞으로 꾸준히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전공을 좀 빨리 선택한 편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무조건 지구과학을 하겠다는 생각 자체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요.
대학교에 가서도 너무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데이터를 다루는 학문이다 보니 프로그래밍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데 그러면서 전공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거든요. 저는 반대로 이게 너무 재밌었습니다. 컴퓨터를 다루면서 데이터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지구로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에 너무 매력을 느꼈어요.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들이고 나니까 더 이해할 수 있는 현상들이 많아져서 당연히 대학원에 가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 분야를 계속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이후로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이 너무 재밌어요.
9. 교수님과 같은 연구 분야로 진출하기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위험기상은 우리가 한 그리드에서 다룰 수 있는 것보다 작은 현상들이 대부분입니다. 토네이도를 생각하더라도 수 초에서 수 분 정도 지속되다가 사라지는데 이러한 짧은 스케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여전히 관측하기도 힘들고 예측하기도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기상 분야는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기술과 AI가 발전하면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질 것 같아요. 그리고 현상을 다룬다는 것은 우리가 배운 수학적인 방정식이 어떻게 우리 지구에 적용되는지를 배우는 것인데 정말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데이터를 많이 다루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 관련 스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상을 더 작은 스케일로 들여다 볼 때 컴퓨터를 다루는 데 자신이 있거나 배우려는 의지가 필요한 것 같아요.
10.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의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부생 때는 제가 아는 바운더리를 벗어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어디 다니고, 경험하고 이런 걸 너무 좋아해서 뭔가 새로 도전하고 싶고, 이 지역을 벗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고 싶고 해서 여행을 많이 다녔던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스무 살에서 스물한 살로 넘어갈 때 40일 동안 인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거든요. 거기서는 제가 알고 있는 상식이랑 너무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기차를 1시간, 2시간 기다리는 게 당연한 거예요. 처음에는 화도 나고,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일주일쯤 지나면 익숙해지고요. 처음 도착했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에 설레면서도 두려웠습니다. 한국은 단일 민족으로, 모든 것이 획일화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낯선 곳에 갔을 때 오는 자극들, 새롭게 깨우치는 것들이 되게 즐거웠던 것 같아서 그 이후로 국내, 국외 여행을 많이 다녔던 것 같아요. 또 하고 싶은 게 많은 성격이라 부산 사투리로 ‘하고집’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영어 스피치 스터디, 독서 모임 같은 것도 많이 참석했던 것 같습니다. 배우고, 사람들이랑 교류하며 서로 주고받는 것을 좋아해서 다양한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11. 어떻게 교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저는 원래부터 교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공부를 했던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지구과학을 하는 게 재미있고, 연구를 하는 것이 즐거워서 계속 하다 보니까 기회가 주어졌던 것 같아요. 교수라는 직업은 제가 할 수 있을 때, 제 분야를 필요로 해야 되기 때문에 운이 따라야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열심히 연구를 하다 보니 저의 분야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었을 때 ‘나도 지원을 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원을 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해요. 좋은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회가 왔던 것 같습니다. 대신에 다른 지역에 가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특히 홍콩대학교에 태풍 연구로 매우 유명한 세계적인 과학자가 계셨어서 그분이 계시는 곳이라면 가서 너무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던 것 같고, 그분이 이제 막 은퇴를 하시고 태풍을 연구하는 사람을 찾았던 거예요. 제가 그분의 뒤를 잇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그분이 계셨던 곳이니까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한국과 비교했을 때도 한국에는 매년 두세 개 정도의 태풍이 오지만, 홍콩은 대여섯 개의 태풍이 옵니다. 한국의 2배 정도 태풍이 많이 오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해야 하지만, 연구의 소재가 많아서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12. 연구를 진행하다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이 생길 경우,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저는 논문을 쓰다 막히면 아무 생각을 안하고 손을 움직입니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한 번 어긋나 버리면 그 뒤의 줄도 계속 망가지는 거니까 잠시 벗어나 손이나 몸을 쓰는 활동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제 취미 생활은 마크라메 만들기이고, 라탄 티코스터, 귀걸이, 가방 등을 만듭니다. 그리고 시간이 있다면 요가와 명상하는 것을 좋아해요. 수영도 좋아하는데 조용한 상태에서 나에게 집중해서 내 호흡은 어떤지, 내 몸 상태는 어떤지 파악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제가 명상 호흡법을 1년 정도 배웠는데 이 호흡법이 긴장했을 때나 마음이 불편할 때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13. 학부생/대학원생 혹은 홍콩대학교 재직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 태풍 경보와 주의보가 있듯이 홍콩도 ‘시그널’이라는 경보 체계가 있습니다. 태풍이 오면 시그널 3에서 8, 9, 10으로 단계가 올라가게 돼요. 태풍 시그널이 3단계에서 8단계로 격상되면 지하철도 셧다운되고, 출근했던 사람들도 집에 가야 합니다. 어느 주말이었는데 태풍 3단계 때 집에 있다가 태풍이 근처에 오긴 했지만 절대 8단계로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에 연구실로 출근을 했습니다. 3시쯤 출근을 했는데 열심히 연구하다 보니 어느새 저녁 9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태풍 시그널이 9까지 올라간 거예요. 그걸 모르고 있다가 지하철을 타러 갔는데 지하철 문이 닫혀 있는 걸 처음 봤습니다. 너무 놀랐어요. 집에 가려면 터널을 통과해야 해서 걸어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택시 승강장으로 갔는데 한 200명이 줄을 서 있는데 택시가 오는 속도가 점점 줄어드는 거예요. 제가 중국어를 잘 못하는데 옆에서 옆 동네를 말하는 소리가 들려서 급하게 “저는 어디 산다, 같이 택시 타자” 하면서 팀을 만들었습니다. 한 몇십 명 정도 남았을 때 그 아주머니가 뛰어가길래 같이 달려갔어요. 거기에 새까만 벤이 있어서 같이 타고 갔습니다. 너무 신난 나머지 넘버 플레이트를 확인할 생각도 안 하고 그냥 같이 탔는데 타서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타 있어서 긴장되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일례로, 유럽에 학회가 있어서 유럽을 가야 했는데 당시 제가 끊었던 비행기가 두바이를 경유해서 가는 거였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두바이에 정말 전설적인 홍수가 와서 공항이 물바다로 변하고, 비행기가 착륙하는데 진짜 강에 착륙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비가 많이 온 적이 있었거든요. 비행기는 타야 하니까 공항에 갔는데 비행기가 못 떠서 사람들이 공항에 노숙하고 있고, 짐도 도착을 못하고 그래서 결국 그 학회에 참석하지 못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동료 교수님들은 “기상재해 하는 사람이 왜 항상 이런 일을 겪나”라고 하셨답니다. 자연 재해를 연구하지만 정작 자연 재해에 가장 취약하면서 그 직격탄을 자주 맞는 캐릭터가 되었던 기억이 나요.
14.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을 위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학생들이 지구과학을 전공할 때 가장 고민하는 것은 이 전공을 했을 때 취업은 할 수 있을지, 일이 행복할지에 대한 고민일 것 같아요. 사람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직업에서는 연구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이랑 부딪히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굉장히 큽니다. 그런데 제가 자연과학을 하면서, 특히 지구과학을 하시는 분들은 인간이 다룰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스케일을 다뤄서 그런지 겸손한 것 같아요. 지구라는 곳에서 우리는 너무 작은 존재거든요. 그래서 제가 아는 많은 분들이 순수하고 겸손한 것 같고, 주변에 그런 분들이 많아서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같이 일하는 사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하는 것은 이 분야가 재미있다면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구를 다루다 보면 데이터를 보고 현상을 예측할 수 있는, 100년 후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한 학문이잖아요. 지구시스템은 다 유기적으로 얽혀 있어요. 그러니까 약간 우리 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 몸에서도 예를 들어 어떤 염증으로 인해 두통이라는 현상이 나타났다면 그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되는 거잖아요. 이런 것처럼 얽혀 있는 현상들의 메커니즘을 풀어나가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직업적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모델링을 하는 분야가 있고, 관측을 하는 분야가 있고, 아주 작은 마이크로스케일 도시 규모의 현상을 다루시는 분들, 몬순과 태풍처럼 종관 규모를 다루는 분들, 전 지구 규모를 다루는 분들도 있고, 이산화탄소 포집 관련 연구를 하시는 분도 있고, 식생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지구과학을 하면 대기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확장성이 아주 좋은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데이터를 많이 다루다 보니 AI나 데이터 사이언스와도 관련이 깊어요. 저도 AI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보고 있고, 저랑 같이 연구하시는 분들 중에서 태풍이 사망률이나 병원에 가는 횟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분도 있고, 대기가 바이러스를 어떻게 전파하는지에 관한 연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확장성이 큰 연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연구가 굉장히 많아요. 사회적인 부분, 재난, 보건, 위생, 식생 등 다양한 것을 할 수 있고, 이 분야를 하시는 분들은 데이터를 잘 다룹니다. 그래서 이 분야를 벗어나서도 충분히 잘 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취업하는 데 크게 걱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기상청만 생각하는데 환경부나 에너지 관련 분야, 데이터 사이언스, 수자원 공사 등 다양한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고 막상 와서 보면 되게 다양한 분야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아마 학생들이 직업적인 면에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일 것 같아서 이렇게 답변을 남깁니다.
15.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학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를 경험하는 마음으로 하면 도전하는 것이 두렵지 않은 것 같아요. 왜냐하면 도전을 하려고 하면 이거 실패하면 어떡하지 걱정을 할 거잖아요. 그런데 ‘나는 실패를 경험하기 위해 이걸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면 무언가 새로운 분야나 새로운 경험에 발을 들이기 쉽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실패를 경험한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분야에 많이 도전하고 경험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실패든 좋은 경험이든 부지런히 살고 부지런히 경험을 하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결국은 내가 열심히 살았던 것에 대해 언젠가는 리워드를 받는 것 같아요. 그러니 지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조급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도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실패를 통해 분야를 확장하고 다양한 경험을 했던 모든 순간이 좋은 자원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했던 많은 실패들의 경험, 도전의 경험이 지금의 저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는 것 같아요.
자연과학대학 학생기자단 자:몽 이예원 기자 uuony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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