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신임교수 인터뷰 - 신근유 교수님

신임교수 인터뷰 - 신근유 교수님

생명과학부 김예은, 화학부 김채린

생명과학 연구, 특히 질병과 면역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선 모델 생물이 필수적이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의 실험실에서는 초파리, 예쁜꼬마선충, 원숭이 등 다양한 모델 생물에 대해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모델 생물은 생명과학 연구에 큰 발전을 가져왔으나, 인간 특이적 질병 등 모델 생물로 연구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인간 질병을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서 제시된 해법 중 하나가 줄기 세포 (stem cell)이다. 
2022년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 줄기 세포 및 인간 질병 발생 모델을 연구하시는 신근유 교수님께서 새로이 부임하셨다. 이번 기사에서는 생명과학부 신임 교수, 신근유 교수님을 인터뷰했다. 

Q. 자연대에 새로 오시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새로 부임하신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학생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고려대학교에서 학부 생활을 마치고 미국 유학을 떠나 미치간 의과 대학(University of Michigan Medical School)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하버드(Harvard University)에서는 박사 후 연구원을 한 경력이 있고, 스탠포드 의과대학(Stanford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에서는 instructor로 일했습니다. 교수로서 부임한 첫 대학은 오레간 보건과학대학(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였습니다. 이렇게 17년간의 미국 생활을 끝으로 한국으로 돌아와, 포항공대에서 6년 정도 교수로 지냈습니다. 서울대는 올해 3월 부임하여 한 학기 지냈습니다. 이렇게 쭉 이야기해보니 제가 참 많이도 돌아다녔네요. 아무래도 역마살이란 게 타고났나 봅니다.

Q. 교수님께서 오가노이드와 발생 질환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시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연구를 하시는지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랩은 간단히 말하자면 조현병과 자폐 같은 뇌질환이나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질병 연구에 있어 중요한 것은 바로 모델링입니다. 제 연구에서 질환들의 모델로 줄기세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에 대해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21세기 들어 국내에서 큰 관심을 받은 생명과학 연구 주제 중 하나가 줄기세포였으니까요. 무엇이 줄기세포 연구의 계기가 되었을까요? 
대표적 모델에는 쥐, 예쁜꼬마선충, 초파리, 침팬지 등이 있습니다. 그중 쥐는 인간과 같은 포유류이면서, 침팬지에 비해 유전자 조작이 쉬워 녹아웃 마우스(knock out mouse) 등의 모델을 만들기 용이하기에 가장 오래 쓰였습니다. 쥐를 모델로 이용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제약회사가 약을 개발하는데, 약 개발이 계속 실패를 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연구 과정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모델에 문제가 있음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약의 타깃이 인체 질환인데 모델로 쥐를 사용했기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거지요. 그래서 줄기세포를 이용한 모델로 인간과의 연관(relevance)을 높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Q. 인간 질환 연구 모델로서 더 이상 모델생물이 아닌 인간의 조직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줄기세포로 인간의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in vitro 연구 모델로 사용하고자 하는 겁니다. 인간의 조직을 사용하기에 쥐를 모델로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좋은 실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희 랩에서는 뇌질환과 암에 관해 주로 연구하는데, 특히 뇌질환은 연구하기가 까다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현병이라는 뇌질환은, 배아 발생 시기에 뇌에 이상이 생기지만 바로 표현형으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외부적 자극 등의 환경적 요소가 더해졌을 때 비로소 발병합니다. 따라서 조현병의 발생 flow를 관찰하고 어느 development stage(발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배아 단계의 줄기세포가 필요합니다. 해당 뇌질환이 있는 사람의 세포를 얻어 역분화를 유도시킴으로써 배아발생과정을 모사한 것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 랩은 배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유도만능줄기세포 모두 다룹니다. 배아줄기세포를 얻으려면 배아를 파괴해야 하기에, 배아를 보는 관점에 따라 윤리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과거에 이미 만들어진 배아줄기세포는 활용이 가능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허가를 받으면 IVF(In Vitro Fertilization,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버려지는 배아줄기세포를 활용 가능합니다. 저희 랩은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결국 저희 랩은 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모델링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혹시 모델링 외의 다른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활용하기도 하시나요?

세포치료제로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병든 세포는 약을 통해 치료할 수 있으나, 죽어버린 세포는 치료조차 할 수 없어요. 파킨슨병은 뇌 피질(celebral cortex)의 도파민계 신경세포가 파괴되는 질병으로, 약을 통해 병세의 진행을 더디게 할 수는 있으나 치료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세포를 직접 주입하는 겁니다. 환자의 피부세포를 역분화한 뒤, 다시 도파민계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뇌에 이식하면 치료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방법론을 세포치료제라 칭합니다.

Q.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질병 발생을 연구하고, 질병의 치료제 연구를 위해 오가노이드 3D 모델링 제작하는 과정을 연구하시는 거군요. 교수님 연구에 관한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교수님께서 어떻게 질병 발생과 줄기세포에 관한 연구를 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어떠한 진로를 꿈꾸셨고 어떻게 지금과 같은 교수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저는 학부생 때 학점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주변인과 세상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구체적인 장래희망은 없었으나 어느 분야로 진출하든 그 분야에선 무조건 성공해야겠다는 목표 하나는 학생때부터 굳건히 지켜온 것 같습니다. 3학년 때 생화학 수업을 들으면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들과 같이 연구를 진행한 생화학 교수님의 커리어가 멋있다고 생각해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고, 그 교수님 랩에서 석사 과정을 거치고 유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진학 후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며 연구하다 보니 교수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mouse 모델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내가 가진 옵션이 그것뿐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더 나은 연구를 개척해서 과학계에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자 제대로된 연구를 하고자 한 것이 지금의 연구로 이어지게 된 것 같습니다.

Q. 자연과학대학에는 제각기 꿈을 안고 입학했으나, 보다 더 구체적인 진로에 관한 고민에 부딪힌 학생들이 많습니다. 그런 학생들을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먼저 학생들이 목표 설정에 있어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유념했으면 합니다. 과학계에서 많이 쓰이는 연구 방법론 중 하나입니다. 학생들을 보니 지금 당장 내가 무얼 해야 할지, 다음 학기에 어떤 수업을 들을 지에 관심이 쏠려 있더군요. 그러나 마땅한 답안을 찾아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아 보입니다. 먼저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을 정한 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퀘스트를 달성해야 하는지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미국 유학을 갈 때, 적어도 세계 랭킹 20위 안에 드는 대학에 가야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런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선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찾아봤더니, 토플과 GRE(Graduate Record Examination, 미국 대학원 입학시험) 점수를 높여야 했습니다. 그때 제가 할 일은 영어 공부와 GRE 시험 공부였겠지요. 둘째로, reactive하지 말고 proactive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스스로 하고자 해서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잘 하는 분야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학부는 힘을 축적하는 시기입니다. 학부생으로서의 4년간, 좋은 성적을 얻는 것보다 내가 진정 잘하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 더 값질겁니다.

Q.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인터뷰를 떠나, 말씀을 너무 재미있게 해주셔서 뜻깊은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학생들에게 학점이나 여행을 인생의 목표로 설정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학부생의 공부를 통해 사회에 나가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이 대학 입시를 거치면서 성적을 받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 등에 있어 학점은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학습능력이 아닌, 사고 능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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