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2년 3월 신임교수 인터뷰] 수리과학부 유필상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2022년 3월 신임교수 인터뷰] 수리과학부 유필상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자:몽 5기 주정원

* 소속 : 수리과학부
* 전공 : Physical Mathematics (물리수학)
* E-mail : philsang.yoo@snu.ac.kr
* Tel : 02-880-6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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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리과학부에 올해 3월부터 부임하신 유필상 교수님을 인터뷰하였다.

- 자연대의 새로운 교수님으로 오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새로 부임하신 만큼, 아직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학생들을 위해 본인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길 바랍니다.

수학, 그중에서도 물리수학을 전공하고 있는 유필상이라고 합니다. 노스웨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다음 예일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을 한 뒤 칭화대에서 근무하다가 이번에 새로 부임하였습니다.

연구실(27동 301호)의 유필상 교수님. (사진=주정원 기자. 2022. 08. 03.)

연구실(27동 301호)의 유필상 교수님. (사진=주정원 기자. 2022. 08. 03.)

-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모교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참 뜻깊습니다. 특히 저에게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들과 함께 나란히 가르칠 수 있다는 점이 영광스럽게 느껴지고 그만큼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도 듭니다. 앞으로 좋은 연구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는 욕심도 큽니다.

// 연구분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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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서울대학교에서 새로운 연구실을 꾸려 나가시게 되실 텐데,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나가실 연구 계획의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일견 수학과 물리학은 서로 독립적인 학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리학이 우리 우주의 삼라만상의 법칙을 이해하려고 하는 학문이라면 수학은 인간이 궁금한 것들에 대해 순수하게 인간의 사고를 통해 발전시킨 학문입니다. 하지만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물리학을 이해하는 데 순수수학은 필수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수학 자체는 어떠한 응용도 염두에 두고 발전시킨 것이 아닌데 결과적으로 우주의 법칙을 기술하는 데 쓰였다는 점이 신기하고 놀라운 점입니다. 이렇게 물리학에 사용되는 수학을 엄밀하게 이해하려고 하는 분야를 보통 수리물리학(mathematical physics)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1980년대에 들어서 다른 방향의 연관관계가 밝혀졌습니다. 순수수학의 문제를 푸는 데 물리학의 아이디어를 활용하는 일들이 생긴 것이죠. 양자장론이나 초끈이론과 같은 물리학적 이론 체계의 아이디어를 이용해서 수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새로 발전된 분야를 물리수학(physical mathematics)이라 부릅니다.

이렇게 우주를 이해하려고 하는 학문인 물리학과 인류가 궁금해서 공리계로부터 쌓아올린 학문인 수학이 같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 신기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현재는 순수수학의 아주 일부분의 문제를 물리학의 아주 일부분의 아이디어를 활용해서 풀 수 있는 셈인데, 저는 물리학을 더 체계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알아내고자 합니다. 또한 물리수학의 예에 해당하는 이론들을 늘려 감으로써 양쪽 분야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자 합니다.

- 물리수학에 대한 구체적인 예시가 있을까요?

가장 유명한 예시로는 거울대칭이 있습니다. 수학에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기하학적인 조건을 만족하는 대상의 개수를 세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평면 위에서 2개의 점을 지나는 직선의 수는 1개이죠. 이러한 문제가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특별한 종류의 문제에서는 각 상황에 대한 degree (자연수 d)가 커질수록 어려워지는데, 수학자들은 d=1인 경우는 1886, d=2인 경우는 1986년에 해결하였지만 그 이후의 해결에는 난항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물리학자들은 모든 d에 대한 답을 한 번에 제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결과를 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다르게 보이는 두 이론의 쌍대성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두 이론에서 각각 물리량을 생각할 수 있는데, 한 이론에서 나오는 물리량은 계산하기 어려우면서 수학자들이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고, 다른 이론에서 나오는 물리량은 상대적으로 쉬운 계산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달라 보이는 두 이론이 사실은 같은 이론이라는 것이 물리학의 쌍대성의 아이디어입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통해 물리학자들은 상대적으로 쉬운 계산을 통해서 수학자들이 알아내고자 하는 문제의 답에 대한 추측을 제시했습니다. 이후에 수학자들은 그 추측을 엄밀하게 증명한 것입니다.

// 연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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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문제를 어떻게 찾으시나요?

제가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사실 수학과 물리학이라는 학문이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느냐 하는 문제이지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은 수학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므로 보다 실제 연구는 보다 구체적인(concrete) 것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한 연구를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제 방식대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가다 보면 보통의 경우에는 질문이 생깁니다. 앞선 연구자가 답해 두지 않은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스스로 답변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 문제가 안 풀릴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 연구에서 증명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시나요?

딱히 이렇다 하는 건 없는 거 같아요. 수학 문제는 사실 완전히 풀리기 전까지는 안 풀리는 단계가 항상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문제가 안 풀리는 것이 수학자로서는 기본적인(default) 거고 문제가 풀리는 날이 오히려 드문 거죠. 그 자체에 대해 좀 익숙해지고 어떤 의미에서는 즐길 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물론 문제 해결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기도 하고 공동연구자(collaborator)와 대화(discussion)를 많이 하기도 하면서 풀어나가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되는 경우도 있고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증명을 위해 전에 있었던 논문의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경우는 많지 않나요?

그런 경우도 물론 있죠. 수학이 결국 그런 학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해놓았던 아이디어들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진로 선택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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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수학의 분야 중 물리수학을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학부생 때 물리수학을 하기로 이미 마음먹었는데요. 제가 학부생 때 여러 분야를 기웃거린 편인데, 그 당시에 생각했을 때 이 분야가 가장 미스터리하다고 생각하고 또 가장 흥미롭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이 다양한 종류의 수학을 접했는데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고요. 수학 내에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미스터리는 많이 있지만 이 분야는 수학을 넘어서는 메타수학의 의미에서, 인류가 서로 완전히 다른 목표를 가지고 발전시킨 수학과 물리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수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방식 자체에 대한 미스터리이기도 해서 더 흥미롭게 여겨집니다.

- 학부생 때에 분야를 결정했다고 말씀해 주셨는데, 학부생 때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사실은 노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학교 숙제나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학부 공부를 열심히 한 사람들은 바쁘니까 다른 걸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는데, 저는 학과 공부는 충실하지 않더라도 제가 궁금한 분야를 찾아서 공부를 했습니다. (책장을 보여주시며) 정말 다양한 종류의 수학이 있는데 그것들에 관심이 굉장히 많아서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훑어보면서 재밌어 보이는 것을 공부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좀 넓게 공부하기도 했고, 그런 성격 때문에 결국 하고 싶었던 수학을 찾기도 한 거고요. 요약하자면 보통 말하는 범생이 스타일은 전혀 아니고 노는 걸 굉장히 좋아하는 학생이었는데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학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구실(27동 301호)의 책장. (사진=주정원 기자. 2022. 08. 03.)

- 수학 중에서도 좀 더 관심있는 분야를 찾아나서셨던 거군요.

네 사실 학생들 중에서는 그런 친구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면에서는 남들보다 발달해 있었던 것 같아요. (기자: 깊이 들어가다 보면 대학원 과정도 있을 거고요.) 그렇죠. 대학원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대학원 과정 그 이상의 것들도 있었고요. (연관 있는 전문 서적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요.) 그렇습니다.

- 수학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택한 분야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수학으로서의 물리수학은 정말 비주류에 가까운 학문이고 굉장히 신생 분야이기도 합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좁은 의미에서는 현재 국내에서는 관련 연구자가 저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연구자들을 다 열거할 수 있을 만큼 그 수가 적습니다. (기자: 미래가 보장되지 않았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으셨나요?) 확실히 그렇죠. 전통적인 수학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약간의 어려움이 있긴 합니다. (이 분야를 계속 하면 잘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없으셨나요?) 저는 그런 걱정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은 재밌어서 한 게 제일 크고요. 개인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는데 그런 현실적인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대학원을 갈 때 한국에는 해당 분야를 하시는 교수님이 없었겠네요.

저는 대학원을 미국으로 갔는데요, 제가 하는 분야를 연구하시는 분이 세계적으로 몇 명 되지 않는데 그 중의 제일 대가와 같이 연구하려 간 것이었습니다. 원래 미국 대학원은 12월에 지원해서 이듬해 8, 9월에 학기가 시작되는데, 저는 지원하려는 해 여름에 미래의 지도교수님을 미리 면담하고 나서 그 대학원에 지원하여 입학 허가를 받았습니다. 보통은 여러 대학을 지원한 다음에 어드미션을 받은 대학들 중에서 제일 좋은 데를 가서 거기서 지도교수를 정해서 공부하는데 반해서, 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학부생으로서 되게 이것저것을 해보면서 제가 하고 싶은 것을 미리 찾았고, 결국 그 덕분에 제 지도교수님께 배울 수 있게 된 것이죠.

// 대학원 시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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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 때 있었던 일화나 느낀 점이 있을까요?

미국이라는 나라가 연구하기에 훨씬 좋다는 걸 느꼈어요. 하나를 얘기하자면 학생들끼리도 그렇고 교수들끼리도 그렇고 전혀 다른 분야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학문적인 대화를 진짜 많이 해요. 거기에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은 수학이 너무 다양화되어 있고 또 각 분야는 굉장히 깊고 어렵기 때문에 혼자서 공부하는건 한계가 있거든요. 자신의 분야만 파고 들어가면서 연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서로 소통함으로써 배울 수 있는 게 굉장히 많은데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미국 가서 정말 몸소 느꼈던 것 같아요. 한국에 있을 때는 사실 그렇게까지 생각을 못했거든요.

문화적인 것과 관련된 거지만 거기는 교수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처럼 권위적이지 않아서 학생들이 교수랑도 그냥 막 만나서 아무 이야기나 할 수 있는데 그게 저는 학문하기에 굉장히 좋은 풍토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그런 것들을 거의 느껴본 적 없었는데 거기 가서 그런 것들이 진짜 좋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과 관련해서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게 많습니다.

- 그럼 실제로 연구하시다가 다른 분야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해결 방법을 찾은 경우도 있으신가요?

구체적인 논문보다는 물리수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발전한 데에 그런 문화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보통 이루어지는 협업(collaboration)은 수학 분야가 고도로 전문화되어 있다 보니까 해결 방법이 있을 법한 친구들이랑 같이 하는 건데요. 그런 거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충분히 하거든요. 다만 제가 하는 분야는 되게 다양한 수학 분야를 동시에 알아야 하고 심지어 물리도 좀 알아야 하는 분야인데, 미국이 여러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서로서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풍토였기 때문에 이 분야가 잘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분야가 덜 발전한 이유 중에 하나가 그런 분위기가 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미국의 풍토가 학문이 발전하기에 좋았던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다른 일화도 있을까요?

미국에서 사람들의 다양성과 개개인을 존중하는 문화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쉬쉬하며 감출 수도 있을 본인의 성지향성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꺼내는 것을 보고 긍정적인 의미의 충격을 받았습니다. 성지향성 자체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부분을 아무한테나 보일 수 있다는 문화 자체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것 말고도 말을 하는 것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도 학회장에 와서 강의 중간에 1분 가량 걸려가면서 질문하고, 발표하는 사람도 그걸 차분히 듣고 모두 대답해주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다른 청중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가만히 듣고 있었고요. 이게 말이 쉽지 사실 제 생각에 우리나라 분위기에서는 그런 중증 장애인이 거기를 올 생각도 감히 못 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거기에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게 이루어지는 걸 보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고 괜히 선진국이 아니구나라고 강하게 느꼈습니다. 한국은 인종도 거의 같고 해서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없는 나라인데 미국에 가서 정말 다양성이라는 게 뭔지를 보고 그 당시에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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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로 수학을 택한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으신가요?

수학을 학문의 길로서 택한 학생들과 수리과학부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해 줄 말이 다른데요. 수학 학계에 남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는 2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공부할 때 보통 증명을 읽을 때 맞는 것 같으면 넘어가는 습관이 들기 좋은데, 엄밀성에 대한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본인이 나중에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그런 증명들을 혹은 그보다 어려운 증명들을 직접 해야 되는 거거든요. 근데 기본기가 되는 과목들을 그냥 대충 넘어갔으면 그거를 다시 스스로 만들어 낼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엄밀성에 대해서 대충 이러겠지 이렇게 넘어가는 게 쌓이고 쌓이고 하면 그게 나중에 엄청 힘들어지거든요. 그래서 기본이 되는 공부를 할 때 충실히 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고요.

둘째는 근데 사실은 그것만 해서는 수학자가 될 수 없는 게, 남들이 해 놓은 것만 가지고는 결국 남들이 해 놓은 그 레벨밖에 못 한단 말이에요. 결국 좋은 학자가 되려면 남들과 다른 뭔가를 해야 되는 건데 그러기 위해서는 또 어렸을 때부터도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방식을 익혀야 돼요. 그러니까 시험 잘 보고 학점만 잘 받고 이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와 더불어서 어떤 거든지 간에 공부할 때 자기 방식으로 스스로 좀 질문을 해 보고, 책에 대해서도 질문해 보고, 스스로 답을 해 보고. 그런 식의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이 되어야지 결국은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이 두 가지가 한번에 가야지 된다, 그런 식으로 공부를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수학 학계에 남을 학생들과 수리과학부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해 줄 말이 다르다고 하셨는데요.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어떤 말씀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그렇죠. 수리과학부에 입학한 학생 중에서 사실은 수학 연구 계속할 사람은 굉장히 극소수잖아요.

너무 클리셰라고 할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수학 공부하는 게 약간 똑똑해지는 공부인 것 같거든요. 그래서 수학과에서 공부를 잘 따라가다 보면 사회에서 말하는 지식을 더 얻는 건 없을지언정 굉장히 좋은 사고방식 하나를 장착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게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자양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학문 분야 면에서는 그런 게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어요. (이어지는 이야기는 자연대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와 동일해서 뒤에 실었음)

- 수학 학계에 남을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에 대한 추가 질문입니다.

(기자: 연구에서 증명할 때의 아이디어를 다른 논문에서 가져오는 경우도 있나요?*) 그런 경우도 물론 있죠. 그런데 다른 논문을 곧이곧대로만 이해했으면 가져와 쓰는 것도 어려워요. 딱 내가 원하는 형태로 되어있는 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죠. 자기가 자기 방식대로 이해했어야 가져와 쓸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는 연습을 미리미리 해두는 게 중요하고 공부를 할 때나 논문을 읽을 때나 다 자기 방식으로 이해를 해야 하는 거예요.
*: 이 질문에 대해서는 원래 답변을 나누어 위 연구 과정부분에 일부를 실었음.

(기자: 본인이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책이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된다 이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으면 나중에 스스로 만들어낼 수 없다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그 증명을 가리더라도 채워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하나요?) 그것까지 할 수 있으면 좋지만 그걸 모두 다 하기에는 정말 어렵겠지요. (증명에 쓰이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들을 본인이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기자: 어릴 때부터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건 꼭 학부생 수준이 아니라 초중고생 때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렇죠. 근데 보면 그런 습관이 굉장히 잘 들어서 오는 학생도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많이 있는 거 같거든요. 그러니까 우리 교육 시스템이 꼭 그런 거를 잘하는 사람만을 뽑아내는 시스템은 아니잖아요? 물론 이제 그걸 잘할 수 있는 사람 수가 서울대 정원에 비했을 때 현저히 적기도 하겠죠. 당연히 그런 사람들로만 다 채울 수 없는 것도 맞는 것 같아요. 어쨌든 질문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초중고 때도 다 적용이 되는 말이죠.

- 수업이나 기타 활동에서 교수님께서 보신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어떠하였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아직 학생들을 마주할 기회가 없으셨다면, 서울대학교 자연대 학생들에 대한 기대나 요청사항 등이 있을까요?

제가 학부를 다닐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여전히 굉장히 똑똑한 학생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아요. 근데 이건 제가 지냈던 방식 때문에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너무 범생이처럼만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학점 물론 중요하고 학점이 의미있는 거긴 하지만 그거에 목이 매여서 대학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다른 긍정적인 것을 얻지 못한다면 그건 안타까운 일인 거 같거든요. 그러니까 학과 공부도 좋지만 다른 공부도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취미생활도 할 수 있는 거고,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리면서도 배울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모두 다 같이 할 수 있으면 그게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에서 만나는 친구들이 다 똑똑한 친구들이니까 그 친구들이랑 이것저것 얘기도 많이 해보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하면 좋겠어요. 꼭 수학뿐만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다른 분야에 대해서 토론도 많이 해보고, 뭐 민감한 주제도 좋아요. 대학생 때니까 (나이 먹기 전이니까) 더더욱 할 수 있는 거거든요. 말하자면 그전까지는 같은 동네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끼리 중고등학교 같이 다니고 했다면 대학에서는 그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종류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단계란 말이에요. 물론 중고등학교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지내면서 어느 정도 차이를 알 수 있지만 대학에서 느낄 수 있는 거랑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들과 최대한 많이 부대끼면서 살다 보면 꼭 배우려고 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들이 배워지는 게 있고, 그런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최대한 많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 물리수학 연구 소개(research review) 글을 작성자인 유필상 교수님으로부터 전달받아 아래에 실었다. 이 연구 소개는 수리과학부 뉴스레터 2022년 여름호 (58)에도 실려 있다. 수리과학부 뉴스레터는 상산수리과학관(129) 5층 수학 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 좋은 인터뷰 질문을 제안해 주신 선형사상은 살아있다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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