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교수 인터뷰

[2022년 9월 신임교수 인터뷰] 물리천문학부 천문학전공 이정은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빈문서

자연대 홍보기자단 자:몽 5기 | 허은제

* 소속 : 물리천문학부 천문학전공 
* 연구분야 : 별과 행성계 생성, 성간화학
* E-mail : lee.jeongeun@snu.ac.kr
* Tel : 02-880-6623

물리천문학부 천문학전공 교수님으로 2022년 9월에 부임하신 이정은 교수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별과 행성계 생성을 주로 다루시는 교수님은 물리학과 천문학뿐만 아니라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과도 연결되는 연구를 하고 계셨다. 교수님과 인터뷰를 하며 행복한 자연과학자로서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 기사를 통해 교수님의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들어보자.

19동 연구실에서 만난 이정은 교수님. (사진=허은제 기자) 2022.10.19

1.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오시게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학생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천문학 전공 교수 이정은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지구과학교육과에 입학한 후 2학년 때 천문학 수업을 계기로 천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이후 별 탄생을 더 공부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하고, 허블 펠로우쉽 (Hubble Fellowship Program)으로 UCLA에서 박사 후 연구과정을 거쳐 세종대, 경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이번에 서울대에 오게 되었습니다.

2. 서울대학교의 신임 교수님이 되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원 다닐 때 동고동락하던 선후배분들이 교수님으로 계시고, 은사님도 계셔서 편안해요.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다양한 분야의 천문학을 하시는 교수님들이 계셔서 동료로서 좋아요. 제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토의하고, 물어볼 수 있으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레퍼런스가 여기 있는 셈이죠. 그런 점에서 너무 행복하고 자극도 받고 있어요.

3. 이제 서울대학교에서 새로운 연구실을 꾸려 나가실 텐데, 교수님의 연구 분야와 앞으로의 연구 계획을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처음 대학원 다닐 때 구본철 교수님이 지도교수님이셨는데, 그때 초신성 폭발과 그 이후의 잔해를 연구하며 초신성 폭발이 또 다른 별 탄생의 계기가 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러면서 별 탄생이라는, ‘죽는 것’보다는 ‘만들어지는 것’에 더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박사과정 때는 그 분야를 더 집중적으로 연구했어요.

원시 별 주위 디스크에서 행성계가 만들어지니까 디스크에 있는 물질의 화학적 성분과 상태에 따라 행성의 성분, 크기를 결정되고, 무엇보다 물질 속에 유기 분자들이 포함되어 있느냐 이런 것들이 끝내는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해요. 현재는 관심사가 이런 쪽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4.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으시다면 소개해주세요.

대학원 박사과정 때 별이 만들어지는 역학적인 과정과 화학적인 과정을 묶는 모델을 처음으로 만들었어요. 그 모델로서 역학적, 화학적인 과정을 계산해 관측자들에게 관측 결과가 화학적인 과정 때문에 나타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었죠.

그런데 그 모델을 이용하면 지상에서 관측되는 것과는 달리 운석에서 관측되는 산소 동위 원소 비의 특이성도 설명할 수 있었어요. 그전까지 운석을 연구하는 분들은 운석에만 집중해 특이성을 설명하려 했고, 천문학 하는 분들은 그런 특이성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제 모델을 이용하면 태양이 만들어질 때 주위에 굉장히 질량이 큰 별이 같이 만들어지며 엄청나게 많은 UV 포톤(UV photon)을 쏟아내 그 영향으로 특이성이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었어요. 이 연구를 한 이후로 지금까지도 운석을 연구하는 분들한테 제 모델을 제공해 드리고 있어요.

지금은 태양이 홀로 있지만, 태양도 하나의 성단 내에서 다른 별들과 함께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운석이 말해주는 셈이죠.

5. 교수님의 대학 생활이 궁금합니다. 학부생, 대학원생 시절 교수님은 어떤 학생이셨나요?

평범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여고에서 물리를 좋아하는 특이한 사람이었다가, 대학을 오면서 평범해지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어요. 대학에 와서 동기 사랑, 나라 사랑을 외치고 MT도 많이 다녔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학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 풍요로웠던 학부 생활이었어요.

대학원 와서는 너무 좋았죠. 원래 물리학을 하고 싶었으니까요. 지구과학 교육과에서 약간 전공적인 헤맴을 겪었지만 결국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대학원을 왔고, 나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매일매일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아마 서울대학교 천문학과에서 대학원 생활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인 것 같아요. 바닷물고기가 민물에 잠깐 있다가 다시 바닷물로 돌아온 느낌이었죠. 내 주변 사람들이 나와 같고, 그 안에서는 내가 평범했기에 많은 것들이 편안했어요. 그 시간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6. 학부생 혹은 대학원생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우선 학부 때는 다양한 경험을 해보길 바라요. 자기도 자기를 모르잖아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학을 가야 한다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진정으로 내 안에 있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지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너무 커요. 학부생 때는 많은 경험을 통해서 내 속에 있는 목소리를 많이 들어주면 좋겠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정말 행복감을 느끼는 게 무엇인지를 찾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올 거예요. 그때가 되면 종이에다가 뭘 할 것인지 선택지를 나열해 볼 수 있겠죠. 끝내는 그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걸 선택하게 되는데, 선택한 후에는 나머지 선택지를 없었던 것처럼 기억에서 지웠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거기에 푹 빠져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마치 이게 내 유일한 선택지였던 것처럼.

물론 온 힘을 다해서 살아도 ‘이게 아니었네?’ 할 수 있어요. 그때는 다시 또 선택지를 만들면 되죠. 선택하고 난 후는 제발 돌아보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100m 달리기를 할 때는 결승선만 보고 가는 거라고, 뒤돌아보지 말라고 학생들에게 자주 이야기해요. 정말 결승선을 '탁' 치고 내가 벽에 부딪힐 듯이 달려가는, 그런 걸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하나에 푹 빠져서 나의 모든 걸 소진해보는. 그렇게 하면 분명 내 속에서 솟아나는 그 만족감, 희열감을 경험해 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7. 누구나 공부나 연구를 하다 보면 슬럼프도 오고, 지치기도 합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이를 이겨내시나요?

내가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면 그게 내 능력의 문젠지는 잘 모르는 거잖아요? 그럼 조금 거리를 두고 있어 보는 게 중요해요. 저에게는 독서가 문제와 거리를 두는 방법이에요. 왜냐하면 어떤 이야기를 읽으면 다른 걸 생각할 틈이 없으니까요. 가장 쉽게 빠지는 건 만화책, 소설책이죠. 학교 도서관에서 시리즈로 수십 권씩 빌려놓고 읽는 거 좋아했어요. 완전히 그 문제에서 벗어나서 거리를 두려고 했죠.

8. 삶을 살아가면서 내가 계속 과학자이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건 외부에서 찾을 수 없어요. 적어도 저는 남이 내 논문을 인용해주고 칭찬해줘서 연구하는 게 아니에요. 제가 계속해서 자연과학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이유는 제 안에 늘 질문이 있기 때문이에요. 남을 만족시키기 위해 삶을 사는 게 아니잖아요.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내 속에서 생겨나는 많은 질문을 대답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거죠.

감사한 거죠, 자연과학자들은.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그런 질문에 대답하려고 노력하니까요. 적어도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제가 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니까 저는 아주 행복하다고 생각해요.

9.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생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그냥 주위를 보지 말고 자기 삶을 살라고, 타인이 뭐라든지 간에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있으면 가장 이로운 점이, 바로 지금 여기가 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공간이라는 거에요. 교수님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레퍼런스잖아요. 저는 서울대학교에 와서 제일 좋았던 점이 친구들과 동료들이었던 것 같아요. 저와 같은 걸 궁금해하고,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이 여전히 자연과학을 연구하고 있죠. 나와 같은 사람들과 관심사를 공유하며 함께하는 기분을 자연과학대학 학생분들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연과학대학 홍보기자단 자:몽 허은제 기자 ejherr@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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